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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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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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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자들1

DUMMY

아니나 다를까 미묘한 불협화음이 생기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정말로 다행인 건 현재 의사회의 위치는 총책임자 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메인은 평화유지군, 의사회는 그를 어디까지나 지원하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시우가 느끼는 불협화음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것이었다.



그래도 들려오는 소문은 영 좋은 게 아니라 불편함을 선사했다.



"전투 훈련만 받은 민병대라고요?"

"그렇다네? 소소하게 사고를 치고 있다는데."



정말로 소소한 수준. 몇 가지는 들어보면 민간인의 입장에서는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물어볼 것들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평화유지군 소속이다.



가령 개발도상국에 가면 차라리 바가지를 쓰면 썼지, 현지인들에게 그냥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단기적인 개인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하층민들 전체가 적선에 의지하게 되며 노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바가지를 쓰면서 산 물건에는 그 물건을 만드는 데에는 노동력은 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것도 민간인과 관광객의 입장. 평화유지군의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조직이 물건을 구입한다면 모를까, 개인의 단위에서의 접촉은 꺼릴 필요가 있다.



그 개인 단위의 접촉을 갈리나 소콜로프 휘하의 헌터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인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아도 군기 또한 찾을 수도 없으니 전투 훈련만 받은 민병대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전투 훈련도 받은 적이 없사옵니다.



이 와중에 아눕롤은 정보 조회를 통해 알면 알수록 더 찜찜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해당 복장은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의 불량 청년들인 고프닉(Gopnik, Гопник)들이 주로 입는 복장이옵니다. 단순한 허세라고 보기는 힘든 게 저들은 재판에도 연루가 되어 있사온데..



아무리 봐도 날림인 단체 재판에, 결과는 무혐의 처분. 이만하면 따져볼 만한 죄는 있지만 일부로 깔끔하게 지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뒷배경을 감안하면 훈훈한 사고들만 치는 게 다행일 지경이다.



아무튼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군인이나 정예 헌터답지 않은 방식이지만 현지인들과 나름대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며, 몬스터들을 퇴치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시우가 볼 때는 진짜로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먼저 건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자꾸 자신에게 어떻게 해 보라는 압력이 들어올까? 자꾸만 선을 넘은 노력을 하라고 눈치를 주는 주변의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는 시우. 그런 시우의 눈치를 살피며 마경태가 말했다.



"나는 노력하고 있다, 시우야."

"형한테는 진짜로 불만 없어요."



마경태는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져보면 그는 시우의 몫인 선을 넘은 노력까지 해 줬다.



조직도를 보면 시우 위에 한국 지부의 책임자인 마경태가 있고, 마경태와 같은 지부 책임자들의 위에 파견된 의사회 지부들의 총 책임자가 분명히 있다. 굳이 항의를 한다면 이 총 책임자가 평화유지군의 지도부에게 전달을 하는 게 상식적인 대응이 아닐까?



세세히 논하면 의사회는 어디까지나 평화유지군에 협력하는 민간 단체. 즉, 의사회와 평화유지군은 별개의 지휘체계가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경태가 직접 갈리나 소콜로프에게 가서 부탁을 한 것이다.



똑같은 지부 책임자라도 이본 같은 경우에는 명색이 세계 S랭크 연맹 소속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마경태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B랭크의 헌터. 이만하면 조금이지만 목숨을 걸었다고 봐도 좋다. 이런 마경태에게 시우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그 감사만큼 주변에 불만이 쌓인 시우였다.



"갈리나 소콜로프는 확실히 무섭고, 이본 보네르도 무서워하면서, 나는 안 무섭다는 이유가 뭘까요?"

"그러게 말이다. 그러면서 너한테 니 형을 견제해달라는 부탁은 하고."

-대충 개인 대 개인의 입장에서 형님분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지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텍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어찌 포장을 한 아눕롤의 말에 대놓고 툴툴거리는 마경태지만 시우뿐만이 아닌 모든 일행은 맞는 말이라는 소감만 느낄 뿐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경태가 더 툴툴거리게 내버려 둘 수 있었다.



"아몰랑! 평화유지군 총 사령관이 와도 무시해! 우린 할 일 다 했으니까! S랭크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똑같은 S랭크, 못해도 A++급을 내보내면 될 거 아니야! 안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맞는 말이지만 편을 들어주기는 참 힘든 말투군, 마경태군..."



