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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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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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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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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1.05.06 06:31
조회
818
추천
13
글자
8쪽

로라시아 연대기 - 22.믿음의 수호자(2)

DUMMY

잠시 후, 샤를을 비롯한 왕족들과 성직자들, 그리고 토론회에 참여할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샤를을 따라 들어온 교회 측 인사 5명과 뷔그노 측 인사 5명은 제단 앞쪽에 가운데에 서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교회 측 인사 5명 중 주요 토론인으로 뽑힌 사람은 교황청에 직접 소속된 신학자인 요하네스 아이크만이었다. 30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통 교회를 옹호하기 위해 3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소위 ‘레오폴드 문서’가 조작되었다는 것을 밝혀낸 뛰어난 학자였다.

뷔그노의 대표는 로버트 마일러 교수의 막역한 친구이자, 칼브리지 대학에서 예언서 주해를 가르치는 존 그린필드였다. 로드4경을 비롯한 예언서를 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인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뷔그노의 대표는 당연히 로버트 마일러가 되어야 했겠지만 니블헤임으로 망명한 그는 그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더구나 미지의 영주에 보호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미 에우로텐 종교재판소에 의해 화형이 선고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공적인 자리에 나설 수 없었다.

비록 교황청에서 이 토론회를 허가했고 뷔그노의 안전을 보장했지만 로버트 마일러 교수 본인의 안전에 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마일러 교수로서는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내미는 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꺼려졌을 것이다. 혹은 그는 아예 이 토론회 자체가 자신을 끌어내려는 함정이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로버트 마일러 교수는 참석하지 않았고 그 대신 칼브리지 대학의 다른 교수가 대표로 선정 되었다.

이 곳에 모인 참석자들은 마일러 교수의 불참에 적잖이 실망한 모양이었다. 특히 뷔그노 측 사람들은 그가 이곳에 오기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불참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프레이르 역시 마일러 교수의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 인물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도대체 마일러 교수가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커다란 파란을 몰고 올 수 있었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휴, 로버트 마일러 교수가 참석하지 못 해 아쉽군요.”

프레이르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트레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옆자리에서 토론인들을 살펴보던 트레버가 불에 덴 것처럼 움찔했다. 프레이르는 트레버의 그 민감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더욱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트레버가 실내의 소란 때문에 프레이르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 가장하며 그 자리에 잠자코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사코 이쪽을 보길 거부하며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그런 트레버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부터 트레버는 어딘지 이상했다. 그는 성당에 들어왔을 때부터 초조한 표정으로 손을 주물럭거렸고 의식적으로 후드를 내리며 자꾸 얼굴을 가리려 했다. 또한 가뜩이나 말수가 없던 입을 아예 마법으로 봉인한 것처럼 꽉 다물어버렸다.

이것은 토론회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보다는 무언가 걱정거리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그 누구보다 능수능란한 프레이르가 그 둘 사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리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싶은 건가?’

프레이르는 트레버가 자꾸 후드를 깊이 쓰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을 바라보며 짐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침울한 수도승처럼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지인과 마주치기를 극도로 꺼리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프레이르는 무의식중에 카린에게 트레버의 고민거리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카린이 이 토론회에 질색을 하며 자기는 그냥 방에서 쉬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냈다. 아마도 지금 카린은 자신의 방에서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프레이르는 트레버에 관해 알아보는 것을 단념했다.

그는 트레버에게서 눈을 떼고 성당의 제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온갖 인쇄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생 마르통 대성당에서 봉사하는 신부들이 착석해 있는 200여 명의 손님들에게 그것을 나눠주고 있었다.

프레이르 역시 신부들에게 그 인쇄물을 받았는데 그 안에는 오늘 토론회의 쟁점 사항이 깔끔하게 적혀 있었다.

프레이르는 다시 그 인쇄물을 꺼내었다. 교회의 공용어인 고대 레인가드 어로 적혀 있었기 때문에 평신도인 프레이르는 그것을 읽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지만 뛰어난 신학자인 트레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을 할 리는 없었다.

30여분 전에 트레버가 현대 레인가드 어로 번역하여 프레이르에게 건네준 쪽지에 따르면 이 토론회의 쟁점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1.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에 관한 문제

2. 교황과 공의회의 무오류성에 관한 문제

3. 교회 성사의 타당성에 관한 문제

4. 인간을 구원하는 주체에 관한 문제

5. 개인의 신앙과 이성 간의 관계에 관한 문제

6. 성직 매매, 면죄부에 관한 문제

7. 성직자의 예언, 방언, 꿈 등 계시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


“과연...”

프레이르는 모자를 벗은 다음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하나하나의 사안들을 살펴보았다. 무엇 하나 가벼운 문제가 없었다.

‘교회의 가장 민감한 사안 7개를 정면으로 내걸었군. 라시드 대주교는 전력을 다해 정면 승부를 볼 생각이야. 정말이지 작정하고 덤벼드는군.’

라시드 대주교가 강하게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승부를 건 것은 뜻밖이었다. 특히 1번과 6번. 그리고 7번 문제는 정통 교회 측이 뷔그노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부분이었는데 이 사안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에 내건 것은 이 토론회로 끝장을 보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알베로. 이 주제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요?”

프레이르는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알베로에게 물었다. 신학이라면 트레버 쪽이 더 전문가였지만 그는 전혀 말할 의지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꿩 대신 닭으로 알베로에게 묻는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르의 질문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인쇄물을 읽고 있던 알베로가 대답했다.

“주제의 무게감과 그 민감함으로 볼 때... 말 그대로 이 토론회는 전쟁이 될 것입니다. 이 토론회에서 밀리는 쪽은 치명적인 타격을 각오해야겠지요. 라시드 대주교와 교황청은 이 기회에 뷔그노들을 철저히 눌러버릴 심산인 모양입니다.”

알베로의 말에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이 토론회에서 승리하는 쪽이 앞으로 이 뷔그노 사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우리 정통 교회 쪽이 되어야겠지.'

프레이르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이윽고 해시계가 1시를 가리키자 제단 뒤쪽에 서 있던 아이자크 경이 샤를의 곁으로 다가와 소곤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알베로 또한 프레이르에게 속삭였다.

“전하, 이제 시작하려나 봅니다.”

프레이르는 고개를 들어 샤를 쪽을 바라보았다. 샤를은 조금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 역시 이 토론회의가 가진 중대한 의미를 깨닫고 조금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평소의 샤를과 지금의 샤를과의 그 미세한 차이는 오직 프레이르를 비롯한 몇몇 사람만이 겨우 눈치 챌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에 샤를은 느긋하고 위엄있게 사태를 관망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과연 샤를다운 노련한 평정심이었다.

아이자크 경이 뒤로 물러나자 샤를은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성당 바깥쪽에 서서 경비를 맡고 있던 마틴 경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자신이 직접 성당의 문을 닫았다. 문 바깥쪽에서 ‘찰칵’하는 소리를 신호로 샤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객석을 가득 메운 귀족들과 성직자, 신학도들도 따라 기립했다. 이로서 생 마르통 대성당의 역사적인 신학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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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1 스카이76
    작성일
    11.05.06 10:07
    No. 1

    빠른전개.. 멋있네요..

    내용역시 잼있구요..

    이 대작에 조회수가 딸린다는건 조금 아쉽지만..

    어쨋던 멋진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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