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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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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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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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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사품5

DUMMY

미묘하지만 대담하기 그지없다.



아직 시간은 낮. 시우와 블루베리가 방금까지 있던 골목도 그렇게 외딴곳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루를 든 괴한은 망설임 없이 납치를 한 것이다. 그 납치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시우의 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좀 전의 살찐 남자가 하는 일은 아마도 두 가지. 하나는 시우나 블루베리같이 힘을 쫌 쓰는 품팔이꾼을 찾는 것, 둘째는 뒷골목에서 홀로 있는 납치 대상을 찾는 것이다.



만약에 자신들이 아까 전의 영역 다툼에서 조용히 물러났다면 어땠을까. 하나나 둘도 아니고 세 사람이니 납치를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세 사람을 제압. 때문에 무난한 대상이라고 생각해서는 납치했겠지.



"쓰읍"

"차라리 저 경우는 실험체로 납치당한 경우가 더 낫겠습니다."

"뭐?"

"남자 둘, 여자 하나였죠?"

"그래."

"실험체가 아니면 여자는 지하 사창가에 팔리겠고, 남자들은 깊숙한 광산 같은 데 갈 검다. 둘 다 햇빛을 볼 일은 없다는 건 똑같슴다."



반면에 실험체가 된다면 영혼을 강제로 주입당하는 과정에서 사망. 요컨대 사형과 사형에 가까운 장기 징역의 차이다.



알면서도 일단은 무시할 수밖에 없다. 괜히 지금 나섰다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해지니 말이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지만 그게 현실로 다가오니 시우의 입 속이 씁쓸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러한 현실을 완전히 회피할 수는 없다. 때문에 적당히 주의를 돌릴 주제를 꺼낸 시우였다.



"다른 도련님이나 아가씨라면 어떻게 반응해?"

"경우가 너무 많아서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슴다. 키잔트헤임의 영향권이 있는 곳, 그렇지 않은 곳만 하더라도 환경의 차이가 나지 않겠슴까?"

"그건 그렇겠네."

"뭐, 그래도 공통된 행동을 이끌어내도록 주인님이 의도하는 바는 있슴다."



사회적 신분이 일개 시민에 가까우면 말단들을 무시하고 최대한 빨리 우두머리를 치도록, 위쪽의 지도층에 가까우면 우두머리에 집착하지 말고 말단의 말단부터 차근차근히 뿌리뽑도록.



이건 어디까지나 순수한 본인의 힘 만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 자녀들에 한정되어 있다.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지침이 또 존재한다.



"큰 맥락은 그렇지만, 그 선택하는 방법은 본인의 자유라는 거군?"

"그렇슴다. 유전 때문에 비슷비슷한 방향으로 가지만 말임다. 주인님이 그냥 파랑-블루의 볼펜이라면 도련님, 아가씨들은 스카이블루/마린블루/아쿠아마린/울트라마린...의 만년필, 깃펜이란 느낌임다. 너무나도 확 다른 크림슨레드의 색연필이라면 모를까, 어중간한 경우는 거의 없슴다."



그리고 잠깐 시우를 살펴보는 블루베리였다.



"내가 그 어중간한 경우야?"

"이제 시작이고, 이제 하나인데 결과물이 뭐가 있슴까. 도련님은 이제 손을 움직이는 단계임다."



머쓱



"다만, 다른 쪽으로 생각할 여지는 있슴다."

"응?"

"주인님의 나이가 나이인데, 피로만 맺어진 가족만 있을 리가 없잖슴까. 저만 해도 그렇고."



가령 블루베리는 중간에 합류한 가신인 동시에, 제자이며, 세세하게 따지자면 반 쯤 입양된 자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자식이라고?"

"본격적으로 철들기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철이 들고 난 다음에 주인님이 부모님의 역할을 약간이지만 대신해 주셨슴다."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잊어버린 시우.



정작 시우의 할 말을 잊게 한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본 주제로 말을 돌렸다.



"신기한 건 정작 주인님의 친 자식들인 도련님, 아가씨들은 유사품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검다. 반면에 저는 들었슴다. 도련님이 보기에는 어떻슴까?"

"그건 그냥 당하는 사람의 트집 같은데."

"어- 그것도 맞기는 한데."



인성질을 당했으니 욱 하는 마음에 되는대로 외치는 거겠지. 다만 친자식들에게 그랬다가는 칭찬으로 듣는 동시에 속 터지는 말 만 들을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게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거기다가 부모에게 당한 대로 자식에게 또 당하는 걸 인정하는 꼴, 스스로 비웃음을 사는 일이다. 이런 사실은 제쳐두고 블루베리에게 집중해서 다시 답을 말하는 시우였다.