이렇게 일행이 마경태를 방치한 사이에 순식간에 끼어든 이가 있었다. 일행의 대부분은 처음 듣고, 시우는 아는 수준, 그리고 마경태는 알아야만 하는 사람의 목소리다.



그렇기에 모두의 목이 부드럽게 돌아간 반면, 마경태의 목만이 딱딱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마경태의 눈에 들어온 건 공식적으로는 의사회의 파견 목록에 없는 인물의 얼굴이었다.



차마 '여기 왜 있으세요?'라고 하지는 못해서 어버버 거리고만 있다. 이게 어딜 봐서 대한민국 지부의 책임자인지 믿기 힘들 정도로 한심한 모습이다. 차라리 아까 전처럼 뻔뻔하게 대응하는 게 낫겠다. 그런 마경태를 대신해서 카닌이 그 사람을 향해서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프 카넬리스씨."

"반갑네 카닌양, 할아버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네. 그리고 손시훈 씨에게서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눕롤씨"

-반갑습니다. 아시아 이사님. 공식 일정에는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슨 일이신가요?



분신에서 흘러나온 아눕롤의 인사에 약간 각오를 한 표정을 짓고도 몸을 움찔거렸다. 둥그런 스피커에서 예상치도 못한 교회 누나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면 웬만해서는 저렇게 반응할 거다.



그 이질적인 목소리에 흠칫한 게 민망했는지, 제프 카넬리스는 멀쩡한 옷매무새를 다잡으면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명색이 저도 S랭크니까요. 장치의 힘을 빌리고 주변의 도움이 있으면 장거리 전이마법은 쓸 수 있지요. 물론 블루베리씨나 손시훈씨와 비교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요. 아무튼 뭔가 예정하고는 조금 달라진 일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예정요?"

"일단 이본 보네르도 있으니 갈리나 소콜로프가 해골장미 출신인 것은 들으셨을 겁니다. 뭐, 싸움의 영역에서만 따진다면 불곰 출신보다 해골장미 출신의 평균치가 더 높기는 합니다."



불곰 출신들이 이런저런 안전장치가 보장된 실전 훈련을 1번 할 때, 해골장미 출신들은 실패하면 죽음이나 다름없는 실전을 5-6번이나 했다.



'패하면 죽음이나 다름없는 실전'이란 말에 과장은 하나도 없다. 현재 러시아나 그 근처 국가에 존재하는 범죄 조직의 주 수입원은 게이트 너머의 희귀 자원. 이런 배경 속에 그들은 러시아 정부나 손시훈에게 회수되기 전까지 게이트 너머의 우두머리 몬스터, 혹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병기들과 싸우며 성장했다.



그런 그들에게 조직 안의 동료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같은 조직원들은 그럼 뭐예요?"

"그건 공격하면 안 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는군요. 일반적인 동료관계와는 거리가 멀죠."

"무슨"

"혹시나 그들을 중심으로 내부의 조직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조치였다고 하는군요."



이 와중에 다행이라면 흔히 이런 범죄조직과 얽힌 여성에게 있을법한 성착취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유가 성관계를 통해서 생길지도 모르는 인간관계까지 차단하기 위해서임을 알게 되면 절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무튼 성장배경이 이 따위라 그들은 사람을 대하는데 꽤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그들이 인재긴 해도 단순히 S랭크의 힘을 보여줄 생각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런 평화유지군에는 내보내지 않을 형태의 사람들이다.



"러시아에 무슨 일이 있나 보네요."

"명색이 세계 1위의 영토를 가진 국가니까요. 하물며 러시아는 게이트가 열린 이후로 자국뿐만이 아니라 인접한 타 국가들의 돌발사태까지 통제하고 있습니다."



인력이 모자랄 수밖에. 그것은 단순히 갈리나 소콜로프와도 같은 소수 정예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다. 그녀가 이끌고 있는 헌터들 또한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든 헌터들을 확보하기 위해 해낸 생각의 결과물이다.



-하긴, 태어날때부터 범죄 조직 소속인 인간은 거의 없으니까요.

"네. 보통은 진지한 범죄자라고 부르기 힘든 양아치들인 고프닉에게 범죄 조직이 접촉하면서 영입이 시작되죠. 그 때 같은 무리였던 고프닉들을 휘하부대로 붙이는 겁니다."



