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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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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654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1.05.07 02:04
조회
765
추천
15
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22.믿음의 수호자(3)

DUMMY

알베로가 이 토론회를 가리켜 ‘전쟁’이라고 말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격렬히 다툰다는 점에서 이 토론회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전쟁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양쪽 모두 자신의 신념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무너뜨리느냐 무너지느냐만이 오직 이 토론회의 정해진 결과였다.

이렇게 토론회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면서 양쪽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히 맞섰다. 첫 번째 쟁점에서부터 토론회는 격렬하게 달아올랐다. 토론이 시작된지 3시간 동안 토론인들은 첫 번째 문제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두 번째 쟁점 사항으로 넘어갈 기미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양쪽 다 첫 번째 쟁점인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 문제를 두고 죽을 각오를 한 듯 덤벼들었다.

“어떤 싸움에서든 선빵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죠.”

프레이르가 중얼거렸다. 저속한 말이었지만 이 말만큼 현재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말도 없었다.

“그렇습니다. 양쪽 다 먼저 기선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군요.”

알베로가 프레이르의 말에 동의하였다. 프레이르는 큭큭 웃었다.

“전력을 다한다고 해서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프레이르는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모든 상황은 프레이르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토론은 치열하게 전개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회 측이 뷔그노 쪽을 압도하고 있었다. 뷔그노 측 인사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지만 그 힘의 차이는 뚜렷했다. 정통 교회 측의 신랄한 공격에 뷔그노 쪽은 점점 수세에 몰려갔다.

“역시 뷔그노 측이 밀리는 것 같죠?”

프레이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내는 뷔그노 측 대머리 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이 대머리 박사는 정통 교회 쪽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었다. 정통 교회 대표인 요하네스 아이크만은 뷔그노 측 토론인 대표인 존 그린필드 박사와 이 대머리 박사 사이에서 보이는 명백한 모순에 대해 추궁하며 뷔그노 측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뷔그노 측은 통일된 견해를 내놓고 있지 못하니까요. 뷔그노 사이에서도 서로 상충된 해석이 많기 때문에 정통 교회의 획일화된 교리에 대항하기 힘듭니다. 교회는 그 부분을 잘 파고들고 있고요.”

알베로가 말했다.

“오합지졸들 사이에 분열을 유도해서 격파하는 거죠? 역시 교회도 만만치 않군요.”

“그렇습니다. 뷔그노 중에서도 급진파, 온건파, 복음주의자 등 수많은 갈래가 존재합니다. 이들 사이의 모순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교회는 가장 손쉽게 뷔그노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알베로의 설명에 프레이르는 요하네스 아이크만의 유창한 발언을 눈여겨보며 말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저 요하네스 아이크만을 교회 대표로 선정한 교황청의 식견은 완벽하군요. 뷔그노 사이를 분열하여 차례차례 각개격파하고 있어요.”

프레이르의 평가에 알베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르의 말대로 교황청은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카드를 전면에 배치했고 그 선택은 예술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체스판 위의 퀸처럼 아이크만 박사는 뷔그노 진영을 난폭하게 허물어버리고 있었다.

요하네스 아이크만은 뷔그노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철저하게 규탄하며 뷔그노 토론인들의 주장 사이에서 모순이 드러나도록 유도했다. 아이크만 박사의 발언과 날카로운 질문에 반대편 토론인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답변을 내놓으며 모순과 약점을 노출했다. 개중에는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는 답변도 존재했는데 이런 부분은 곧바로 아이크만 박사의 예리한 논법에 날카롭게 파헤쳐졌다.

“뷔그노 측이 사력을 다해 대항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교회 측의 승리가 명백하네요.”

프레이르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알베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르는 일단 토론회가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교회 측이 토론을 잘 이끌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이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프레이르는 눈을 돌려 교회 안에서 숨을 죽인 채 토론을 지켜보는 방청객들을 살펴보았다. 이 토론회를 손꼽아 기다렸을 수많은 방청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방청객들이라고 해서 토론회의 공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못했을 리 없었다. 교회 쪽의 우세가 확연하자 라시드 대주교와 성직자들은 더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크만 박사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샤를 또한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지만 내심 뷔그노 쪽이 수세에 몰리는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침착함과 공정함을 견지한 얼굴 표정을 유지했다.

반면 뷔그노 쪽 인사들로 보이는 인물들은 침울한 패배감에 젖은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 무거운 공기에 짓눌리기라도 한 듯이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개중에는 혀를 차며 나지막한 탄식을 늘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프레이르는 이런 식으로 회장의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뒤, 트레버 쪽을 바라보았다. 이 무뚝뚝한 신학도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예상대로 트레버는 마치 검투장의 싸움을 구경하는 관중처럼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 치열한 토론회를 지켜보며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토론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마치 자신의 생사가 달린 것처럼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빨려들어갈 것처럼 그는 토론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프레이르는 이 신학도를 살펴보며 한 가지 의혹이 불쑥 마음 속에 떠올랐다. 어쩌면 트레버가 이토록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토론회에 관심이 많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심증뿐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에 프레이르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레이르는 트레버 쪽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그는 이 젊은 신학도에 대해 경계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트레버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다시 토론회에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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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7 나니아
    작성일
    11.05.07 03:33
    No. 1

    트레버 의심스러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스카이76
    작성일
    11.05.07 07:12
    No. 2

    저번회부터 느낀것이지만..

    트레버는 마일즈교수군요..

    생각보다 젊다는데..약간충격이고..

    마법사와 연계라는데 약간 충격이고..

    향후 전개가 1%는 예상된다는건 안충격이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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