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072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0.08.21 20:04
조회
38
추천
1
글자
13쪽

예지와 예측4

DUMMY

그전에, 잠깐 분위기 환기를 위해서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는 블루베리였다.



겉으로는 냉철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불만이 있나 보다. 분위기 환기를 위한 이야기는 진지한 시를라 틴 캅생트보다는 느긋한 블루베리의 톤이 더 잘 어울리니 말이다. 그래도 대충 요지가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있었다.



한 댐의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 한 쪽은 강철로 뼈대를 만든 다음 회반죽을 채워서 만들자고 했고, 다른 한쪽은 그 강의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흙과 자갈을 채워서 댐을 만들자고 하였다.



얼핏 보면 강철로 뼈대를 만든 다음 회반죽을 채워 넣은 쪽이 더 견고해 보인다. 실제로 그들 또한 총책임자에게 빈틈없이 꽉꽉 채운 이 쪽이 더 낫지 않겠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총책임자가 선택한 건 흙과 자갈을 채워서 건설하는 방법이었다.



'강철 뼈대와 회반죽을 채워넣은 댐은 겉은 완벽해 보여도 한 번의 큰 충격과 작은 균열로 무너질 수 있다. 반면에 흙과 자갈로 채워 넣은 댐은 겉으로는 빈틈이 많아 보여도 작은 언덕과 같아 덤덤하게 버텨낼 것이다.'



이어지는 말은 흰 종이에 찍은 점과 투명한 유리창에 찍힌 손자국이 더 눈에 띈다는 사실. 겉으로만 보여지는 완벽은 결정적인 순간 더 큰 빈틈을 드러낸다.



"흠."

"왜 그러시죠 도련님?"

"그게, 네가 마왕을 죽일 때, 거의 펑펑 울었다고 하지 않았냐?"



얼핏 생각해보면 이렇게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한 행동과는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은근슬쩍 그렇다는 동감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아이언 스파이더의 남매. 그 둘까지 보면서 한 마디씩 꺼내는 마경태와 조미선이었다.



"보통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을수록, 무너졌을 때 확 무너지는 법이지."

"아마 감정 조절이 무너진 건 블루베리가 압도하기 시작한 때가 아니라, 유물의 제어를 잃었을 때일걸? 맞죠?"

"네, 맞습니다."



그 순간 마왕의 죽음은 정해졌다. 이걸 고기로 비유하면 그냥 구워도 진미인 최고급 소고기쯤 될 것이다.



거기서 더해진 블루베리의 압도적인 힘과 인성질은 절묘한 감칠맛을 더하는 약간의 소금과 허브를 치는 수준. 괜히 손시훈이 '운석을 쪼개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라고 투덜거린 게 아니다.



여기까지 아는 건 예지로 본 제나와 직접 이야기를 들어서 아는 시우뿐. 원래의 시를라 틴 캅생트의 자세를 유지하며 블루베리가 목소리로 꺼낸 말은 '네, 맞습니다.' 까지라 다른 일행이 아는 것도 거기까지다.



이 상태로 블루베리는 원 주제를 향해서 다시 말을 돌렸다.



"여기 있는 기록은 완벽과 불로불사를 향한 집착을 가졌던 마왕이, 남들의 눈을 피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시작은 '기타'라는 이름으로, 다음 단계로는 아예 기록에서 빼 버렸다.



그리고 어떻게 기록에서 빼는 걸 자연스럽게 숨기느냐다. 일단은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수준의 세금의 양이 줄어들었다. 역시 처음이라서 그런지 이 실수는 김송현도 지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각 지방마다 생산량이 다르기 마련. 그런데 비율을 맞추지도 않은 것이다.



"바보는 아닌지, 단번에 여러 실수를 수정했지만요."



몇 년이 지나서 '대규모 들불로 인한 생산량 감소'라는 구체적인 문구와 함께 세금 수입량이 감소했다. 실제로도 들불이 나기는 났을 것이다. 물론 자연적인 들불이 아닌, 은폐를 위한 마왕의 의도적인 들불이겠지.



그 들불이 일어났던 곳에 새로운 연구소가 새워졌을 것이다....까지가 블루베리의 예측이었다.



"지금까지 예지와 추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을 했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이 예측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예지를 해야 할 때죠."

"치료를 겸해서 다시 제 힘을 써야 할 때란 말이군요."



