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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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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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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2

DUMMY

복제된 마왕성의 홀, 시우는 장식이나 마찬가지인 즉위식에 이어 곧 결투가 펼쳐질 자리에 먼저 도착했다.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나.'



블루베리와 마왕이 싸웠던 원래 장소는 완전히 황폐화되어 있었다. 블루베리보다 약하다고 해도 마왕은 마왕. 두 초월자가 격돌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 싸움의 결과물로 대부분이 파괴된 마왕성과 그 멀쩡했던 모습을 복원한 이 장소에서 시우가 비교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뿐이었다. 거대한 기둥을 받치던 주춧돌과 흐릿하게 문양이 남은 바닥의 타일 일부분. 그것들을 비교하면서 잠깐의 시간을 때우는 시우에게 블루베리가 말했다.



'오고 있슴다.'



어느 사이에 허상화를 하고 있는 시우의 주변에는 상당수의 간부들이 다 모여 있었다. 시우와 블루베리도 부르려고 했으니, 사실상 잡졸을 뺀 대부분을 불렀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무릎을 꿇고 고개는 아래로 향하고 있는 상태. 그런데도 시우는 어딘가로 집중된 시선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꽤나 막대한 존재감이 머나먼 복도를 통해 홀 전체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든 완성을 했네.'


'그러게 말임다. 어쩌다가 툭 쳤다니 돌아가는 기계를 보는 것 같슴다.'

'허...'



정말이지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처음 저것을 볼 때는 저만한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영혼도 영혼이지만 비틀비틀 걷는 모습에서 영 시원찮음을 느낀 것이다. 마치 일 년에 딱 한 번만 시동을 걸까 말까 하는 트랙터만도 못하다.



반면에 지금은 누구의 부축 하나 없이 절도 있게 걸어오는 중이다. 내용물인 영혼도 일단은 금이 전부 다 메워진 상태. 이만하면 뜬금없이 각성을 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여전히 텅 비어있는 눈동자는 저것이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모자라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어서 즉위식에서 나름대로 한 연설 또한 다를 게 없다. 그건 강세가 실리긴 했지만 국어책 읽기보다도 더 딱딱하고 어색한 연설이었다.



그 연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시우는 불쾌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우리가 이름 소개를 제대로 한 적이 있어?'

'없었슴다. 적당히 말한 검다.'




각 나라나 세계마다 적절하게 있는 이름. 그걸 아무렇게나 불러와서 연설에 섞어 충성심을 고양시키고 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시우는 블루베리를 두고 적운흉풍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리며 허상화를 해제했다.



주변에서 웅성웅성거리는 반응이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적운흉풍을 타고 있는 자신의 전력은 S랭크 이상. 저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건 나름대로 강하면 강할수록 잘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말단에 가까운 자들은 시우에게 직접 무기를 겨누는 반면, 우두머리에 가까울수록 긴장을 억누르는 침착한 반응만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주변의 반응을 전부 무시하고는 시우는 텅 비어있는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초점은 맞출 수 있는 모양이군."

"누구지?"

"유사품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



여기서 가짜나 유사품 같은 단어를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 알아먹지도 못하고 부정해버리면 그만, 계속해서 쓸모없는 말싸움만 길어질게 뻔하다.



그럴 바에야 설령 본인은 덤덤할 수 있어도, 절대로 넘길 수 없는 말을 하는 게 더 낫다.



"이런 유사품이라도, 마왕 한 마리를 잡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시종만 하더라도 마왕님에 대한 극도의 충성을 보였는데, 이 즉위식에 있는 자들이라면 마왕에 영혼을 스스로 바쳤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로 함성소리와 함께 요란스럽게 창칼이 날아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



뭣도 모르고 달려든 잔당들을 시우는 힘으로 간단히 찍어 눌렀다.



내공을 쓸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빠르게 팔을 휘두르는 것 만으로 사방팔방으로 마왕의 잔당들이 찢기면서 날아가게 할 수 있다. 지금의 시우에게 이 정도의 상대들은 극도나 창이나 검이나 별 반 다를 바 없으니까.



그제야 시우의 힘을 제대로 알 수 있는지 주춤거리면서 물러나는 잔당들이었다. 그렇게 시우의 주위에 텅 빈 원이 생겨나자 블루베리가 이어서 모습을 드러내고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도련님께서 이렇게 나서실 필요가 없슴다. 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니 말임다."

"욕심이 나서 말이지, 듣고 보니 이 세상에는 결투로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지?"

