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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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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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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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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명인2

DUMMY

"엄살 부리긴 싫은데, 나 아직 환자야."

"제가 직접 간호해드리고 있는데 제가 도련님보다 더 잘 알고 있슴다. 미리 알고 있으란 차원에서 준비한 검다."



계속해서 내밀고 있는 팔을 무시하기도 힘들다. 그걸 받아들고 태블릿 PC의 화면에 뜬 정리된 자료를 보자 시우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진지하게 고려는 했구나."

"당연한거 아님까? 적당히 재미없는 것들로 골랐슴다. 주인님이 딱히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니 말임다."

"굳이 우리 가족중에 형 말고 재미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슴다만, 주인님은 극도로 재미있거나 극도로 재미없음을 왔다 갔다 하시는 분 아님까? 그 정도쯤은 아실 거라고 생각함다."



자신도 모르게 '그러지 마!'와 '안 돼....'라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다음에 몇 가지 상황이 떠오른다.



일단 절대로 버라이어티나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에는 절대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은 모두가 벌칙을 받을 만한 상황에서 자기만 혼자 쏙 빠져나오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를 사람이다.



추가타로 대놓고 '인생은 실전이다.'라는 말까지 하겠지. 그 외에도 몇 달 동안은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짓을 태연히 할 거다.



거기다가 살짝 뒤틀린 성격을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편집자나 작가들 같은 제작진들을 먹이려는 짓을 하고도 남는다. 어떻게든 암묵적으로 이건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해버리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자 다시 한번 더 '안 돼....'라고 생각을 해버린 시우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나 해서 그런데, 형이 뭐 방송 출연하고 싶다. 그런 소리는 없었지?"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하셨슴다."


'나는 예능 PD들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리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 본능 아니야? 나는 그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야.'


"도대체 왜 이런 예측과 상상은 딱딱 들어맞는 걸까?"

"뭐, 그래도 정보 제공쪽은 괜찮지 않겠슴까? 넌지시 말씀드렸슴다."

"그건 잘했어."



진지하게 손시훈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아눕롤이 탑재하고 있는 방대한 키잔트헤임의 데이터베이스와 맞먹는다. 사회가 바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양이 너무나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그걸 서서히 푸는 방법으로 방송은 꽤나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시 블루베리가 추천한 목록을 쭉 훑어보는 시우.



위쪽 부분은 적당히 대화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가벼운 예능이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몇몇 인터넷 방송이 있었다. 그중 어디선가 본 이름에 시우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아는 이름. 그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우에게 블루베리가 정체를 밝혀주었다.



"지인들 중에 인터넷 방송을 하시는 분이 있어서 집어넣었슴다."

"적운흉풍을 받고 난 다음에는 반쯤 남남이 되어버렸는데? 지금 와서는 좀 갑작스럽지 않을까?"



딱히 시우나 지인들 사이에 문제가 있어서 남남이 된 건 아니다. 그저 둘 다 각자의 일로 바빴을 뿐이다.



일단 인터넷 방송은 둘째 치더라도, 시우는 중간중간에 일상생활이 없는 수준이었다. 의사회의 자원봉사나 소집령으로 인한 이세계행까지. 어지간한 상황이면 일반적인 인간관계가 거의 단절될만한 상황이다.



"아, 인터넷 방송은 나중에 그냥 잡담이나 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집어넣은 검다."

"분위기 전환?"

"그러니까 몇 번 방송에 나와서 '나는 좀 재미없는 사람이다.' 이런 분위기를 내비치고, 인터넷 방송에 나와서 주절주절 거리는 검다. 난 이런 건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말임다."

"흐음.."

"방송을 하는 지인분께도 득이 됨다. 서로에게 윈윈인 일임다."



재미없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유명인을 방송에 초청할 정도면 능력이 있어 보인다. 장기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일리가 있기에 고개를 끄덕인 시우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하기에는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아예 아무 방송이나 행사에 참석 안 하면 어떻게 될 까?"

"뭐. 주인님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닌 이상 더 유명해질 거라 생각함다. 굳이 예시를 설명 안 해주셔도 아시지 않슴까?"

