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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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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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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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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2)

DUMMY

문이 열리자 프레이르와 카린이 샤를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힘찬 발걸음으로 샤를에게 걸어왔다.

샤를은 집무실에 들어온 프레이르의 얼굴이 환한 것을 보고 크게 안도했다. 지난번 로버트 마일러 사건 이후로 프레이르는 샤를에게 서먹서먹해하며 어두운 기색을 보여 왔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샤를은 프레이르의 얼굴에 드리워진 이 그늘이 매우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프레이르는 평소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았다. 프레이르의 쾌활하고 붙임성 있는 미소가 그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최근 샤를은 뷔그노 사태로 동요하는 귀족들과 성직자들을 진정시키느라 사흘밤낮을 쉬지 않았기에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프레이르의 사랑스러운 미소에 이제까지의 고생과 피로감이 싹 씻어지는 것 같았다. 생기를 되찾은 프레이르의 모습에 그는 자신도 다시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어서 오거라.”

샤를은 팔을 벌려 프레이르에게 자리를 권했다. 프레이르는 샤를이 권한 자리에 앉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홍차는요?”

프레이르가 뻔뻔스럽게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홍차를 주문했다. 코라였다면 “내가 네 차 갖다 주는 사람입니까?”라며 일격을 날렸겠지만 샤를은 프레이르의 이 농담에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르의 능청스런 주문에 그는 웃으며 아이자크 경에게 홍차를 준비해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아이자크 경이 홍차를 가지러 가는 동안 프레이르는 루크와 로잔느의 약혼식에 관해서 샤를에게 짧게 보고했다. 샤를은 프레이르보다 일찍 그 약혼식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약혼식이 별다른 사건 없이 무난하게 끝났다는 소식에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약혼이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만 어쨌든 별 탈 없이 끝나서 다행이구나.”

샤를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어쨌든 저쪽에서 재밌는 행사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면 이쪽은 더욱 화려한 행사로 주도권을 잡아야겠지.”

샤를이 팔짱을 끼며 등을 뒤로 느긋하게 기댔다. 그러자 프레이르가 ‘윽’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재빨리 말했다.

“전 아직 베아트리체 양과 약혼할 생각이 없어요.”

프레이르가 질색하며 손을 젓자 샤를이 웃으며 말했다.

“알타미라 양과의 약혼식은 알타미라 후작과 차차 상의할 문제란다. 레스터 공작이 약혼식을 열었는데 우리도 약혼식을 벌인다면 그 효과는 반감이 되겠지. 알타미라 후작도 동의할 게다.”

샤를의 말에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했다. 영특한 아이인 프레이르는 샤를의 생각을 읽은 것이 분명했다.

레스터 공작과 세르티프 백작이 약혼식을 열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때에 샤를과 알타미라 후작이 또다른 약혼식을 벌인다면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똑같은 자극은 반복될수록 그 효과가 반감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서 샤를은 두 사람의 약혼식을 내년이나 내후년쯤으로 미루었다.

“약혼식이 아니면 무슨 일로 부른 거죠?”

프레이르가 샤를에게 물었다.

샤를은 프레이르에게 대답 대신 책상 위에 놓인 한 서류를 건넸다. 프레이르는 그 서류와 첨부된 자료를 훑어보았다.

“하하...”

잠시 후 샤를이 넘겨 준 자료를 모두 확인한 프레이르가 멋쩍게 웃으며 문서를 내려놓았다.

“정말 아버지에게는 못 당하겠네요. 언제 이런 계획을 짜두신 거죠?”

“네 생일에 맞추어 작년부터 준비해왔지.”

샤를이 대답했다.

프레이르가 내려놓은 문서에는 레인가드의 전국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 지도에는 수도 카시네예프에서 시작되어 레인가드 전국토를 순회하는 경로가 기록되어 있었다. 바로 앞으로 프레이르가 레인가드 전국을 순시할 경로였다.

샤를이 프레이르의 명성을 높이고 레스터 공작과 그 적대세력의 기반을 좀먹기 위해 준비한 계획은 바로 레인가드 전국 순회였다. 올해로 카시네예프 왕립학교를 졸업하게 된 프레이르와 그를 지원해줄 젊은 왕당파 수십 명이 레인가드의 각 지방을 돌며 그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었다.

카린은 프레이르가가 내려놓은 문서들을 집어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샤를에게 물었다.

“레인가드 전국 순시? 이런 게 왜 필요해?”

카린의 질문에 샤를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린이 들고 있는 문서들을 다시 잘 정리하여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카린과 프레이르에게 차근차근 이 지방 순시의 목적을 설명했다.

첫 번째로 샤를은 이 순시를 통해 프레이르의 명성을 지방에서도 높일 생각이었다. 프레이르의 명성은 분명 그 나이에 비해 매우 높았지만 아직 카시네예프와 아라스 등 레인가드 북부 지역에 머무르고 있었다. 레인가드의 핵심지역이 북부이기는 하지만 지방을 무시한 채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샤를은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샤를은 프레이르와 왕당파 자제들로 하여금 지방을 순시하도록 하여 명성과 인기를 높이려 했다.

