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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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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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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1.06.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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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1)

DUMMY

샤를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모습으로 고대 레인가드어를 읊조리며 자신의 죄를 자복했다. 양손에 로사리오를 쥔 그는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라시드 대주교와 2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아벨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성직자를 살해한 것과 교황청과의 약속을 어기고 뷔그노들을 학살한 것은 분명 용서받기 어려운 죄였다. 특히 대주교를 암살한 것은 끔찍한 죄악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대단히 위험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개인 목사에게조차 고해성사를 할 수 없었다. 성직자는 평신도의 고해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으나 샤를은 교회만큼 소문이 잘 퍼지는 곳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샤를은 자신과 이 나라, 그리고 프레이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고해성사조차 포기하고 자신이 직접 아벨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씻는데 이런 기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죄에 대한 대가를 사후에 불타오르는 연옥에서 치를지언정 고해성사는 결코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물론 그는 아벨 신과 이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레이르를 위해 2백 명의 뷔그노를 학살한 것에 대해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2백 명이 아니라 2천 명을 희생했어야 되었을지라도 그는 이 결정을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다만 그는 영혼의 구원을 얻지 못한 채 죽어간 뷔그노들에 대한 연민으로 인해 가슴이 아팠다. 이단자들이긴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백성이자 자식들이었고, 자신은 그들의 아버지였다. 그는 자신의 백성들이 이단자들의 꼬임에 넘어간 것과 그로 인해 그들을 처단해야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죽어간 영혼들과 자신의 영혼을 위해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카시네예프 대학 시절부터 인문주의자들과 교류하며 인문주의를 받아들인 샤를은 지금까지 냉혹한 머리로 나라를 다스렸으나 그 가슴은 본래 인류애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골수 인문주의자가 되었던 그는 비정한 정치와 이로 인한 희생을 혐오했다. 그 때문에 그는 선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시네예프 대학에서 머무르며 알타미라 후작과 함께 대학생으로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왕자의 신분이 아니라면 그대로 학자가 되어 카시네예프 대학에서 법학 교수로서 살고 싶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 여인과의 만남은 샤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정치와 방탕함에 물들어 있던 카시네예프 귀부인을 혐오해왔던 샤를은 한 여인을 만나 그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녀는 고귀하지 못한 신분에 시녀에 불과했지만 그 어떤 귀족 영애도 갖추지 못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고결하고 정숙하며,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그 여인을 만난 뒤 샤를은 열렬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레아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를 자신의 목숨보다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신분적 차이로 인해 귀족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으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녀와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맺었다. 레아첼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샤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샤를은 이때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레아첼로 인해 샤를은 카시네예프 대학을 벗어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국왕이 되어 그녀와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레아첼의 얼굴이 아른거리자 샤를은 품속에 소중히 넣어둔 로켓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 로켓은 국왕이 지니고 있기에는 너무 수수해보였지만 샤를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값진 보물은 없었다.

그는 천천히 로켓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초록색의 눈동자로 자신에게 온화하게 웃고 있는 한 여인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프레이르와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샤를의 마음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여인이었다.

“레아첼...”

샤를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로켓을 쓰다듬었다. 마치 살아 있는 아내를 대하는 것처럼 그는 로켓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이제는 빛이 바랜 그 초상화를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본 샤를은 그림 속의 여인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반드시 프레이르를 지켜주겠소. 설사 브조니 주교의 그 예언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로 인해 내 영혼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반드시 그 아이를 지켜낼 것이오.”

샤를은 이렇게 말하며 초상화가 담긴 로켓을 품 안에 안았다. 그리고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그곳에서 안심하고 기다려주시오.”

샤를은 살아 있는 아내를 안심시키는 것처럼 말했다. 샤를의 이 애틋한 약속에 초상화 속의 레아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샤를은 이 대답 없는 여인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동안 초상화를 말없이 지켜보던 샤를은 다시 로켓을 닫고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자리를 정돈한 뒤 기도를 올리기 전부터 보고 있던 업무를 계속했다.

샤를은 자신의 책상 위에 차곡차곡 쌓인 문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는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꼼꼼히 살펴보았으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보고서와 결재를 요구하는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그는 자신이 놓친 부분이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는 아이자크 경이 두고 간 서류 중 가장 위에 놓인 문서에 서명했다. 그것은 안톤 부주교를 카시네예프 대주교로 임명하는 서임원이었다. 이 서임원은 라시드 대주교의 사망으로 비게 된 카시네예프 주교좌에 자신의 사람을 독단적으로 임명하는 문서였다.

본래는 교황청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일이지만 교황청은 현재 칼리테인 야만족의 침입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샤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안톤 부주교를 카시네예프 대주교로 임명했다.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반대파의 비난이 쏟아질만한 일을 해치워버린 것이었다. 뒤에 교황청이나 귀족들이 추궁할 경우 뷔그노들을 추방하는데 카시네예프 대주교의 협력이 필요했으므로 불가피하게 대주교를 임명했다는 변명거리까지 준비해두며 샤를은 안톤 부주교의 임명장에 사인했다.

이 문서를 통해 샤를은 카시네예프를 비롯하여 레인가드 북부의 교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레인가드 북부의 중심지인 카시네예프 교회의 대주교가 자신의 심복인 안톤 대주교인 이상 그 아래의 수천 명의 성직자들은 모두 교황이 아닌 샤를의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 과거 라시드 대주교는 교황청의 명령에 따르는 완고한 인물이었으나 안톤 부주교는 교황청보다 샤를의 명령에 따르는 인물이었기에 샤를은 그를 통해 교회를 쉽사리 조종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두 번째로 샤를은 포르테빌과 샤를로트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의 대부가 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로딤체프 공작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여 레스터-세르티프의 동맹에 대항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로딤체프 공작이 더욱 왕가와 가까워짐으로서 샤를은 자신과 프레이르를 지지해줄 강력한 2개 군단을 확보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군사적으로 레스터 공작에 열세인 왕당파에 로딤체프 공작의 이 정예 군대는 큰 힘이 될 것이었다.

또한 샤를은 프레이르와 베아트리체와의 약혼식에 관해 알타미라 후작과 협상을 개시하라는 명령서를 브라쇼브 호민관에게 보냈다. 레스터 공작 측에서 약혼을 통해 동맹 체제를 공고히 한다면 이쪽도 약혼식을 통해 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해야했다. 샤를은 지금부터 알타미라 후작과 협상을 시작하여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프레이르와 베아트리체를 약혼시킬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샤를은 프레이르의 지지 기반을 확실히 다지며, 동시에 레스터 공작과 리처드 대공의 세력을 약화시킬 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비밀리에 준비해왔던 이 계획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프레이르의 생일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실 오늘 프레이르를 호출한 것도 프레이르에게 이 계획을 통보해주기 위해서였다. 샤를은 당사자인 프레이르에게 이 계획의 목적과 그 내용을 일러주고 준비를 시킬 생각이었다.

샤를은 다시 한 번 꼼꼼히 계획서를 확인했다. 일정과 경로, 참석자 명단이 적힌 그 문서에 별다른 문제점은 없어보였지만 신중한 성격의 샤를은 몇 번이고 계획서를 재확인했다.

다섯 번의 재검토 끝에 아이자크 경과 홀트 백작이 올린 그 계획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신할 무렵, 집무실 밖에서 프레이르와 카린의 내방을 알리는 아이자크 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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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2) +2 11.07.06 813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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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로라시아 연대기 - 25.루크의 약혼식(2) +2 11.06.11 716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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