"건방지고 어린 유사품..!"



아직 기세가 남아있는지 한 잔당이 크게 외쳤다.



겉모습은 그 누가 봐도 앞에서 직접 싸우는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선 한눈에 보이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은 둘째 치더라도 서 있는 자세나, 빈약한 기척만 봐도 그렇다.



보아하니 한 평생, 대대로 마왕의 앞잡이였다가 마왕의 죽음과 함께 몰락한 유지였을 것이다. 그런 주제에 당당하게 외치는 그 노인에게 블루베리는 '시끄러워'라는 말도 하지 않고 손끝에서 광선을 내뿜어 침묵시켰다.



시우와 블루베리를 향해서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뿐이다.



"해방자의 유사품..."

"너희는 나를 그렇게 부르더라고."

"해방자라고 부를 필요도 없겠군. 네놈의 행태와 도적 두목의 행동에서 다를 게 뭐가 있지?"



인형과 반쯤 같은데도 그럭저럭 말재주는 있었다. 하지만 이 쪽이 더 좋다. 시우가 원하는 대로 이끌고 가려면 대화가 성립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원하는 방향대로 한 걸음 더 상대를 이끌기 위해서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시우였다.



"불필요한 수고를 던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



시우쪽에 카닌과 아눕롤이 있는 시점에서 지하에 틀어박힌 잔당들의 공략은 간단하다. 출입구를 포격으로 봉쇄한 다음 물을 흘러 보내면 그만이다.



이 방법이면 내부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제압할 수 있다. 전리품은 간단히 물을 빼버리고 회수하면 그만. 물 때문에 손상되나 전투에 휘말려서 손상되나 거기서 거기다.




간단한 공략법까지만 설명한 시우의 말에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는지 동요가 퍼져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명색이 왕이고, 방금 전 연설을 보아하니 목숨의 소중함은 잘 아는 것 같은데 말이야. 내 결투 신청을 거부하지는 않겠지? 머리와 가슴에 마나의 맹세를 걸고 말이야."

"상관없다. 나 또한 비슷한 걸 원했던 바이니 말이다."



퇴로는 없다면 상당히 순순하게 나와준다. 그 반응에 눈을 찌푸리는 시우를 향해서 유사품 마왕이 말을 이어갔다.



"결투로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가진다. 나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더욱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지. 머리와 가슴 정도로는 부족해, 영혼에 맹세하고 서로의 모든 것을 걸도록 하지."

"영혼에 맹세하고?"

"두렵나?"

"두렵다기 보다는...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말이야. 한 번 박살 나서 불타버린 영혼을 가지고 싶지는 않거든. 내가 필요한 걸 가져오는 데에는 머리와 가슴에 건 맹세로도 충분하고, 어차피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을 텐데, 그럴 필요가?"



말은 이렇게 했다만, 뭔가 삐끗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시우였다.



자신이 원하는 건 '대충' 상대방의 모든 것, 반면에 상대방이 원하는 건 '철저한' 자신의 모든 것. 이번에 유사품의 영혼으로 자신을 보충하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결투를 거부해서 다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게 유사품 마왕의 태도였다. 이만하면 유사품이니, 인형이니 무시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굳이 다 살릴 필요도 없슴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슴다.'

'그렇지. 이미 죽은 척까지 했는데 말이야.'



널널하게 넘어가려는 생각이었다면 시우의 말대로 폭격으로 죽은 척은 할 필요도 없었다.



"좋아."



결투를 하게 만들고, 어떤 결투를 할지를 정하는 1부의 마지막에 들어섰다. 그렇기에 시우는 승기를 굳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바로 꺼냈다.



"한 수는 양보해주지. 이쪽은 말을 타고 싸우는 거니까. 원하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좋아."

"원하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1시간 안에 구할 수 있는 무기라면 얼마든지. 추가적으로 맨 손으로 싸우라는 것만 빼면 내 무기도 상식적인 선에서 원하는 대로 골라도 좋아."



어떻게든 적운흉풍을 타고 결투에 임하면 된다. 그 차단을 무의식적으로 막기 위해서 맨 손으로 싸우라는 것만 빼면 자신의 무기도 상식적인 선에서 고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검이나 창이든, 어차피 메인은 홍류선법. 거기서 거기니까.



"그 오만을 후회하게 해 주지. 전력을 이끌어낸다고 해도 유사품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마."



