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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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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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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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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사품1

DUMMY

"복제인간이라"

"과학과 마법을 합친 방법 중 가장 빠르게 불로불사에 도달하는 방법이죠."



이론은 간단하다. 육체가 지나치게 노화되거나, 손상이 될 경우 복제한 예비 육체로 영혼을 옮긴다. 지속적으로 영혼을 통해서 육체를 강화하고, 그 강화한 육체를 다시 복제해서 영혼을 옮기고...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문제가 있다면 가벼운 윤리적인 논쟁점이 끝. 지구에도 있는 생명공학과 윤리의 문제점이 있다. 이건 마왕의 경우에는 없는 패널티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다른 마왕들은 왜 하지 않았을지 궁금한 방법.



그러나 이 방법에는 몇 가지 결점이 있다.



강화를 조금씩 한다고 해도 완전히 새로운 몸이 아닌 같은 몸에 계속해서 영혼이 빠졌다가 들어갔다가를 반복하는 꼴.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영혼과 육체 양 쪽이 모두 피로가 쌓이고, 육체는 혼을 거부하며 썩게 되고 영혼은 자극에 둔감해진다.



나중에 가면 차라리 타인의 몸에 빙의한 부활만도 못한 결과물이 나올 수 도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점을 얼마든치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연구를 할 필요가 있는 방법이다. 본인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고 살아 있었다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루베리에게 활활 불타서 죽어버린 이상 반쯤 허무해진 이야기. 그래도 완전히 부질없는 짓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마경태였다.



"근데 이게 원래는 또 다른 단점이 되는 거 아닌가요?"

"단점이죠."



주인 없이 육체를 마구잡이로 복제해서 사용한다는 것. 이것이 복제 연구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정말로 극단적인 경우 주인보다도 더 재능 있는 영혼이 육체의 재능을 개화시켜 자리를 빼앗길 위험이 있다.




설령 그 정도는 아니어도 마왕과 똑같은 몸을 가진 존재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건 영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 드문 가능성에 비하면 지금 마왕의 잔당이 하고 있는 행동은 좀 더 착실하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새로운 마왕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아직 마왕이 영혼까지 죽었다는 걸 모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혼까지 불태웠다며?"

"환경 보호를 위해서 힘 조절을 했거든요. 겉과 속이 있다면, 속은 활활 타도, 겉은 반만 탄 상태입니다."



즉, 새로운 마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왕을 부활시키고 있는 걸 실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영혼의 상태가 좋지 못한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제나가 예지로 본 모습도 그럴 가능성을 담고 있다.



시우와 마왕과 비슷한 무언가가 싸운 장소는 이미 파괴된 마왕성과 상당히 흡사하다. 자기들 딴에는 부활한 마왕의 기억 복구를 위해서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마련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게, 이 지역 어딘가에 있고."

"정확한 장소는 여기가 아니었지만요.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니야. 솔직히 모든 걸 다 예측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



제나의 예지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는 것에는 블루베리의 예측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 지역에 마왕의 비밀 연구소가 건설된 건 확실하다. 단순한 건설 자제만이 아니라, 평범한 건물에는 필요도 하지 않은 고급 안료까지 들어왔다.



다만 그것을 사용한 건물이 블루베리가 예측한 장소에 없었을 뿐이다.



예측 자체는 일리가 있었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본 들불의 흔적은 굉장히 어색하다. 반듯하게 선이라도 딱 그은 것처럼 불이 난 장소와 나지 않은 장소가 구분된다.



이건 굳이 제나가 예지를 쓸 필요가 없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 불을 지르고, 불이 꺼진 다음에 무언가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한 근거로 한 행동이었다.



물론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다. 이를 모를 리가 없는 블루베리는 가볍게 인상만 찌푸렸다. 그런 그녀에게 제나가 말했다.



"다른 장소도 저희 집안과 몇몇 유지 분들이 찾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그렇게 촉박하지는 않을 거예요."


"르포틴 산의 수도승들도 찾고 있을 거야. 별 일 생기겠어?"



