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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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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709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1.10.1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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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6쪽

로라시아 연대기 - 29.의회의 권표(3)

DUMMY

리처드 대공은 샤를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를의 의도를 간파했다. 샤를은 어차피 자신의 힘으로 고발장 안에 있는 귀족들을 처벌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스터 공작이 비호하고 또한 리처드 대공이 주도하는 이 밀실 인사 청탁에 관련된 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샤를은 아예 고발장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그것을 없앰으로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고자 하고 있었다. 어차피 쓸모없는 고발장을 불태우며 대외적으로 자신은 귀족과의 화해를 원한다는 가식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 위선 하나는 인정해줘야겠군.’

리처드 대공은 샤를의 위선적인 태도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 어차피 쓸데없는 짓이지만.’

위선은 샤를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었지만 위선은 어디까지나 명분에 불과했다. 이번 고발장으로 인한 실제적인 이익은 귀족파가 챙기게 되는 셈이었고 귀족파는 샤를의 으름장에 백기를 들어 올리며 관직을 마다할 정도로 ‘귀족적’이지 않았다.

귀족들이 샤를의 엄포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리처드 대공은 느긋하게 두 다리를 뻗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샤를의 훈시를 경청했다.

약 10여 분간 국가의 통합과 귀족들의 고결한 자세에 대해 역설한 샤를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귀족들에게 말했다.

“이만하면 짐의 마음을 이해했으리라 믿겠소.”

샤를의 말이 이어졌다.

“이 나라의 귀족들과 평민, 성직자, 그리고 왕실은 서로 화해하고 통합을 이루는 것이 짐의 유일한 바람이오.”

샤를은 다시 한 번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당 안을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슬슬 지루해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귀족들에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짐은 귀공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하오.”

샤를은 이렇게 말하며 아이자크 경이 건네준 또다른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귀족들에게 그 서류를 보이며 말했다.

“이것은 프레이르 왕자의 지방순시에 대한 계획서요. 귀공들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짐은 레인가드를 하나로 통합시키고 지방 간의 유대감을 키우는 한편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 인재들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이 지방순시를 계획했소.”

샤를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짐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귀공들의 자제들을 이 지방순시에 참석시키도록 요청하는 바이오.”

“윽...”

리처드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예상치 못한 샤를의 제안에 허를 찔렸기 때문이었다.

리처드는 당황하여 레스터 공작 쪽을 바라보았다. 레스터 공작의 얼굴 역시 방금 전까지의 평온한 표정은 온 데 간 데 없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샤를 이 빌어먹을 놈이......’

리처드는 다시 샤를 쪽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샤를은 이복동생 쪽을 힐끗 쳐다본 뒤 그 매서운 눈길을 무시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짐은 이 지방순시에 귀공들의 자제들이 함께 참여하여 통합된 레인가드의 미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하오. 귀족과 평민, 그리고 왕실이 모두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오. 그뿐만 아니라 짐은 귀공의 자제들이 이 순시에 참여한다면 그들이 서로 간의 연대감과 우정을 쌓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소.”

샤를이 이번 지방순시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며 귀족들의 참석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말했다. 하지만 리처드는 샤를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야 눈치챘다. 그리고 그는 아까 샤를이 고발장을 불태운 이유에 관해서 자신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지명한 인사들을 관직에 임명하기 전에 그들을 지방순시의 명목으로 지방으로 끌고 가버리겠다는 뜻이군. 우리가 발이 묶인 사이에 자신들의 인사를 요직에 심어 놓을 속셈이고.’

리처드는 이를 부득 갈았다.

샤를이 고발장을 불태운 것은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바로 이 지방순시에 귀족들을 강제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함이었다. 샤를이 고발장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은 다음 곧바로 국가 통합을 운운하며 지방순시에 대한 명령을 내린 의도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이번 지방순시에 참여하지 않는 자야말로 고발장에 적혀 있는 사리사욕을 탐하는 인물이자 국가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은근한 암시를 주고 있었다. 샤를은 손수 고발장을 불태우면서 자신은 국가의 화평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위선을 떨며 도덕적인 명분을 확보했고 다른 귀족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귀족들 역시 샤를의 이러한 노력에 자신들의 결의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이 상황에서 지방 순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의 통합을 방해하는 비애국적인 행위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짐은 이곳에 있는 모든 귀족들의 자제들이 지방 순시에 참석하기를 기대하겠소.”

샤를이 아연해하고 있는 귀족들에게 짤막하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회장을 지키고 있는 국민위병대에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권표를 들고 있는 위병 두 명이 회장을 두 번 탕탕 두드렸다. 의회의 폐회를 알리는 신호였다. 이 신호와 함께 샤를은 아이자크 경을 비롯한 자신의 보좌관들을 데리고 성당에서 퇴장했다. 그 뒤를 따라 귀족들 중 소수에 해당하는 왕당파들이 성당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하여 성당 안에는 샤를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얼이 빠져 있는 귀족파들만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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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1) +2 11.06.21 888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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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로라시아 연대기 - 25.루크의 약혼식(2) +2 11.06.11 715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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