"너는 어중간하지. 형과는 확실히 달라. 빨강이 섞인 보라색이나, 노랑이 섞인 초록색처럼 말이야."

"그렇게 느꼈슴까."

"너는 상대방보다 압도적이라고 해도 명색이 마왕인 녀석들과 11대 1로 싸울 것 같지는 않거든."

"예시가 좀..."

"틀려?"



예시가 좀 크기는 했지만 틀리진 않았기에 블루베리가 드물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 시우가 말했다.



"그런데 나는 형의 방향성과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든 어중간하군."



말단들을 무시하긴 했지만 최대한 빨리 우두머리를 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로 우두머리에 집착하지 않고 말단부터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손시훈이 머리나 꼬리를 하나를 명백하게 치는 것에 집중하면, 자신은 한 번에 몸통을 움켜쥐려고 하는 꼴. 그래도 한 번 발을 내디딘 이상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생각한 시우는 어깨를 쭉 폈다.



"일단 이 상황에서도 배는 채워야 하니까 뭐라도 일거리를 찾아보자. 포리어 시리즈로 배를 채우는 건 좀...."

"힘들검다."



블루베리의 말대로 힘들었다.



도시의 일자리는 물자와 사람이 오고 가면서 발생한다. 그런데 미묘하게 사람과 물자는 들어오는데, 나가지는 못하니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령 갑자기 수레의 바퀴가 빠진다던지. 물건에 이상이 생긴다던지. 운송 책임자가 병을 호소한다던지.



물론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는 흑막은 자신이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것. 굶을 수는 없으니 비상식량인 포리어 2호라는 것을 준비했지만 그 맛은 나무껍질을 벽돌처럼 굳힌 맛이다.



그걸 순순히 씹는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시우는 이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열심히네..."

"해방자님의 동생분이 사람을 구하겠다고 하는데, 당연한 것 아니겠슴까. 고마워 죽을 것 같지 않슴까?"

"다른 이유로 죽을 것 같은데."



꽤 힘들게 일자리를 얻은 지 3분, 바로 눈 앞에서 르포틴 산에서 온 사제의 '실수'로 그 일자리가 날아갔다.



덕분에 나무껍질을 씹으면서 기근을 버티는 빈민 체험을 하게 된 시우였다. 허기만 간신히 벗어나는 나무껍질과는 달리 이건 영양분은 풍부하니 반쪽짜리 체험이라는 블루베리의 말은 덤이다.



그렇게 이틀, 뒷골목의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시우와 블루베리는 또 그 살찐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자네들, 잘 버티고 있구먼? 요새 벽돌 조각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자네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했나 보군. 잘 됐어."



동시에 골목 바깥에는 미묘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자신들을 납치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보이는 건 이틀 전과 다를 바 없는 건장한 두 청년. 그래서인지 아래로 내려가 꿈틀거리던 손은 별다른 지시를 내리고 있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요."

"그런 자네들을 만난 나도 운이 좋아."

"왜? 싱싱한 노예들을 잡을 수 있어서?"



먼저 치고 들어오는 블루베리였다. 여자긴 하지만, 웬만한 남성은 때려잡고도 남을 팔뚝을 드러내며 위협하는 그녀. 시우 또한 블루베리에 맞춰서 손을 푸는 모습에 살찐 남성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말했다.



"왜, 왜 이러나.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으로 보이나?"

"잘 알면서"

"그래, 잘 알지. 이 구석이 원래 그런 구석이잖나? 자기 일만 사람이 죽든 말든 알 바가 아니니까."



시우와 블루베리가 사람이 납치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것을 돌려서 지적하는 남자였다. 하긴 바로 옆에서 지나쳤는데 완전히 모르는 척을 하는 것도 우습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 방관은 죄가 아니니 위병에게 신고하겠다는, 정석적인 허세를 부려보는 시우. 그러자 살찐 남자는 불가능하다는 듯이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신고? 자네들이 신고하겠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믿든 안 믿든 움직일걸? 이 도시에 해방자의 동생인지 뭔지 하는 사람도 와 있으니까."

"그러니 신고를 못 하지. 해방자의 동생이 있는 이 도시에 자네들이 신고를 한다고? 마왕님의 잔당들 주제에?"

"?"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모양이다. 말로는 안 될 것 같으니 주먹을 좀 더 높이 들자, 살찐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이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보아하니 말단이라도 장교였던 모양인데, 나는 그저 줄을 잘못 탄 상인이야!"

"해방자의 동생에게는 별 다를 바 없을 걸?"



별 다를 바가 아니라, 시우는 이 쪽이 더 악질이라고 생각했다.