이미 반쯤 속이고 있는 시우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무섭지 않은 말이었다. 때문에 한 방 먹이겠다는 듯이 기세를 뿜어내는 마왕에게도 덤덤히 서 있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일은 덤덤히 넘길 일들이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로브를 쓴 이들이 마왕의 주변을 감싸고 높이 단검을 치켜드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들은 시우가 얼굴을 확인할 틈도 없이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풀썩 쓰러졌다.



이어서 바닥에서 퍼져나가야 할 피는 거꾸로 솟아올라 마왕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제나가 주인님과 마왕이 싸운다고 볼 정도면 대충 이 정도쯤은 예상해야 했던 것 아닌가요?'



시우의 질문에 오히려 당황한 눈치를 보이는 블루베리였다. 살짝 진지한 것으로 봐서 블루베리는 원래부터 이 정도쯤은 상대할 거라고 짐작했던 모양이다.



이래서는 말을 꺼낸 자신이 오히려 머쓱하다. 그런 시우를 두고 블루베리는 담담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인신공양을 통한 강화. 효율을 위해서 반영구적인 것과 비영구적인 것이 뒤섞여 있다. 단순히 눈앞의 시우만 이기려고 한다면 비영구적인 강화만 해도 충분하지만, 장기적인 전쟁을 위해서 효과가 작은 반영구적인 강화를 섞은 것이다.



설명은 그런데 시우의 눈에 보이는 건 비영구적인 효과만 한가득이었다. 일단 모두의 눈에 딱 보일 변화로는 피가 그려낸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갑옷이다. 아니, 적운흉풍을 탄 시우와 맞먹게 덩치가 부풀어 오른 걸 봐서는 거의 강화복 위에 입는 강화복이라고 봐도 좋다.



그러나 그건 사령마의 시야가 보는 것에 비하면 정말로 가벼운 것이었다.



'단단하게 고정됐어.'



만약에 저것이 비영구적인 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실험이 뻘짓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강화다. 지금도 살짝 불안하게 연결되었던 영혼이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다. 본드로 달랑달랑 붙여둔 것에 단단한 뼈대를 두른 느낌이다.



'자세히 보면 더 불안정해졌슴다. 육체가 타인의 영혼이라고 명백하게 인식해서 거부반응이 일어남다. 눈 부위를 보십쇼.'



거대한 갑옷 탓에 블루베리가 말하는 눈 부위와 자신이 생각하는 눈 부위가 같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같은 부위를 보고 있다면 눈을 마주칠 수 있었던 초점이 확실히 흐려졌다는 기분이 든 시우였다.



'장기적으로 저 상태가 유지되면 육체가 썩슴다.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제됨다. 물론 결투 중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말임다.'



이길 수 있지만 절대로 방심을 해서는 안 되는 상대. 시우는 그걸 처음으로 적운흉풍을 타고 카푸스를 상대하던 때처럼 마음을 먹으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 이해와 함께 시우는 만들어낸 창의 끝을 유사품 마왕에게 겨누며 본격적인 마나의 맹세를 시작했다.



"나, 손시우는 마나와 영혼에 맹세하여 모든 것을 건 결투를 너에게 신청한다!"

"받아들이겠다. 나, 그쿠스타는 마나와 영혼에 맹세하여 모든 것을 이 결투에 걸 것이다."

'용케 이름은 원본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군요. 그럼 저는 이만...'



딱히 마나의 맹세를 했다고 해서 특별한 점을 바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블루베리의 목소리가 잠잠하게 끊긴 게 전부. 그러나 주변의 환경에 집중을 하자 적운흉풍을 빼면 자신이 완전히 혼자가 된 것을 알아차린 시우였다.



마치 마왕과 자신 사이에 점을 찍고, 그 점을 중심으로 한 보이지 않은 원이 펼쳐진 게 느껴진다. 블루베리는 물론이고, 즉위식을 위해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 원 바깥으로 물러나 있다.



영혼에 거는 최고의 맹세라는 이름값을 하는지,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도 제약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우는 몇몇 행동을 생각하자마자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령 허상화로 회피를 하는 기습 말이다.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라면 몰라도, 선제타격을 위한 기습은 '결투'에 맞지 않는 것이다.



'좋아, 꼼수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순수하게 자신의 기량과 선택으로 승부를 가를 때. 마음을 그렇게 먹은 시우의 창이 마법진을 펼치고 있는 마왕의 검을 내려친 건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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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사품5 20.08.28 34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39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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