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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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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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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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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관계

DUMMY

"이런 사정에 맞춰서 사무실 확장을 조금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요새는 손님들도 많이 오거든요. 그치, 시우야?"

-저까지 그 손님들의 기준에 끼워 넣어서 생각하면 상당히 곤란합니다만.



시우보다 먼저 다른 이의 대답이 나왔다. 그 대답을 한 것은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둥근 반구형 스피커. 독특한 점은 한쪽에 카메라가 박혀 있다는 것이다.



아눕롤의 신체 일부를 떼어서 만든 통신장치다. 기본적인 덩치가 있다 보니 이리저리 변형해도 한계가 있는 본인을 대신하기 위한 물건, 일종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본인은 주차장에 다소곳이 앉아 있을 것이다.



사람으로 따진다면 눈, 귀, 입의 일부를 떼어낸 기괴한 상황이지만, 기계니 그러려니 하자. 이를 진작에 받아들인 시우는 아눕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경태의 말에 대답했다.



"원래 사무실에 이 정도 손님은 왔어야 해요. 명색이 구호 단체인데, 이전까지 손님이 너무 없었다고는 생각 안 해 봤어요?"

"그런가?"



시우의 질문에 살짝 멍한 대답을 하는 마경태. 그러자마자 바로 뒤쪽에서 사무직 직원들의 잔소리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책임자가 된 이후로 뭔가 제대로 된 손님맞이를 해 봤어야 알지."

"우리들의 업무 중 하나는 책임자분이 감당 못 할 손님들의 처리도 있었거든요."

"시우 씨가 의사회에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래, 시우야! 넌 우리 대한민국 의사회 지부의 보물이야!"



잔소리의 마지막을 이렇게 받는 건 참 대단하다. 그러나 지금 마경태의 말은 평상시 하고는 다르다. 몸은 긴장이 풀려 있는 게 보이지만 눈동자는 베테랑 헌터의 모습을 보여줄 때처럼 빛나고 있는 상태다.



상황도 평범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파트너쉽 계약을 맺고 있지만 아눕롤과 그 테이머인 김송현은 엄연히 외부의 인물. 그와 함께하는 자리에 사무실 확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조금 맞지 않다.



자금이 넘쳐나는 대기업이나 대형 헌터 팀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기부를 바라는 게 책임자가 할 이야기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이언 스파이더는 아눕롤 하나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팀, 이런 이야기를 할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무실 확장의 문제가 아니라, 손님의 문제. 이 요점을 빠르게 잡아낸 아눕롤이었다.



-원래부터 세계 S랭크 동맹은 사람을 위한 의사회에 관심이 많았죠. 종종 동맹원이나 준회원을 파견하기도 했고...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만요."

"그것만큼은 내가 유능해서야! 단일 책임자 체제로 돌아간 건 진짜로 내가 능력이 있어서라고!"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의 의사회 책임자 체제는 2인 체제다. 의사가 사무직 대표 및 내부 책임자, 헌터가 헌터직 대표 및 외부 책임자다. 의사 출신의 베테랑 헌터는 정말로 드문 법이고, 그런 인재는 어지간해서는 대기업이나 대규모 헌터 팀에서 일하려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마경태는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실로 완벽한 인재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 보인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의료 전산 시스템도 제대로 못 건드리는 남자다. 사실상 시우가 오기 전 까지는 의사회의 사무직 대표는 없었다고 봐도 좋다.



"차라리 의사로서 생명 존중 사상이 있어서 헌터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면 그럴듯할 텐데. 사무일을 못 하는 의사라니."

"흠흠!"



아눕롤과 김송현이 있는 앞에서 거침없이 말하는 사무직 직원들이다.



물론 안타까워도 마경태를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는 비밀도 아닌 사실이기에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언 스파이더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시우가 사실상 다 하고, 마경태는 끝에서 정신줄을 놓으려고 했었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에 이론으로 변명을 할 수 없는 상황. 이럴 때는 빨리 말머리를 원래 주제의 방향으로 돌리는 게 최선이다.



"그런 관계로 제일 먼저 연락이 된 건 세계 S랭크 연맹이고요, 그 이외에도 각종 대기업이 협찬 이야기를 하더군요.