그걸 제안한 건 블루베리였다. 예지와 예측으로 행동을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일리 있는 말이라 이 지역의 조사는 제나의 가문이 가진 인맥과 시우가 보낸 편지를 통해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정보도 대충 마왕이 비밀리에 숨긴 비장의 한 수라고 거짓말은 하지 않은 수준이라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지에 따르면 시우와 복제된 마왕의 육체가 싸우는 장소는 건물의 중심. 어찌 됐든 때는 맞출 수 있다.



"여러 가지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미리 특성화 교육을 받는 편이 더 좋겠군요. 그럼 빠르게 시작합시다."



날은 살짝 저물고 있다. 딱히 이동하기에는 애매한 시간. 할 것 없이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좋다는 건 당연하다.



살짝 갑작스럽긴 해도, 원래 성격이 이랬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능청스러운 블루베리나, 철두철미한 시를라 틴 캅생트나 어느 쪽이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 그와 별개로 시우는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훈련의 필요성은 그렇다고 쳐도, 단순한 단련이 더 좋지 않겠어?"



손시우는 어떻게 짧은 시간에 강해질 수 있었나.



본인의 재능도 훌륭한 편이지만, 역시 손시훈의 영혼, 정확히는 영의 일부가 시우에게 복제되었기 덕분이다. 시우에게 있어서 단련이란 형의 영혼을 통한 간접적 복습과도 다름없으니까.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시우는 단순히 단련의 강도를 높인다면 모를까, 특성화 교육이 필요할지 의문이었다. 영혼이 없으니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인데, 개성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전통은 무시할 바가 없으니까요. 성도 그럭저럭 복원하는 녀석들이면 대대로 내려오는 기술도 당연히 있겠지요. 카푸스의 경우처럼 말이죠. 다행히도 마왕의 체격은 저랑 비슷하군요."



도플갱어나 자신과 똑같은 수준의 슬라임이라면 더 좋았을 거라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것 치고는 자연스럽게 입고 있는 복장의 형태를 바꾸는 블루베리였다. 살짝 날렵한 동시에 거친 인상을 주는 갑옷과 양손검. 마왕이라는 이미지가 바로 들지는 않지만, 악역 기사라는 인상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다.



"본 게 얼마 없어서 유사품 수준이지만, 어차피 상대도 유사품이니 충분하겠죠. 그러고 보니 진짜 기사의 상대는 처음이군요."

"생각해보니 형은 지구에서 생각하는 기사 하고는 좀 거리가 멀지?"



블루베리가 처음 소개할 때 했던 말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기사의 삼요소로 무기, 말, 종자가 있다는 이야기. 전후사정도 있으니 평생을 기억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건 평상시의 저처럼 답해야 하는 질문 같습니다만."

"...내가 잘못했어."

"진지하게 말해드리자면 넓은 의미의 기사에 들어갑니다. 외형과 기술은 무공 사용자지만, 동기와 결말은 기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잠시 고개를 돌려서 모두를 보는 시우였다.



진지하게 답한 게 맞는지 그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시우가 본 건 아눕롤을 빼고 다들 비슷비슷한 '그런가?'라는 표정이었다.



"맨 앳 암즈(Man-at-arms)와 편력기사(遍歷騎士, 나이트에런트 - Knight errant)사이의 무언가라고 인식하면 되겠군요. 유럽의 기사도 문학에 나오는 기사는 낭만적인 모험을 그립니다만, 대다수의 선량한 편력기사는 과격한 방식으로 자기 지역의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치안 행위를 한 것이 현실입니다. 주인님은 단지 그 범위가 좀 커서 무림인과 구별이 잘 안 되는 것이죠."



좋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이제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익숙해졌으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일단은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게 우선이다.



우선은 단순히 맨 몸으로 상대를 해보자. 기사가 어떻게 싸우는지를 자신의 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똑같은 기량이라면 창이 칼보다 조금 더 유리한 건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는 사실. 아주 자연스럽게 준비된 창을 쥐고 블루베리의 앞에서 자세를 다잡는 시우다. 그를 향해서 블루베리가 말했다.



