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659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0.10.20 22:01
조회
1,079
추천
20
글자
27쪽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4)

DUMMY

에우로텐에서 온 손님들에게 ‘맛’이란 무엇인지 결심하기라도 한 듯 오늘의 식탁은 진수성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진귀한 음식들이 계속해서 식탁 위로 올려졌고 레인가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와인병이 아낌없이 따져 손님들에게 대접되었다. 레인가드식 사치스러운 연회는 질리도록 체험해 본 프레이르조차도 오늘의 저녁식사는 감탄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보기 드문 별미들을 맛 본 그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심지어 프레이르가 껄끄럽게 생각하는 리처드와 아르첼 두 사람이 합석했음에도 프레이르는 한껏 고양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처럼 신나게 떠들어대던 프레이르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트레버에게도 포도주를 권했다. 하지만 트레버는 정중히 손을 저으며 프레이르의 제안을 거절했다.

“와인이 싫다면 맥주는 어떤가요? 레인가드에 왔으면 말로트 지방의 맥주를 맛봐야 하거든요.”

프레이르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트레버에게 맥주잔을 흔들어보였다. 하지만 트레버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전하의 호의는 정말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성직에 몸을 담을 터라, 술은 피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성 트레버 군에게 무슨 짓이야? 트레버 군은 자신의 조각상이 이냐크 대성당에 새겨져서 성인의 반열에 오를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을 텐데...”

카린이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킬킬거리며 트레버의 금주를 비웃었다. 하지만 트레버는 담담하게 말했다.

“성직자는 모름지기 헛된 쾌락을 멀리해야 합니다. 쾌락은 이성과 신앙의 눈을 멀게 만들거든요.”

“이 세상에서 술 마시는 쾌락을 빼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산담.”

카린이 속물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트레버는 고상한 어조로 대답했다.

“주님께서는 맛 좋은 별미와 와인이 주지 못하는 쾌락을 저에게 주십니다.”

트레버의 말에 신앙심 깊은 샤를과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젊은이로군. 자네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청년이야. 어떻게 카린 자네가 저런 청년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는 거지?”

샤를이 카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카린은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천벌이 두려워 지더라고. 그래서 성자 트레버 군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는 거야. 적어도 저 친구 주변에 있으면 아벨 신의 불벼락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겠지.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꽤나 죄를 많이 지었잖아?”

카린이 불경스럽게 농담을 던지자 트레버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트레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청어 훈제 요리를 맨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게걸스럽게 생선을 먹어치웠다. 그 모습에 리처드 대공은 역겹다는 듯이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카린의 언행에 별다른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리 봐도 철없는 어린 아이로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천박하고 건방진 행동도 귀여움으로 봐줄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식성은 여전하군요. 가만히 놔두면 식탁도 먹어치우겠습니다.”

카린이 청어 한 마리를 다 삼키자마자 옆에 놓인 빵조각에 듬뿍 버터를 바르는 것을 바라보며 포르테빌이 말했다. 하지만 카린은 포르테빌의 지적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입 속에 마구 빵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포르테빌의 말을 맞받아쳤다.

“당신은 너무 많이 변했는데? 예전과 다르게 너무 얌전해. 예전의 그 바람기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아니면 그냥 숨기고 있는 건가?”

카린의 말에 포르테빌은 ‘윽’하는 표정으로 샤를로트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생긋 웃어보였다. 포르테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또다시 카린이 망발을 해댔다.

“난 정말이지 당신이 한 여자에게 묶일 줄 몰랐어. 자네가 결혼을 해서 한 여자에게 마음을 준다라... 내가 레인가드에 있었을 때 당신이 손 댔던 여성만 해도 한 수레에 차고 넘쳤는데 말이야. 예전에도 말했지만 하루는 말이야, 내가 연회장에 서 있는데...”

“카린 양. 여기 이 샐러드도 드셔보세요. 무화과가 들어 있는데 맛이 정말 좋아요.”

