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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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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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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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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4)

DUMMY

에버딘은 복잡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온갖 후회와 자책감에 사로잡혀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프레이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와 만날 때마다 그녀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프레이르를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항상 프레이르에게 솔직하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을 지나칠 정도로 아껴주고 배려해주는 프레이르를 그녀는 가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를 만나면 에버딘은 특유의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말문이 막혀버리기 일쑤였다. 소심한 그녀는 프레이르와 똑바로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었고, 프레이르 앞에서 실수를 하여 그가 자신을 싫어하게 되지나 않을까하며 조마조마해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항상 프레이르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프레이르와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머리가 새하얘져서 준비해두었던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의 선물도 에버딘으로서는 평소에 프레이르에게 가지고 있던 마음을 백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한심함을 탓하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프레이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가슴 한 구석이 닳아버리는 것처럼 안타까웠다. 그녀의 평생의 소원은 베아트리체처럼 프레이르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어 프레이르에 대한 이 마음을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어?’

에버딘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에 두 손을 모았다. 프레이르의 얼굴을 떠올리자 웬일인지 가슴이 두근거려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말해 준 프레이르가 그녀의 가슴 속에 자리 잡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그녀는 가슴 한 구석이 찌르는 것처럼 애달파왔다. 에버딘은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왜 이러지?’

그녀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에 당황했다. 에버딘 자신이 깨닫지 못한 사이에 불쑥 등장한 이 감정은 지금까지 그녀가 프레이르에게 품었던 존경심과 동경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이었다. 또한 이것은 우정도 아니었다. 오빠인 알베로에게 느끼는 그런 친근감도 아니었다. 그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지금까지 가졌던 감정들보다 훨씬 더 크고 더 소중한 것이었다.

그녀는 당황하여 자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슥 닦았다.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눈물이 났는지는 그 어떤 현자라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눈물이 프레이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얼른 마음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알베로와 백작 부인은 에버딘의 이 눈물을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백작 부인은 눈을 감은 채 옆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알베로는 턱에 손을 괸 채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두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에버딘은 두 사람에게 자신의 눈물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위해 마음을 써주는 두 사람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으며 눈물 자국을 지웠다. 그리고 그녀는 프레이르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뒤 마차 한쪽 구석에 둔 여행기를 읽기 시작했다.


한편 알베로는 아까부터 한 가지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에버딘과 프레이르와의 관계였다.