해골장미들에게 있어서 어렸을 때 어울렸던 고프닉들은 상당수가 처음으로 맞이했다가 헤어진 형제, 자매들이나 마찬가지. 이런 배경설명을 들은 시우는 형도 러시아도 연맹도 참 찰떡같이 노력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갈리나 소콜로프는 해골장미들 중에서도 최상급의 인재입니다. 본인의 실력과 성격뿐만이 아니라, 휘하 부대인 고프닉 출신의 헌터들도 질이 좋죠. 결국은 이해해달라는 말이 됐지만....양해 바랍니다."

"아니에요. 사실 갈리나 소콜로프에게는 큰 불만이 없었는걸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불만이 있는 건 그걸 굳이 트집 잡으려는 다른 헌터들 뿐이었다.



제프 카넬리스는 그저 이런 일이 일어난 배경과,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러 온 것일 뿐이다. 그조차도 대부분은 형인 손시훈이 한 말을 전해주는 형태. 어쩌면 제프는 이 일로 해골장미들의 자세한 뒷배경을 처음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손시훈은 지금쯤 사태 해결을 위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괜찮은 사람을 선발한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아, 손시훈씨가 그 와중에 좀 한 가지 말을 또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무엇이죠?"

"해골장미들 중 상당수는 개명을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아무래도 가정환경이 불우하다보니 이름은 있는데 성씨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여기서 좀 뜬금없었는데 소콜로프는 하늘을 나는 매에서 온 성씨라고 하더군요."



말을 하면서 제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늬를 보았다. 충분히 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매와 모습만큼은 똑같은 크호콘펠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제프가 진짜로 봐야 하는 쪽은 하늬가 아니라 다른 쪽이다.



"음! 하늘을 나는 매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는 나쁜 사람은 없죠. 그렇지 하늬야?"

"삐이?"



정말로 우연의 우연이지만 지금은 매가 그려진 옷을 입지 않은 카닌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할아버님인 카푸스조차도 크호콘펠에 확실히 미쳤다는 평가를 내린 소녀.



그걸 드러내는 카닌의 말에 단번에 눈치챘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제프는 말을 이었다.



"러시아 정부에서 정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씨는 자신이 고른다고 하더군 카닌양. 손시훈씨의 말에 따르면 소콜로프라는 성은 직접 골랐다고 하네."

"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잘 어울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당장 달려가는 좀 아닐 것 같군. 아무튼 이만 나는 가보겠네. 너무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그 또한 나름대로 바쁜 몸. 그러나 최대한 일정을 맞춰서 지원을 할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말을 이렇게 하자마자 제프는 몸에 마법진을 두르더니 사라졌다.



아마도 시간을 맞춰서 전이마법이 발동되게 설정한 모양이다. 참 아슬아슬하게 잘 맞췄다고 생각한 시우는 자연스럽게 하늬를 품에 안고는 깃털을 빗겨 주었다.



"삑?"



평상시에도 종종 건네는 손길이지만 갑작스럽다고 느낀 모양이다. 최근에는 좀 바빠서 카닌이 하늬를 많이 보살피기도 했다. 그래도 진짜 주인이자 아빠처럼 느끼는 시우기에 하늬는 묵묵히 자신의 털을 빗겨주는 시우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를 눈앞에서 보고도 카닌은 자신의 양 손을 하늬에게 뻗고 있었다. 이건 혼자서 막지 못한다. 일행 모두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두 연장자가 바로 나섰다.




우선 마경태가 카닌의 어께를 양 손으로 가볍게 누르고, 조미선이 양손을 맞잡으면서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제프가 좀 전에 한 지금 당장 달려가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한 번 더 했다.



카닌은 아눕롤까지 더해서 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 이를 뒤에 두고 시우는 어색하게 외쳤다.



"자, 하늬야 산책가자."

"앗! 설마 단 둘이 새엄마 만나러 가는 건 아니죠?"

'형!'

"시우가 하늬의 아빠라면 엄마는 나야! 굳이 여자만 엄마가 되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시우의 빠른 전음에 반응해서 헛소리와도 같은 억지를 바로 외치는 마경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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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바캉스3 +1 20.09.18 33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29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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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결투 20.09.04 30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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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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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유사품3 20.08.26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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