베아트리체가 재빨리 카린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그녀는 카린에게 샐러드를 내밀었다.

카린은 잠시 베아트리체의 얼굴과 포르테빌의 얼굴을 바라본 뒤, 입을 다물고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프레이르는 카린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왜 베아트리체가 그 이야기를 중단시켰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포르테빌의 당황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베아트리체의 도움으로 포르테빌은 부인 앞에서 그가 카린에게 추근댔던 이야기가 폭로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카린의 말을 듣고 있던 포르테빌은 베아트리체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한 뒤,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앉아 있던 샤를로트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포르테빌은 실수로 자신의 포크를 잇몸에 찌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잇몸 가득히 몰려오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부인을 바라보았다. 식사를 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입에 주목했다.

“루크레스티 경과 로잔느 세르티프 양이 약혼을 한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샤를로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행히도 카린과 포르테빌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포르테빌은 더없이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샤를로트가 자신의 과거에 관해서 추궁하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결 마음을 놓게 된 포르테빌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렇소, 부인. 루크레스티 경의 성인식이 끝나면 두 사람이 약혼을 한다더군.”

“루크 녀석이 로잔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죠.”

프레이르가 빙그레 웃으며 포르테빌의 말을 덧붙였다.

“아마 그 녀석은 하루라도 빨리 성인식을 치르고 싶을 거예요. 겉으로는 ‘얼른 성인이 되어 아버지를 도와드리고 싶다.’라고 점잔을 빼지만 그 녀석이 보기보다 신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죠.”

프레이르의 말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취기가 돌기 시작한 카린은 탁자까지 두드리며 즐거워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웃음이 잦아들자 이번에는 아르첼이 프레이르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한 목소리였다.

“루크레스티 경과 로잔느 양이 약혼을 한다라... 형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르첼의 애매한 물음에 프레이르는 동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평소와 같이 무표정하고 냉랭한 얼굴이었다. 프레이르는 그 얼굴에서 표정을 읽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르첼은 어린 아이답지 않게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는 데 능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샤를과 엘리스는 카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리처드와 포르테빌은 무언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베아트리체와 샤를로트는 최근 유행하는 머리 장식에 관해 즐겁게 상의하고 있었다. 트레버만이 홀로 딱딱한 빵을 씹고 있었지만 그는 프레이르와 아르첼 쪽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빵조각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자신들을 주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프레이르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물론 축하해줘야지. 그럼 가서 깽판이라도 놓아야 하나?”

프레이르의 말에 아르첼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어났다. 프레이르가 가장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샤를보다는 오히려 리처드를 닮은 그런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괜찮겠군요. 레스터 가문과 세르티프 가문이 단단히 결속하는 것보다는 친구 둘을 잃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늘 그렇듯이 직설적이고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 빈정거림이었다. 마치 리처드 대공의 영혼이 빙의된 것과 같은 이 말에 프레이르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레스터 가문이나 세르티프 가문이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없어. 그런 사소한 일까지 내가 개입할 필요는 없지.”

프레이르의 무관심한 말에 아르첼은 더욱 프레이르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요. 레스터 공작이 무슨 짓을 꾸미더라도 형님의 야심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까?”

“아니, 모든 것은 주님의 뜻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하찮은 인간들의 권모술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야.”

프레이르가 교묘하게 말을 얼버무리며 아르첼의 빈정거림을 맞받아쳤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하찮은 인간들’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아르첼이 모를리 없었다. 그는 다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척 너스레를 떨었다.

“라시드 대주교가 할 법한 이야기로군요. 성직자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뜻을 찾아내지요.”

