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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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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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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

DUMMY

시우는 잠깐이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려는 자신의 선택에 회의감을 느꼈다.



단순히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으로 영혼을 옮기는 것도 결코 윤리적인 장면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을 봤으니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



말단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이런 일에 협조하는 이들을 위해서 결투를 하는 게 옳은 짓일까?



그리고 정찰에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자신이 처음 한 선택을 더 밀고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한 시우였다.



"블루베리."

"네"

"너와 카푸스 사이의 일을 자세하게 듣고 싶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말임까?"

"그래."



손시훈의 평가에 따르면 블루베리가 카푸스보다 강한 건 사실이다. 다만 시간이 질질 끌릴 수 있었던 것이 단판승부로 끝난 것은 일종의 계약 때문이다.



그 계약을 잘 활용한다면 더 이상 부활은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맹세와 계약을 말하는 게 맞습니까?"

"마나 때문에 못 써?"



말투가 진지해지자 그런 가능성을 고려하는 시우였다. 하지만 그쪽의 문제는 아닌지 블루베리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흠..."



살짝 멀리까지 올라가는지 바로 말을 시작하지 못하는 블루베리였다. 그래도 딱히 답답하지는 않았다. 명색이 S랭크 이상인 사람들끼리의 결투에 사용된 계약이다. 이 정도쯤은 복잡함 정도는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시우에게 블루베리는 간단한 비유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콩을 심은 땅은 비옥해진다. 이는 쉬운 상식이니 알고 계시겠죠?"

"콩과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일반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질소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지."

"적합자와 비적합자의 차이가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차이가 있다면 콩은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질소를 사용하게 하지만, 적합자는 스스로 마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적합자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법이 마나의 계약과 관련된 마법입니다."



가장 가벼운 수준이 사고력의 중심인 뇌, 혹은 생명력의 중심인 심장을 매개체로 쓰며, 혼백, 나아가 영혼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더 이상 부활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혼백이나, 영혼 단위의 계약을 해야겠지요. 영혼의 소유권을 도련님이 가져야 할 테니까요."



덧붙여서 카푸스 사이의 결투와 계약까지 블루베리는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좋아 보였다. 해방자의 동생이 마왕과의 결투에서 승리해서 영혼을 차지했다.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 더 이상 마왕이 이 세상에 나타난다는 것은 꿈도 못 꾸게 될 것이다.



외적으로는 단 하나의 문제도 없어 보이는 해결법. 그렇다면 블루베리가 말하는 문제는 내적인, 영혼을 가지게 될 시우에게 생길 수 있는 일들이다.



"복구는 되었지만 이미 박살난 영혼이잖아?"

"완전한 상태의 영혼이나, 완전히 박살난 상태라면 모를까, 어중간해서 더 문제죠. 그건 방사능 덩어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한 상태의 영혼이면 방사능을 풀풀 뿌리는 상태라도 밀폐가 되어서 안전하다. 반대로 박살이 완벽하게 되었다면 그건 건드리지만 않으면 무해한 납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중간한 상태라서 시우의 인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게 현재 상태다.



"그 범생이, 카푸스라면 더 길게 경고를 하겠죠. 주인님의 영혼이 복제된 것이랑, 마왕의 영혼을 가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심장이나 뇌 수준의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 이게 네 생각이지?"

"그렇습니다. 걱정하는 바는 이해가 갑니다만, 어차피 이 세상에 생길 합리적인 수준의 문제는 이 세상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그걸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요. 솔직히 카푸스를 봐요. 불쌍하잖아요?"


'카푸스가 불쌍한 건 네 책임이잖아...'



우선 카푸스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분석해보자.



결투에서 블루베리와 카푸스가 건 계약은 정확히 다음과 같았다.



마나와 심장에 맹세하고 모든 것을 건 단 한 번의 마법으로 승부를 본다. 졸렬한 게 있다면 블루베리는 시비를 걸때는 단 한 번의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고, 계약을 할 때는 마법이라고 은근슬쩍 표현을 바꾼 것.



덕분에 카푸스는 블루베리가 대놓고 반격을 하는데도 별 다른 수를 쓸 수 없이 맞아야만 했었다. 승부를 보는 중에는 단 한 번의 마법밖에 쓰지 못하는 게 규칙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카푸스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블루베리와의 계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계약에는 승부의 승자에게 패자는 명령 3가지를 들어주기로 혼백에 걸어버렸다.



