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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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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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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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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바캉스5

DUMMY

"순수하게 사람의 기량이 요구되는 세일링 요트(sailing yacht)도 나름대로 탈 맛이 있거든. 훌륭한 자동 변속기가 있는데도 굳이 운전의 재미를 위해서 수동 변속기를 쓰는 것과 비슷하지. 뭐 거의 사라지고 없기는 해도 아무튼 존재하잖아? 하물며 취미의 영역인 요트에서야..."



생존자 연합이 뒤쪽의 벽이라고 생각한 절벽의 위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한 남자.



계속해서 말을 하는 표정은 너무나도 밝다. 마치 최근의 일이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모습이다.



이런 손시훈의 모습을 보면서 한 컨셉 헌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불가능해, 바람은 나도 봤어! 분명히 역풍일텐데...어떻게..."

"역풍이니까 이렇게 올 수 있지. 무슨 소리야?"



오히려 더 의문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손시훈이었다.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다. 잠시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스스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마나와 마법 때문에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됐지. 그렇다면 나름대로 베테랑인 너희들도 그 애들처럼 모를 수 있겠네."



.

.



"역풍을 타고 항해한다고요?"



손시훈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조심스럽게 리더가 한 말이다. 그 지적에 걸그룹의 다른 멤버들도 살짝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손시훈은 바로 그 지적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흔한 착각이 바로 그것이지!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범선(帆船)이 역풍을 불면 어떻게 항해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해."



잔뜩 신난 형의 말을 이은 건 동생인 시우였다.



"대항해시대에도 역풍을 거스르는 항해는 일상이었어. 중세시대 선원들이 진짜로 무서워 한 것은 아예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지대(無風地帶, Doldrums)였지."



프랑스어 공부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세계사도 열심히 공부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우. 그러나 얼굴에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그 항해를 숙련받은 선원처럼 해 낼 수 있냐지. 나도 역풍을 타고 항해가 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 자세한 원리는 몰라. 가능하겠어?"

"해 봐야 알지. 안 될 건 뭐가 있겠어?"



.

.



'이런 비장의 한 수가 있거든.'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목소리에 생존자 연합의 헌터들은 가볍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직접 명령을 전달하면 목소리로 하는 명령과는 달리 동작이 꼬일 리가 없다. 거기다가 심안의 파악 능력이 더해지면 이론상으로는 숙련된 선원과 비슷하게 항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때까지 그 4명이 보여준 모습 때문에 진짜로 그게 되나 싶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헌터들. 이런 반응에 손시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는 얼굴로 목소리를 다시 꺼냈다.



"의외로 리더가 살짝 약한 모습을 보여줬어. 이건 내 착오지. 역풍을 받으면서 항해하면 배가 더 흔들리니 사람에 따라서 갑자기 멀미를 할 수도 있는데, 그 사실을 잊었거든."



3인분에서 반토막이 난 1.5인분의 몫을 해내게 된 리더. 이건 노력의 문제가 아닌 신체의 문제라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마이너스의 손이 각성을 하지 뭐야. 애가 절대 음감이라도 있는지 돛에서 나는 소리로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더라고."

"말도 안 돼!"

"마법도 아니고 그게 가능하다고?"

"제가 생각해도 낮은 확률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 제일 놀란 건 손시훈이다. 그녀의 재능은 나름대로 반쯤 공식적인 용어까지 있을 정도의 재능이었던 것이다.



절대 음감과 상대 음감의 완벽한 조화를 가진 자. 이런 재능을 가진 자들을 남자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의 반인반수인 사티로스, 여자는 반인반조인 세이렌이라고 부른다. 그 재능은 200-3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할 정도다.



'1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리더십을 가진 인재에, 200-3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세이렌까지 있는 걸그룹을 이런 막장 예능에 밀어 넣다니...'



긍정적으로 보면 막판에 마이너스의 손에서 바다의 세이렌으로 이미지 역전에 성공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만큼은 아니어도 이 항해를 통해서 이미지 개선은 다들 성공했다. 약화가 되어도 1.5인분의 역할을 해내는 리더, 뜬금없이 마이너스의 손에서 각성해버린 세이렌에 자극을 받았는지 다른 멤버들도 아슬아슬하게 1인분의 몫을 해냈으니 말이다.