아르첼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형님의 믿는 구석은 주님보다도 베아트리체 양에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형님께는 베아트리체 양이야말로 구세주이자 삶의 동반자가 아니겠습니까? 지금으로서는 하늘에 계시는 주님만큼이나 같은 식탁에 앉은 베아트리체 양이 든든하게 여겨지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르첼의 신랄한 지적에 프레이르는 입을 다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르첼의 말은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프레이르가 식사 자리에서 가장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베아트리체는 원래 왕족의 식사에 낄만한 위치가 못 되었다. 그녀는 공식적으로는 프레이르와 어떠한 관계도 아니었으며, 약혼식조차 치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타미라 가문과의 동맹을 중요시하는 샤를은 그녀를 사실상의 왕자비로 대우해주었고, 공식적인 왕족 만찬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왕자비의 자리에 앉혀왔고 이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이 모든 상황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아르첼은 레스터 가문과 세르티프 가문의 정략결혼에도 불구하고 프레이르가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것은 알타미라 가문과의 결혼 동맹이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결혼을 전제한 양 가문의 동맹’이야말로 프레이르가 가장 불쾌하게 생각하는 화제였다.

‘짜증나는 자식 같으니...’

프레이르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리처드를 쏙 빼닮았군. 사람의 속을 긁어 놓는 법에 도가 텄다니까.’

언짢은 기분이 든 프레이르는 아르첼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치 한자한자 아르첼의 마음 속에 새기려는 듯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베아트리체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아가씨면 설사 정략결혼이라도 나쁘지 않지.”

“흠... 그것도 그렇군요.”

아르첼이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팔짱을 끼웠다.

“맞는 말입니다. 알타미라 양은 분명 왕비가 될 만한 재목이지요. 하지만...”

“그래, 그러니 남의 연애사에는 관심을 끄고, 네 앞가림이나 잘 해.”

아르첼의 말을 싹둑 자르며 프레이르가 나지막하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아르첼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 쪽을 바라보는 베아트리체였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을 들은 모양이었다.

프레이르는 눈치 빠른 그녀가 자신의 대화에 대해 무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재빨리 그녀에게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아까처럼 침착한 표정으로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달콤한 포도향기가 입 안에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이르는 불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르첼의 신랄한 말이 다시 한 번 그의 마음 속에 동요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물론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와의 결혼 이야기에 거북해 하는 이유는 결코 베아트리체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이 아름답고 재치 있는 여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으며, 그녀와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인간적으로 베아트리체를 매우 좋아했다.

다만 그는 이 정략 결혼의 배후에 알타미라 후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불쾌했기 때문에 이 화제를 꺼려왔다. 2년 전 무도회 사건 이후로, 프레이르는 자신의 결혼 문제를 두고 자신과 샤를을 조종한 알타미라 후작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그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2년 전의 굴욕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알타미라 후작의 손 안에서 자신이 놀아나고 있다는 현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속 한 구석에서 반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억눌러야 할 정도였으며 이 불쾌한 감정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갔다. 이것이 바로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와의 결혼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였다.


아르첼과의 껄끄러운 대화가 끝나갈 무렵, 저녁 식사 역시 막바지에 다다랐다. 주방장은 모든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식기를 내려놓는 것을 바라보며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훌륭한 식사였네, 장.”

샤를이 입가를 닦은 냅킨을 주방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까 그 브레웨트는 대단히 맛이 좋았네. 향신료의 맛도 각양각색이었고 말이야. 음... 마치 모리안의 하렘과도 같이 말일세. 다양한 입맛에 맞추었더군.”

“감사합니다, 폐하.”

주방장이 꾸벅 허리를 굽히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그는 샤를의 말 속에 담겨 있는 농담을 이해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샤를의 말뜻을 알아 들은 다른 사람들은 미소를 지었다. 주방장의 뛰어난 요리를 모리안의 하렘에 비유한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요리에 만족하였다고 확신한 주방장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짧게 박수를 치며 시종들을 불렀다. 곧바로 수많은 과일과 과자, 그리고 입가심을 위한 음료들이 방 안으로 들여져 왔다. 모두가 진귀하고 맛 좋은 것들이었다.

카린은 곧바로 한 빨간색의 과일을 바라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건 토마토 아니야?”

