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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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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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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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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사품4

DUMMY

"정말이지 딱딱하다니깐!"

"제나 양, 시종분들 말려봐요. 이거 잘못했다가는 아랫것들을 직접 때려잡을 기세잖아요."

"얕보이기 싫은 할아버님의 마음은 이해되는데, 너무 열정적이야."



기색을 펼치고 있다고는 해도, 아가씨들을 향해서 직접적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방금 카닌과 박미소들의 모습은 의심 많은 중간관리자들 그 자체. 상위권자들의 가벼운 농담 하나에 온갖 걱정을 배와 배로 불리고 있다. 그렇게 느낀 아가씨들은 또 깔깔거리면서 가볍지만은 않은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지금이 바로 제나가 순진하게 의문을 품는 듯하면서 파고들 때다.



"유사품이라..."

"제나양,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아랫것들이 뭘 알겠어요?"

"그게, 아니라. 아랫것들의 소문 치고는 딱딱하지 않아요?"

"응?"

"딱딱한게 마치 제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 같아서요."



제나의 말에 자연스럽게 아가씨들의 시선이 박미소와 카닌에게 향한다. '그렇네?' 하는 초롱초롱한 시선. 그 시선을 묵묵히 받아내며 두 사람은 입을 맞춰서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아가씨'란 말을 동시에 했다.



바로 제나가 말한 딱딱한 느낌이 풀풀 나게 말이다. 그 말은 부드러운 아가씨들의 반발을 부르고도 남는 것이었다.



친척의 일처럼 과보호는 좋지 않니, 모시는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융통성을 발휘해라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물론 대답할 필요가 없어 묵묵히 있자, 아가씨들은 들뜬 분위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유사품이란 단어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자신들끼리 머리를 굴리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의 시종들에게 한 번 물어보는 적극성까지 발휘한다. 이런 아가씨들의 모습을 보면서 카닌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도 기회를 삼아서 경쟁하기는...'



순수한 흥미만으로 열정을 보이는 건 아니다. 순진한-어디까지나 처음 보는 아가씨들의 입장에서-아가씨를 향해서 무언가 한 마디를 더 함으로써, 자신은 남들보다 더 유식하다는 티를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처음부터 블루베리가 유도한 것도 그것이었다.



단순히 이 조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겠지. 평범해 보이는 것이라도, 한 번 의심을 품으면 다르게 보인다. 의도적으로 누가 그 소문을 퍼트렸다는 것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알아서 그 근원을 찾을 것이다.



일종의 승부가 시작됐다고 봐도 좋다. 유사품이란 소문을 퍼트린 자들의 의도가 먼저 이루어질지, 아니면 시우네 일행이 먼저 그 꼬리를 잡을지. 예지가 있다고 해서 만만히 여길 일은 아니다.



.

.

.



"우리도 그러니 나름대로 열심히 해야겠지요?"



블루베리의 말대로 아가씨와 시종 1호, 2호로 위장한 세 사람만큼 다른 일행들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



"슬슬 밑바닥이 보이는 것 같으니 말이죠."



겉으로 드러난 소문의 근원지는 높으신 분들하고는 거리가 한참 먼 뒷골목. 하층민 중에서도 밑바닥인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거지촌쯤 되겠다. 그 이야기를 듣자 으스스하다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영화나 드라마 보면 꼭 이런 곳에서 생체 실험을 위해서 사람을 납치하던데."



말을 해 놓고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 김송현, 그러나 이번에는 아눕롤의 질책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라 그는 부드러운 블루베리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뭔가를 배워서 추측을 하나 했군요. 기쁩니다. 이 또한 하나의 성과겠죠."

"네?"

"그렇지 않겠습니까. 도련님과 마왕의 육체를 둘 다 유사품으로 여길 사람들은 연구의 관계자들. 뒷골목의 사람들과 연구의 관계자들이 얽힐 일이 그 말고 뭐가 있을까요?"

"진, 진짜로 산 사람을 잡아서.."

"이전에는 다른 곳에서도 잡았겠죠."



미묘한 치안 예산의 증가는 모든 도시에서 있었다. 도시의 치안을 향상시킨다는 핑계로 뒷골목의 사람들을 납치해서는 죄수를 호송하는 척하면서 빼돌렸을 것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겠지만, 연구소가 있는 이 지역만큼은 예외다.