"끄응, 알지."



평범함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눈에 띈다는 건 상식이다. 괜히 자신은 이런 게 맞지 않는다고 버티다가는 되지도 않는 신비주의 컨셉이 생기고도 남는다.



블루베리의 말대로 아예 집마저 나가서 연락까지 몇 년을 끊어버린 특이 케이스가 아닌 이상 뭔가 하는 모습은 보여줘야만 했다.



"물론, 그전에 몸부터 다 나아야 하겠지만."

"그것과 관련해서 밑밥을 깔 방법이 하나 있슴다."

"밑밥? 또 뭔 짓을 하려고."

"아, 일단 해봐서 나쁠 건 없슴다. 츄라이 츄라이"



.

.

.



병문안 방송이라



해봐서 뭐가 나쁠 게 없다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자신은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상태. 전염병 같은 게 아닌 이상 그렇게 몸이 아플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웬만한 사람들이 보면 그냥 게이트 너머를 갔다 온 김에 휴가를 받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집 안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고급 병실 같은 분위기에 뭐라고 생각할까? 블루베리의 다방면적인 설득만 아니었어도 거부했을게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마지못해서 오래간만에 친구 얼굴을 본다는 생각으로 허락한 시우는 굉장히 미안해하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저기...저.. 시우야?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죽을병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암 환자 같은 느낌이 살짝 나기는 함다."

"그 정도로 심각해 보이진 않아."

"심각해 보여 시우야..."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집에 거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세수할 때마다 보는데 말기암 환자라니 무슨 소리인가.



거기다가 마경태도 객관적으로 심해봤자 장염을 앓는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친구가 말기암 환자라고 느끼는 건 어디까지나 블루베리의 몹쓸 농담 때문이다.



정작 그 원인을 제공한 블루베리는 태블릿 PC를 보면서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건 분명히 인터넷 방송의 채팅창에 올라오는 반응을 보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다들 뻔뻔하지 그지없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꾀병이라고 하던 인간들이 무슨..."

"저기, 시우가 제 방송 보나요?"

"아뇨. 제가 모니터링 한검다. 명색이 환자인데 아무나 병문안을 허락할리가 없잖슴까?"



이런 데에서는 또 철저하다.



유명 인터넷 방송인이 아닌 경우 시청자의 영향력이 더 큰 경우도 있다. 블루베리는 미리 그것을 또 적당히 모니터링했을 것이다. 그를 알려주는 말이 블루베리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당사자는 그래도 친구가 진짜로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몇몇 백수분께서는 꾀병이니, 진짜 친구가 아니니... 뭐 이런 띠꺼운 소리를 해서 말임다."



방금 그 말은 단순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일부 시청자들을 겨냥한 말이 아니다. 현재 시중에 함부로 말을 흘리는 모든 사람들을 겨냥한 말.



이런 오싹한 목소리에 시우는 병문안을 온 친구와 동시에 소름이 쭉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두고 블루베리는 시우에게 태블릿 PC를 건네주며 차와 과자를 준비하겠다는 말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돌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병문안 겸 방송을 하고 있는 친구 쪽이었다.



"누구야?"



친구 뿐만이 아니라 채팅창도 블루베리 때문에 소란이 장난이 아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건 '누구?'이란 말. 거기서 표현만 다를 뿐 뜻은 똑같은 말이 가득 채워져 있다.



하긴 20대 후반의 남성이 혼자 산다고 알려진 집에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가 있으면 다들 궁금해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의혹에 시우는 정확하게 블루베리의 현재 직책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대여받은 시종이야."

"뭐? 대여? 시종?"

"우리 형 고등학교 입학한지 얼마 안되서 게이트 터지고 집 나간건 알지?"

"어"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자신은 형의 시종이라고 소개하더니 적운흉풍을 주더라고. 그리고 자신은 시연이를 봐준다고 하면서 갔어. 그런데 어쩌다가 보니 지금은 내 간호를 해주고 있고."

"그러니까 원래는 니 형의 시종이었는데, 니 형이 동생에게 대여했고, 니 동생은 너한테 또 대여했다?"

"그래."

"그게 뭔 미친 소리야."