“호오, 자네는 그런 것도 알고 있나?”

샤를이 감탄하며 물었다. 카린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아는 뱃사람한테 얻은 적이 있었어. 신대륙에서 가져온 거야?”

카린이 제법 날카롭게 물었다. 역시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본 그녀는 잡다한 지식이 풍부했다.

“알타미라 후작이 에우로텐과 무역을 통해 수입해온 것들이에요. 10년 가까이 묘목을 수입해 재배해보려 했지만 워낙에 괴팍한 과일이라 결국 포기했죠. 그 열매들은 여기 있는 베아트리체 양이 선물로 가져다 준 거예요.”

프레이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입맛을 다시는 카린에게 토마토 열매를 하나 던져주었다. 재빨리 토마토를 집어든 카린은 탐스러운 열매를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와! 그 때 그 맛과 똑같아! 아니, 오히려 더 달콤한 것 같은데?”

그리고 그녀는 에우로텐어로 뭐라뭐라 감탄사를 터뜨린 다음 순식간에 토마토를 다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다른 열매를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프레이르는 정말이지 그녀의 작은 몸이 어떻게 저 많은 음식을 소화해낼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편 리처드는 카린이 식탁 위에서 토마토를 먹어치우며 꼭지를 아무 곳에나 던지는 것이 불쾌한 모양이었다. 그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카린에게 쏘아붙였다.

“에우로텐은 확실히 식량 사정이 어려운 모양이군요. 자국 식민지에서 나는 과일조차 먹기 힘든 형편인 것 같으니 말입니다.”

거의 식탁을 먹어치울 기세로 토마토를 베어먹은 카린에게 리처드가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카린은 입 안 가득히 과일을 쑤셔 넣은 지라 우물거리는 소리 밖에 내지 못했다. 리처드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경멸스런 표정을 지으며 입에 파이프를 물었다. 그리고 그는 주방장이 건네주는 담배를 파이프에 밀어 넣은 다음, 성냥에 불을 붙였다.

순간 리처드의 성냥이 확 타올랐다. 동시에 성냥 끝에 머물러야할 불길이 높이 솟구치며 리처드의 앞머리를 불태울 것처럼 날아들었다. 리처드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려다 그만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리처드가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보며 프레이르와 포르테빌은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당혹감과 굴욕감에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리처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이런 장난을 쳤을 거라 짐작되는 상대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아주 재미있군요. 에우로텐에서는 식탁에서 불장난을 하라고 가르칩니까?”

“물론 아니지. 하지만 에우로텐에서는 식탁 위에서 투덜대는 꼬마애는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패주라고 가르치거든.”

카린이 생긋 미소를 지으며 리처드를 약올렸다. 리처드는 부득 이를 갈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비난하지는 못했다. 다시 한 번 그녀가 손가락 끝에 불길을 일으키며 위협적으로 흔들어보였기 때문이었다. 카린의 위협에 리처드는 평소와는 달리 얌전히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프레이르는 카린이 정말로 레인가드에 오래 머물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처드가 카린과 티격태격 싸우다가 굴욕적으로 입을 다무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즐거운 볼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근래 들어 논문과 중추원 회의로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에 공무에 휘말려 들었던 프레이르는 이렇게 웃고 떠들며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리처드와 아르첼의 불쾌한 툴툴거림조차도 너그럽게 봐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아, 정말 카린 양이 계속 있어주면 좋을 텐데.”

프레이르가 연신 포도주를 홀짝이는 카린에게 말했다. 그러자 카린은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어머, 여자의 마음을 한 곳에 묶어 두려 하다니 의외로 독점욕이 강하네. 정말 나한테 반한 거야?”

감히 왕자에게 할 말은 아니었으나 이번에도 사람들은 껄껄 웃으며 카린을 용납해주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는 어린 꼬마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은데다가 그녀가 상당히 취해 보였기 때문에 모두들 그러려니 하는 눈치였다. 프레이르는 카린의 이 건방진 말에 킬킬 웃으며 카린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리처드 대공을 불태워 준다면 카린이 아니라 카린의 할아버지에게라도 반해버릴 거예요.”

