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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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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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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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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유사품8

DUMMY

"모두들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잘하겠지. 일단 우리는 우리 살 길부터 생각해보자고! 이랴!"



꽤나 높고 쾌활하며 자연스러운 목소리. 자신의 눈 앞에 화살이 지나가는 게 보일 텐데도 태연한 블루베리가 시우는 정말로 놀라웠다.



물론 일부로 자신들의 눈 앞, 등 뒤로 화살을 날린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최소한의 추격은 있어야 물자만 덜렁 와도 이해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걸 이론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전에서 담담히 버텨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흩어지지 마라! 계속해서 달려! 섣부른 대응은 목숨을 내준다!"



시우의 이 외침을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팔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저항은 더 위험하다. 지금 자신들을 추적하는 일행은 일부로 시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아슬아슬하게 활을 쏘고 있다. 여기서 괜히 움직이는 건 오히려 저들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여기서 시우는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꺼냈다.



"노예를 풀어라!"

"예, 예?"

"노예를 풀어라고! 노예를 풀어서 저 땡중들의 습격을 막는 거다!"




조금 생각을 하고, 주변을 살펴보면 시우가 뭔 말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신체의 자유가 있는 사람도 죽을지 모른다는 상황에 반쯤 패닉에 빠진 상태다. 당연히 사슬로 묶여 있는 노예들이 처한 공포는 말할 것도 없다.



조잡한 수레라 덜덜거리긴 해도 안정적인 물자를 실은 수레와는 달리, 노예들을 실은 수레가 안쪽에서 덜컹거리는 이유다. 아직 남은 길이 한창인데 이런 짐덩이를 이끌고 도망치는 건 기적에 가깝다.



폐급의 잔당이라도 이런 쪽에서는 머리가 빠른지 행동을 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자, 잠깐! 케르베한님께서 물자보다도"

'이 녀석 빨리 처리해!'

"노예가 더 중요하..컥!"



시우가 눈짓과 함께 전음을 빨리 퍼트리자 바로 제제를 하던 잔당의 목에 화살이 박힌다.



100점을 맞는 것보다 0점을 맞는 게 더 어렵다고 했던가. 그를 감안하면 케르베한의 부관이 이끄는 부대를 습격하는 것보다 시우를 습격할 부대의 숙련도가 더 높아야 한다. 방금 잔당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건 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케르베한이 비상시에 숨겨두었던 감시역마저 사라졌다. 이제 이 폐급 잔당들의 제어는 반쯤 풀린 것이나 마찬가지. 노예들을 실은 수레들이 순식간에 이리저리 버려지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블루베리가 시우를 향해 외쳤다.



"잘했어!"



수레의 문은 열렸지만, 족쇄는 풀리지 않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이면서 퍼지는 모습은 확실히 난장판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날아오는 화살의 수도, 자신들을 추격하는 속도도 확실하게 줄어든다. 그와 함께 시우는 자신을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누군가의 손을 보았다. 아마도 시우가 보낸 전음을 듣고 감시역을 쏘아 맞힌 명사수같다.



이어서 어디선가 본 얼굴들을 본 시우였다.



'앗...'



며칠 전 자신들과 시비가 붙었던 뒷골목의 사람들. 자신과의 싸움 이후 바로 납치된 자들이다.



사과를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영 마땅치 않다. 그래서 전음을 보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대답을 듣는 것으로 다시 본 역할에 집중하는 시우였다.



"지금이 기회다! 달려라! 살고 싶다면 달려!"

'케르베한 이 자식...'



명령을 듣는 수준을 넘어서 탈주 수준으로 들염소를 모는 잔당들. 수레를 끌고 있는 녀석들은 어쩔 수 없지만, 호위 역할로 홀로 들염소를 타고 있는 녀석들의 반 정도는 시우를 앞서고 있다.



뒤쪽의 반이라고 얌전히 도망치는 건 아니다. 인기척이 살짝 줄어드는 걸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탈주하는 모양. 이런 녀석들을 시우에게 몰아준 케르베한은 정말로 악질 상사다.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이를 또 핑계 삼아 군기를 다잡는다고 시우를 본보기로 삼았을 게 분명하다.



"내가 손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응"



시우는 블루베리의 말을 바로 긍정했다. 그녀와 카푸스의 관계를 감안하면 그녀는 케르베한이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다.



그러나 지금쯤 케르베한은 죽거나, 혹은 그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을 게 분명했다.



자신이 이미 정보와 계획을 알렸고, 그 계획은 블루베리가 한 번 보충도 했으며 제나는 예지로 또 보충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케르베한이 약한 건 아니지만 1대 1로 카닌과 아눕롤, 둘 중 하나를 이기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앞뒤로 협공을 가하는데 그 녀석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사정을 간단히 요약하는 시우였다.