-장비 관련 협찬이겠군요. 협찬이 온 전자제품들에 대한 평가를 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현대 사회의 모든 장비는 전자기기의 영향을 안 받는 것이 거의 없다. 자동차 엔진에도 컴퓨터가 들어가는 시대. 그 영향은 마나가 지구에 생겨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컴퓨터의 중요성이 더 늘었으면 늘었다. 마나를 통해서 동력원의 확보가 용이해진 것이다. 거가다가 사람이 일일이 마나를 제어하는 것보다는 컴퓨터에게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니 말이다. 자동차의 수동 변속기가 줄어들고 자동 변속기가 대세가 된 것과 비슷하다.



만약에 지구가 그런 기술력을 수 백 년, 못해도 수 십 년쯤 더 발전시킨다면 아눕롤의 조상쯤 되는 기계를 만들어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군요. 그런 일이라면 저도 환영입니다. 지구의 기기를 만지는 건 재미있거든요.



예의상 하는 말은 아니었다. 진지하게 괜찮은 일이라는 말투와 함께 열정이 느껴졌다. 그것이 이 사무실에 미묘한 어색함을 가져왔다.



성능이 좋은 스피커인지 아눕롤이 전음으로 하듯이 목소리가 들리는 탓. 그 특유의 순박하고 순진한 교회 누나의 목소리 말이다. 그걸로 중년의 엔지니어나 노년의 골동품 수집가 같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내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마경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시작한 아눕롤이었다.



원래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이야기. 스마트폰이나 자동차가 주제인 평범한 대화다.



그런데 점점 대화가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40대 중년에게 유행의 선두에 선 20대 초중반의 청년이 설명을 해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글로만 옮겨 적는다면 그렇게 착각하는 게 당연하다.



시우는 이 대화에서 어찌어찌 둘에게 맞춰주는 30대가 되어 있었다. 그 사이의 균형을 억지로 맞춰주던 시우는 약간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다.



"형은 스마트폰을 그냥 이동용 채팅 기기나 무전기로 쓰는 것 같아요."

"내가 내일이면 곧 40대라도 아직 40은 아니야!"



시대가 시대인데 웬만해서는 50대도 스마트폰을 무전기나 채팅 기기로 쓰지는 않는다. 아직 상용화가 됐다고 하기에는 너무 비싸지만 비적합자도 마법을 쓸 수 있게 하는 스마트폰이 연구되는 시대인데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은근슬쩍 숨겨진 본론으로 넘어가는 단어가 마경태의 입에서 나왔다.



"몇몇은 '국제 헌터 연합'에서도 표준 장비로 사용하거나 테스트한다던데, 그런 기능이 있었군요."

-국제 헌터 연합 말입니까.

"네. 그제에는 세계 S랭크 연맹에서 메일이 오더니, 어제는 국제 헌터 연합에서 갑자기 사람이 왔거든요. 그 때 어떤 이야기를 했냐면 말이죠..."



길게 썰을 늘어놓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 이미 이걸로 할 말은 다 했다.



세계 S랭크 연맹이 메일을 보낸 지 바로 다음날에 국제 헌터 연합이 직접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 평범한 단체라면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사회에는 손시훈의 동생인 시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거기다가 국제 헌터 연합은 공공기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S랭크 연맹에서는 메일이 왔다고 했는데 어떤 메일이었죠?

"시우에게 흥미가 있다면서 인원을 파견할 생각이 있다고 하더군요. 검토해 달라면서 몇몇 연맹원들과 준회원들의 명단을 보냈습니다."



이쪽도 아예 숨기려는 의도가 없다. 그래도 메일로 보냈으니 일반적인 예의는 있는 셈. 그에 비해서 국제 헌터 연합은 예고도 없이 방문을 했다. 마치 세계 S랭크 연맹에 맞춰서 반응을 했다는 의심이 절로 든다.



노골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S랭크의 연맹의 경향을 묻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해킹이나 도청의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멍하니 있는 김송현과는 다르게, 아눕롤이라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눈의 역할을 하는 카메라의 렌즈가 줄어들었다가 풀리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눕롤은 두 사람에게 전음으로 진단 결과를 알려주었다.



'가벼운 수준의 패킷 감청이군요.'

'패킷 감청?'

'메일을 보낸 장소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감청입니다. 예시를 들자면, 세계 S랭크 연맹에서 보낸 메일은 연맹의 초대 회의소가 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송되었군요.'



패킷 감청을 한 장소는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다. 그러나 각국의 중앙 헌터 협회가 알게 모르게 국제 헌터 연합의 영향을 받았음을 생각해보면 더 자세한 조사는 할 필요도 없다.



그다음으로 정중히 시우에게 질문을 하는 아눕롤이었다.



