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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180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13 06:00
조회
266
추천
3
글자
9쪽

불씨

DUMMY

1.


디아만트에서 일어난 일이 제국 전역에 알려지자. 제국의 여론은 둘로 분열되었다. 한 쪽은 황제가 현실적인 처신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한 쪽은 국경을 침입한 연방에 대해 더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멍청한 것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발렌시아 제국은 이미 멸망했다고! 우린 지금 하루 먹을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를 건드리자고?"


"그러니까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지! 더 잘 산다고 남의 나라 국경을 막 넘으면 국경이 무슨 소용이야? 게다가 도시를 일시적으로 점거하기까지 했다고! 이건 엄연한 침략 행위야!"


알렉시아 제국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예전과 비교한다면 초라한 성과라고 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신민들은 발렌시아 제국의 자랑이었던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밀밭과. 그 위에 지어진 웅장한 수도교들. 그리고 기사도와 귀족들간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전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이 박살나면서. 제국은 두 개로 나누어졌고. 인구로도 점점 추월당하고 있으며. 기술은 낙후되었다.


이미 알렉시아 제국에게 퓨레스트 연방이란 악랄한 침략자들로 이미지가 박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방이 제국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다시 한 번 알렉시아 제국은 전국적인 분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2.


"요즘 부쩍 살이 붙었군."


임신한 세리카는 요즘 들어 부쩍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벌써 임신한지도 3개월. 점점 뱃 속의 아기가 커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표현이 그래요?"


세리카는 눈을 흘기며 라이투스를 바라보았다. 살이 붙었다니. 배가 불렀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런 표현을 써야 하는가. 모든 여자가 싫어하는 저런 표현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남자가 저런 것을.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한 손은 절대로 검의 손잡이에서 떼지 못하는 남자를 이해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은 정말로 검을 좋아하네요."


"좋아하지. 나에겐 이것밖엔 없었으니까."


없었으니까. 그거면 됐다. 과거형으로 표현된 말이면 충분하다. 이제 저 남자에게는 자신이 있지 않은가.


"폐하하고 결혼해서 좋은 게 뭔지 알아요?"


"뭐지?"


세리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투스를 와락 안았다. 라이투스가 자신의 배에 느껴지는 배의 촉감에 입을 달싹했지만. 그것보다는 세리카가 한 발 빨랐다.


비비적 비비적.


"이 멋진 몸을 독점할 수 있다는 거에요"


"나 참..."


'고작 그것'이냐고 라이투스는 묻고 싶었지만. 내심 받은 칭찬이 기뻣기에 그는 웃음을 지으며 세리카의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어 주었다.


구태여 설명하자면. 무인 출신인 대총통은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에.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다 까먹는 극심한 노안에 온 몸에 새겨진 흉터가 문제일 뿐이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세리카는 자신을 안고 있는 라이투스의 볼을 만지작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얼굴만 70세 노인이 아니었더라면 완벽한데."


"유전이다! 내 아버지도 노안이었단 말이다!"


"농담이에요."


3.


"그래서. 주모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예. 모두 지금 감옥에 갇혀 처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가."


아나이스 황제는 한층 차분한 얼굴로 대사를 대하고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는 제국을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다. 어제같은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대총통께서 황제 페하께 전언을 보내셨습니다. 읽어드릴까요?"


"아니. 짐이 읽겠네."


대사는 품에서 고급스럽게 포장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냈다. 아나이스 황제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포장을 풀고 두루마리를 풀어 찬찬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삼가 알렉시아 제국 황제 폐하께.


지난 번 저의 군세가 저지른 심각한 무례에 대한 보고는 불을 밝히고 세 번 거듭하여 읽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가 이번 여름에 구휼 작전을 명하였고. 폐하께서도 그 사실을 알고 뒤늦게나마 그것을 윤허하셔서 아무런 탈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특수부대인 특무대를 보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특무대 중 일부가 디아만트의 여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보고는 뒤늦게나마 저에게도 들어왔습니다.