"두 번 다시 볼 얼굴은 아니니까."

"아쉽지만 그렇지."



감시역도 죽었겠다, 지휘도 한참 전에 무너진 거나 마찬가진데 막말한다고 시우를 막을 이는 아무도 없다.



따져보면 폐급이라고 해도 군인들의 지휘를 민간인이 맡은 상황이다. 그를 감안하면 이 정도로 진형이 유지되는 것도 정말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노예들은 뒤쪽에 전부 풀어두고, 물자는 반을 버렸으며, 병력도 1/3이나 이탈했지만, 어쨌든 도착은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시우를 맞이한 마왕의 잔당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 제 역할은 끝났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여기서 시우는 자기 목숨이 더 소중한 비겁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는 제아무리 비겁자라고 해도 꺼내기 힘든 소리. 하지만 이미 맡은 지 1주일도 안된 폐급들을 이끌고 여기까지 해냈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여기서 시우를 남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 블루베리가 그 방법을 생각하자마자, 그 이야기가 나왔다.



"케르베한이 무능했다고, 마왕님의 아들을 모는 모든 사람을 무능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게."

'그렇지, 역시 꼬리 자르기 밖에 없지.'

"자네는 의외로 능력이 있어. 그리고 본능적인 마왕님을 향한 충성심도 남아있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노예가 소중한 건 사실이네. 물자의 절반도 내팽개쳤지.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예상했을 거야.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고 우리에게 왔나?"

"그건..."



일부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바로 가슴 아픈 곳을 찌르라고 지시하는 블루베리. 딱 거기까지 애매모호하게 말한 블루베리에 맞춰서 시우는 정곡을 찌르는 구체적인 말을 꺼냈다.



"케르베한님이 저를 버림패로 쓴 건 사실이지만, 무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비겁자가 맞고요. 그런데 이런 저까지 받아들여줄 정도로 남은 인재가 없는 것 아닙니까?"

'너무 세게 말했나?'

'사실인데 어쩌겠슴까.'



케르베한이 했던 것처럼 바로 시우의 목을 조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딱히 맞이한 잔당들이 약해서 그런 건 아니다. 시우의 감각이 느끼기에 그와 비슷한 사람이 한 둘 정도는 섞여있다. 그런데도 잔당들은 억지로 분노를 억누르며 시우를 달래고 있었다.



"해방자의 고향에서 온 침략자들 때문이네. 그 때문에 말단의 수가 많이 줄었지. 하지만 잔챙이들이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 장소는 곧 공격받겠죠. 케르베한 천부장님의 부관도 당한 것 같으니까요."

"마왕님의 아드님이 제대로 된 힘을 깨닫는다면 단숨에 쳐부술 수 있네!"

"한 번은 물리칠 수 있겠죠. 하지만 해방자가 온다면요? 그리고 해방자의 유사품은 해방자의 시종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블루베리가 계속해서 구체적으로 압박한다.



이걸로 자신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확인시켜줬다.



케르베한의 성격상 철수 작전을 시작하기 전 대충 연락은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와 함께 시우와 블루베리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렸겠지.



언제든지 위기상황에서 도망치려는 비겁자에 무능력자지만 눈치가 조금 있는 녀석과 반대로 고개가 빳빳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만 그럭저럭 능력은 있는 녀석의 조합. 평상시에는 절대로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는 듀오다.



그러나 충성심은 분명히 존재한다. 노예를 풀어준 시점에서 그대로 물자들을 먹튀하고 도망칠 수도 있었으니까. 도적단이 되어버린 마왕의 잔당 중 상당수가 그 길을 걸은 말종들이다. 그런데도 시우와 블루베리는 어찌어찌 자신들의 임무를 완성했다.



이런 두 사람을 향해서 마왕의 잔당들은 숭고한 대의를 심어준다는 선택을 골랐다.



"맞는 말이야. 상황은 좋지 않지. 그런데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 나중에 좋아진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나?"

"..."

"벌써부터 유지들은 해방자의 고향에서 온 지구인들과 붙어먹으려고 하는 중이지. 이대로 간다면 100년 안에 이 세상은 지구인들의 세상이 될 거야. 자네들 사이의 아이가 지구인에게 머리를 숙이는 세상이 된단 말일세."



그 말을 듣자마자 시우는 자신의 손을 꽉 쥐는 블루베리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기나긴 세월을 연기해 온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아이란 말에 바로 무의식적인 반응을 흉내 내다니. 그 감탄이 얼굴에 떠오르지 않게 억누르며 시우 또한 블루베리의 손을 굳게 잡았다.