'시연님은 대한민국 중앙 헌터 협회에서 일하지 않사옵니까?'

'글쎄, 시연이에게 물어는 보겠지만 걔도 모를 거야. 증거는 모을 수 있겠어?'

'모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역으로 이 쪽에서도 해킹을 했다는 증거가 생길 수밖에 없사옵니다. 물론 명을 내린다면 하겠나이다. 이 순례자가 감히 칠현의 가족을 엿보려는'

'마음만 받을게.'



광신도 모드가 활성화되기 전에 한 번 멈출 필요가 있다. 아직 아눕롤은 국제 헌터 연합이 손시우를 견제하는 것만 알고 있다. 만약에 견제 수준이 아니라 잠재적 최고 위협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날뛸지도 모른다.



그 능력이 능력이니 금방 알게 되겠지만, 천천히 진정시키면서 알릴 필요가 있다.



일단 마경태도 모든 기밀을 아는 건 아니니 의사회에서의 대화는 여기까지. 자세한 이야기는 사람과 장소를 둘 다 바꿀 필요가 있다.



.

.



"이렇게 까지 해야 할 까?"

"감청까지 당해놓고는 무슨 소리이심까"

-조심하여 나쁠 건 없사옵니다.



저녁 시간대, 시우가 자취하는 아파트. 그 집 안에는 요란한 마법진들이 둥실 떠 다니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눕롤의 분신도 조금 모양이 바뀌어 있다. 이전이 독특한 디자인의 반구형 스피커였다면, 지금은 무언가가 주렁주렁 달린 연구 장비로 보인다.



"이 쪽이 더 눈에 띄는 것 같은데. 나 비적합자 아니냐?"

"집에 제가 있다는 사실은 연합이나 연맹 말고도 일반인들도 아는 사실 아님까."



병문안 방송에서 얼굴까지 다 알려줬다. 중앙 헌터 협회를 들락날락 할 정도의 외부인이면 못해도 B랭크. 거기다가 시우도 현재는 이미 눈에 띄는 사람이다.



-그럼, 시를라님. 자세한 상황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이야기는 알 듯합니다만, 그것은 대충..."



시우는 이본에게 들었던 이야기. 대충 11명의 마왕이 손시훈에게 박살난 똑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정 반대였다는 이야기다.



둘 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결론이다. 하나는 저렇게 굉장한 헌터가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저렇게 굉장한 헌터라도 사람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아눕롤의 평가를 기다리는 블루베리였다.



-둘 다 일리는 있군요. 키잔트헤임에서도 비슷한 상황 때문에 관련 법안이 있습니다.



이세계와의 민간 접촉을 제한하는 법안. 물론 대놓고 사람이 죽어도 무시해라는 가혹한 수준은 아니다. 그랬다면 김송현은 죽었을 것이다.



원래 해당 법안대로라면 적당히 김송현을 구조하고, 아이언 소드에 일시적인 지원만 주었을 것이다. 법안이 허락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 '아이언 소드'가 '아이언 스파이더'로 이름이 바뀔 정도로 장기적이며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아눕롤과 같은 순례자들은 블랙박스와 비슷한 저장장치를 소지할 것이 의무로 지정되어 있다. 법안 위반자를 처벌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행사한 영향력을 분석해 수습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물론 키잔트헤임도 내로남불을 피하기 위해서 진보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 형태는 말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입헌군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사성칠현의 일족은 키잔트헤임 의회의 총리를 맡을 수 없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사성칠현 본인들은 의회의 의원직을 맡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사옵니다.



심지어 그 헌법은 사성칠현 본인들의 다수결로 결정되었다. 자신들의 일족이 총리를 맡을 수 없는 건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본인들이 의원직을 맡는 것조차 금지한 건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항이라고 한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사람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거네. 형이 괜히 연합의 편을 들어주는 건 아니군."

-그래서 일단은 참아주기로 했사옵니다.



정말로 다행이다.



-그런데 이런 저의 마음이 흔들리게 근처에 얼쩡거리고 있사옵니다.

"그건 충분히 있을 일 아닐까? 단순한 주변의 관찰쯤이야."



시우가 말을 하자마자 충분한 선을 넘었다는 걸 알려주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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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관계 20.09.24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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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바캉스4 +1 20.09.21 33 1 14쪽
119 바캉스3 +1 20.09.18 33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39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3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30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3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1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29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7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40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7 1 14쪽
101 유사품2 20.08.25 33 1 14쪽
100 유사품1 20.08.24 3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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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예지와 예측3 20.08.20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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