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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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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678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0.08.14 00:54
조회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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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8쪽

로라시아 연대기 - 17.이중목적(1)

DUMMY

한여름이 다 되었음을 알리려는 듯 여름하늘은 어느 때보다도 지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지평선이 강둑 너머로 펼쳐져 있었고,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차이를 알 수 없는 평원이 엘브 강의 동서 양편으로 펼쳐져 있었다. 강둑 사이로 지나는 물길은 맑은 하늘을 가득 담은 채, 작은 고깃배와 상선들을 흘려보냈다. 강의 지류들은 간간이 평야로 흘러나와 각종 밀밭에 물을 공급해주었는데 북서풍이 불어올 때마다 잘 익은 여름밀들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 너무나도 평화로운 광경을 양쪽에 둔 채 몇 대의 마차와 말을 탄 기수들로 구성된 일행이 강둑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벼운 외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엘브 강을 따라 강의 하류로 향하고 있었다.

지붕이 없는 마차를 탄 젊은이들은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그 녀들은 차양이 긴 모자를 쓴 채 재잘거리며 마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 녀들은 카시네예프에서 벗어나, 끝없이 펼쳐진 가데스 평야와 엘브 강의 도도한 흐름을 바라보며 소풍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카시네예프의 숙녀들은 도심에서 보기 힘든 여러 가지 전원적인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이것저것을 손으로 가리키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곤 했다.

마차의 주위로는 잘 차려 입은 청년들이 말을 탄 채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가씨들처럼 재잘거리거나 바깥의 풍경에 넋을 잃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강둑을 말이 강물에 공포를 느껴서 제멋대로 길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기 위해 단단히 고삐를 쥐고 있었다. 승마란 것은 의외로 많은 훈련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청년들은 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청년들은 아가씨들이 타고 있는 마차 쪽으로 흘낏흘낏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은 아가씨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였다. 이 정도 나이 또래의 남자들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런 청년들의 관심을 모를 리 없었지만 숙녀들은 청년들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녀들 중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은 마차에 탄 아가씨들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맵시 있는 외출복을 입은 여성이었다. 말을 탄 대부분의 남성들은 마치 여왕님과도 같이 모든 이의 중심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여성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아르넷이 다른 호위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멍한 눈길로 베아트리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프레이르는 진작부터 아르넷이 베아트리체를 동경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르넷을 곯려줄 생각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맛있는 것을 상상하고 있는 거야? 입에서 침 떨어지겠다.”

프레이르의 말에 아르넷은 환상에서 깨어나 곧바로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황급히 변명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프레이르는 이것이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아르넷을 추궁하지 않았다. 베아트리체와 에버딘이 이쪽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어렸을 적부터 아르넷을 놀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숙녀들 앞에서 심각한 망신을 주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성숙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굳이 아르넷의 사생활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프레이르는 마차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고삐를 늦추었다. 그리고 그는 마차의 옆으로 다가갔다.

“숙녀 분들, 자리가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프레이르가 마차에 앉아 있는 세 명에게 말했다. 베아트리체는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하. 전혀 문제없어요.”

베아트리체의 대답을 따라 로잔느와 에버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야말로 괜찮으세요?”

에버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알베로로부터 말을 오래 타면 허리와 엉덩이에 무리가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프레이르가 마차를 타지 않은 것에 염려하고 있었다.

“아라스는 매일 같이 들락날락 거리던 곳이야.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에버딘.”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기수를 재빨리 돌려 말을 한 바퀴 돌게 만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토록 좁은 강둑에서 이렇게 급하게 말을 선회시키는 행동은 대단히 위험한 짓이었다. 자칫 뒤따라오던 다른 말과 충돌할 경우 강둑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프레이르의 말머리는 프레이르의 뒤를 바짝 따라오던 루크의 말과 아슬아슬한 위치까지 다가오며 부딪힐 뻔했다. 그 모습에 에버딘은 작게 비명을 지르며 입에 손을 모았다. 그러나 프레이르는 루크와 부딪혀 강둑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대신 재치 있게 말을 돌려 세우며 마차의 옆자리에 말을 옮겨 놓는데 성공했다. 프레이르가 무사히 말을 되돌리는 것을 보고 에버딘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이르, 이게 무슨 짓이야! 죽을 뻔 했잖아.”

루크가 프레이르에게 소리쳤다. 그의 오른 손은 말의 고삐가 끊어질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루크에게 킥킥거리며 웃었다.

“미안미안. 내가 잠시 더위를 먹었었나봐.”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한 다음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프레이르를 바라보고 있는 에버딘에게 씩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는 말을 몰아 대열의 선두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놀라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는 루크가 마차의 옆으로 다가와 숙녀들에게 물었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베아트리체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루크는 프레이르 쪽을 흘겨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프레이르 저 녀석은 꼭 아름다운 숙녀 분들 앞에만 서면 꼭 저런 바보 같은 장난을 치곤 해서...”

루크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마치 화창한 봄날과 같은 밝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루크 경도 제법인데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레스터 후작님도 숙녀를 다룰 줄 아는 분이시군요.”

베아트리체의 말에 루크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그는 마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을 남긴 뒤 이제 한참 앞장 서서 달리고 있는 프레이르를 쫓아갔다.

“정말 멋진 분이시죠?”

베아트리체가 로잔느에게 물었다. 루크의 뒷모습을 쫓고 있던 로잔느는 그 말에 작게 미소 지었다.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글쎄요, 어느 분을 말씀드리는 지는 두 분께 달리지 않았을까요?”

베아트리체가 이번에는 에버딘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에버딘은 이제는 작은 점으로 보이는 프레이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로잔느와 베아트리체의 눈길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강둑 너머의 어선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배가 타고 싶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며 화제를 돌렸다.

평화로운 여름날이었다. 근심걱정은 카시네예프에 남겨 둔 채 그들은 항구 도시인 아라스로 소풍을 가고 있었다. 이 소풍은 바로 전날, 프레이르가 갑자기 아라스에 놀러 가자고 통보를 함으로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었다.

프레이르의 이 충동적인 제안에 사람들은 당황하였지만 프레이르란 존재가 원체 예측불허의 행동을 즐겨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며 프레이르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프레이르, 아르넷, 루크, 베아트리체, 로잔느, 에버딘, 세자르, 그리고 알베로는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마치고 아라스로 가는 중이었다.

다행히 일찍 출발한 덕분에 일행은 점심 시간이 오기 전에 아라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삽십 분 정도 더 강둑을 따라 간 그들은 곧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탄성을 터뜨렸다. 그들의 눈 앞에는 엘브 강의 하류와 지중해가 맞닿는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아라스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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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로라시아 연대기 - 19.알타미라 후작가(1) +8 10.08.24 1,362 4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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