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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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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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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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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로라시아 연대기 - 17.이중목적(4)

DUMMY

“아니, 베아트리체 아가씨. 이곳에 무슨 일이십니까?”

식탁을 닦고 있던 한 장년의 남자가 깜짝 놀라 베아트리체와 그 일행을 맞이했다. 그 남성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친근한 미소로 답했다.

“아라스에 놀러왔다가 잠깐 들른 거예요. 혹시 제가 방해가 되었나요?”

“그럴 리가요. 베아트리체 아가씨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인심 좋게 생간 그 남자는 일행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아담하고 검소하게 꾸며진 한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베아트리체 아가씨. 그쪽에 계신 신사 분들도 앉으시고요.”

장년의 남성이 프레이르와 알베로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프레이르는 긴장한 기색을 감추며 자리에 앉았다. 알베로 역시 레미엔 상인조합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에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었지만 애써 감정을 다스리며 의자를 끌어당겼다.

“이곳은 날이 갈수록 번창하네요. 아까 보니 창고도 확장하고 계시던데요? 얼마나 더 물건을 들여오실 생각이신가요, 단테스 님?”

베아트리체가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단테스라는 사내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앞으로는 하시에르에서 밀을 더 수입해 올 생각입니다. 이게 다 알타미라 후작님과 베아트리체 아가씨 덕분 아니겠습니까?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어머,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기뻐라.”

베아트리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프레이르와 알베로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며 레미엔 상인조합과 알타미라 후작 사이의 유착 관계를 떠올렸다. 알타미라 후작이 정책으로서 레미엔 상인조합을 당겨주고, 레미엔 상인조합은 자금으로서 후작을 밀어주는 사이였다. 이처럼 레미엔 상인조합은 알타미라 후작의 훌륭한 자금원 역할을 해주고 있었으며 알타미라 후작은 레미엔 상인들에게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단테스와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띄운 베아트리체가 양쪽을 소개했다.

“프레이르 전하, 이쪽은 레미엔 상인조합 아라스 지부장인 단테스에요. 단테스 님, 이 분은 프레이르 왕자 전하세요. 이쪽은 그 비서관인 카스티야 백작님이시고요.”

“오오, 이렇게 고귀하신 분들을 뵙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단테스가 황송하다는 듯이 웃음을 띠우며 프레이르에게 깊숙이 인사를 했다. 그 태도에는 노련한 상인다운 과장된 태도가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프레이르는 정중하게 답례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프레이르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단테스에게 인사를 했다.

프레이르는 상인이란 존재가 얼마나 눈치가 빠르고 이익에 민감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약점이라도 보이면 그 상대를 뼈째로 잡아먹는 존재가 바로 상인이었다. 프레이르는 돈의 흐름이나 물자의 유통에 둔감하지 않았지만 이런 노련한 상인에 비해서는 피라미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프레이르는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단테스가 두 손을 맞잡으며 베아트리체에게 물었다. 베아트리체는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프레이르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자신의 뒷조사가 알타미라 후작의 귀로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위기를 역으로 이용하여 레미엔 상인 조합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었다. 단테스는 베아트리체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으므로 프레이르 자신이 의심받을 일은 없었다.

다만 여기에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었다. 베아트리체로 하여금 자신들의 진정한 의도를 알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것이었다. 여기 앉아 있는 베아트리체는 프레이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동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프레이르는 그녀에게 최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이 단테스라는 남자를 통해 캐내야 했다. 어렵겠지만 그 수밖에는 없었다.

“실은 우리 왕실에서는 화폐의 유통에 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프레이르는 일단 알타미라 후작이 흘렸던 정보를 그대로 인용했다. 단테스의 반응을 지켜보고 그 진위 여부를 추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내용이라면 베아트리체가 알게 되어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왕실은 최근 레인가드에서 한 은화의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아, 에르니 은화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단테스가 곧바로 말했다.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아무튼 왕실에서는 난쟁이족들의 은화가 레인가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알베로 경은 에르니 은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아라스에 오게 되었죠.”

