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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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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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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1.05.31 14:04
조회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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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8쪽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3)

DUMMY

샤를, 포르테빌, 프레이르, 그리고 홀트 백작은 샤를의 집무실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홀트 백작과 함께 대학살의 뒷수습을 맡았던 프레이르가 돌아와 보고를 마친 뒤 그들은 잠시 휴식을 즐기는 중이었다.

홀트 백작이 이 대학살극에서 음지에 해당하는 지저분한 부분을 처리해주었다면 프레이르는 양지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는 성직자들을 독려하고, 라시드 대주교의 장례식에 왕실 대표로서 참여하는 한편, 카시네예프 시가지를 순시하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프레이르의 순시 덕분에 카시네예프의 치안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카시네예프의 순회를 마친 프레이르는 우연히 홀트 백작을 만나 리처드 대공이 자신들의 뒤를 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홀트 백작이 이 사건에서 날조해 낸 증인을 아라스로 빼돌려 리처드 대공이 이 사건을 조사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말을 들은 프레이르는 리처드에게 물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따라 나섰다. 부랑자 증인을 여관 밖으로 빼내는 동안 프레이르는 리처드 대공을 조롱하는 카드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지금쯤이면 리처드 대공이 제가 보낸 카드를 발견했겠죠.”

프레이르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앞으로 제 생일에 리처드 대공이 어떤 카드를 보내 제 성의에 보답해 줄 지 기대가 되는군요.”

그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제 카드를 본 리처드 대공이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프레이르의 말에 포르테빌이 ‘푸핫’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 배를 움켜쥐고 실룩거리는 얼굴을 아래로 숙였다. 샤를 또한 프레이르의 말에 얼굴을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들은 위험했던 상황을 진정시키고, 사태를 유리하게 종결 지은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안도하고 있었다. 홀트 백작이라면 오금부터 저리고 보는 포르테빌조차 이 자리에서는 홀트 백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편안했다.

“그만 하면 되었다.”

샤를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프레이르는 아버지에게 씩 웃어 보였다. 그는 두 다리를 쭉 펴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였다.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렸군요, 폐하”

포르테빌이 찻잔을 티스푼으로 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요 며칠 사이 일의 경과를 지켜보느라 뜬눈으로 지새웠던 그는 상당히 피로한 기색을 보였으나 걱정거리가 사라져서 시원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지식인들을 여럿 잃은 것과 라시드 대주교가 죽은 것은 유감이지만 뷔그노를 뿌리 뽑았으니 말이죠.”

포르테빌의 말에 샤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샤를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홀트 백작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의 공이 컸네. 어려운 일을 정말 잘 처리해주었어.”

샤를의 칭찬에 홀트 백작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프레이르는 홀트 백작을 바라보며 이런 얼음장 같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경이를 느꼈다. 홀트 백작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웃어 보이지 않았다. 웃기는커녕 그 날카로운 얼굴에서 냉혹한 눈빛조차 지운 적이 없었다. 이 냉혹한 얼굴로 라시드 대주교와 수백 명의 뷔그노를 학살할 것을 지시했으리라 생각하니 프레이르는 조금 으스스해졌다. 비록 프레이르 자신도 이 학살극에 관여하긴 했지만 눈 앞에 앉아 있는 이 사내는 이 모든 학살극을 꾸미고 실행했던 인물이었다. 프레이르는 수일간에 걸친 학살극을 지켜보며 이 사내가 샤를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똑똑히 인식하게 되었다.

그 때 집무실 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비서관인 아이자크 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하. 카린 르 플레어 양께서 폐하를 뵙기를 청합니다.”

샤를의 눈썹이 꿈틀했다. 샤를은 일단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는 잠시 동안 두 손에 깍지를 껸 채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프레이르는 샤를이 지금은 카린을 보고 싶어 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챘다. 예전의 샤를은 카린의 내방 소식을 듣자마자 손수 마중을 나갔으나 지금은 자리에 잠자코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오라고 하게.”

잠시 동안 뜸을 들이던 샤를이 아이자크 경에게 말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프레이르도 잘 아는 작은 체구의 마법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카린은 방 안에 샤를을 비롯하여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카린. 무슨 일인가?”

샤를이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로 카린에게 물었다.

카린은 그녀답지 않게 대답을 망설였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프레이르와 홀트 백작, 포르테빌의 눈치를 살피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일러에 관한 일이야.”

카린이 대답했다.

“아, 마일러 교수...”

샤를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르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의 심리를 읽는데 일가견이 있는 샤를이 그녀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프레이르와 다른 사람들 또한 카린의 의도를 간파했다.

“아쉽지만 오늘의 티타임은 이 정도로 마쳐야겠군. 이만 나가서 일들 보게.”

샤를이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말에 포르테빌과 홀트 백작은 찻잔을 자리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프레이르 역시 찻잔을 두고 탁자 위에 둔 모자를 쓰며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아니. 프레이르 너는 이곳에 남거라.”

샤를이 프레이르를 만류하며 자리에 앉혔다. 프레이르는 이 의외의 말에 멈칫했다. 그러나 샤를에게 나름의 생각이 있으리라 짐작한 그는 모자를 벗은 뒤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홀트 백작과 포르테빌이 바깥으로 나가자 샤를은 카린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손수 차를 따라주었다. 그러나 카린은 그 찻잔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진지한 표정으로 샤를에게 말했다.

"샤를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카린의 말에 샤를은 얘기해보라는 듯 손을 펴 보였다. 그러자 카린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로버트를 살려주었으면 해.”

카린의 말에 샤를은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난 마일러 교수를 에우로텐으로 추방하겠다고 말했지 죽인다고 말하지 않았네. 살리고 말 것도 없지.”

샤를의 말에 카린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시치미 떼지 말아 줘. 에우로텐으로의 추방이 곧 사형을 의미하는 건 당신도 잘 알잖아.”

프레이르는 카린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샤를이 말하는 ‘추방’이란 사실상 죽음을 의미했다. 에우로텐에서는 이미 뷔그노에 대한 잔혹한 칙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모든 뷔그노는 종교 재판소의 재판을 받는다.”라는 트리에스테 칙령은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따라서 샤를이 로버트 마일러와 뷔그노들을 에우로텐으로 추방하겠다는 것은 바다 이편에서 사형을 당하느냐 바다 저편에서 사형을 당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동일했다.

“에우로텐의 법이 그러하다면 마일러 교수도 에우로텐의 법을 따라야겠지. 우리 레인가드의 법은 마일러 교수를 추방하는 것뿐이고, 그 뒤는 레인가드가 알 바 아니야.”

샤를이 담담하게 말했다.

“변호사 같이 말장난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줘!”

카린이 절박하게 소리쳤다. 그녀는 샤를에게 애원하다시피 하며 마일러의 추방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대로 에우로텐으로 마일러 교수가 추방된다면 그가 화형대에 오를 것은 바보라도 쉽사리 예측할 수 있었기에 카린은 필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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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2) +2 11.07.06 813 12 13쪽
103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1) +5 11.06.28 887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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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2) +2 11.06.24 724 15 11쪽
100 로라시아 연대기 - 26.샤를의 계획(1) +2 11.06.21 888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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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5) +2 11.06.02 692 1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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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라시아 연대기 - 24.생 마르통 대학살(3) +2 11.05.31 694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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