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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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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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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0.08.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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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18.재회(3)

DUMMY

밤 10시쯤, 그들은 공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접대실에 다다른 그들은 일행이 모두 잠에 곯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느 때라면 떠들썩해야할 응접실이 무거운 적막에 눌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오늘의 여행으로 모두들 지친 모양이었다.

공관 내부는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하인들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프레이르와 알베로가 도착한 것을 보고 기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왕자 일행을 맞이했다. 그러나 프레이르가 아직 잠을 잘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의 얼굴은 조금 흐려졌다. 하인들 또한 오늘의 일정으로 대단히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충직한 사람들이었던지라 별 수 없이 프레이르와 알베로를 공관의 접대실로 안내했다.

프레이르와 알베로는 접대실의 한쪽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몹시 피곤한 몸과 마음을 조금 더 혹사시키며 앞으로의 일에 관하여 상의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는 먼저 카시네예프로 돌아가 폐하께 에르니 은화의 위협이 거짓이라는 것과, 알타미라 후작이 레미엔 상인조합에게 독점적인 금화 유통 권리를 부여하여 무언가를 구입하려 한다는 사실을 보고 드리겠어요.”

프레이르가 알베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알베로에게 명령을 내렸다.

“알베로는 당분간 아라스에 남아서 후작과 레미엔 상인조합이 무엇을 구입하려 하는지 정확히 조사해 주세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사치품 종류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알베로가 프레이르의 명령을 받았다.

“별 일은 없겠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호위기사를 둘 붙여줄게요. 내일쯤 알타미라 후작도 자신의 목적이 탄로 났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프레이르가 하품을 하며 알베로에게 말했다. 알타미라 후작이 알베로를 습격한다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싶었던 프레이르는 두 사람을 붙여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알베로는 고개를 저었다.

“전하의 뜻은 감사하지만 칼을 차고 있는 호위기사를 둘이나 거느리고 다녀봤자 눈에 잘 띄기만 할 겁니다. 차라리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알베로의 말에 프레이르는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알베로는 재빨리 덧붙였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전하의 뜻대로 하십시오.”

“아니에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 말대로 하죠.”

프레이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베로는 프레이르가 자신의 말을 들어준 것에 대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결정한 뒤, 알베로는 기본적인 방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미엔 상인조합과 알타미라 후작이 무언가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전하께서는 그것을 반대로 역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이익을 에스칼 상인조합에 넘겨야 합니다.”

알베로가 말했다. 프레이르는 그 말에 동의했다.

“에스칼 상인조합은 왕실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요. 에스칼 상인조합의 이익은 곧바로 왕실의 이익이죠.”

“그렇습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에스칼 상인조합이 사치품 시장에 대한 지분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치품에 대한 관세는 알타미라 후작이 계속 억제해 온 만큼 그 이익이 대단히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에스칼 상인조합이 사치품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면 레미엔 상인조합을 누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알베로가 조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연갈색의 눈동자는 알타미라 후작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성적으로 변해 있었다. 프레이르는 항상 차갑고 냉정한 알베로가 알타미라 후작과 관련된 일이라면 곧잘 감정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베로를 내버려 두었다.

“레미엔 상인조합의 뒤통수를 후려친 다음 그 이익을 에스칼 상인조합으로 돌린다라... 맞는 말이에요. 정석적이기도 하고요. 그 방안은요?”

프레이르는 알베로에게 구체적인 방안까지 물었다. 그만큼 프레이르는 알베로의 두뇌를 신뢰하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자신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능력은 알베로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앙 정계와 레인가드 법에 해박한 알베로는 정책의 입안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프레이르는 알베로의 도움을 받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알베로는 잠시 고심하듯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그 잘생긴 미간을 좁히며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두 가지씩이나요?”

프레이르가 씩 웃으며 알베로에게 말했다. 알베로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방법은 알타미라 후작과 정면충돌하는 방법입니다. 바로 사치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것입니다. 저쪽에서 사치품을 수입할 생각이라면 왕실은 그 관세를 높이는 것으로 맞설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자유도시라 하더라도 그 관세를 정하는 국민회의는 왕실이 장악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이 계획에는 단점이 뒤따릅니다.”

“사치품의 관세율 인상은 알타미라 후작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자칫 알타미라 후작이 국왕 페하와 전하께 반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방법을 채용하면 에스칼 상회에는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데다가 세금을 높이면 아라스 시민들이 왕실에 반감을 갖게 될 겁니다. 늘어나는 것은 오직 왕실의 수입뿐이고 잃는 것은 많지요.”

프레이르는 ‘흐음’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관세를 높이는 것은 분명 확실하고 직접적인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이에 따르는 손실이 너무 컸다. 그 중에서도 알타미라 후작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할 일이었다.