덕분에 분위기도 좋아졌다. 다 같이 노력한 항해에 일행 사이에 나름대로의 단결심이 생긴 것이다. 항해를 시작하기 전의 시우가 무시하고 4명의 소녀는 쩔쩔 메던 분위기는 지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연쇄작용의 결과물을 두 줄로 요약하는 손시훈이었다.



"나도 적운흉풍을 쓸 기회가 남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그런데 10분의 여유가 기적적으로 생겼지 뭐야?"



사형선고처럼 들리는 말이다. 그 말에 뒤를 돌아본 생존자 연합의 헌터들은 절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면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말. 붉은 먹구름 같은 털색은 격렬한 싸움이 막 끝난 다음 노을을 받고 있는 전쟁터의 땅 같았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짙은 회색의 갈기는 그 전쟁터에서 꺼져가는 불씨에서 나오는 연기 같았다.



그런 말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어떻게 비적합자라고는 말할 수 있을까. 맨 몸이라도 저건 본인이 마왕이라고 주장할 때 고개를 끄덕일 모습이다. 하물며 지금 그 기수는 온몸을 감싸는 무장까지 갖추고 있는 상태다.



"절망을 줬으니 희망을 조금 주도록 하지. 마나에 걸고 나의 가슴과 머리에 맹세한다.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나는 지켜보기만 하겠어. 한두 마디 사실은 말할 수 있겠지만 물리적인 간섭은 하지 않을 거야."



손시훈의 말과 함께 철컥거리면서 헌터들의 손에 채워진 팔찌가 살짝 풀렸다. 지금까지 마나의 사용을 상당히 억제하던 구속이 해제된 것이다.



하지만 헌터들은 이를 조금의 희망이 아닌 더 큰 절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건 대놓고 너희들이 전력을 쓸 수 있게 했으니 10분간 날뛰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구속은 해제됐지만, 아직 안전장치는 작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더 예민한 사람들은 적운흉풍을 탄 시우보다 훨씬 더 뒤에서 반짝이는 빛들을 볼 수 있었다.



'설마 저거...'



헌터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전술이다. 선봉이 돌격을 편히 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의 지원사격. 그러나 저들은 전투라고는 경험한 적이 없는 민간인이 아닌가. 배를 움직이는 것과 마법으로 적을 맞춘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다.



분명히 그럴 텐데도 앞의 손시훈은 뒤쪽의 소녀들을 믿고 돌격을, 뒤쪽의 소녀들은 앞의 손시훈을 믿고 마법을 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뒤쪽의 소녀들이 초심자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가 아닌 들짐승 한 마리에 도망친 소녀들이다. 그렇다면 아군 오사를 노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헌터들에게 조심하라는 듯한 손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마를 통해서 전승되는 능력에는 기량도 있다는 걸 까먹은 건 아니지?"



그 말에 바로 '심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헌터들이었다.



뒤쪽의 소녀들은 확실히 시우를 맞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손시훈은 실수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등 뒤에 눈이 달린 것처럼 피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서로 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알려주겠다는 듯이 시우는 자신의 근처에 떨어진 불덩이를 피하면서 창을 휘두르자 '삐빅'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안전장치인 전이 마법이 연달아 발동되는 소리다. 이만하면 그냥 고블린을 쓸어버리는 것과 기세적인 측면에서 다를 게 없다.



"크흑, 그렇다면 저 쪽이라... 헉"



적운흉풍을 타고 날뛰고 있는 시우와 맞서는 건 택도 없는 일. 절벽 위쪽에서 구경하고 있는 손시훈을 건드리는 것도 어림없는 일이다. 여기서 남은 선택지는 배 위에 있는 소녀들을 향해서 마법을 쓰는 것 밖에 없다.



졸렬해 보이지만, 이쪽이 그나마 더 시간을 끌 수 있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생존자 연합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건 시우가 압도적인 것도 있지만, 후방의 안정적인 포격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도망치면서 시간이라도 제대로 끄려면 후방 지원이라도 어떻게 해야 한다.



물론 등 뒤에서 날아오는 포격도 느끼고 피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서 하는 견제를 못 볼리가 없다. 그 행동의 대가로 한 생존자 헌터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서는 번뜩이는 4개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한 쌍은 아래에서 흑요석처럼 빛나고 있고, 한 쌍은 가면 너머의 눈구멍에서 반짝이고 있다. 이 흉흉한 모습을 보자마자 탈락해서 전이마법이 발동하기도 전에 기절한 헌터였다.



