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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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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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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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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8,474

작성
10.09.1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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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2)

DUMMY

“그건 그렇고 저런 짓을 해도 종교 재판소가 가만히 살려두나?”

카린이 호레이쇼 교수를 가리키며 물었다. 프레이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카시네예프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재판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어요. 일종의 치외 법권이죠. 자유 도시 아라스와 마찬가지에요. 물론 종교 재판소에서는 호레이쇼 교수 같은 인물들을 불태우려 하겠지만 대학 내에서 행한 발언이나 행동은 처벌되지 않거든요. 자유로운 토론을 장려하기 위해 아버지께서 카시네예프 대학에 치외 법권을 제공하였죠.”

“놀랠 노자로군. 정말 옛날과는 너무 달라졌어. 종교 재판소가 대학을 건드리지 못하다니...”

카린이 다시 한 번 감탄하며 호레이쇼를 바라보았다. 그 우람한 대학교수는 여전히 목청을 높이며 교회의 타락상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교회에 대한 적개심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만 가 보죠. 여기서 영원히 저 교수의 불평을 들을 수는 없잖아요.”

프레이르가 카린의 팔을 잡아끌었다. 카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프레이르를 따라왔다.

프레이르는 카린의 어깨를 감싸며 힘겹게 군중을 헤쳐 나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 아이처럼 조그마한 카린이 군중에 휩쓸려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카린은 수많은 인파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호레이쇼의 열변에 흥분한 군중들에게 머리가 가슴께밖에 닿지 않는 카린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악전고투를 벌인 끝에 군중을 빠져나온 뒤, 프레이르와 카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이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냈다. 카린은 힘이 다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사람이 열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오늘에야 겨우 깨달았어요.”

프레이르는 연단으로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카린은 그 말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저 교수 곁에 가고 싶지 않군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주저앉은 카린을 잡아 일으켰다. 순간 프레이르의 두 눈에 불이 번쩍 들어왔다. 동시에 그는 카린의 앞으로 푹 쓰러졌다.

“앗!”

카린이 깜짝 놀라 프레이르를 부축했다. 프레이르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카린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 덕분에 다행히 길바닥에 쓰러지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처음에 프레이르는 또다시 그 끔찍한 두통이 재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의 통증은 평소와 달리 머리의 앞쪽이 아니라 뒤통수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뒤통수로부터 전해지는 얼얼한 타격감을 눈치 챈 순간, 프레이르는 한 사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냐, 망할 꼬맹아?”

프레이르는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는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 영감탱이가...”

프레이르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호레이쇼 교수만큼이나 체격이 우락부락한 코라였다. 이 철없는 아저씨는 더없이 통쾌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먹을 의기양양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방금 전 프레이르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긴 바로 그 주먹이었다. 그는 마치 이 주먹이 훈장이라도 되는 것마냥 기뻐하고 있었다.

“기척이라도 하고 때리면 안 돼요?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프레이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전히 그의 뒤통수는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얼얼했다. 뒤통수가 반쯤 사라진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습의 생명은 최후의 순간까지 존재를 감추는 건데, 내가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 돼지.”

코라가 마치 큰 교훈을 가르치는 것마냥 프레이르에게 설명했다. 프레이르는 잔뜩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얼마 전 자신도 비슷한 생각으로 코라의 뒤통수를 후려쳤기 때문에 잠자코 코라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기회만 생긴다면 코라의 말대로 불시의 기습을 벌여 두피가 벗겨질 정도로 복수를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는 잠시 외출 나온 것뿐이에요. 영감탱이야말로 여기서 무슨 일이에요?”

프레이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대충 설명하며 말했다. 코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외출 나온 것뿐이야.”

코라의 대답에 프레이르는 코웃음을 쳤다.

“바람을 쐬기 위해 외출을 나왔다고요? 당신이? 그것도 카시네예프 대학에? 차라리 여기서 통구이 파티를 하기 위해 나왔다는 말을 믿는 게 낫겠군요.”

“제길. 그래, 좋아. 솔직히 말하자면 대학에 몇 가지 전달해 줄 물품이 있어서 잠시 들른 거야.”

곧바로 거짓말을 간파당한 코라가 순순히 실토했다. 프레이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은근슬쩍 코라에게 물었다.

“뭘 전달해 주려고 한 건데요?”

