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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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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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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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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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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1.10.0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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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로라시아 연대기 - 29.의회의 권표(1)

DUMMY

10월의 첫 번째 월요일은 의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카시네예프에 머무르고 있던 귀족들은 거의 총소집된다고 봐도 무방한 모임이었다. 중추원 회의가 소수의 실세들을 모아 국정을 의논하는 곳이라면 의회는 성직자와 귀족들을 모아 안건을 의결하는 곳이었고 의회에서 의결된 안건만이 정식으로 법률이 되었다. 즉 의회는 법률에 대한 정통성을 부여하는 곳이었다.

오늘 의회는 샤를이 속전속결로 임명한 안톤 카시네예프 주교를 정신으로 승인했다. 본래는 교황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었지만 교황청이 있는 메디나는 현재 칼리테인 군대에 의해 포위를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샤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자신의 심복을 주교에 독단적으로 임명한 뒤 의회에서 ‘레인가드의 최고 성직자직을 오래 비워둘 수 없다.’라는 논리를 들며 의회의 승인을 요청했다.

샤를은 왕당파인 안톤 부주교를 카시네예프 주교로 임명하는 대신. 귀족파인 다른 성직자를 카시네예프 부주교로 임명하며 레스터 공작을 설득했다. 그리고 레스터 공작은 샤를의 안마당이라 할 수 있는 카시네예프에 자신의 심복을 심어놓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귀족파에게 샤를의 안건을 승인할 것을 명령했다. 이 안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왕당파와 귀족파의 합의를 통해 안톤 주교를 임명한 샤를은 레인가드 북부의 수많은 성직자들을 장악하게 되었다. 한때는 국왕을 교황청으로 소환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했던 교회가 결정적으로 그 날개를 꺾이는 순간이었다.

리처드 대공은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았다. 열렬한 칼레타 교인이자 정통 왕족인 그는 샤를과 레스터 공작이 이런 식의 밀실 거래로 교황청과 교회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빈정거렸다.

‘이렇게 주님의 교회가 무너지고 마는군.’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리처드 대공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뒤 샤를이 앉아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샤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는 의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레인가드 북부 교회라는 거대한 조직 전체를 단숨에 먹어치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샤를은 한동안 좌중을 둘러보다가 오른손을 들어 박수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는 성당을 가득 메운 의원들에게 말했다.

“귀공들의 지혜로운 결정에 감사하는 바이오. 이로서 레인가드 교회는 다시 한 번 주님의 뜻을 받들 경건한 성직자를 주교로 얻게 되었소.”

‘그 성직자의 주님은 샤를 자기 자신일 테지만.’

리처드 대공이 속으로 빈정거렸다. 샤를의 눈길이 리처드의 비웃는 듯한 입가에 잠시 머물렀지만 그는 곧바로 다른 귀족들에게로 눈을 돌린 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짐은 여기서 귀공들에게 부득이하게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소.”

샤를은 이렇게 말하며 단상 위에 올려 두었던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에는 어느새 한 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것은 얼마 전 짐에게 전해진 고발장이오.”

샤를이 말했다.

“이 고발장에는 자신들의 세력을 불리기 위해 이번 왕립 학교 졸업생들에게 관직을 나눠주고 인사 청탁을 일삼은 귀족들의 이름이 적혀 있소.”

샤를의 말에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샤를의 말에 서로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웅성거림에 별로 놀라움은 섞여 있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속칭 ‘19인의 명단’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샤를의 말이 이어졌다.

“이 고발장을 접하고 짐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소. 수백년간 에인절 왕조를 지켜온 명예로운 귀족들이 사사로이 관직을 주고받다니...... 국가의 명예로운 관직을 사고팔며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자신의 세력을 불리려 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짐은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소.”

샤를이 귀족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나라에는 화평과 화합이 있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자신의 편을 늘리기 위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 나라를 둘로 쪼개려 하는 것이오?”

샤를이 귀족들에게 호통을 쳤다. 평소와는 달리 살벌한 샤를의 말투에 귀족들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러나 리처드 대공은 샤를이 호통 치는 모습을 보며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리처드 대공이 샤를을 비웃으며 생각했다.

‘그런 고발장 따위로 우리를 위협하려 하는 건가? 바보 같긴.’

샤를이 고발장을 들고 ‘관직 매매’에 참여한 귀족들을 비난하고 있었지만 리처드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어차피 고발장은 고발장일 뿐이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을뿐더러 발각 될 리도 없었고 설사 발각된다 하더라도 레스터 공작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물론 다소 비난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리처드 대공은 자신들의 정보가 새나가지 않았으리라 확신했다. 즉 저 고발장은 그저 으름장이나 놓는 샤를의 블러프 카드였다.

리처드는 레스터 공작과 셰리프 남작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리처드 대공과 같은 생각인 모양인지 샤를의 위협에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19인의 명단이 새어 나갔을 리 없고, 새어나갔다 해도 문제는 없다는 그런 자신만만한 얼굴들이었다.

샤를은 고발장을 더욱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짐은 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고발장을 접한 뒤 짐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고민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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