마왕의 잔당이라고 해도 조용히 살아간다면 굳이 시우는 건드릴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은 마왕이 죽고 나서도 인신매매 같은 짓으로 살을 찌우고 있다.



거기에서 나오는 혐오를 자연스럽게 얼굴에 드러내는 시우를 향해서 살찐 남자는 역겨운 웃음을 지었다.



"별 다를 바 없다면 사이좋게 목에 밧줄이 걸리는 것보다, 다시 옛날처럼 먹고사는 게 더 좋지 않겠나?"

"지금 니놈을 배신자 유지들에게 팔아넘겨도 될 것 같은데?"



살짝 몰입한 시우의 연기가 생생했는지, 바로 괴한들이 골목에 들이닥쳤다.



마왕의 잔당이니 말을 한대로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다. 다들 들고 있는 건 일상생활하고는 거리가 먼 몽둥이. 반면에 이 쪽은 빈 손인데도 괴한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상당했다.



보아하니 저 쪽은 평범한 건달들. 이판사판으로 나올 수 있는 쪽도 아니니 떨 수밖에 없다.



"들어봐. 우리끼리 싸워서 좋을 건 없어.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수 있을 것 같나? 해방자의 동생뿐만이 아니야."



지구에서 온 다른 헌터들의 활약을 잠깐 늘어놓는 남자였다.



원래는 양아치였지만, 블루베리의 충격 요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럭저럭 치안을 안정화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예시를 들면서 결국은 도망치다가 죽을 운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순수한 악담은 아니다. 나도 죽고 너도 죽는다는 표현이 섞여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라는 거야?"

"손을 합쳐야 한다는 거지. 마왕님이 죽은 뒤에도 그럭저럭 살 만한 이 도시에, 르포틴 산의 땡중들이 들이닥치고 있어. 이대로라면 사이좋게 르포틴 산에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의 먹이가 될 걸?"



잠깐 르포틴 산의 장례 풍습이 풍장(風葬)과 조장(鳥葬)인 걸 떠올리는 시우였다. 그 사람들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마왕의 잔당들은 죄인이니 깔끔히 교수형을 한 다음 정화를 한답시고 시체는 불로 태울 것이다.



아무튼 손을 잡자고 덥석 잡을 수는 없다. 간단히 일자리를 준다고 했다면 모를까, 마왕의 잔당 운운을 했으니 살짝 몸을 빼야만 한다. 그래서 주먹은 아래로 내린 채 괴한들의 어께를 밀치면서 빠져나가려는 시우와 블루베리였다.



"말단인 너희는 모르겠지만, 마왕님에게는 숨겨진 아들분이 있다고 하더군."



그를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말이 나왔다.



'어떻게 생각해? 진짜로 숨겨진 자식이 있는 걸까, 아니면 말을 그렇게 돌리는 걸까?'

'저 녀석은 그렇게 알고 있을 검다.'



전음과 마법으로 대화를 하느라 잠깐 멈춰선 두 사람을 향한 말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마왕님의 아드님에게 그 힘을 물려주려 한다고 하더군. 솔깃하지 않나? 예전에 잘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거야."

"그래봤자 해방자가 돌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마왕은 패배자야, 단순히 그 힘을 물려 받은걸로 해방자를 이기는 건 불가능해."

"해방자를 직접 보기라도 했나?"

"앞으로 나가는 방향의 바로 옆에 우리가 있었지."



손시훈이 마왕을 향해서 쭉 직선으로 진격한 건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자 잠깐 남자의 몸이 굳었다.



그래도 다시 기가 살아난 남자를 향해서 블루베리는 장사치 주제에 너무 나댄다는 말을 해주었다.



틀린 말도 아니다. 말단의 장교라고 하도 연줄이 닿은 상인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지적했는데도 당당했던 남자는 한 박자 하고도 조금 더 늦게 움찔거리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명백히 자신들 때문은 아닌 반응. 시우가 갑자기 느끼기 시작한 등 뒤의 새로운 기척 때문이다. 그 기척에 등을 돌리자 시우는 골목길을 혼자서 채우고 있는 덩치를 볼 수 있었다.



"맞는 말이지. 장사치 주제에 말이야."

"저기, 저 케르베한 님."

"죽여라."

"예, 예?"



살짝 얼빠진 목소리. 그 목소리를 내뱉은 남자를 향해서 거친 몽둥이질이 시작됐다.


작가의말

좋은 주말 되세요


+약간의 조사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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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소감 20.09.23 2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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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바캉스3 +1 20.09.18 32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8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8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2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29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0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7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8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6 0 13쪽
»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39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6 1 14쪽
101 유사품2 20.08.25 32 1 14쪽
100 유사품1 20.08.24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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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예지와 예측3 20.08.20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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