이런 반응을 봤는지 두 사람을 향한 목소리는 더 높아져만 갔다.



"이는 마왕님만을 위한 싸움이 아닐세. 이 세상을 위한 싸움이야! 자네들의 충성심을 품은 마음의 소리를 듣게 바라겠네."



잠깐이지만 감동할 뻔했다.



이 세상보다는 확실히 여유 있는 지구만 하더라도 국제 헌터 연합과 세계 S랭크 연맹이 정치싸움을 하고 있다. 따져보면 전쟁에서 지고, 황폐화된 세상이니 엉망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세상을 위한다고 생사람을 납치하고 실험에 써먹는다. 결국 자신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얼마만큼 많은 사람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다.



속으로는 이렇게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한 쪽 무릎을 꿇은 시우였다.



"그럼 다시 한번 이 비겁자가 마왕님의 아드님을 위해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말로는 뭔들 못할까.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자들이니 속인다는 죄책감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마음가짐과 함께 어린 담당 시종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향하는 시우와 블루베리였다.



"어느새 이런 곳을..."



처음에는 일부로 들불을 냈던 곳에 지었다고 생각한 장소. 어딜 봐도 연구소 하고는 거리가 먼 고풍스러운 복도가 쭉 펼쳐진다.



궁궐을 통째로 옮겨서는 지하에 파묻었다고 봐도 좋은 모습이다. 어마어마한 뒷 돈 빼돌리기의 결과물에 자꾸 눈동자가 주변의 곳곳으로 움직이자 담당 시종이 으스대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시우의 솔직한 소감은 블루베리가 했던 예측에 지나친 수준의 포장과 허구를 섞은 느낌이다. 물론 지금 자신은 천부장의 말단 부관이니 소감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줘야만 한다.



"마왕님의 성을 본땄다고 해도, 와 본적이 없어서..."



그러자 또 다시 허세가 섞인 설명이 이어졌다. 담당 시종이라는 자는 어떻게든 이 곳의 위대함과 굉장함을 가르쳐주려는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자신보다도 어린 게 이러는 것을 보면 우스웠지만 시우는 끝까지 네네 거리는 대답으로 참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런 설명을 다 들은 다음 자신들이 머무를 방까지 안내하고는 사라진 시종을 떠올리며 시우가 말했다.



"만약에 내가 마왕의 유사품을 해치운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노예가 될검다. 10살 남진한 꼬맹이니 죽이진 않을검다."

"흠..."

"아마도 노예, 혹은 그 비슷한 위치 출신의 아이였겠죠. 마나를 이용한 검진법으로 지능을 대충 확인하고, 시종으로 선발되서 길러졌을 겁니다. 사상교육은 완벽하게 진행된 상태입니다. 단순한 구제는 불가능합니다. 저것은 마왕을, 그리고 마왕을 섬기는 자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약해진 마음을 끊어 내려는 것인지 진지한 시를라 틴 캅생트의 태도로 말하는 블루베리였다.



도구라고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마왕을 죽여봤자 저 담당 시종이 보여줄 반응은 증오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설령 시우가 놔둔다고 하더라도 다른 유지들이 내버려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르포틴 산의 사제들이나, 마왕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유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마왕을 지지했던 유지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더 극렬히 잔당을 처리하겠지.



우선 자신이 저런 처지의 사람들을 지키려면 그것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시우였다.



"내 직접적인 전리품일면 유지들도 함부로 못 할 거 아니야."

"도련님은 너무 영특하심다..."



한탄을 내뱉는 블루베리. 그를 두고 기본적인 방향은 맞춘것을 안 시우는 제나의 예지를 한 번 더 떠올렸다.



마왕성과 똑같은 곳의 중심. 그 속에서 단 둘이서 싸우는 자신과 복제된 마왕으로 만들어진 무언가.



"그래서인가?"

"제가 있는데도 자신과 마왕의 복제품이 단 둘이서 싸운 이유 말임까."

"응."



역시 그건 결투를 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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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편한 관계 20.09.24 27 0 13쪽
122 소감 20.09.23 27 0 14쪽
121 바캉스5 +1 20.09.22 50 1 14쪽
120 바캉스4 +1 20.09.21 33 1 14쪽
119 바캉스3 +1 20.09.18 32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8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8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2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29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7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0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7 0 13쪽
»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8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6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4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39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6 1 14쪽
101 유사품2 20.08.25 32 1 14쪽
100 유사품1 20.08.24 35 1 13쪽
99 예지와 예측4 20.08.21 38 1 13쪽
98 예지와 예측3 20.08.20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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