정해진 시간의 낮잠은 기면증뿐만이 아니라, 수면장애의 공통된 치료법. 자신이 원하는 때에 잠들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다. 제나의 경우에는 일정한 시간에 예지를 사용해서 힘을 제어하는 효과도 겸으로 가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경태의 치료가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는 금새 스스로의 힘으로 잠들 수 있었다. 그러자마자 마경태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래도 되는 거 맞아요?"

"뭐가 말이죠?"

"단순히 예지와 예측을 합치는 수준이 아니잖아요. 단 둘이 있었을 때의 대화를 어쩌다가 들었는데, 제왕학 교육이던데요?"



방금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세금 사용의 분석을 통한 예측은 정치인의 감에 가까우니 말이다. 제나가 평범한 집안의 여성이 아니라, 유지 집안의 여성인 것을 생각해보면 마경태의 걱정은 조금 일리가 있었다.



이러한 걱정에 블루베리의 첫 반응은 미소. 블루베리가 아닌, 시를라 틴 캅생트가 보여주는 섬뜩한 미소에 아눕롤을 뺀 일행 모두의 몸이 굳고, 마경태는 반사적으로 시우를 향해서 외치기 시작했다.



"시우야! 내가 잘못했다! 살려다오!"

"...일단 들어보죠?"

"듣고 싶지 않아! 저 표정은 말이야, 진지하게 기밀을 말해버릴 표정이라고!"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저기, 저는 빠져도 괜찮겠죠? 저는 의사회 직원이 아니라, 의사회의 파트너쉽 헌터잖아요."



이 와중에 제나가 잠들었다고, 목소리 톤을 살짝 낮춘 건 대단하다. 그렇게 비는 마경태와 마경태를 추궁하는 조미선, 살짝 빠지려는 최윤주의 모습을 보면서 시우는 눈을 살짝 감았다.



블루베리는 명령으로 막을 수 있지만, 시를라 틴 캅생트는 명령으로 막을 수 없다. 따져보면 이걸 구체적으로 처음 요구한 사람이 마경태니 그의 잘못이 맞기는 하다.



조미선은...무공을 배울테니 그녀 또한 언젠가는 기밀 정보를 들어야 할 입장이긴 하다. 다만 그 시기가 조금 당겨졌을 뿐.



하지만 최윤주 수준으로 가볍게 마법만 흘려듣는 수준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최윤주를 본 시우는 밝아진 표정과 함께 끄덕이는 머리를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귀를 막으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싸늘해진 분위기에서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앞으로 변할 세상에 적응하고 싶다면 듣는 게 더 좋을겁니다. 어차피 음모론으로 쭉 퍼질 이야기인데, 정확한 사실을 듣는 게 좋지 않겠어요?"



시를라 틴 캅생트에게는 어림도 없었지만 말이다.



"주인님의 큰 구상입니다. 틀이 잡히는 것만 해도 최소한 10년에서 길게는 100년 정도는 걸리는 계획이죠. 여러분 수준이 아니라, 여러분의 아이들까지 해당되는 일입니다."



이 정도면 듣는 게 더 좋은 수준이 아니라,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다. 결국 모두가 억지로 경청하는 자세를 하게 되었다.



"지구에 첫 게이트가 열리고 1년 뒤 인간들이 바라는 건 더 이상 게이트가 열리지 않기를 바랬죠."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그 누구도 진지하게 그걸 바라지 않는다. 이제 게이트라는 것은 살다보면 겪을 수 있는 위험한 일과 상황. 체념이라기보다는 인정에 가깝다.



현실이 그런데도 아직 지구인의 인식들은 낡은 측면에 머물러있는 감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세계인들을 향한 인식 문제가 있습니다. 저, 카푸스, 아눕롤만 봐도 알 수 있는 문제죠."



은근히 지구인이 위, 이세계인들이 아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온 세상에 널리 퍼져있다.



일단 아눕롤은 외형이 사람하고 너무 거리가 머니까 그렇다고 치자. 처음으로 교회 누나 같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다들 외형 하고는 맞지 않은 위화감에 화들짝 놀랄 정도다.



그런 아눕롤과 겉으로 보았을 때 카푸스의 법적 권리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테이밍 몬스터로 동등하다.



"여기서 곁다리로 기밀을 더 말하자면, 카푸스의 일가친척들은 평균이 B++급에서 A--급 사이의 집단입니다."



카푸스의 일족은 극단적인 경우지만, 평범하게 따져도 이세계인들의 평균 수준은 지구보다 훨씬 높다. 대부분의 세계가 1000년이 넘게 마나를 기반으로 문명이 발달된 것을 생각해보면 마나를 사용한 지 100년도 안 된 지구가 밀리는 건 당연한 일.