프레이르의 질문에 코라는 무심결에 대답을 할 뻔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프레이르가 자신을 떠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대답을 하려는 듯이 활짝 벌렸던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까지 네 녀석한테 알려줄 필요는 없지.”

코라의 말에 프레이르는 ‘쳇’하며 앞에 놓여 있던 돌멩이를 걷어찼다. 코라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뜯어내려던 의도가 좌절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배은망덕한 행동을 바라보며 코라가 말했다.

“나한테서는 이미 단물 같은 정보들을 쪽 빼갔잖아. 내가 더 이상 정보를 건네줬다가는 거리에 나앉게 될거야. 레미엔 상인조합에서도 날 가만 두지 않겠지.”

“알았어요. 알았어요. 생색내기는.”

프레이르가 코라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는 코라에게 말했다.

“아무튼 화폐 주조소 건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물 간 늙은이에게 신세를 졌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어쨌든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 됐으니까요.”

프레이르의 건방진 말에 코라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입버릇이 고약한 건 여전하군. 연장자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조금 더 존경을 보여야 맞는 게 아니냐?”

“전 7살 때부터 코라 당신을 보면서 세상에는 존경할 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물론 나는 전자에 해당하겠지?”

“양심이 있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할 걸요?”

프레이르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코라의 말을 맞받아쳤다. 코라는 프레이르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는 흉내를 내었다.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그 놈의 혓바닥은 여전히 독사와도 같구나.”

“뱀처럼 지혜롭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요.”

프레이르가 조금도 지지 않으려 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코라에게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코라와 프레이르가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평소처럼 서로에 대해 비난을 늘어놓을 무렵, 호레이쇼 교수가 서 있는 연단 뒤쪽에서 알베로가 달려왔다.

“전하. 이 곳에 계셨습니까?”

알베로와 트레버가 허겁지겁 프레이르의 앞으로 뛰어왔다. 알베로는 상기된 표정으로 프레이르를 바라보았다. 프레이르를 찾은 그의 얼굴에는 깊은 안도감이 새겨져 있었다.

“갑자기 전하께서 보이지 않아 지금까지 계속 찾으러 다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베로 경이 날 내팽개쳐 두었고, 난 알베로 경의 볼 일이 끝나기를 기다린 거죠.”

프레이르가 조금 볼 멘 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알베로는 움찔하였다. 그리고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프레이르의 심기가 불편한지 눈치를 살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 프레이르를 놓친 것은 명백히 비서관인 알베로의 책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똑똑한 비서관인 그는 프레이르의 눈가에 주름이 잡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부디 이 미천한 종을 용서해주십시오, 전하.”

알베로가 프레이르에게 용서를 구했다.

“제 고향과도 같은 곳을 방문하여 마음이 들뜬 나머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알베로의 정중한 사과에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알베로에게 그다지 화가 나 있지 않았다. 알베로는 지금까지 프레이르의 비서관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의 실수 정도야 애교로 봐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트레버와 대학 구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자신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포르테빌이 말했던 것처럼 프레이르는 알베로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가끔씩 고삐를 당겨주어야만 하듯이 때로는 책망도 필요했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일부러 엄격하게 알베로에게 말했다.

“알베로 당신의 임무는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날 보좌하는 거예요. 지금까지의 공을 봐서 방금의 일은 없던 걸로 해 주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지켜볼 거예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알베로에게 엄하게 다짐을 받아냈다. 알베로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프레이르의 책망을 달게 받아들였다.

알베로에게 주의를 준 프레이르는 이번에는 트레버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는 자신 때문에 알베로가 주의를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곤란한 표정으로 프레이르와 알베로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그는 모자를 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초조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대학은 잘 둘러보았나요?”

프레이르가 부드럽게 물었다. 트레버는 프레이르가 자신에게는 책망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레인가드의 유능한 인재들과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래서? 카시네예프 대학을 방문한 소감은요?”