심장이나 뇌였다면 약간의 우회책이라도 썼겠지만, 혼백에 걸린 명령이라 무의식적으로 아니꼬우면서도 도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혼백이 아니라 영혼까지 걸었다면 아니꼬우면서도 도우는 게 아니라, 도우는 걸 자연스럽게 여겼겠지?"

"그건 제가 더 찜찜해서 일부로 혼백에 걸었슴다. 차라리 불만을 가지는 편이 자유의지는 남겨둬서 더 양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슴까?"

"먼저 속이는 시점에서 양심적이지 않지만 말이야. 형이 진짜 니 성격을 많이 망친 것 같아."



적운흉풍도 '우리 후배,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라는 표정과 시선이다. 그것이 무안한지 블루베리는 헛기침을 내뱉고 말했다.



"아, 아무튼. 저는 심장과 뇌 수준의,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하면 머리와 가슴에 맹세하는 수준을 추천 드립니다. 일부로 살짝은 빠져나갈 구멍을 주는 것이죠. 궁지에 물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나 이외에도 여러 문제를 적절한 선에서 막기 위해서인가."

"그렇습니다. 설령 시연 아가씨라고 하더라도 전 혼백 수준이라면 모를까, 영혼 수준의 맹세와 계약은 만류했을 겁니다. 마왕의 영혼은 함부로 가질 게 못 됩니다."



블루베리의 말에서 글자만 몇 개 바꿔보자.



마검은 함부로 가질 게 못 된다. 그것도 어느 정도 파손된 마검이라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자 시우는 약간의 아쉬움을 억누르고 깔끔히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이 처음 원했던 건 블루베리의 표현대로 머리와 가슴에 거는 마나의 맹세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그것으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가져오는 것이다.



널널하게 빠져나가려면 마왕을 부정하면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이상 죽은 마왕의 이름을 걸고 이 세상을 위협하는 자들은 없겠지. 이것으로 충분하다.



도련님이 이렇게 완전히 납득하는 걸 본 블루베리는 그럼 마지막 특훈을 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서?"

"간단한 검다. 가벼운 말재주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흔들 수 있는지, 그런 걸 말하는 검다."

"푸르르르"

"아가씨에게도 가르쳐 준 거니까! 괜찮슴다, 선배님!"



이 일이 끝나면 오래간만에 동생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이유가 생긴 걸 알게 된 시우였다.



서로 힘든 일을 끝 마쳤으니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겠지. 자신이 지금 동생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처럼 동생인 시연 또한 자신이 블루베리와 잘 지냈을지 궁금해할 것이다.



그전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일단 들어본 시우는 몇 번이나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려는 탄성을 참아야만 했다.



단순히 사람을 비웃는 수준이 아니다. 싸우는 상대방이 정신승리도 하지 못할 만큼 처절하게 박살내는 화법. 그건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에 맞춰서 움직이는 또 하나의 생체 병기나 다를 바 없었다.



한 사람의 혀를 마검으로 바꾸는 기술이 있다면 딱 이런 기술일 것이다. 너무나도 노골적이라 시우는 자신의 동생이 이것만으로는 딱히 망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유익하지만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은 블루베리의 강의가 멈춘 건 외부의 힘 때문이었다.



"아눕롤인것 같슴다."

"아눕롤이라고?"

"키잔트헤임에는 저도 몇 번 가봤슴다. 이건 아무래도 침투형 포격 형태인가 봄다."

"침투형 포격?"

"마법으로 벙커버스터를 쏜다고 생각하시면 됨다. 아니고서야 압박할 방법이 없지 않겠슴까."



말을 하자마자 건물이 또다시 흔들린다. 시우가 있는 곳 까지는 닿지 않을 것 같지만, 이만하면 위쪽의 통로는 금세 다 박살이 날 게 뻔했다. 블루베리도 그게 걱정되는지 낮게 중얼거렸다.



"적당히 해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슴까? 이런 때는 전이마법으로 나가는 것보다 걸어 나가는 게 더 폼나는 법임다."

"어쩌면 나를 형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 일리있슴다!"