프레이르의 말에 카린은 박장대소하다 술잔을 엎질렀다. 그 바람에 카린의 잔이 털썩 쓰러지며 리처드의 앞에 놓여 있던 촛대를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 촛대는 우당탕탕하는 소음을 내며 리처드의 옷 위로 보기 좋게 쓰러졌다.

카린이 의도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촛대에 꽂혀 있던 초들이 와르르 리처드에게 쏟아지자 곧바로 리처드가 입고 있던 겉옷에 불이 붙었다. 외국에서 수입된 고급 편사로 만들어진 리처드의 옷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였다.카린과 달리 불을 조종하는 마법사가 아니었던 리처드는 그 불길에 당황하여 황급히 겉옷을 벗어 바닥에 내던진 다음 다급히 그 불을 발로 밟아 껐다.

그 모습을 보며 술이 거나하게 들어간 카린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하하하! 이것 참 걸작인데! 내가 굳이 마법을 안 써도 불길이 대신 리처드 대공을 벌 주나 봐. 이래서 난 불이 좋다니까.”

결국 카린과 프레이르의 추태를 보며 인상을 구기던 리처드는 화가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들고 있던 냅킨을 내던지며 샤를 쪽을 돌아보았다.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폐하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하지만 저로서는 도저히 이 식사예절조차 갖추지 못한 에우로텐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없군요.”

리처드는 이렇게 말하며 카린 쪽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혐오스런 표정을 지었다. 프레이르는 아마도 자신이 살아 있는 사마귀를 삼킨다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침이라도 뱉을 것 같이 카린을 노려본 리처드는 샤를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리처드의 퇴장에 샤를은 아르첼에게 리처드 대공을 자택까지 모시고 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아르첼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리처드 대공을 따라 나섰다. 보아하니 아르첼 또한 프레이르와 카린의 추태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 자리에서 가장 얄미운 두 사람이 사라지자 실내는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오직 왕비인 엘리스만이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더욱 유쾌하게 떠들어댔다.

“흥, 풍류를 모르는 위선자 같으니.”

리처드가 카린이 막말을 내뱉으며 리처드의 흉을 봤다. 곧이어 그녀는 리처드가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며 에우로텐어로 욕설임이 분명한 단어를 뭐라 읊조렸다. 그러자 잠자코 빵을 먹던 트레버가 그녀에게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카린은 전혀 기죽지 않으며 당돌하게 외쳤다.

“내 말이 틀렸나? 난 저렇게 고상한 체 하는 사람 치고 위선자 아닌 사람을 본 적이 없다구."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하긴 뭐, 옛날부터 리처드는 그 모양이었지. 늘 도도한 척 다하면서 뒤로는 음흉한 짓이나 꾸미고 말야. 이제는 아예 그 도도한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 제자까지 뒀군 그래. 어휴, 정말 이런 자리에서까지 격식 어쩌고 하면서 투덜투덜 거리는 사람들이 사라지니 속이 다 시원...”

카린이 리처드는 물론이고 아르첼의 흉까지 보려하자 베아트리체가 그녀의 발을 꽉 밟았다. 카린은 자신의 실언을 눈치 채고 얼른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엘리스는 카린의 말뜻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온화한 그녀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떠오르는 것이 그 확실한 증거였다.

자기 아들의 흉을 보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어머니로서 가슴 아픈 일이 있을 리 없었다. 카린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엘리스와 샤를 쪽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엘리스는 카린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일부러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더욱 애처로웠다.

카린과 엘리스 사이에 불편한 공기가 흐르자 프레이르가 얼른 나서서 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신학 토론회가 시작되는 군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도 모두 참석하실 건가요?”

프레이르의 말에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록 라시드 대주교가 주도하는 토론회이지만 왕실에서도 참석을 해야겠지.”

