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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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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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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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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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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출발식(2부 에필로그)

DUMMY

카시네예프 시민들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행렬에 열광하였다. 군인들은 하늘을 향해 축포를 쐈고 여자들은 화려한 마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이 가는 길에 꽃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카시네예프 전역은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였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 행렬은 바로 지방 순시를 떠나는 카시네예프 왕립학교 졸업생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군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을이 끝나가는 10월의 마지막 날, 그들은 카시네예프를 떠나 레인가드의 각지를 돌아보기 위해 카시네예프에서 출발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에인절 가문의 기장과 레인가드 국가의 상징인 황금빛 독수리 깃발을 선두로 하여 화려한 견장을 단 총사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백여 명의 총사대원들은 2열 종대를 이룬 채 행렬의 선두를 이끌며 길을 열었다. 다들 레인가드 최고의 정예부대답게 정확한 대오를 이루며 행군했다.

총사대원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그 뒤를 이어 곧바로 백마를 탄 인물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모두 환호를 질렀다. 바로 백마를 탄 인물은 이 행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프레이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약간 거만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깃이 달린 모자를 벗어 시민들에게 흔들었다. 프레이르의 이 손짓에 시민들은 모두 기뻐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레이르의 뒤로 아르넷과 루크, 그라츠 등 레인가드의 젊은 귀족들이 말을 타고 따라왔다. 귀족이라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다들 화려한 예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의 가문의 깃발을 들고 있는 기수를 앞에 세우고 천천히 프레이르를 따라왔다. 수많은 깃발과 가문의 기장들, 그리고 젊은 귀공자들 역시 좋은 볼거리였기 때문에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보냈다.

말을 탄 귀족들의 뒤로 검은색 예복을 입은 평민 출신 왕립학교 졸업생들이 걸어갔다. 제각각 개성 있는 예복을 입은 귀족들과 달리 평민들은 통일된 검은 옷을 입은 상태였다. 그들은 귀족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3열 종대로 걸어갔는데 다른 화려한 행렬과는 대조적인 멋을 보여주었다.

평민 졸업생의 후미를 따라 이번에는 제1군단이라고도 불리는 근위대가 선두 그룹을 호위했다. 국왕 샤를의 직속부대인 근위대 중에서도 가장 잘 훈련된 부대인 제1중대가 전체 행렬의 정가운데에 위치하여 행렬의 흐름을 조정하고 있었다. 흉갑으로 무장하여 온통 은빛으로 빛나는 파이크맨과 빨간 제복을 입은 머스켓 총병대, 그리고 레이피어를 찬 경무장 백병전대로 구성된 제1중대는 행렬에 열광한 시민들이 도로로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질서를 유지시켰다.

근위대의 경보병 부대와 약간 거리를 두고 이번에는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마차들이 줄지어 움직여왔다. 바로 왕립학교의 여자 졸업생들을 태운 마차였다. 삼엄한 무기를 갖춘 근위대 가까운 곳에 여성의 대열을 배치한 것은 흥분한 군중들이 도로로 뛰쳐나올 경우 재빨리 근위대가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종류의 행사에서는 가끔씩 열에 들뜬 이들이 엉뚱한 짓을 저지르곤 했기 때문이었다.

마차에 탄 레인가드의 귀부인들은 대체로 콧대 높은 표정을 지으며 군중을 외면했지만 개중에는 따뜻한 미소로 시민들을 반겨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 행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귀족 영애들이 손을 흔들어줄 때마다 시민들, 특히 청년들은 악을 쓰며 바보스럽게 팔을 휘저었다.

수십 대의 마차의 행렬에 이어 카시네예프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과 관료들이 걸어왔다. 이들은 모두 왕당파에 소속된 이들로서 레인가드 각지에 관해 조사하기 위해 샤를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 지원해주는 이들이었다. 이 학자들과 관료들은 레인가드 각 지방의 인구와 경제력, 군사력은 물론 기후, 토산물, 광물, 정치적 상황, 교육 수준 등 모든 것을 조사하도록 명령 받았다. 중앙이 지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보들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폐쇄적인 지방 영주들은 국세조사와 인구조사에 자신이 불리한 내용을 누락시키고, 유리한 내용은 과장하는 습성을 보였기 때문에 샤를은 자신이 직접 사람을 보내 지방에 관해 자세히 조사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번 지방 순시야말로 그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여 수백 명의 학자와 관료들을 이번 순시에 동참시켰다.