“호오...”

단테스는 엷게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르와 알베로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단테스에게 프레이르가 물었다.

“그래서 저는 레미엔 상인조합의 생각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아무래도 레미엔 상인조합은 레인가드에서 가장 거대한 상인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발이 넓으면 넓을수록 정보가 많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의자를 좀더 앞으로 당겼다.

“레미엔 상인조합에서는 에르니 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프레이르의 물음에 단테스는 ‘흐음’하는 소리를 내며 깔끔하게 깎인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그 반응에서 프레이르는 어떠한 정보도 캐낼 수 없었다. 역시 아라스의 지부장은 속마음을 숨기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이윽고 단테스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에르니 은화에 관해서는 저희도 크게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레인가드의 경제가 난쟁이족들에게 휘둘리겠다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레미엔 조합이 에인절 은화만을 고수할 수만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일단 은 함유량이 에인절 은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은화란 것은 은의 함유량에 따라 가치가 민감하게 변동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상인이란 애국심보다는 은화의 가치에 더 집착하는 것이 그 천성입니다.”

“물론 그렇죠. 상인이라면 은 함유량이 높은 은화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프레이르의 말에 단테스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에르니 은화는 약 2년 전, 난쟁이족의 족장 마타우 우징가가 족장으로 즉위하면서 발행한 은화입니다. 에르니 자작 가문이 처음으로 레인가드로 들여왔다 해서 에르니 은화라는 이름이 붙여졌지요.”

단테스는 에르니 은화의 개요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에르니 은화는 난쟁이족과 귀금속 등을 거래하는 레인가드 남부 상인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에르니 은화에 포함된 은 함유량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에인절 은화보다 에르니 은화 쪽을 선호하게 되었죠.”

“에르니 은화가 얼마나 은 함유량이 높죠?”

프레이르가 모르는 척 단테스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 단테스는 에르니 은화의 은 함유량과 에인절 은화의 은 함유량에 관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그 가치를 비교하였다. 또한 그는 레인가드 경제가 얼마나 위험에 처해있는지에 관하여 역설하였다. 그 내용은 알타미라 후작이 말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참 동안 그렇게 두 은화를 비교한 단테스는 이윽고 에르니 은화의 구체적인 유통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라스와 카시네예프를 비롯한 레인가드 북부의 대도시로도 에르니 은화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남부도시와 거래를 하는 상인들이 에르니 은화를 들여오기 때문이죠. 그 유통량이 엄청 나서 우리 레미엔 조합에서조차 앞으로는 에인절 은화 대신 에르니 은화를 사용해야 되는지 고민할 정도입니다.”

순간 프레이르의 눈빛이 빛났다. 방금 단테스가 말한 것은 무언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재빨리 알베로를 바라보았다. 알베로 역시 단테스의 말에서 무언가 수상한 부분을 느낀 모양인지 단테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프레이르는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단테스를 떠보았다.

“그것 참 큰일이네요. 에르니 은화가 그 정도로 레인가드 경제에 침투했다니... 우리 왕실은 사태가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왕실은 아직까지 에인절 은화를 기준으로만 결재를 해 왔거든요.”