"칠십이파검이나 삼재검법을 기준으로 두고 대응하면 곤란합니다. 직접 경험하면 더 잘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그럼"



좀 전의 유사품 운운한 것이 무색하게 바로 싸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단순히 동작을 잡는 것 만으로 분위기를 붙잡은 것이다.



두 다리는 언제라도 뛰쳐나가기 적합하게 살짝 낮춰서 균형을 잡고, 양 팔은 머리 높이로 들어 올려서 시우를 겨눈 자세.



자세의 끝에는 날카롭게 뻗어진 칼이 정확히 시우의 머리를,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을 겨누고 있다. 비록 연습용 가검(假劍/Imitation Sword)이지만, 저 칼이 자신의 인중을, 칼끝을 살짝 움직여 위로는 미간, 아래로는 목 한가운데를 꿰뚫는다는 상상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긴장감으로 침을 한 번 삼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받아칠 수 있어.'




긴장은 할 수 있어도 떨 필요는 없다. 받아치는 것 정도는 자신이 있다. 란나찰은 그런 창술.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고 찔러서 마무리한다. 머릿속으로 침착하게 그 사실을 명심하며 시우는 자신을 향해 달려들어오는 롱소드에 집중했다.



기사라는 무거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생각 외로 치고 들어오는 속도가 빠르다. 파도를 타듯이 몸을 살짝 아래에서 위로 튕기는 반동에는 날뛰는 황소처럼 생기가 차 있었다.



블루베리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는 밖으로 휘둘르는 란창으로 막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파고 들어오면 안으로 눌러 막는 나창으로 막아야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특별히 대단하다고 할 구석은 없었다.



본격적인 시작은 시우가 나창으로 블루베리의 칼날을 누르는 순간에 일어났다.



'파고 들어온다.'



황소처럼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이어, 칼날을 비틀어서는 칼의 넓적한 면으로 창대를 파고 올라온다. 마치 창대위에 칼을 올려놓고는 가볍게 문지르는 움직임이다.



이래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을 써서 밀어낼 수밖에 없다. 진검을 상대로 이 상황에 힘을 망설였다가는 창을 쥔 손가락이 달아날 테니 말이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란창으로 제치고 찰창으로 찌르는 것. 그 계획과는 다르게 나창을 두 번이나 휘두른 다음에야 간신히 블루베리의 공격을 떨쳐낼 수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들어간 힘에 벌써 팔이 살짝 뻐근하고, 숨이 살짝 찬다. 그를 진정시키는 시우에게 블루베리가 소감을 물어보았다.



"하나 그리고 반 수 더. 그래도 대충 기사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했을 것입니다. 어떠셨는지요?"

"찰창으로 찔러도 별 타격은 안 갔겠지?"

"그렇겠죠. 거리가 모자라니까요."

"형을 왜 기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겠어."



자신의 방어력을 믿고 적을 향해서 거침없이 파고든다. 공격이 시작되면 신중보다는 과감함이 우선. 딱 손시훈이 아닌가.



"추가하자면 공격의 유기적인 연계입니다."



찌르기를 누르듯이 막아내자 바로 파고들어 베는 동작이 연계된다.



"무공 사용자들은 기사들의 움직임을 딱딱하다며 폄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사실 유기적인 연계는 기사들이 한 수 더 위입니다."



무공의 초식은 움직이는 동작의 단위로 구분된다. 반면에 기사의 움직임은 멈춘 한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자세와 자세는 딱딱하지만 그 연계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자유도의 측면에서 더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홍류선법의 자유도는 그럼..."

"기사 쪽의 영향이 있어서겠죠."



무지개의 무늬, 기술의 성격, 행하는 방법으로 분류했지만, 초식의 구체적인 동작은 정해져 있지 않다.



"홍류선법이 무공사용자였던 형을 기사로 만든 건가..."

"글쎄요? 호기심에 여쭈어 보았더니 잠시 고민하다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럼 이걸로 기사가 어떻게 싸우는지는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마왕의 싸움을 알아야 할 차례. 힘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 적운흉풍에 탄 시우는 바로 블루베리의 검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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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30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3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1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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