이렇게 자신이 반 쯤 농담으로 던진 말을 블루베리가 진지하게 긍정하자, 한 층 더 목소리가 떨린다.



그리고 몸이 굳는 것으로 보아 이제 아눕롤이 전음으로 질책을 하는 모양이다. 그를 옆에 두고 마경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들끼리 한 대화가 소문으로 퍼질 정도면 한 두 명을 납치하는 수준을 벗어났겠죠?"

"그렇겠죠. 아마도 중간 창고가 근처에 있을 겁니다."

"기본적인 목적은 달성해도 잘못하면 다수의 민간인까지 휩쓸릴 텐데..."



블루베리는 그렇다고 쳐도, 오히려 시를라 틴 캅생트가 이런 쪽에서는 더 불안하다.



시우는 마경태보다 그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형인 손시훈도 비슷하다. 11명의 마왕을 상대할 때, 지구 측에서 미래까지 내던지지 않았다면 손시훈은 한 발 짝 늦게 진입을 했을 테니까. 마왕들에게 일방적으로 찢겨나가는 헌터들의 모습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말이다.



심지어 그 헌터들은 손시훈과 딱히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현재 지구의 안일한 태도를 알려주기 위해서 내던지려고 한 거다.



하물며 마왕과 손시훈, 그리고 마왕의 육체와 손시우를 비교하는 사람들을 블루베리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뻔했다. 그녀가 손시훈에게 구원받은 세계의 출신이란 걸 감안하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노력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련님."

"알고 있어. 여기만 이 지역의 도시는 아니니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하겠지."

"제일 좋은 방법은 관계자 중 일부만 조용히 납치하고 납치된 사람들을 발견해도 무시하는 것입니다."



말을 마치면서 마경태와 조미선을 보는 블루베리. 굳이 그들을 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시우는 대충 이해했다.



아예 이해를 못 했다면 여기만 이 지역의 도시는 아니라는 말도 못했다. 납치한 사람들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 곳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납치된 사람들도 동시에 위험해진다.



하물며 그들은 그다지 협조적이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시우를 유사품이라고 부르는 건 둘째 쳐도, 은연중에 마왕에 '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사람들. 블루베리의 말대로 일단은 무시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말이지. 그래도 그게 계속해서 제일 좋은 방법은 아닐지도 몰라. 우리가 마왕의 유사품을 처리하면 그 사람들이 쓸모없어지는 건 똑같으니까.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더 노력을 하는 건 어때? 설령 중간에 실패가 섞여서 그 노력만큼의 보답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노력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있다. 시우의 말대로 실패를 하더라도 노력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굳이 사람마다 특별한 이유를 따지지 않더라도 맞는 말임을 부정할 수 없다.



"흐음"

"형이라면 네 말대로 했겠지. 아니, 형이 주도적으로 모두를 설득했을거야. 하지만 나는 형의 유사품이 아니니까."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단 확신은 없다는 게 다른 방법을 시도 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렇지? 네가 더 잘 알거야."

"부정할 수 없군요. 다만 전... 그래도 걱정이 될 뿐입니다."



미리 각오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생기더라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버티는 거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는 법이다.



"좋은 예시로 조미선씨 같은 경우가 있는 반면에, 평상시의 저나 마경태씨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어라?"



갑자기 언급돼서 당황은 하지만 부정은 할 수 없는 마경태. 그 모습을 보고도 딱히 흔들리지 않는 시우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블루베리였다.



결정을 이렇게 했다면 확실하고 철저하게 하는 게 좋다.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위험요소들을 최대한 차단하는 게 좋으니까. 때문에 본격적인 작전 회의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게 되었다.



기나긴 회의였지만 짧게 요약하면 이 도시를 틀어막는다. 사태가 끝날 때까지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은 시우네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긴 회의를 마치면서 아주 잠깐, 시를라 틴 캅생트로써의 자신을 내려놓는다고 말한 블루베리. 그리고 시우는 이 작전의 진행과정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

.

.



"솔직히 여기는 어느 쪽이든 둘 다 어울리지 않는 장소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와야 한다고, 뒷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마왕의 잔당이 자신들을 납치하려는 행운까지는 기대 안 해도,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을 수는 있겠지.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시우와 블루베리는 누더기에 가까운 옷을 입고 꿀꿀이죽을 먹고 있었다.



종종 있는 자선행사로 들어있는 꿀꿀이 죽. 비린내가 좀 있지만 못 먹을 음식은 아니다. 그를 자연스럽게 들면서 시우가 말했다.