프레이르의 말에 단테스는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왕실은 예전부터 에인절 은화로 결재를 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화폐 변동에 민감한 환전상들은 이미 에르니 은화의 유입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남부의 상인들을 통해 급속한 속도로 에르니 은화가 밀려오고 있으니까요. 매일같이 막대한 양의 에르니 은화가 아라스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프레이르는 이것이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베로의 정보에 따르면 아라스에서의 에르니 은화의 물량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알베로는 분명히 에르니 은화가 통화로서 유통되기에는 너무 물량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었다. 이 단테스라는 자는 프레이르가 환전상으로부터 이미 에르니 은화에 관한 정보를 캐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에르니 은화의 유통량에 대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이로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환전상을 조사했을 때는 의혹뿐이었지만 지금 그는 확정적인 심증을 가지고 있었다. 레미엔 상인조합과 알타미라 후작은 무언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입을 맞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프레이르 한참 동안 에르니 은화의 위협에 관해서 단테스와 대화하였다. 프레이르를 어리숙하고 시장의 동향에 둔감한 왕족으로 생각한 그는 계속해서 에르니 은화의 막대한 유통량을 강조하였다. 그 태도는 마치 에르니 은화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프레이르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단테스의 태도로서 프레이르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즉 애초에 에르니 은화의 위협이라는 것은 없었다. 에르니 은화의 물량은 보잘 것 없으며 남부의 상인들로부터 막대한 에르니 은화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알타미라 후작과 레미엔 상인조합은 이 거짓말을 통해 무언가 다른 이익을 꾀하고 있다.

알베로의 보고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프레이르는 아직 남부에서 북부로 에르니 은화가 전파되지 않았으며, 알타미라 후작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테스와의 대화를 통해 프레이르는 알타미라 후작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을 거부하게 되었다.

만약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단테스는 ‘아직 에르니 은화가 북부까지는 전파되지 않았지만 남부에서는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라고 대답했어야 했다. 그러나 단테스는 에르니 은화가 이미 레인가드 북부의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왕실에 위기감을 줌으로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그들의 의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무언가 다른 속셈을 꾸미고 있다는 반증이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된 프레이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의 숨겨진 목적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정말 큰일이네요.”

프레이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동시에 그는 알베로에게 눈을 찡긋했다. 알베로는 재빨리 프레이르의 말에 동조하였다.

“그렇습니다, 전하. 무언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단테스 님의 말대로 레인가드 경제가 전복 당할 것입니다.”

알베로의 말에 프레이르는 쾌재를 불렀다. 역시 알베로를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명석한 비서관은 프레이르가 무엇을 의도하려는지 정확히 알고 이에 따른 분위기를 형성해주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알베로 경.”

프레이르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는 일부러 초조한 기색을 가장했다.

“무언가 에르니 은화에 대응할 방법이 없을까요?”

프레이르는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면밀히 단테스 쪽을 살피고 있었다. 단테스는 잠시 고심하더니 사무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상대국의 화폐가 귀금속의 함유량을 높이면 이쪽도 은 함유량이나 혹은 금 함유량을 높임으로서 대항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음... 그렇다면 새로운 은화를 만들자는 건가요?”

프레이르가 다시 한 번 단테스를 떠보았다. 단테스는 조금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화폐란 것은 그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알베로가 관심이 간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단테스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며 그들에게 두 개의 은화를 꺼내보였다.

“이쪽은 에우로텐에서 주로 사용되는 레토 은화입니다. 거기 있는 좀 더 어두운 빛깔의 은화는 밀레나 은화이고요.”

단테스는 이렇게 말하며 차를 마셨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두 은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래 밀레나 은화는 레토 은화에서 은의 함유량을 줄인 은화였습니다. 니블헤임과의 전쟁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에우로텐 왕실에서 은의 함유량을 줄인 것이지요. 따라서 레토 은화는 96%의 고유 레토 은화와 93.3%의 가짜 레토 은화로 양분되게 되었습니다.”

단테스의 말이 이어졌다.

“당연히 상인들은 두 개의 은화를 구분하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은의 함유량이 이처럼 극도로 변화하면 사실상 다른 은화로 생각하는 것이 합당했으니까요. 결국 가짜 레토 은화는 밀레나 은화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새로운 은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즉 그 말은...”

알베로가 입을 열었다.

“화폐의 종류란 결국 시장의 요구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지 임의로 만들어서 조종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까?”