자신의 형이라면 깔끔하게 마왕의 복제품을 죽이고 빠져나온 다음, 아눕롤에게 완전히 묻어버리라는 부탁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묻어버릴 때가 아닌지 쿵쿵 거리며 건물을 때리는 충격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자마자 시우는 방문을 쿵쿵 두드리면서 자신들을 부르는 담당 시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나름대로 허세는 부렸지만,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인지 겁에 질린 티를 숨길 수 없다. 아마도 자신들을 의무감에 부르고 있지만, 자신들이 적들을 물리친다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딱한 시종에게 시우는 갑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겁에 질린 것과 직업 정신은 별개인지 도우기 위해서 문을 열어달라는 부탁이 들려왔다.



"어떻게 하지?"



분위기를 봐서는 바로 외각으로 끌려 나가도 이상하지 않다. 뭐, 블루베리도, 적운흉풍도 있으니 난전 속에서 목숨이 달아날 일은 없겠지만, 시간이 질질 끌릴지도 모른다.



시우의 걱정에 블루베리는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심적으로 몰아붙이려면 눈에 보이는 피해가 있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러니 적당히 싸우다가 전이마법으로 빠져나오자는 제안을 하는 블루베리였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이쪽과는 달리, 저쪽은 시우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아눕롤이 폭격을 하다가 멈춘 것도 그렇다. 공격이 시작돼도 저쪽은 원거리 마법을 쏟아부을 뿐, 소극적인 공세를 진행시킬 것이다.



죽어도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말단 장교에겐 그게 자연스럽다.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문을 열자 시종들이 우르르 시우와 블루베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서는 갑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어지간해서 입지 않는 중갑. 헌터들이 경갑을 선호하는 건 중갑의 가격이나 수리 문제도 그렇지만 입기 불편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렇게 몇 명이서 도와주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니 말이다.



그러나 단순한 중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덧대는 게 많았다.



"바로 전장에 나가는데 이건 좀..."

"새로운 마왕님의 앞에 가시는 게 우선이에요!"

"뭐?"



어떻게든 영혼을 잘 복구시켰는지 요격에 선봉에 선다는 마왕. 일단은 대규모 보호막을 전개하여 버티는 동안 즉위식을 올린다는 말을 하는 시종이었다.



"위기일수록 정통성을 잃을 수 없다는 소리인가."

"그런 거겠죠?"



살짝 비꼬는 시우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종들의 눈동자에서 조직에 퍼져있는 광기가 느껴진다.



"그럼 이제 너희들의 새로운 주인님이 제대로 탄생하는 거겠구나."

"네! 그렇죠! 장군님도 기대되시지 않아요?"

"장군님이라."

"이렇게 힘든 때인데도 마왕님을 모시기 위해서 달려왔잖아요. 시종장님께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마왕님을 향한 충성심이 제일 중요하댔어요!"

"그런가.."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



마음이 갑갑해지는 위로다.



그 위로를 들으니 마왕과 싸우는 건 자신이 있어도, 차마 그전에 앞으로 나서는 게 감당되지 않은 시우였다. 빠르게 얼굴을 덮는 그림자로 그런 기미를 눈치챘는지, 시우의 머릿속에 블루베리의 목소리가 퍼졌다.



'역시 신하인 척을 하다가 정체를 드러내는 건 무리이지 않겠슴까?'

'그래.'

'마나를 집중해서 아눕롤에게 적당히 포격요청을 하겠슴다. 저희가 가는 통로를 적당히 타격해서, 저희가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말임다. 시종들을 적당하게 밀치고, 포격이 저희를 덮치면 좋지 않겠슴까?'

'고마워'

'아님다. 이게 제가 원래 하는 일임다'



지금만큼은 이 가벼운 블루베리의 목소리 톤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시우였다. 그 가벼운 블루베리의 목소리하고는 달리, 일처리는 무겁지만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즉위식을 위해서 이동하는 중 절묘하게 일행의 근처에 떨어진 포격. 시우는 블루베리의 신호와 함께 시종을 밀자마자 적운흉풍이 자신을 물면서 허상화 시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걸로 비겁한 무능력자지만 눈치있는 한 사람과, 유능하지만 눈치 없는 사람의 듀오는 사망. 이제는 다시 결투를 위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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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30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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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투 20.09.04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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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40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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