이런 지구의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세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블루베리가 그를 말하자마자 마경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제나는 이 세상에서 지구와 협력할 특권층의 대표로 선발된 것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예지도 예지지만, 본인도 현명한 편이니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손시훈의 큰 구상은 지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연합. 당연히 지구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주변 세계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 사실과 기존의 정보를 합친 시우는 자신의 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연이는 거의 전장에 가까운 곳으로 갔겠군. 형이 아니라도, 지구인이 강하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저기...그럼 블루베리씨는 그곳에 갔어야 하지 않나요?"

"인간의 힘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거기서 아가씨는 일종의 상징이죠. 이 곳의 도련님처럼 말이죠."



전력의 핵심은 세계 S랭크 연맹과 국제 헌터 연합의 정예 헌터들이다.



이 쪽은 마경태 덕분에 제대로 된 의료 봉사가 민심 수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저 쪽은 여기보다도 보여주기 식이 더 심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해서라도 지구인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지.



"주인님이 직접 나서면 여러모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지구 쪽에서는 손시훈이 혹시나 이세계인들을 이끌고 지구를 뒤집으려는 걱정을 하는 반면, 이세계 쪽에서는 은근슬쩍 새로운 마왕으로 군림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도련님과 아가씨들 말고도 여러모로 힘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주인님의 만족 범위 안에 있습니다. 간만에 세계 S랭크 연맹과 국제 헌터 연합이 손을 잡았거든요."



한 번 더 싸늘한 미소가 곁들여졌다.



진상을 안다면 그 미소를 보고 시우처럼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세계 S랭크 연맹은 손시훈을 위한 기반을 다진답시고 나섰을게 분명하고, 국제 헌터 연맹은 그걸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적극적인 협력을 펼치고 있겠지.



이렇게 불편한 동맹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손시훈들은 각 정부를 돌아다니면서 압박을 넣는 중이다.



"직접적인 방법은 물론이고 가능한 정치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가령 캐나다의 경우는 이미 자국민과 이세계인 이주자들의 권리가 동등하죠. 이런 국가에게 성명을 내는 것을 부탁해 타국을 향한 간접적인 압박을 할 수 있죠."



전에 손시훈이 이본 보네르와, 그 아버지와 차를 마시던 건 그 때문이었나 보다. 그 사람들도 진지하게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니 형과 그런 자리를 가졌겠지.



"아무튼, 형이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순수하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도련님."



시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세계가 오면 지구 혼자서 못 막는다고~!'라고 외치는 형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본의 가족들과 가진 티타임은 그 와중에 잠깐 가진 힐링 타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힐링 타임이 쭉 이어진다고 봐도 좋았다. 의료봉사가 마냥 편한 일은 아니지만, 정신이 깎여나가기만 하는 일은 아니다. 추가적으로 귀한 집의 아가씨들이 불순한 의도로 달라붙는다는 고민은 솔직히 생각만 바꾸면 행복한 고민이지 않은가.



갑자기 마왕이 부활한다는 예지를 들었어도 손시연 쪽의 분위기보다는 가벼울 게 분명했다. 그쪽은 아마도 처음부터 멀쩡한 마왕, 혹은 그 비슷한 것과 싸우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 자신도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집중하자. 과연 처음 부활한 것 같다고 본 마왕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행 모두가 그것이 궁금했기에 그들의 시선은 잠들어 있던 제나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집중되었다.



깨어나자마자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장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지를 마치고 잠에서 깨어난 제나는 놀라는 대신 심각한 목소리와 함께 입술을 열었다.



"생전의 마왕은 자신의 피로..."


작가의말

좋은 주말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인솔자들2 20.09.30 23 0 14쪽
126 인솔자들1 20.09.29 30 0 13쪽
125 불편한 관계3 20.09.28 27 0 14쪽
124 불편한 관계2 20.09.25 33 0 14쪽
123 불편한 관계 20.09.24 27 0 13쪽
122 소감 20.09.23 28 0 14쪽
121 바캉스5 +1 20.09.22 51 1 14쪽
120 바캉스4 +1 20.09.21 33 1 14쪽
119 바캉스3 +1 20.09.18 33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30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1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9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7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40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7 1 14쪽
101 유사품2 20.08.25 33 1 14쪽
100 유사품1 20.08.24 35 1 13쪽
» 예지와 예측4 20.08.21 39 1 13쪽
98 예지와 예측3 20.08.20 35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