행렬의 마지막은 귀족들이 데려온 하인들과 하녀들, 그리고 귀족들의 사병과 기사들이 장식했다. 이들은 귀족들이 자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데려온 이들로서 이번 행렬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하인들과 하녀들은 근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 순시 기간 동안 귀족들의 시중을 들어줄 인력이었고 사병과 기사들은 자신의 주군을 지킬 호위대였다. 왕당파보다는 귀족파를 위한 인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지방 순시에 참여한 인원은 총 1천2백 명. 그 중 왕족과 귀족, 그리고 고위직 평민들의 수는 3백 명. 레인가드 왕국이 생겨난 이래 이토록 많은 귀족들이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카시네예프를 빠져나가 레인가드 전체를 순회한 적은 없었다. 시민들이 이 화려한 행렬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언제나 축제와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평민들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프레이르의 지방 순시를 반겼다.


행렬이 귀족들의 주거주지인 레인가드 북동쪽을 통과할 즈음 프레이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한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저택을 향해 악마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가장 빛나는 순간에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과 눈이 마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부러 정중하게 모자를 벗어 보이며 빈정거리는 미소로 저택을 한번 쓱 훑어준 뒤 다시 행렬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그 저택을 외면한 채 천천히 저택에서 멀어져갔다.

저택의 발코니에 앉아 있던 리처드 대공은 그런 프레이르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앞자리에 놓여 있는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이 치욕적인 기분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리처드 대공은 아까부터 자신의 저택에서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그는 패배감과 무력감에 젖은 채 끝도 없이 이어지는 행렬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프레이르와 그 행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완벽한 패배였다. 19인의 명단에서 시작하여 고발장, 그리고 지방 순시로 이어지는 이번 상황 속에서 귀족파는 왕당파에게 그야말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귀족파 인사를 포섭하는 일은 좌절되었고 왕당파는 대규모 지방 순시를 벌이며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덕적 명분에서 밀린 귀족파는 지방 순시에 들러리로 서며 프레이르의 명성만 높여주고 말았다. 최악의 결과였다.

리처드 대공은 비어버린 와인잔에 다시 포도주를 따랐다. 그리고 그는 다시 프레이르 쪽을 바라보았다.

3년 전 프레이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프레이르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 천박한 언행과 별 생각 없이 행동하는 듯한 모습에 리처드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고 프레이르라는 존재를 섣불리 애송이로 판단하여 이 게임판에서 배제해왔다.

하지만 이제야 그는 프레이르의 진면목을 깨닫게 되었다. 프레이르라는 왕자는 샤를과 마찬가지로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과감함과 빠른 결단력, 예상을 깨는 독특한 사고방식, 그리고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지는 프레이르는 귀족파에게 있어 샤를과는 또다른 위험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리처드 대공은 자신이 큰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런 위험한 존재를 애송이로 취급하며 무시해왔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자신의 오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 번의 실패에 주눅이 들만큼 리처드 대공은 나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은 없다.”

리처드 대공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다시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두 번은 없다.”

리처드 대공은 오늘에야 비로소 프레이르를 자신의 적수로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의 실수를 교훈으로 삼아 그는 다시는 프레이르의 능력을 얕보지 않기로 했다.

리처드 대공은 멀어져 가는 행렬을 두 눈으로 좇았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의 눈빛은 한 마리의 맹수를 대하는 것처럼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그런 리처드 대공의 눈길을 눈치채지 못한 채 프레이르는 여전히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리처드 대공은 이 프레이르를 가만히 지켜보며 앞으로는 전력을 다해 프레이르의 야망을 분쇄하고 이 나라를 지켜내겠다고 아벨 신에게 굳게 맹세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러한 목적이 아벨 신의 뜻에 부합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작가의말

2부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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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2) +2 11.07.06 813 12 13쪽
103 로라시아 연대기 - 27.생일(1) +5 11.06.28 888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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