다음은 프레이르의 영지인 아키텐 지역의 영주들을 다독이기 위해서였다. 프레이르의 정식 직위는 ‘레인가드의 왕자이자 랭카스터와 아키텐의 공작’이었다. 랭카스터 지역은 대륙 본토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서 과거 에우로텐과의 전쟁으로 상실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영지였다. 그러나 아키텐은 레인가드 국토 내부에 위치하였으며 프레이르가 직접 통치하는 직할지였다. 그럼에도 프레이르는 이 지역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지역의 귀족들과 관계가 소원한 편이었다. 그래서 샤를은 이 기회에 프레이르의 직속 부하들의 충성심을 확인하고 아키텐 지역을 확실히 프레이르의 지배하에 두려 했다.

샤를의 세 번째 목적은 이번 뷔그노 대학살로 동요하는 귀족들과 성직자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서였다. 저번의 신학 토론회에서 샤를은 라시드 대주교라는 거물을 암살하는 위험천만한 수를 두었다. 비록 홀트 백작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긴 했지만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왕실에 의혹어린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고 일각에서는 왕실을 비난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었다. 따라서 샤를은 프레이르를 밖으로 내보내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통해 리처드와 레스터 공작의 기반을 흔들어볼 수 있겠지.”

샤를이 이 계획의 마지막 목적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제까지 샤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프레이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잠시 동안 ‘흐음’하며 고심하는 듯 눈가를 찌푸리다 결국 모르겠다는 듯 샤를에게 물었다.

“앞의 이유는 모두 이해가 갔는데 이 부분은 이해가 잘 안가요. 어째서 지방 순시가 그 빌어먹을 리처드의 기반을 흔든다는 거죠?”

프레이르가 무의식중에 리처드를 가리켜 ‘그 빌어먹을 리처드’라고 부르자 카린이 ‘풋’하고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헛기침을 하며 샤를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 지역을 보거라.”

샤를이 레인가드의 북동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은 레인가드 동부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인 브롱스 강이 바다와 맞닿는 곳이었다.

“이 브롱스 강 하류 지역에는 두 개의 항구 도시가 있지.”

샤를이 브롱스 강 하류와 바다가 인접한 곳에 위치한 두 개의 도시를 가리켰다.

“서쪽의 미데이젤 시와 동쪽의 아베스 시. 각각 브롱스 강의 반대편에 위치하는데 두 도시를 합쳐 쌍둥이 도시라고 부른단다.”

샤를의 설명에 프레이르와 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도 쌍둥이 도시에 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미데이젤 시는 리처드 대공의 영지에, 아베스 시는 레스터 공작의 영지에 속한 곳이지. 이 두 도시는 동쪽으로는 레인가드 동부 해안을 아우르는 항로의 거점이고, 서쪽으로는 카시네예프로 이어지는 항로의 중간지점이지. 또한 브롱스 강을 따라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레스터 공작의 거점인 시농 성에 다다르는 곳이기도 하고.”

“레인가드 동부에서 가장 수상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는 말이네.”

샤를의 설명에 덧붙여 카린이 말했다. 카린의 말에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 도시는 레인가드의 곡창지대인 동부의 관문과도 같은 곳인지라 온갖 물자가 집중되는 곳이지. 타지로 운송되는 철광석과 말, 밀, 진주, 그리고 양모는 모두 이 쌍둥이 도시에서 거래되고 있단다. 특히 이 쌍둥이 도시는 모직업이 매우 성행하는 곳으로서 하시에르에 모직물과 편사를 수출하고 있지. 리처드 대공과 레스터 공작에게 있어서 쌍둥이 도시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어.”

샤를의 설명이 이어졌다.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 쌍둥이 도시의 시민들, 특히 직물업자들은 영주에게 세금을 무는 것에 대해 불만이 쌓여 있다고 한다. 리처드 대공과 레스터 공작은 쌍둥이 도시의 모직물 산업 등에 높은 세금을 물려 왔거든. 그래서 그들은 아라스와 같이 자유도시가 되어 자치를 하고 싶어 하고 있지.”

샤를의 말에 프레이르는 ‘아하’하며 책상을 탁 쳤다.

“즉 제가 그 쌍둥이 도시를 직접 방문해서 그 도시를 자유도시로 해방시킬 방법을 찾아보라는 거군요. 만약 쌍둥이 도시를 자유도시로 선언한다면 국왕의 직할지와 동격이 되니까 리처드와 레스터 공작은 그 도시를 잃는 셈이고요.”

프레이르가 씩 웃었다.

“이 공작이 성공한다면 분명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겠네요.”

역시 프레이르는 총명한 아이였다. 샤를의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는 샤를의 의도를 간파했다.

샤를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 도시를 잃게 되면 두 사람은 치명타를 입게 될 거야.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전략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는 셈이지. 레인가드 동부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를 잃는 것이니까 말이다. 더구나 자유도시는 영주가 아닌 국왕에게 충성을 바치기 때문에 우리 왕실은 레인가드 동부에 중요한 거점을 마련하게 되지.”

“거기다 그 목적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방 순시로 은폐한다라... 정말이지 샤를 당신의 권모술수는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카린 역시 프레이르와 마찬가지로 크게 탄복하며 말했다. 프레이르는 다시금 눈을 빛내며 샤를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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