"그나저나, 마나가 없다는 게 이런 식으로는 도움이 되네."

"그래도 호위 3호로 붙는 건 어색했을 검다."



일반적으로 타인이 걸어주는 폴리모프 마법은 자신의 마나와 상대방의 마나가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충돌한다. 하지만 마나가 없는 시우의 경우 내공을 통해서 의식적으로 저항하지만 않으면 가볍게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폴리모프 마법은 변장의 마법일 뿐 연기 솜씨까지 늘려주지는 않는다. 블루베리의 말대로 호위 3호의 연기까지 하는 건 무리.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연기는 무난했다.



불경기 속에 길거리를 떠도는 건장한 청년. 적운흉풍을 받기 전 자신의 처지를 조금 더 굴러뜨린다고 집중하면 시우에게 그 정도의 연기쯤은 쉬운 일이다.



과거의 시우와 구체적인 차이가 있다면 '강력함'의 차이. 현재 시우는 기술 없이 내공으로 끌어올린 힘 만으로도 같은 뒷골목의 경쟁자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가령 바로 건너편의 벽에 등을 기대고 죽그릇의 죽을 뜨고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좀 전에 여기는 자신들의 구역이라며 죽그릇을 넘기라고 한 사람들이다. 그중 둘은 시우의 주먹에 쓰러졌고, 하나는 블루베리의 머리끄덩이에 내팽개쳐졌다.



여기까지는 딱히 양심에 찔리지 않는다. 시비는 엄연히 상대방이 먼저 걸었다.



문제는 전리품이랍시고 상대방의 죽그릇을 하나만 남기고 빼앗았다는 것. 자신들은 빼앗은 그릇까지 포함해 혼자서 두 그릇을 먹고 있는데, 건너편의 상대방은 떨면서 3명이 한 그릇을 나눠먹고 있다.



"가벼운 위로라도?"

"성격 더러우면 안 먹어도 그릇을 모두 깨부순다는 거? 아니면 이렇게 해서 잠재적으로 목숨을 구하니 괜찮다는 거?"



시우의 말에 블루베리는 씩 웃으며 열심히 죽을 퍼 먹었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시우에게 멀리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자네들, 힘 쫌 쓰는군?"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딱 봐도 선한 인상과는 거리가 먼 사람. 살이 꽤나 늘어진 것이 잘 먹는 수준을 넘어서 지나치게 먹은 수준이다.



일단 말을 걸었으니 대답은 해 주자.



"처음 듣는 소린데요?"

"들염소 5-6마리를 번쩍번쩍 들어 올린다는 소리가 아니라 먹은 만큼 힘을 쓰겠다는 소리야. 요새 품팔이하기가 좀 힘들지 않나?"

"늘 어려운데요."



말과 함께 일부로 시선을 상대방의 눈이 아니라, 먹고 있는 죽그릇으로 향한다. 옆에서 들리는 블루베리는 '언제는 쉬웠다고'란 목소리는 덤이다.



그 다음으로 고개를 들면서 일거리는 알아서 찾는다고 말하는 시우였다.



"일단 들어보게, 그렇게 힘든일은 아니야."

"다들 그렇게 말하죠. 힘 좀 쓰냐고 물어보면 꼭 힘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일을 시키더라구요."

"세상 사는게 다 그런 법이야. 알 만큼 아는 친구들 아닌가? 그저 내가 부탁할 건 짐과 노예를 좀 옮기는 일이야."

"안 해요 안 해. 노예 옮기는 일이라고 해놓고, 그 노예가 자신이 되는 이야기가 한 둘 이어야지."



솔깃했지만 참아냈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 치고는 너무나도 수상하니까. 상대방도 본인이 꽤나 수상한 건 아는지 끈질기게 달라붙지는 않았다. 하루정도 더 굶으면 생각이 바뀔 거라면서 찾아오라는 장소만 알려주는 선에서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죽그릇을 비운 다음 뒷골목에서 벗어나자마자 자신들을 스쳐지가나는 한 무리의 남성들. 텅 빈 자루를 든 그들은 좀 전까지 시우와 블루베리가 있었던 골목으로 들어갔다.



"좀 전에 그 사람과 관련이 있겠지?"



희미하게 들리는 약간의 비명소리는 블루베리가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여도 충분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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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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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29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0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9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6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 유사품4 20.08.27 4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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