“아아. 그렇겠죠. 이런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행사를 놓칠 수야 없죠.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레인가드 역사상 가장 지적인 모임이 될 거예요.”

프레이르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돌렸다. 그 덕분에 다행히도 화제는 리처드 대공과 아르첼 왕자로부터 신학 토론회 쪽으로 옮겨졌다. 실내를 감쌌던 불편한 공기도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고 보니 트레버 씨는 칼브리지 대학의 신학생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포르테빌이 트레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에우로텐의 사정에 관해 잘 알겠군요. 이미 칼브리지 신학 대학은 이단자들의 손에 넘어 갔다던데 사실입니까? 사정이 얼마나 심각합니까?”

포르테빌의 말에 트레버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러나 그 몸짓은 포르테빌의 말을 부정한다기 보다는 잘 모르겠다는 몸짓에 더 가까웠다.

“죄송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저는 칼브리지 대학을 떠나 니블헤임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에우로텐의 사정은 잘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포르테빌이 실망하며 말했다. 프레이르 또한 트레버의 말에 조금 낙담했다. 프레이르 역시 트레버를 통해 소위 뷔그노라는 이단자들의 소식을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교리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일러 교수가 쓴 책자는 읽어 봤겠지요? 그 엉터리 주장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에는 베아트리체가 트레버에게 물었다. 그러자 트레버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학문이 부족하여 그런 민감한 부분에 관해서는 뭐라 말씀 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사실 저 역시 그것이 궁금하여 여기 레인가드까지 온 것입니다.”

트레버가 겸손하지만 딱 부러지게 말했다. 너무나 타당한 말이었기에 베아트리체는 아무 말대꾸도 하지 못했다.

“쯧쯧... 붙임성 없기는... 좀더 자세히 얘기해줘도 되잖아."

카린이 혀를 찼다.

"베아트리체 네가 이해해 주었으면 해. 원래 이녀석의 말투가 이 모양이라.”

카린이 나서며 트레버를 두둔해주었다. 그러자 베아트리체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그리고 트레버 씨의 말이 맞는걸요.”

베아트리체의 말에 프레이르와 포르테빌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모든 것이 밝혀지겠죠. 뷔그노들이 믿는 교리 속에 내재된 모순과 망상이 말이에요. 어차피 이제 뷔그노들의 운명은 사흘 밖에 남지 않았어요.”

프레이르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에 일동 모두 동의의 뜻을 표했다.

“사흘이 지나면 뷔그노들은 결판이 날 거예요. 그럼 이 지긋지긋한 이단 논쟁도 끝이 나겠죠.”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샤를에게 눈을 찡긋했다. 그 눈짓에 샤를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들은 모든 준비를 갖추었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칼레타 교회 측은 이미 교황청과 각지에서 파견된 최고의 신학자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반면 뷔그노 측은 서로 간에도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자들에게 칼레타 교회가 무너질 일은 없었따.

수천년 동안 로라시아 대륙의 정신을 지배한 것이 바로 칼레타 교의 교리였다. 수많은 이단자들의 거센 공격에도 끄떡치 않았던 교리가 이제 와서 갑자기 무너질 리는 없으리라 그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신학 토론회를 위해 건배합시다."

포르테빌이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일동은 모두 잔을 들었다.

"주님의 뜻을 위하여."

포르테빌이 제창하자 모두가 이를 받아 건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토론회의 성공과 칼레타 교회의 승리를 축원했다.

그러나 이 모임 중에서조차 칼레타 교회 측의 승리를 그들만큼 확신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 Stellar
    작성일
    10.10.20 22:01
    No. 1

    시험 기간이지만 잠시 짬을 내서 지금까지 썼던 내용을 올렸습니다.

