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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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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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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1.10.0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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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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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5쪽

로라시아 연대기 - 29.의회의 권표(2)

DUMMY

샤를이 이번에는 레스터 공작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쪼개는 자들에게는 엄한 벌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오.”

샤를은 그 매서운 눈으로 레스터 공작을 노려보았다. 이것은 명백히 자신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제스처였다. 대성당을 가득 메운 의원들은 샤를의 이 눈길을 따라 레스터 공작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살롱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던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레스터 공작은 샤를의 이 도발적인 시선을 태연히 받아넘겼다. 샤를과 마찬가지로 레스터 공작은 강철 같은 정신을 가진 인물이었다. 벌판을 가득 메운 적들의 함성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그였다. 이 정도의 위협에 덜덜 떨 정도로 레스터 공작은 심약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말을 멈추고 레스터 공작을 노려보던 샤를은 이번에는 눈길을 돌려 리처드 대공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입가에 빈정거리는 미소를 띠우고 있는 리처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처드 대공. 귀공은 항상 민감한 정치 사안마다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었소.”

샤를의 말이 이어졌다.

“국가를 분열시키려 하는 이 자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샤를의 질문에 의원석의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리처드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물론 그 고발장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다음 적절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일은 일벌백계로서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샤를은 이 사건의 주범격인 이복동생이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태연히 기만적인 대답을 늘어놓자 잠시 동안 그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는 눈을 돌려 다른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귀공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시오?”

샤를의 질문에 귀족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샤를과 레스터 공작, 그리고 리처드 대공의 눈치를 보며 어떤 대답을 해야 세 사람의 눈 밖에 나지 않을지 궁리하였다. 그러나 성당을 가득 메운 귀족들 중에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피력하는 인물은 없었다. 누구라도 이런 민감한 질문에 괜히 말려들어 샤를이나 레스터 공작의 눈 밖에 나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귀족들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샤를은 끈기 있게 그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러한 샤를의 기대를 저버리기라도 하는 듯이 귀족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침묵을 지켰다.

귀족들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샤를은 마침내 그들에게 대답을 듣는 것을 단념한 듯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보좌관인 아이자크 경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 서 있던 아이자크 경은 자신의 앞에 두었던 촛대를 들고 샤를에게 다가왔다. 아이자크 경이 불을 붙인 촛대를 샤를에게 건네주자 샤를은 밝게 불타오르고 있는 양초에 고발장을 가까이 댔다.

귀족들이 말릴 새도 없이 고발장에 곧바로 불이 옮겨 붙었다. 수분도 못 되어 모든 귀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고발장은 곧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더불어 이번 인사 청탁에 관여한 귀족들의 명단 또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샤를은 한때는 고발장이었던 잿더미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그리고 그는 놀란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귀족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짐이 취한 행동의 의미는 잘 알 것이오.”

샤를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귀족들에게 말했다.

“짐은 이번 일을 덮어두기로 했소.”

샤를의 말이 이어졌다.

“왜냐하면 짐은 아직 귀공들이 귀족으로서의 긍지와 명예를 잃지 않았으며 이번 일은 단순히 실수였을 것이라 믿고 싶기 때문이오.”

샤를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레스터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그에게 말했다.

“이 고발장을 열고 그들의 명단을 확인하면 스무 명의 귀족들을 처벌할 수 있으나 이것은 또다른 분열을 낳을 뿐이오. 그리고 이것은 짐과 왕실이 바라는 것이 아니오. 짐은 이 나라에 화합과 화평이 있기를 바라지 서로를 헐뜯고 밀고하는 중상모략이 있기를 바라지 않소.”

‘그랬군. 이렇게 나오시겠다.’

샤를의 설명을 들으며 리처드 대공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시시한 수작을 부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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