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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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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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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8,474

작성
11.10.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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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1)

DUMMY

카시네예프에서 출발한지 이틀이 되는 날 아침, 프레이르와 그 일행은 왼쪽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마차를 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어차피 이제 선전효과를 노릴 군중이 없기 때문에 프레이르가 쾌적하고 편리한 마차를 타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몇 달이 걸릴 여행 내내 말을 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다른 귀족들도 군말 없이 제각각 마차에 올라탔다.

“그래서... 첫 번째 목적지는 어디야... 에요?”

프레이르에게 반말을 꺼내던 카린이 알베로의 매서운 눈빛과 마주하자 급히 존댓말로 바꾸며 물었다. 카린의 옆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프레이르는 카린의 질문에 읽고 있던 책을 덮고 그 표지를 보여주었다.

“<아키텐 영주들의 연대기>...... 이름만 들어도 지겨운 냄새가 나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카린이 재차 묻자 프레이르는 다시 책장을 펴고 읽고 있던 부분을 찾으며 대답했다.

“바로 이 아키텐 지역이 우리가 방문할 첫 번째 영지에요.”

그리고 그는 책의 마지막 장을 열어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 아키텐 지역의 영주들이 제 졸병들이고요.”

“졸병?”

카린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서툰 레인가드어 때문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에게 프레이르가 다시 설명해주었다.

“제 직속 가신들이라는 뜻이에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으세요.”

프레이르의 말에 카린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프레이르는 그녀에게 씩 웃어 보인 다음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자신의 가신들이 속한 가문의 역사와 위대한 선조, 그리고 현재 상황 등을 공부했다.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의 가문과 선조에 대해 잘 알아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이를 위해 낡고 별 쓸모도 없어보이는 이 책을 몇 시간에 걸쳐 읽고 있었다.

프레이르가 이렇게 자신들의 가신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바로 아키텐 지역의 가신들이야말로 프레이르 자신이 직접 부릴 수 있는 수족들이기 때문이었다. 레스터 공작이나 알타미라 후작, 세르티프 백작 등의 대영주는 명목상으로는 프레이르의 가신이었지만 실제로는 왕실과 독립된 국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의 사병과 영지는 대영주의 손아귀에 있었고 왕실은 이들에 직접 관여할 수 없었다. 즉 이들의 충성은 명목상의 충성이었다.

반면 프레이르의 직할지인 아키텐 지역은 프레이르가 직접 통치하는 지역으로서 이곳의 영주들과 기사들은 프레이르에게 실제적인 충성을 바치는 이들이었다. 프레이르에게는 알베로나 카린과 마찬가지로 손발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프레이르의 정식 직위가 ‘레인가드의 왕자이자 랭카스터와 아키텐의 공작’인 것도 그가 아키텐 지역의 가신들을 이끄는 대영주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을 다독이고 절대적인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인 프레이르는 아키텐 지역에 관해 기록된 책을 읽고 가신들의 가계도 등을 공부하였다. 또한 그는 자신의 영지인 아키텐 지역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낡아빠진 책만으로 그들의 실정을 파악하는 것은 돌멩이 하나를 쥐어주고 아르넷을 때려눕히는 것만큼이나 무리한 일이었다. 아키텐 지역은 레인가드의 제1왕자의 직할지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그다지 쓸만한 영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자료도 적은 편이었다.

‘가신들과 만나기 전에 그들에 대해 미리 알아봐야 하는데 이를 어쩐다......’

프레이르는 아무 말 없이 책장을 넘기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런 공식적인 방문은 가신들과의 관계를 다질 수는 있지만 그들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사람이란 아무래도 자신의 상관에게는 보기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노력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가신들은 분명 어떻게든 자신들의 허물은 감추고 장점만 부각시키려 할 것이 뻔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프레이르는 눈을 돌려 알베로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인재를 자신에 앞서 파견하여 아키텐 지역을 조사하는 방법을 고려해보았다. 지금이라도 그를 보낸다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아키텐 지역을 조사할 여유가 생길 것이었다. 자세한 실정을 알아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알베로라면 간단한 정보 정도는 정확히 수집할 수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프레이르는 이 방법을 기각시켰다. 알베로는 자신의 제1비서관이었다. 그런 알베로가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 아키텐 지역에 미리 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알베로는 지금 당장 자신의 옆에서 처리해줘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다가 자칫 가신들에게 프레이르가 자신들의 뒷조사를 한다는 인상을 줄 수가 있었다. 알베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는 부적합한 인재였다.

‘회계사나 변호사 같은 알베로를 보냈다간 첫인상을 망쳐버릴 가능성이 크지.’

프레이르는 알베로의 얼음장 같이 냉정한 일처리를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음으로 프레이르의 눈이 미친 곳은 카린이었다. 그녀는 마차의 창 밖을 보며 신기한 모양의 구름을 발견할 때마다 천진난만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여행에 들뜬 10대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이었다. 카린의 이 귀여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프레이르는 생각했다.

‘카린이라면......’

카린은 알베로와 달리 느긋하고 태평하면서도 붙임성도 좋았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다른 사람의 호감을 이끌어내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그녀가 아키텐 지역의 실정을 파악하기 위해 파견된 프레이르의 심복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가신들이 경계를 풀었을 때야말로 그들의 실제적인 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에 카린을 보내는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더구나 프레이르는 이번 기회에 카린의 일처리를 보고 싶기도 했다. 프레이르는 이번 일을 통해 카린에게 독자적인 임무를 줘서 그녀의 역량을 시험해볼 수도 있었다.

‘좋아.’

마음의 결정을 내린 프레이르는 어느새 창 밖에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는 카린을 불렀다.

“왜......요?”

카린이 어색한 존댓말을 쓰며 프레이르에게 물었다. 프레이르는 그녀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한 가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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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로라시아 연대기 - 레인가드 지역 소개 +2 11.10.22 787 1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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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로라시아 연대기 - 28.19인의 명단(4) +2 11.09.24 673 1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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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로라시아 연대기 - 28.19인의 명단(2) +1 11.08.15 800 13 19쪽
109 로라시아 연대기 - 28.19인의 명단(1) +3 11.08.10 841 15 12쪽
108 재미삼아 해보는 성격 테스트 +7 11.07.31 893 8 11쪽
107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5) +1 11.07.31 743 17 19쪽
106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4) +2 11.07.22 941 13 11쪽
105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3) +7 11.07.11 825 14 20쪽
104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2) +2 11.07.06 813 12 13쪽
103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1) +5 11.06.28 887 12 18쪽
102 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3) +1 11.06.26 825 12 13쪽
101 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2) +2 11.06.24 723 15 11쪽
100 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1) +2 11.06.21 888 14 9쪽
99 로라시아 연대기 - 25.루크의 약혼식(4) +5 11.06.16 730 12 11쪽
98 로라시아 연대기 - 25.루크의 약혼식(3) +5 11.06.12 714 14 11쪽
97 로라시아 연대기 - 25.루크의 약혼식(2) +2 11.06.11 715 14 7쪽
96 로라시아 연대기 - 25.루크의 약혼식(1) +5 11.06.09 768 18 22쪽
95 로라시아 연대기 - 로버트 마일러 추방 +5 11.06.05 763 14 13쪽
94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6) +7 11.06.02 752 16 11쪽
93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5) +2 11.06.02 692 14 16쪽
92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4) +5 11.06.01 735 15 9쪽
91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3) +2 11.05.31 693 15 8쪽
90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2) +5 11.05.30 764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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