현재 주모자들은 무기징역을 법정에서 언도받았으며. 그들을 따른 말단의 병사들은 전부 직위 해제 후 연금을 박탈하였습니다. 이런 처치로 대국의 황제께서 만족하신다면 좋겠습니다만. 만약 노기가 가라앉지 않으신다면 기꺼이 주모자들을 당신의 앞으로 데려와 지엄한 제국의 심판을 받게 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사죄로서 저희 연방의 기준으로 금화 50만 냥을 드리겠습니다. 이것으로 내전으로 어지러워진 알렉시아 제국의 재정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퓨레스트 연방 대총통. 라이투스 폰 예거 올림-


"..."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내심 황제는 웃고 있었다. 서신의 내용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어조 자체가 굉장히 황제 자신을 높이고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맨 마지막에 있는 이자를 반절로 줄이겠다는 것이 그의 굳어있던 입꼬리를 슬며시 올라가게 만들었다.


"서신은 잘 받았소. 이제 물러 가시오. 귀국에 좋은 일이 있기를 빌겠소."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무탈하십시오 황제 폐하."


대사가 물러가자. 황제는 다시 옥좌에 앉고선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주위의 신하들에게 말했다.


"신하들은 들으라."


"""하명하십시오 폐하"""


"얼마 전. 퓨레스트 연방의 군세가 우리 제국의 국경을 넘어 폭도에 둘러쌓인 디아만트 시를 구원하고. 도시를 일시적으로 점거하는 사태가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에 제국 신민들이 불안해 하는 바를 짐도 느끼는 바였지만. 이렇게 퓨레스트 연방의 대총통이 친히 서신을 보내어 진심어린 사죄와 뜻 있는 배상을 하니. 대국의 군주로써 어찌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궁성의 대신들은 들으라."


"예 폐하!"


"지금 즉시 이 서신을 인쇄하여 제국의 온 신민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라. 그리하면 우리가 아직 대국으로써 타국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알릴 수 있음이라. 그리고 그리하면 끓어로르고 있는 신민들의 분노도 해갈될 것이니라."


"황명 받들겠나이다!"


4.


"후. 오랜만에 상전 취급해주는 것도 힘들구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객관적으로 봤을 땐 저희가 잘못한 게 맞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특명 따위 내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기껏 은혜를 베풀어진 도시가 불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것이 이렇게 꼬투리가 잡힐 줄이야."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젠 정말 한계입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더 이상 영토를 늘릴 수는 없다는 소립니다. 한창 성장 중인 국력을 전쟁따위에 낭비할 수도 없을 뿐더러. 더 이상 먹을 땅도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쟁을 하는 이유는 전쟁을 하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쟁을 하는 것이 평화로이 사는 것보다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확실한 이익이 되어야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관이 뜬금없이 이런 일반론을 꺼내든 이유는. 그는 라이투스 대총통이 특무대에 특명을 내린 이유가 디아만트를 은근슬쩍 연방력으로 합병하려는 공작의 일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총통이 보인 행보를 볼 때. 부관의 생각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대총통도 내심 그런 목적이 없지 않아 있었기에. 집무실 안은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폐하. 전 가끔 궁금해지고는 합니다."


그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부관이었다. 그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대총통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부관이 그런 눈빛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대총통또한 진지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무엇이 말인가?"


"폐하께서 어디까지 가실지 말입니다."


"어디까지 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전 칼렌 왕국 때부터 당신을 보좌해 왔습니다. 당신은 수많은 위기를 뚫고 저희를 이끌었고. 또 저희는 당신을 따라 동부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강성한 국가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걸로 만족하십니까?"


"...아니. 아직은 만족할 수 없네."


"그렇다면 말해주십시오 폐하.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업을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지 아닌지를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대총통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고. 길게 심호흡을 한 후. 그의 부관을 똑바로 쳐다본 후 말했다.


"황제."


"....."


"퓨레스트 제국의 제위를. 난 원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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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신성모독 19.11.01 293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1 4 9쪽
62 대리전 19.10.30 290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7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5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11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5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6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9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9 5 9쪽
54 상징 19.10.18 314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7 5 10쪽
52 낙마 19.10.16 334 7 9쪽
51 학살 19.10.15 359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1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80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6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5 6 9쪽
46 동맹 19.09.25 385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4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2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3 5 9쪽
42 연맹 19.09.19 474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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