알베로는 지금까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에버딘에 대한 프레이르의 관심을 묶어두려 했다. 여동생에 대한 호감을 통해 친분을 쌓는다면 왕당파의 핵심인 프레이르의 측근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베로의 이러한 계획은 정확히 들어맞아 그는 프레이르의 비서관으로서 최측근이 되었다. 물론 프레이르가 자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있었지만 에버딘과의 친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으리라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베로는 여기에서 만족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 역시 야심이라면 알타미라 후작이나 레스터 공작에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고 능력 또한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프레이르의 비서관 그 이상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미쳤다고 여기겠지만 그는 알타미라 후작과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은밀하게 에버딘을 프레이르의 부인이자 이 나라의 왕비로 만들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는 프레이르가 에버딘에게 푹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기다릴 뿐만 아니라 관계가 깊어질 만한 상황을 유도하고 있었다. 오늘의 이 사건도 알베로의 계획에 들어 있던 것이었다. 그는 비서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프레이르를 유도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레이르는 좀처럼 알베로의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프레이르가 에버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프레이르와 가장 가까운 인물인 알베로는 프레이르가 에버딘을 바라볼 때마다 짓는 표정과, 그 눈빛만으로도 에버딘에 대한 프레이르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자신의 그 감정을 억누르면서 에버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알베로가 보기에 프레이르는 에버딘에게 상당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음에도 에버딘과의 관계에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프레이르는 에버딘에게 여러 번 호감을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버딘을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베로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얼마나 방탕하고 주색을 좋아하는 이들인지 잘 알고 있었다. 폭력성이 군인의 상징이라면 음란과 주색은 귀족의 상징일 정도였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면 일단 취하고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포르테빌 대공만 하더라도 이미 프레이르의 나이 즈음에는 안 건드려본 시녀가 없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주색에 빠져 살아왔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믿기 힘들 정도의 자제심으로 철저히 여자들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아버지인 샤를과 마찬가지로 그는 여자 문제에 관해서는 소녀의 손수건만큼 깨끗하게 행동해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프레이르는 에버딘, 베아트리체 그리고 카린 같은 미녀들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이유가 알타미라 후작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걱정해서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위험을 피해서인지, 혹은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프레이르의 이 자제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물론 알베로는 프레이르가 가벼운 마음으로 에버딘에 손을 대려 했다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프레이르가 에버딘을 성노리개 정도로 생각하여 함부로 손을 대려한다면 그는 설사 레인가드의 왕자라 할지라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그는 프레이르가 에버딘을 정식 부인으로 맞이하길 원했지 정부 따위로 삼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사를 살펴볼 때 국왕의 정부란 결국 그 애정이 식으면 국왕이나 혹은 그 주변 세력에 의해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기 마련이었다. 알베로는 자기 자신이 파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에버딘이 그런 꼴을 당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한편 프레이르는 에버딘을 소중히 대해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식으로 에버딘을 취하려 하거나 구혼하지도 아니었다. 그는 마치 중립 외교를 펼치는 노련한 외교관처럼 많은 여성들의 호감을 얻어내면서도 특정한 여자에게 자신의 호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는데 바로 이것이 알베로의 걱정거리였다. 마치 알베로의 속셈을 읽기라도 한 듯 프레이르는 늘 여자 문제, 특히 에버딘에게 조심스러웠다. 농담을 던지거나 여러 번 호감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그는 결코 에버딘에게 이성으로서 다가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베로는 프레이르의 이런 태도에 벌써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프레이르가 여자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은 베아트리체나 여타 여자들에게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에버딘에게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더구나 알베로는 프레이르의 여자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그는 프레이르의 최측근으로서 프레이르의 심경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것은 알타미라 후작조차도 갖지 못한 알베로만의 강점이었다. 또다른 비서관인 카린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자신은 프레이르에게 있어서 제1 비서관이었다. 그는 이 위치를 이용해 충분히 프레이르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알베로의 이 은밀한 계획에는 많은 난관이 존재했다. 알베로가 술수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눈치 채기라도 한다면 알타미라 후작을 비롯해 모든 귀족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것이 확실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가문이 멸문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이 계획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최후의 순간까지 봉인해두어야 했다.

그 때문에 알베로는 자신의 속셈이 주변에 들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프레이르의 관심이 에버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프레이르를 이쪽으로 끌어당기는 어려운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연인의 밀고 당기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우면서도 위험한 줄타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조차도 알베로의 야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사사건건 자신을 막아온 알타미라 가문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사실에 젊은 비서관의 야심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알베로의 가슴은 에버딘을 언젠가 프레이르의 어머니인 레아첼 에인절 전 왕비처럼 왕당파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찼다. 레드포드 가문과 국왕 샤를이 해낸 일을 카스티야 가문과 왕자 프레이르가 해내지 못하란 법은 없었다. 먼저 프레이르를 에버딘에게 푹 빠지게 만든 다음, 결정적인 계기를 이용하여 왕당파의 세력을 결집해 단숨에 두 사람의 결혼을 기정사실화 해버릴 기회를 그는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자신의 계획이 마지막 순간까지 들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물밑 작업을 진행했다.

* Stellar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로라시아 연대기 (bn_299) 에서 문피아 - 정규 - 로라시아 연대기(bn_299)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7-31 02:00)


작가의말

8월 말까지 입시 때문에 글쓰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다소 연재가 지연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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