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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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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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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사품7

DUMMY

'적절한 분노와 증오는 사고력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손시훈이 자식들에게 자주 하는 말. 이 말을 블루베리에게 들은 건 시우가 자신 나름대로의 계획을 말한 다음이었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겉으로는 기회주의자인 마왕의 잔당을, 속으로는 마왕의 잔당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생각을 나누어서 해낸 덕이다. 그 수준은 블루베리가 시우의 계획을 듣고 정말로 '약간'의 보충을 하면 된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보충만 하면 된다. 수정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이론상 시우의 계획은 옳은 말로만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형을 이런 쪽에서 닮고 있는 건가..."

"영혼의 영향이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있슴다. 조금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슴다."

"이건 바람직한 것 아닌가?"



찜찜한 속내를 숨기고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시우였다.



"도련님이나 아가씨라면 반겼을지도 모르겠슴다. 도련님과 아가씨들은 주인님의 영혼 때문에 직접 반응하는 게 아니라, 주인님의 모습을 보고 간접적으로 반응해서 학습하는 거니깐요."



블루베리의 대답에 자신이 느끼는 찜찜함의 원인을 파악한 시우였다.



이 찜찜함은 자신이 형에게 침식될지도 모른다는 반발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비록 그 침식의 결과물이 좋은 거라고 하더라도, 자신은 형과는 별개인 사람인 이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해했어. 그러니까, 내 성장으로 인한 선택인지, 아니면 형의 영혼에서 나온 선택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거군."

"그렇슴다."

"그럼 차라리 형에게 제대로 교육을 받는 게 좋겠는데..."

"충분히 고려할 사항임다."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라면 구분할 수 없지만, 교육의 결과라면 자신의 주관이 들어갈 것이다. 블루베리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토론식 교육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해도 충분한 주제. 우선은 지금 눈 앞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진짜로 보충 정도만 해도 괜찮겠어?"

"충분함다. 어중간했다면 도련님의 미묘한 찜찜함은 제가 기분 탓으로 넘겼을검다."



일단 적운흉풍을 통해서 케르베한을 주의해라는 경고의 편지를 마경태와 제나에게 보냈다. 제나는 예지능력이 있는 데다가 카닌과 박미소가 있고, 마경태는 본인도 충분히 베테랑에 조미선과 아눕롤이 있으니 그쪽은 준비가 충분할 것이다.



북쪽으로 탈출할 예정인 케르베한의 심복도 대처를 한 상태. 하늘에서 하늬가 꾸준히 내려다보면서 감시하면 충분하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천부장의 부하. 케르베한이 시우에게 의도하는 쫓기다가 전멸하는 결과물을 그쪽을 향해서 찾아갈 것이다.



동시에 자신은 적절히 손실을 입으면서 마왕의 연구소 쪽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어정쩡한 수준의 습격을 통해서 르포틴 산의 사제들이 노예들을 구출하면 된다.



마왕의 잔당이 받을 건 반쪽뿐인 물자뿐이겠지. 남은 게 이것뿐이냐고 해도 거꾸로 케르베한은 이쪽에게 폐급인 지원만 했다고 징징거리면 그만. 상식적으로 자신의 부하에게 지원을 더 몰아주는 게 당연한지라 뭐라 할 말도 없을게 뻔하다.



"변수가 있다면 그 케르베한이라는 양반이 아예 잘못된 목적지를 알려주는 것임다만...우리를 완전히 미끼로 내던지는 것보다는 약간의 희망이라도 남기는 게 더 좋으니 그렇지는 않을검다."



증거로는 블루베리를 끝까지 시우의 곁에 붙여둔 것으로 알 수 있다. 유지들을 끝까지 붙잡으려면 본인의 입으로 유능하다고 말한 블루베리를 참여시켰을 테니까.



덕분에 혼자서 들염소를 타고 마왕들의 잔당 속에 끼일 일은 없게 생겼다.



"기둥서방이라..."

"그래도 그 표현은 그만두자."

"자기야. 나 그래도 아직 한창이지 않아?"

"그만해."



미묘하게 자신의 한 팔을 품속에 끌어안는 블루베리를 향해서 정색하는 시우였다.



.

.



"결국 손만 잡고 자자고 했는데 진짜로 한 침대에서 손만 잡고 잤지?"



거사를 치르는 날. 마왕의 잔당 속에서 대놓고 투덜거리는 블루베리. 그 목소리에 동시에 한심하다는 한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주변의 못난 사람을 대하는 분위기에도 시우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딱히 침착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건 아니다.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미녀가 사람의 몸쯤은 가볍게 터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뿐한 일.



