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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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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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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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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0.10.0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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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3)

DUMMY

카시네예프 대학을 구경한 일행은 궁성으로 돌아왔다. 카린과 트레버가 샤를과 함께하는 저녁 만찬에 초대되었기 때문이었다. 본래는 가족끼리 함께하는 식사였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샤를의 명령으로 카린과 트레버가 주빈으로 초대되었다. 그래서 프레이르는 알베로와 헤어진 뒤, 두 사람을 데리고 연회장의 입구로 이어지는 남쪽 복도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떠들어대는 카린과 대조적으로 트레버는 경직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 신학에 관해 열변을 토해냈던 태도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는 아무래도 왕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한 듯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프레이르는 아마도 트레버가 왕족과 함께 식사를 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트레버 씨."

프레이르가 트레버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먹고, 마시다가, 누군가가 말을 걸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만 말해주면 될 거예요. 우리 왕족들이란 작자들은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떠들어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프레이르의 말에 트레버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 카린은 그런 트레버를 바라보며 통쾌하다는 듯이 킥킥거렸다.

남쪽 복도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프레이르는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는 동상을 지나 왕궁의 정문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자 자신의 머릿결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던 카린이 프레이르의 손을 잡아끌었다.

“연회장은 이쪽이 아니던가?”

카린이 프레이르가 가고 있는 방향의 반대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 전에 일행을 만나야 하거든요.”

“일행?”

카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프레이르에게 되물었다. 프레이르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마침 저기 오네요.”

프레이르의 대답에 카린은 고개를 돌려 프레이르가 바라보는 동상 너머로 눈길을 옮겼다. 그곳에는 카시네예프 최고의 미녀로 손꼽히는 베아트리체가 서 있었다.

“전하.”

베아트리체가 생긋 웃으며 프레이르에게 다가왔다. 프레이르는 그녀의 희고 고운 손을 잡은 뒤 짧게 입맞춤을 했다.

“베아트리체 양.”

프레이르는 그녀의 손을 잡아 카린과 트레버 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두 사람에게 베아트리체를 소개했다.

“여러분. 이쪽은 알타미라 후작의 따님이신 베아트리체 양이에요. 알타미라 살롱의 꽃이라 불리는 분이시죠. 미모와 재기를 겸비한 분이신지라 자세히 보면 머리 뒤쪽에 후광이 비치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머. 전하께서는 또 그 농담이신가요?”

베아트리체가 싫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르를 가볍게 책망했다. 프레이르는 빙그레 웃으며 베아트리체에게도 카린과 트레버를 소개했다.

프레이르의 소개에 베아트리체는 깜짝 놀라 카린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처음에 그녀는 자신의 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눈을 비볐다. 하지만 카린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곧 그녀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카린! 어렸을 때 그 카린 맞죠?”

“맞아. 기억하고 있었네?”

카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늘씬한 키의 베아트리체를 올려다보았다.

“예전에는 조그만 했는데 말이야. 지금은 완전히 아가씨가 되었구나.”

카린은 이렇게 말하며 감히 까치발을 하며 베아트리체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언니에게 키스를 하는 여동생 같이 보였기 때문에 프레이르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렇듯이 베아트리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것도 태양의 신 티르를 유혹했다는 리디아보다도 아름다운 아가씨이죠. 만약 티르가 베아트리체 양을 봤다면 리디아 따위는 대문을 지키는 문지기로나 세웠을 거예요.”

프레이르가 고대 레인가드 신화를 들먹거리며 베아트리체를 치켜세웠다. 에버딘이라면 몸 둘 바를 몰랐을 과찬이었지만 자신의 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베아트리체는 프레이르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프레이르에게 투정 부리듯이 말했다.

“리디아와 비교 당하는 것은 싫어요. 그녀는 결국 티르에게 버림 받고 자살을 했잖아요. 왠지 그녀와 저를 빗대어 말하면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베아트리체의 투정에 프레이르는 재빨리 둘러댔다.

“리디아는 질투심에 눈이 먼 음탕한 여자였고, 베아트리체 양은 정숙한 숙녀죠. 주인공이 다르니 두 이야기의 결말이 전혀 다를 거라 저는 확신해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베아트리체의 손을 잡았다.

“게다가...”

그는 더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제가 알타미라 양을 지켜줄 텐데 뭐가 걱정이에요?”

프레이르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놀란 표정으로 프레이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말문이 막힌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는 여느 때보다도 더욱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프레이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진지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포르테빌 대공님께서 숙녀와 말할 때는 그렇게 말하라고 가르쳐줬다 그 말씀이죠?”

잠자코 있던 베아트리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 말에 프레이르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눈가에 머무르고 있던 감동의 눈빛은 온데 간데 없고 어느새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만이 그녀의 얼굴을 채우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프레이르는 이번에도 자신이 베아트리체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나 들켰나요?”

베아트리체를 놀리려던 시도를 단념한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에게 실토했다. 베아트리체는 키득키득거리며 말했다.

“프레이르 전하께서는 사람의 심리를 읽고 조종하는데 능수능란한 분이시지만 숙녀를 유혹하는 데는 아직 익숙하지 못해요. 그런 말투는 주로 포르테빌 대공님께서 입에 달고 다니시는 거죠.”

베아트리체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카린은 베아트리체의 말에 다시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베아트리체에게 포르테빌에 관해 캐물었다.

“그 녀석은 결혼을 하고서도 그 모양이야?”

“물론 농담이죠. 포르테빌 대공님은 결혼을 한 뒤로 대단히 성실한 분이 되셨어요. 아내를 대단히 사랑하기도 하시고요.”

베아트리체가 웃으며 포르테빌을 변호해 주었다. 그러나 프레이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실하다’기보다는 로딤체프 공작의 엄포가 아직까지 잘 먹히고 있는 쪽이 아닐까요, 베아트리체 양?”

프레이르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렇지 않아요, 전하.”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름다운 미녀들은 포르테빌 대공님의 눈 앞에 있고, 로딤체프 공작님은 1천km 떨어진 곳에 계시죠. 그리고 사람의 공포심과 애정이란 것은 보통 거리에 좌우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도 포르테빌 대공님께서 대공 부인에게 충실하다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역시 베아트리체 아가씨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시려 하는 군요.”

프레이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포르테빌 대공님은 모든 과오를 극복하신 거예요."

베아트리체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프레이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그럼 어디 한 번 확인하러 가 볼까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베아트리체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레이르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행과 함께 가족 만찬이 열리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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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1) +7 10.09.13 1,352 2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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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로라시아 연대기 - 20.마법사와 신학도(2) +8 10.09.05 1,286 27 13쪽
71 로라시아 연대기 - 20.마법사와 신학도(1) +8 10.08.31 1,381 2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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