“바로 맞추셨습니다. 화폐란 생물과도 같아서 환경을 따르는 것입니다.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그 화폐의 유통량을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단번에 새로운 금화를 만들어서 에르니 은화에 대항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새로운 금화를 만들어봤자 수용할 만한 시장이 없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프레이르는 다시 한 번 단테스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단테스는 새로운 ‘은화’가 아닌 새로운 ‘금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알타미라 후작이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레이르가 초조한 기색으로 물었다. 단테스는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아라스 금화의 금 함유량을 높이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보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프레이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단테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것도 모르냐’는 제스처가 분명했지만 프레이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대가 이쪽을 얕보면 얕볼수록 이쪽에 허술한 부분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법이었다.

“일단 아라스 금화는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금 함유량을 높인 일종의 신(新) 아라스 금화를 수용할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죠. 물론 초기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에우로텐처럼 레토 은화와 가짜 레토 은화가 함께 사용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겠지요. 하지만 곧바로 신(新) 아라스 금화는 훌륭한 통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운만 좋다면 제 이름을 따서 ‘단테스 금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화폐로 재탄생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단테스는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프레이르와 알베로, 베아트리체도 그를 따라 웃었다.

그 때, 문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에우로텐에서 전해진 금괴에 관해서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문 밖의 남자의 대답했다. 문득 프레이르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저 목소리가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전하. 중요한 보고라 잠시 밖에 나가봐야겠군요.”

단테스가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단테스를 따라 프레이르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닙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이만 일어서야겠네요.”

프레이르의 말에 베아트리체와 알베로도 의자에서 일어섰다.

“조금 더 있다 가셔도 됩니다. 금방 업무가 끝날테니...”

단테스가 아쉽다는 듯이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웃으며 대답했다.

“일하는 분을 붙들면 예의가 아니지요.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시 실무에 게신 분의 의견을 들어보니 시야가 넓어진 것 같네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단테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일행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일행은 문 밖으로 나갔다. 그 때, 프레이르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문 앞에 서 있던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프레이르를 보고 잠시 동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곧바로 안색을 바꾸며 서로의 얼굴을 외면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단테스가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세 사람을 배웅했다. 프레이르는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조합의 문을 나섰다.


“어때요? 도움이 되었나요?”

베아트리체가 프레이르에게 물었다. 프레이르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대만족이에요.”

프레이르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다행이다’라는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레미엔 상인조합 방문은 분명 만족스러웠다. 이것으로 자신의 뒷조사가 알타미라 후작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게 되었지만 대신 프레이르는 몇 가지 재미있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에요. 고마워요, 베아트리체 양.”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에게 따뜻하게 말했다. 그러자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프레이르 전하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게 되는 즐거움을 갖게 되었으니 저도 손해를 본 건 아니잖아요. 감사의 인사를 받을 만한 것은 아니에요.”

다행히 베아트리체는 프레이르와 알베로의 진짜 속셈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프레이르가 정말로 단순히 에르니 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온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그 증거였다. 프레이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갈까요?”

프레이르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물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프레이르의 뒤를 따라갔다. 프레이르는 알타미라 후작의 속셈을 간파해낼 실마리를 얻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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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5

  • 작성자
    Lv.9 Stellar
    작성일
    10.08.17 13:01
    No. 1

    음... 정말 이상하네요. 왜 연재를 하면 할 수록 조회수와 선작수가 줄어들까요?

    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혹시 그 이유에 관해 짐작이 가시는 분이 있다면 설명 좀 해주세요.

    자꾸 신경 쓰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한가장주
    작성일
    10.08.17 13:32
    No. 2

    저 위에 새로운 '금화' 가 아니라 '은화' 가 되어야하는 거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짱유
    작성일
    10.08.17 13:32
    No. 3

    잘봤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유정
    작성일
    10.08.17 14:08
    No. 4

    되게 잼있는데 조회수가 줄어드나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우현(遇賢)
    작성일
    10.08.17 14:11
    No. 5