그리고 이렇게 못난 시선을 받아야 자신들이 박살나는게 당연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시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고작 노예 몇 명에 몇 푼 안 되는 잡동사니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여기 있는 잔당들은 사실 잔당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마왕이 죽으면서 이 지역도 같이 쇠퇴했고, 그 여파로 반 쯤 실업자가 됐다가 얽힌 사람들. 요컨대 흩어지면 백성이요, 뭉치면 도적이다의 씁쓸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감안해서 아눕롤에게도 어느 정도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부탁을 미리 보냈다.



마왕의 잔당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어쩌면 노예나 실험체가 될 수도 있었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케르베한만 빨리 제압하면 해결되지 않을까란 기대를 덧붙였다.



어쩌면 블루베리보다도 자신의 말을 더 따르는 그녀니 조금의 자비를 베풀지도 모르는 일. 약간 걱정되는 게 있다면 아눕롤의 앞에서 대놓고 유사품 운운하는 거겠지만, 그건 자기들의 운인데 어쩌겠는가.



생각을 그렇게 정리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우였다.



한쪽에 보이는 건 선회비행을 하고 있는 하늬. 이미 북쪽으로 탈출할 잔당을 포착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신호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 긴장감으로 침을 삼키던 시우의 눈동자에 그 신호인 검은 불꽃이 들어왔다.



.

.

.



"숫자는 80-90, 별다른 무기는 없어."

"그래 보여. 그나저나 다들 괜찮으시죠?"



가볍게 박미소와 대화를 나누고 주변을 살펴보는 카닌. 그런 그녀를 향해서 유지들과 그 가족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살짝 질린 안색과 함께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은 하나도 안 괜찮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미소가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는 카닌에게 말했다.



"역시 이건 좀 심하지 않아?"

"확실한 게 좋잖아. 다들 그렇지 않아요?"



카닌의 말에 유지들과 그 가족들은 덜덜 떨리고 있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덜덜 떨리고 있는 몸과는 별개로 얼굴에서는 진한 안심이 드러난다.



그 얼굴들에서 서리가 낀 벽을 향해서 시선을 돌린 박미소였다.



카닌이 마법으로 꽁꽁 얼려둔 벽이다. 폭도들로 위장한 습격을 유지들의 호위들이 1차적으로 막아내자, 마왕의 잔당들은 건물을 향해서 불을 지르는 선택을 했다.



웬만했다면 좋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지간한 A랭크의 마법사라도 자신이 아니라 건물에 테러가 들어온다면 꽤나 고전했으리라.



문제는 카닌의 집안은 물과 얼음의 마법에 도가 텄다는 것. 사방팔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그녀는 건물의 외벽을 통째로 적신 다음 얼려버리는 것으로 가볍게 대응했다.



어찌나 강력한 마법인지 박미소도 싸늘한 한기를 느낄 정도다. 나름대로 능력 있는 헌터인 그녀도 추운데, 일반인인 유지와 그 가족들은 한겨울을 맞이하는 느낌일 게 분명하다.



그걸 덜덜 떨며 표현하는 몸과는 정 반대되는 안심하는 표정들을 보며 박미소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녀는 작은 걱정을 중얼거렸다.



"경태씨가 싫어할텐데."

"어쩔 수 없어. 혹시라도 사고가 생긴다면 그 여자가 뭐라고 하겠어?"

"그건 그래."



너무나도 쉽게 블루베리의 기고만장한 태도를 상상하는 두 사람. 누구라도 크게 다쳤다가는 바로 옆에 예지 능력자도 있는데 뭘 했냐는 비아냥이 들어올게 뻔하다.



조금 과하지만 기껏 해봐야 저체온증이 조금. 화난 마경태도 무섭지만, 그보다도 블루베리의 비아냥이 더 싫다. 그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같은 벽을 보고 있었다.



"확실히 의식하고 보니까 얇은 곳이네. 언니, 저 뒤로는 분명 쭉 뻗은 외길이었지?"

"응, 움직임을 보아하니 벌써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어."



양날의 검과 같은 지형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 단점을 하나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상황. 어차피 그들의 역할은 시간을 끌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니 말이다.



덕분에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시키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중이다.