프레이르의 질문에 트레버는 레인가드에 와서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는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열성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대단한 곳입니다. 대학생들 모두 학문의 깊이가 깊고, 생각과 사상이 자유롭습니다. 저 같이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곳이야말로 주님의 나라의 입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트레버의 아낌없는 칭찬에 프레이르와 카린은 미소를 지었다. 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다가 말수가 없는 트레버가 이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다시 한 번 사람의 취미나 관심사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레이르가 미소를 짓는 이유가 자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서라고 생각한 트레버는 더욱 열심히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제 그는 대학에 대한 감상은 물론, 자신이 나누었던 학문적 이야기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메피스토펠레스를 비롯한 고대 철학자들에 대한 연구는 대단히 고무적이었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목적인을 인용하여 태양과 달, 천체들의 움직임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기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모리안의 고대 천문학자 프톨리미우스의 견해에 따르면 밤하늘의 천체 중에는 본래의 방향에 역행하는 기묘한 천체들이 있는데 이들은 ‘행성’이라고 부릅니다. 이 행성들의 움직임에는 주전원을 도입해야만 그 움직임이 설명되는데 기존에는...”

순간 트레버의 말이 멈추었다. 그의 검은 눈은 갑자기 얼어붙은 듯이 멈추었다. 동시에 천체의 움직임에 관해 설명하던 그의 입도 뚝 그쳐버렸다.

이 이상한 반응에 위화감을 느낀 프레이르는 트레버가 무엇 때문에 말을 멈추었는지 확인했는지 알기 위해 젊은 신학도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프레이르는 트레버의 눈길이 코라에게 똑바로 맞추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트레버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코라의 얼굴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그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엄숙한 두 눈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반면 코라는 트레버에 대해 아무런 감흥이 없는 듯 하품을 했다. 그리고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신에게 향한 트레버의 눈빛이 불편한 듯 이리저리 눈길을 돌렸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트레버 씨?”

프레이르가 트레버에게 물었다. 하지만 트레버는 마치 프레이르의 말소리는 귀가 막힌 것처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는 프레이르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코라가 있는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그 발걸음은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혹시... 예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트레버가 잔뜩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코라에게 물었다. 코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트레버의 말에 코라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만...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코라의 질문에 트레버는 잠시 동안 망설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대답했다.

“트레버, 트레버 레림입니다.”

“트레버... 트레버 레림이라...”

코라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것처럼 눈가를 찌푸렸다. 그리고 그는 젊은 신학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잠시 후 코라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제 기억에는 없군요.”

“그렇습니까...”

트레버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코라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에우로텐에 가 본 적이 있습니까?”

트레버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코라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레인가드를 떠나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야, 트레버?”

이번에는 카린이 트레버에게 다가가 물었다. 트레버의 이 알 수 없는 행동에 그녀도 의구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러나 트레버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코라의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뜯어보았다. 그 행동은 마치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우람한 사내가 진짜 실존하는 인물인지 환상인지 확인하려는 것만 같았다.

“이봐, 트레버!”

카린이 트레버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제야 트레버는 정신이 되돌아 온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카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얼빠진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트레버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탈출한 것을 확인한 카린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넋이 빠져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나를 비롯해서 수많은 미녀에게 눈길 한 번 안 준 당신이 이 우락부락한 남자는 넋이 빠질 것처럼 쳐다보고 있네?”

카린은 이렇게 말하며 코라에게는 ‘나쁜 뜻은 없었어.’라고 말했다. 코라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트레버는 카린의 말에 조금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뚝뚝하고 낮은 베이스로 돌아와 있었다.

“사람을 잘 못 본 것뿐입니다. 옛 친구와 닮아서 착각을 했나 봅니다.”

트레버는 이렇게 말하며 코라에게 실례했다는 말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코라는 다시 괜찮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보였다.

코라와의 이상한 대화가 끝난 뒤, 코라는 이만 상인조합으로 돌아가봐야겠다고 말을 하며 프레이르와 그 일행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

“몸 건강히 지내거라, 꼬맹아.”

코라가 프레이르를 격려하듯이 말했다. 프레이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예전처럼 깊은 포옹을 하였다.

포옹을 마치고 코라는 휘파람을 불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프레이르는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알베로와 카린 또한 이 우스꽝스러운 사내의 모습에 작게 미소 지었다. 코라가 그 거구를 뒤뚱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은 상당히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코라가 마치 오리처럼 엉덩이를 씰룩거리자 마침내 카린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러한 일행과 달리 트레버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표정으로 코라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검은 눈동자에는 당혹감과 의혹, 그리고 낭패감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눈길은 코라가 인파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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