    나중에 조금 더 정리를 해야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Chastirg
    작성일
    10.10.20 23:59
    No. 2
  • 작성자
    Lv.82 다훈
    작성일
    10.10.21 08:55
    No. 3

    어찌되는 이야기인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보통 며칠 만에 읽어도, 조금 읽다보면 전 줄거리가 생각나는데.......

    앞 부분을 다시 읽어야 겠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우현(遇賢)
    작성일
    10.10.21 14:16
    No. 4

    돌아오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짱유
    작성일
    10.10.22 11:30
    No. 5

    아무래도 작가님 방학을 기다려야 할듯 하네요 ㅎㅎ 방학때는 폭참 준비하셔야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제크
    작성일
    10.10.22 21:38
    No. 6

    문명하신 줄 알았어요.
    학생이시군요. 천천히 기다릴 테니
    더욱 열심히 공부하셔서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분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라시아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로라시아 연대기 - 23.이단자 신학도의 역위치(5) +2 11.05.26 763 15 18쪽
87 로라시아 연대기 - 23.이단자 신학도의 역위치(4) +1 11.05.25 784 14 15쪽
86 로라시아 연대기 - 23.이단자 신학도의 역위치(3) +1 11.05.20 801 16 8쪽
85 로라시아 연대기 - 23.이단자 신학도의 역위치(2) +2 11.05.15 854 18 7쪽
84 로라시아 연대기 - 23.이단자 신학도의 역위치(1) +2 11.05.11 776 18 8쪽
83 로라시아 연대기 - 베아트리체의 장난 +2 11.05.10 786 13 21쪽
82 로라시아 연대기 - 22.믿음의 수호자(4) +1 11.05.08 778 19 13쪽
81 로라시아 연대기 - 22.믿음의 수호자(3) +2 11.05.07 766 15 7쪽
80 로라시아 연대기 - 22.믿음의 수호자(2) +1 11.05.06 818 13 8쪽
79 로라시아 연대기 - 22.믿음의 수호자(1) +3 11.05.04 850 15 11쪽
»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4) +6 10.10.20 1,080 20 27쪽
77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3) +8 10.10.08 1,136 20 8쪽
76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2) +6 10.09.16 1,214 23 16쪽
75 로라시아 연대기 - 21.카시네예프 대학(1) +7 10.09.13 1,352 23 18쪽
74 로라시아 연대기 - 20.마법사와 신학도(4) +7 10.09.12 1,351 24 22쪽
73 로라시아 연대기 - 20.마법사와 신학도(3) +6 10.09.08 1,297 25 9쪽
72 로라시아 연대기 - 20.마법사와 신학도(2) +8 10.09.05 1,286 27 13쪽
71 로라시아 연대기 - 20.마법사와 신학도(1) +8 10.08.31 1,381 24 20쪽
70 로라시아 연대기 - 세자르의 보고 +14 10.08.28 1,352 26 4쪽
69 로라시아 연대기 - 19.알타미라 후작가(3) +12 10.08.27 1,374 33 21쪽
68 로라시아 연대기 - 19.알타미라 후작가(2) +6 10.08.26 1,338 33 14쪽
67 로라시아 연대기 - 19.알타미라 후작가(1) +8 10.08.24 1,362 41 20쪽
66 로라시아 연대기 - 아라스에서 맞는 아침 +7 10.08.23 1,404 28 11쪽
65 로라시아 연대기 - 18.재회(3) +8 10.08.22 1,401 23 12쪽
64 로라시아 연대기 - 18.재회(2) +12 10.08.21 1,384 27 8쪽
63 로라시아 연대기 - 18.재회(1) +7 10.08.18 1,418 26 15쪽
62 로라시아 연대기 - 17.이중목적(4) +15 10.08.17 1,483 24 19쪽
61 로라시아 연대기 - 17.이중목적(3) +7 10.08.16 1,452 19 16쪽
60 로라시아 연대기 - 17.이중목적(2) +10 10.08.15 1,493 23 21쪽
59 로라시아 연대기 - 17.이중목적(1) +6 10.08.14 1,487 2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