    제 생각은 적당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먼치킨이고 진행하는 사건의 속도감이 빠르면 선작수나 조회수가 오를것 같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이고 이것과 타작품의 선작수나 조회수와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전부터 선작한 독자들을 잃겠지요.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Stellar 작가님의 스타일은
    제가 위에서 말한것 같이 쓰실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조급해 마세요. 저는 나름 고급독자이고 재밌는 작품만 읽는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사건 해결이 끝나고난 후 리차드 대공이나 레스터 공작을 죽이고 알타미라 후작의 세력이 축소되는 피의 시대가 배경이 되면 더 선작이 많아지고 조회수도 늘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Hemoptys..
    작성일
    10.08.17 14:13
    No. 6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장한별
    작성일
    10.08.17 14:44
    No. 7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자유업에 종사하기에 시간이 널널한 저는 이렇게 호흡이 길고 느린 글이 취향에 맞아 재미있게 잘 보고 있지만, 바쁜 시간에 쫒기는 다른 독자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보기에 이 글은 전쟁도 없고, 감동도 없고, 위기도 없는 지루한 글이 될 겁니다.
    어쩔수 없다 생각듭니다.
    저는 한자가 난무하는 두꺼운 5 권짜리 호흡이 긴 삼국지를 보았지요.
    요즘 사람들은 한권짜리 만화로된 말도 안되는 삼국지를 보는 시대입니다.
    작가님의 글솜씨는 제가 감히 평가하기에 아주 뛰어나다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로라시아 연대기가 그만큼 재밌냐 물으시면 답하기가 궁해질 겁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다음편이 그렇게 궁금하지 않다는 겁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굴곡이 완만하다 해야하나요...
    제가 보기엔 감동도 있고 위기도 있고 긴장감이 넘치지만 역시 호흡이 길고 느리기에 조급한 사람들이 보기엔 그 굴곡을 느낄수가 없어 지루하게 볼겁니다.
    요즘 tv를 보면 호흡이 빠르고 긴장감이 느껴지지요. 물론 보고나면 기억에 남는 장면없이 한심한 경멸감만 느껴지지요. 그렇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또 다시 봅니다. 호흡이 맞기 때문입니다.
    깊이있는 소설 예를 들자면 방하나 묘사하는데 10 페이지를 잡아먹었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지금 사람들에게 감동적이다 하면서 읽어보라하면 역시 지루해 죽을 겁니다.
    독자들에 상관없이 작가님 쓰고싶은 글을 쓰세요.
    비록 숫자는 적지만 오히려 이런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sjw
    작성일
    10.08.17 16:54
    No. 8

    작가님 문제가 아닙니다.
    윗분들말처럼 독자들의 문제지 작가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Chastirg
    작성일
    10.08.17 22:26
    No. 9
  • 작성자
    Lv.6 아우레아
    작성일
    10.08.17 23:29
    No. 10

    독자들도 다 틀리잖아요 ㅎㅎ
    하지만 작가님 글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니 걱정마세요!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청포도알
    작성일
    10.08.18 01:10
    No. 11

    이번 편 혹시 예전에 잘못 올라왔던 적 있나요? 왜 예전에 봤던 거 같죠???ㅠㅠㅠ 중간부분부터는 처음 본부분이긴 한데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Stellar
    작성일
    10.08.18 20:10
    No. 12

    그런 적 없는데요? ㅎㅎ

    아주 예전에 연참하면서 내용이 산으로 간 부분을 모두 잘라내긴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하계
    작성일
    10.09.27 15:52
    No. 13

    결국 환치기가 등장 하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소나마
    작성일
    11.06.09 15:20
    No. 14

    인상 좋게 생간 -> 인상 좋게 생긴
    오타났어요 ^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re******
    작성일
    23.10.13 06:35
    No. 15

    중세 유럽 15 ㅡ6세기라면 저 정도 은 함량은 무의미할 점도.실제 금.은화는 함유량 70 정도..

    다른 건 70인데 90이 나왔거나 50으로 떨어뜨리고

    액면가를 1실버. 식으로 같이 표기하면 악화만 시장에 돌고 양화는 누군가가 비축하게되어 문제가 되것지.
    시장에서는 외려 악화만 나돌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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