“이건 조금 곤란하네요. 다른 방법은 뭔가요?”

손익 계산을 마친 프레이르가 알베로에게 다른 방법을 요구했다. 알베로는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

“다른 방법은 이쪽에서도 맞불을 놓는 작전입니다.”

알베로가 말했다.

“아라스 화폐주조소에서 아라스 금화의 금 함유량을 높인다면 왕실은 카시네예프 화폐주조소에서 앙시벨 금화의 금 함유량을 높이는 겁니다. 이것은 알타미라 후작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쪽에서 ‘에르니 은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왕실에서도 나서기로 했다.’라고 둘러대면 알타미라 후작 측에서도 별달리 반박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계획에는 한 가지 제한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대충 알겠어요.”

프레이르가 말했다.

“금 함유량을 높이는 시점이겠죠.”

“그렇습니다.”

알베로가 프레이르의 말에 동의하였다.

“어떻게는 아라스 화폐주조소보다 먼저 금 함유량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상품의 매도자들과 먼저 계약을 체결해야만 합니다. 한 발이라도 늦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알베로의 말에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욱 힘을 얻은 알베로가 말했다.

“이 방법을 채택하면 이익은 나뉘겠지만 알타미라 후작과 사이가 틀어질 리는 없을 겁니다. 어쨌든 왕실과 알타미라 후작 측 모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미엔 상인조합과 에스칼 상인조합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알베로는 이렇게 말하며 설명을 마쳤다. 알베로의 이야기를 들은 프레이르는 즉석에서 결정을 내렸다.

“후자 쪽으로 하죠.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알타미라 후작의 세력이 급성장하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었으니까 굳이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괜히 알타미라 후작을 자극해 봤자 도움이 될 것은 없으니 이 정도로 양보해주기로 하죠.”

프레이르의 말에 알베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 폐하께는 제가 말씀 드릴게요. 그 사이 알베로는 레미엔 상인조합이 정확히 무엇을 구입하려 하는지 조사해줘요.”

“알겠습니다.”

알베로의 대답에 프레이르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켰다. 순간 프레이르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전하!”

알베로는 깜짝 놀라 프레이르를 부축했다. 프레이르는 자리에서 쓰러지기 전에 간신히 알베로의 팔을 붙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여전히 윙윙거리며 울리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는 최대한 고통을 참아내며 알베로에게 힘겹게 말했다.

“괜찮아요. 미안하지만 침실까지만 부축해줄래요?”

프레이르의 말에 알베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안색이 창백합니다. 의사를 부를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알베로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두 사람은 힘겹게 계단을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고통이 심해졌지만 프레이르는 최대한 정신을 말짱하게 유지하려 애쓰며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프레이르를 침대에 눕히며 알베로가 물었다. 프레이르는 머리를 창 끝으로 쑤시는 듯한 고통과 반복되는 알베로의 질문에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알베로에게 말했다.

“좀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이만 나가봐요.”

프레이르의 말에도 알베로는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프레이르가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리자 결국 아무 말 없이 프레이르를 남겨 둔 채 방 바깥으로 조용히 나갔다.

알베로를 내보낸 뒤에도 프레이르는 한동안 계속되는 두통에 침대 위를 뒹굴었다. 역시 최근 들어서 논문이라던가, 알타미라 후작의 뒷조사라던가로 무리했더니 옛날의 지병이 재발한 모양이었다. 한동안 괜찮았기 때문에 완전히 없어진 줄로만 알았더니 이 발작적인 두통은 결국 오늘 또다시 발생하고야 말았다.

프레이르는 욕설을 내뱉으며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런 발작적인 두통이 발생할 때마다 그가 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마흔 개 정도 숫자를 세자 그를 괴롭혔던 고통은 다행히 차차 사라져갔다. 프레이르는 간신히 평소의 호흡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이 두통은 갑자기 발생했다 금방 사그라지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어렸을 적부터 이런 발작적인 두통에 시달려 왔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피로감이 누적되면 종종 이런 미칠 듯한 두통이 그를 엄습해 오곤 했다. 이 두통은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5분까지 지속되곤 했는데 극심한 고통이 항상 뒤따라왔다. 프레이르의 이 지병을 걱정한 메르센은 수많은 의사들을 데려와 진찰을 받게 했으나 그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아마도 악령의 장난 때문에 나쁜 피가 머리로 몰린 것 같다는 다소 두루뭉실한 추측만을 내놓을 뿐이었다.

과거의 생각을 떠올리는 동안 고통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었다. 어느새 프레이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정신 상태를 되찾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마 위에는 극심했던 고통을 상기시키려는 듯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프레이르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잠을 자기 위해 이불을 위로 끌어 당겼다. 잠시 후, 그는 모든 고통과 피로감을 잊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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