다른 헌터라고 해서 딱히 다를 바는 없다. 이렇게 10분 동안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다음, 적운흉풍에게서 내린 시우였다.



"아, 아...아아..."



남은 건 딱 한 명의 헌터뿐.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시훈과 시우가 아예 못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헌터였다.



자신 있게 말을 하던 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간신히 기절은 하지 않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은 것은 누가 봐도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도 잠깐. 두려움을 완벽히 벗어던진 표정으로 힘차게 일어섰다. 적운흉풍을 내린 상태니 이제는 진짜로 비적합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신경을 쓰면 될 것은 한 사람 뿐이라는 생각에 곁눈질을 하는 헌터. 그 모습에 손시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친구야. 싸움 아직 안 끝났어. 물론 머리와 가슴에 건 수준의 맹세니 코로는 뇌수를 쏟고 입으로는 피를 토하면서 맹세를 해제하면 되는데, 굳이 그 고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굳이 신경을 써야 하는 쪽이 있다면 저 쪽이야."



손가락으로 배 위의 6명을 가리키는 손시훈.



"우리끼리 나름대로의 합의가 있었거든. 시우가 선봉으로 나서서 모두를 쓰러트리면 우리 팀의 우승, 그렇지 못하면 저 쪽이 우승."

"우리 쪽은?"

"지금 꼴을 보고도 그 말을 하니?"



기분이 살짝 나빠졌지만 할 말은 없다. 손시훈의 말대로 자기들끼리 우승을 정해놨다고 어이없어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으니까.



시우를 이긴다고 해도 아직 상태가 꽤나 멀쩡한 6명의 적합자가 있다. 들짐승 한 마리에 도망치는 것은 진작에 따끔히 고쳤으니 탈락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까...이건 네 입장에서 말하면 2-3위 결정전인 거지. 시우를 이기면 준우승, 시우에게 지면 3위."



그 말에 헌터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매직 아이템만 어떻게 한다면..."

"나는 X같은 놈이긴 해도 졸렬하지는 않아! 저건 좀 단단하기만 한 가면인...데 시우야 왜 벗니?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는 들어. 단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야."



가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가면 때문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려주기 위해서 시우는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적운흉풍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는 진짜로 마지막의 마지막이라는 듯이 자세를 잡은 시우를 향해서 손시훈이 말했다.



"상대방은 힘과 기량을 둘 다 온전히 쓸 수 있는 헌터야. 반면에 너는 힘은 온전히 쓸 수 없는 상태로 기량으로 승부내야 하지. 딱 한 수 싸움이야. 알고 있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상태로 한 손으로는 목검을 겨누고 다른 한 손은 반쯤 움켜쥔 상태를 잡는 시우였다.



저 손의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남은 헌터는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김PD를 상대로 썼던 금나라는 것을 자신에게도 쓰려는 것이다.



가소로운 생각이다. 자신은 아슬아슬하게 도달한 경지지만, 그래도 자신은 C랭크의 헌터. 이걸로 2위는 확보했다는 생각에 그는 맨 몸으로 시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황소, 혹은 멧돼지가 돌진한다는 그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터다. 확실히 돌진하는 짐승을 상대로 그냥 내지르는 것은 가소로운 행동이다.



하지만 그가 떠올려야 했던 건 김PD가 아니라 시우에게 퇴치당한 곰이 아니었을까. 헌터가 뒤늦게 그걸 떠올린 건 손시훈이 던진 목검이 자신의 무릎 바로 위를 맞히고 난 이후였다.



"억!"



온 의식을 다해서 굽히려던 다리도 바로 쭉 펴지게 만들 정도의 고통. 그 고통 때문에 허공에서 펴진 다리는 땅을 헛디디며 사람을 넘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넘어지는 헌터의 턱을 시우의 반 쯤 움켜쥔 다섯 손가락이 움켜쥐었다.


작가의말

sun923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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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편한 관계 20.09.24 27 0 13쪽
122 소감 20.09.23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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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바캉스4 +1 20.09.21 33 1 14쪽
119 바캉스3 +1 20.09.18 32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29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0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8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6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39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7 1 14쪽
101 유사품2 20.08.25 3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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