수준이 낮더라도 뒤가 없다는 각오로 나서는 적은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이기 마련. 그렇기 때문에 마냥 여유 있는 태도를 유지하지는 못하는 카닌과 박미소였다. 이런 두 사람을 안정시키듯이 나른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괜찮을 거예요. 아눕롤님이 올 때까지, 두 분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으니까요."



예지능력이 있는 사람이 괜찮다고 말하면, 억지로 긴장하기도 힘들다. 제나의 그 말 덕분에 얼어붙은 벽이 떨리면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도 침착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한 번 더 카닌이 제나에게 확인을 위한 질문을 건넸다.



"화염마법으로 장벽을 치고 진입한다고 했죠?"

"네, 돌파하는 순간을 노린 급습은 통하지 않겠죠."



그럼 방비를 더 늘리면 그만.



벽이 뚫릴 것 같으면 그 뒤에 벽을 또 만들면 그만이다. 그렇게 물의 장벽을 하나 더 만들어낸 카닌은 화염의 방패를 앞에 내세워서는 얼어붙은 벽을 부수고 돌파한 거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

"..."

"그래도 우리, 케르베한 천부장님? 맞나? 어차피 우리 천부장님도 그렇게 크게 기대는 안 했잖아."



표정은 변화가 없지만 살짝 떨리는 눈동자에서 카닌은 충분히 당황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 옆에서 박미소가 말을 받아 이어나갔다.



"배신자 유지들만 이렇게 모여서 연회를 벌이고 있는데, 뭔가 수상하지 않아?"

"언제 걸릴지 모른 채 준비한 함정이라는 거군.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보아하니 그 유사품의 동료인 모양인데, 너희들의 발목을 붙잡는 게 원래 목적이었지."

"흐음"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카닌과 박미소였다. 블루베리였다면 '응, 아니야.' 하면서 한 방 먹였겠지만, 괜히 자극해서 좋을 건 없으니 말이다.



이런 두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면, 아직도 로망에 살짝 빠져있는 한 소녀였다.



"진짜 유사품은 당신들이 말하는 그 마왕님이겠죠."

"뭐?"

"해방자님의 동생분께서는 이미 시종 분과 함께 당신들이 만들어낸 유사품을 상대하러 가고 있습니다."



천부장이니 뭐니 했지만, 케르베한 또한 말단이었는 모양이다. 당신들이 만들어낸 유사품 운운에 그는 정말로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리고 금세 서늘함을 느꼈는지 눈이 커졌다. 거기까지 확인하고 뒤를 돌아본 카닌과 박미소의 눈에 보이는 건 악당에게 일침을 먹인 소녀의 모습이었다.



뭐, 상황을 이렇게 유리하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쯤은 눈 감아주자. 똑같이 그 생각을 한 두 사람은 이번만큼은 '그 여자'의 흉내를 내기 위해서 손을 맞잡고는 작은 마법을 썼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쓰고 있던 마법, 지금은 시우와 블루베리가 쓰고 있는 마법이다.



"무, 무슨..."



잠깐이었지만 누가 봐도 현지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만하면 작은 눈치로도 서늘함을 주는 이유를 잡아낼 수 있다. 이어서 피가 거꾸로 솟는 표정을 짓는 케르베한을 보면서 카닌이 말했다.



"언니, 보아하니 아예 상상도 못 한 것 같은데?"

"그러게. 다행히도 시우씨에게는 제대로 된 장소를 알려준 것 같아."

"마나가 한 줌도 없는 무능력자다. 그럴 리 없다!"



이 현실 부정은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이다. 얼핏 보면 케르베한이 표현한 대로 한 줌의 마나도 없는 사람이 직접 잠입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한 줌의 마나가 없어도 내공을 익힌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한쪽 옆에는 블루베리가, 다른 한쪽 옆에는 적운흉풍이 있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카닌과 박미소가 지적하지 않아도 케르베한이 스스로의 머리로 알아차릴만한 사실. 좀 전에 제나가 '시종 분'이란 말도 해줬으니 비밀이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이만하면 대놓고 넌 여기서 못 나간다고 말한거나 다름없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채 부들부들 떠는 케르베한을 반 쯤 무시하며 카닌은 느긋하게 말했다.



"우리의 유사품은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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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바캉스2 20.09.17 2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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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유명인3 20.09.14 27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29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2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4 0 14쪽
111 결투3 20.09.08 28 0 14쪽
110 결투2 20.09.07 30 0 14쪽
109 결투 20.09.04 30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8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0 0 14쪽
» 유사품7 20.09.01 29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6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5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3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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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예지와 예측3 20.08.20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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