"뭔 소린가 싶지? 처음 적운흉풍을 받았을 때 내 심정을 알겠냐? 길가다가 뜬금없이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가 말을 걸더니 형의 선물이라면서 사령마를 소개했다고."



시우의 말에 맞춰서 적운흉풍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깥에서 블루베리가 자기를 소개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차마 시우가 직접 말하기는 쪽팔려서 하지 못한 삼원색 이야기다. 적운흉풍은 그 소개를 시작하자마자 허상화로 모습을 완전히 감춰버렸다.



"저건 진짜 남들 앞에서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컨셉 헌터구나."

"차라리 컨셉 헌터라면 좋겠다."

"뭐야. 설마 그럼 카푸스처럼 뭐 이세계인이라도 돼?"

"..."

"다들 키보드에서 손 때! 흠, 흠. 괜찮은 거야?"

"몰라, 어차피 이건 영원히 숨길 수 없는 거잖아. 본인도 대놓고 말해도 상관없다고 했어. 이미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 소문도 있는데, 뭐."

"중앙 헌터 협회를 들락날락 거리는 메이드 컨셉 헌터?"

"..."

"그게 저 사람이라고?"

"..."

"다들 메모장 켜! 빨리!"



말 하나마다 반응이 참 요란하다. 이 상황에 시우는 자신의 친구가 열심히 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변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미쳐 돌아가는 것인지 혼란을 느꼈다.



일단 그 와중에도 나름대로 MC처럼 방송을 진행하는 걸 보면 친구도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시우의 주변이 멀쩡할 수 있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시우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귀신같이 그것을 지적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네 인생이 이렇게 요란했었냐?"

"뻔히 내가 비적합자인 걸 알면서 하는 말이냐?"

"아."

"측정기나 빨리 켜서 내가 아직도 비적합자란거나 확인해 줘."



머쓱하게 측정기를 들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한 화면뿐이었다. 그리고 시우는 채팅창에 쏟아지는 자신을 향한 기나긴 사죄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의사회의 사무실 직원들이 글로 사과하는 걸 보는 기분이다. 이미 이에 대해서는 반쯤 해탈해버린지라 딱히 가슴이 더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걱정되는 게 있다면, 이 반응으로 봐서 자신이 축소해서 말할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다. 그래도 그건 사람들의 자유라고 생각한 시우는 분위기가 수습되자 길 수밖에 없는 썰을 풀어나갔다.



그렇게 기나긴 썰의 끝에 결투로 영혼을 차지한다면 적합자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조금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시우였다.



"하지만 얻은 건 고열과 몸살뿐이었죠."

"미안하다. 왠지 내가 병문안을 와서 못 할 걸 시켜버린 것 같은데."

"괜찮슴다. 마음의 상처까지 다 염려해서 부른 거니 말임다."



자연스럽게 달콤한 향기와 함께 수제 과자와 차를 들고 와 끼어드는 블루베리. 명색이 시종이라는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염려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제 시우는 담담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침묵하고 채팅창은 다시 한번 더 떠들썩해진 가운데 블루베리는 덤덤히 자신의 할 말을 했다.



어차피 큰 방송이나 행사에 가도 이런 상황은 나온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편한 친구와 함께 이런 상황을 미리 경험하는 쪽이 더 낫다고 말이다.



"시종분이 너무 큰 그림만 보시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큰 그림을 위해서 집까지 나갈 정도의 우리 형을..."



웬만하면 도련님의 투정을 다 받아주지만, 주인님의 험담은 듣기 싫은가 보다. 절묘하게 먹으라는 듯이 과자와 차를 자신의 입 가까이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우의 친구는 영혼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미녀가 이렇게 보살펴주다니 정말 부럽다."

"지금 그게 할 말이냐?"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채팅창을 봐 다들 부러워하고 있어."

"정말 부럽다가 아니라. 정.말.부.럽.다 인데? 비적합자 이야기보다 이게 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우의 입 안에 과자가 한 개 더 들어왔다. 여기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자의 맛만큼은 1류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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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바캉스3 +1 20.09.18 33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 유명인2 20.09.11 30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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