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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65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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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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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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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흥망성쇠

DUMMY

1.


라이투스 대총통은 잠시 껌뻑껌뻑하면서 눈을 깜빡였다.


방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거지? 영토를 넘긴다고? 그것도 80만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막대한 동방 영토를?


"허... 그렇다면. 그 토지에 예속되어 있는 농노들은 어쩔 셈인가? 그것도 우리 퓨레스트 연방에 넘길 셈인가? 다 합치면 1000만명이 넘는 농노들을?"


"승리하기 위해선 다소의 희생을 감소해야 하는 법입니다. 애초에 그 땅도 저희 입장에서는 자그마한 땅이지만. 폐하와 폐하의 나라에게는 큰 땅이 아닙니까?"


"하.... 그래. 그렇기는 하지."


대사는 미리 합을 맞춘 듯 청산유수같은 혀를 놀려나갔다. 애초에. 동방국토는 이미 넘겨주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그 영토를 다스리던 귀족들은 어떻게 되지?"


"대부분은 보상금을 가지고 새로운 영지에 부임하기로 약조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라... 그럼 나머지는?"


"자기 영지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뭐. 폐하께서 군대를 일으키신다면 금세 진압될 규모지만 말입니다."


대사는 능청스러운 몸짓을 하며 말했다. 사실. 대사가 하는 말은 조금 고깝기는 해도 전부 옳은 말이었다. 동방의 영토를 팔아넘긴다 해도 막대한 제국의 영토가 아주 약간 줄어드는 것 뿐이고. 보상금을 거부한 영주들은 아마 보상금을 받아도 새로운 영지를 사들일 수 없는 소영주들일 것이다.


"그래. 제국 '정통'정부의 입장은 잘 알겠다. 사안이 중하여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며칠 후에 다시 오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대총통 폐하."


설명하자면. 성전군의 제안은 독이 든 사과였다. 분명 200만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달콤한 제안이지만. 동시에 제국의 내전에 개입한다는 쓴 독이기도 했다.


자칫 잘못하면 돈은 돈 대로 날리고. 영토는 영토대로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무려 5000만닢의 금화라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일은. 대총통 혼자서는 결코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해서도 안 되었다.


2.


"그래서. 경들의 의견은 어떻소?"


"난감하군요. 제국 내전에 개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해방군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영토를 구실로 전쟁까지 터질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경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 영토가 탐나지만. 연방민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정복 전쟁이 끝난지 3년도 되지 않았는데. 또 영토를 늘리겠다고 하면 시민들은 일단 반발할 겁니다. 설령 그것이 돈으로 사는 것이라도 말입니다. 시민들의 혈세로 영토를 사는 것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중신들을 모은 회의는 쉬이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연방민들은 계속되는 고난에 지쳐있었고. 말 그대로 피와 살을 바쳐 일궈낸 평화를 이제 막 누리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런 평화를 누리는 연방민들에게 영토를 넓히겠답시고 혈세를 끌어다쓰고. 그것도 모자라 한창 내전 중인 국가에 간섭하겠다는 것이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부정적이면 부정적이었지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폐하. 그냥 받아들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허어?"


그런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견을 낸 것은 새로 부임한 전쟁부장관이었다. 그는 군복의 윗쪽 단추가 불편하다는 듯 풀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제국 측에서 영지를 떠나지 않는 영주들을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의심할 수는 없겠죠. 그러니 저희는 그걸 이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용하다니? 영주들을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국의 영주들이라면 당연히 봉건적인 가치에 익숙해져 있겠죠. 저희가 할 일은 그저 그들을 제대로 대접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제대로 대접해준다라..?"


"당연하지만. 지금 졸지에 영주에서 척살대상이 된 영주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당연히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이 충성을 다해오던 황제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을 버렸는데. 그 허무함과 배신감은 어떻겠습니까?"


"아하.. 그들을 구워삶아 동방영토를 지배하도록 놔둘 셈이군?"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들은 저희 연방이 출범하기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자들이고. 그들이 지배하던 영토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폐하?"


"물론이지. 존중받아야 하고 말고. 단지...지금의 제국은 존중받을만한 정부가 없지만."


전쟁부장관이 말한 것의 진의를 파악한 중신들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영주들이 스스로 제국에 반기를 들도록 한다. 제국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일 것이다.


3.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어찌!"


"영주님! 고정하십시오! 벌써 오늘만 해도 포도주를 5병이나 비우셨습니다! 계속 술만 드신다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큰일? 큰일이라고?! 자네는 눈이 없는 건가 귀가 먹은 건가! 제국이... 황제 폐하께서... 나와 나의 영지. 그리고 나의 영민들을 저버렸단 말일세! 아아 성부시여!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술병을 한 손에 들고 휘청거리는 영주의 영지는 소박한 시골 마을이었다. 영민들은 고작해야 1200명 남짓한 수준이었고. 병사들은 고작해야 78명이었다.


나는 것이라고는 풍년이 들면 축제를 열고 흉년이 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로 생산되는 밀과 교회에서 운영하는 과수원. 그리고 질 나쁜 사철과 옷감이 전부인 이런 자그마한 영지가 연방군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것이 영주의 눈 앞에 생생하게 다가왔다.


스릉!


"저리 꺼져! 이 침략자 자식들! 이 영지가 누구의 것인데! 절대로 못 넘겨준다! 절대로!"


"영주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연방군은 오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영주는 술에 취해 환각을 보며 칼을 뽑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그런 영주를 보며 가신들은 그저 속을 애태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에게 있어 군주란 무슨 의미인지. 영지란. 영민이란 어떤 존재인지 말이다.


"아버지! 어머니! 용서해주십시오! 300년 동안 지켜왔던 영지를 제가 지켜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바닥에 누워 부모의 이름을 부르는 영주는 결국에는 지쳐 잠들었다. 잠들었다기 보다는 쓰러졌다는 표현이 알맞았겠지만. 가신들은 최소한의 품위만은 지켜주기 위해 영주의 손아귀에서 술병을 빼내고 몸을 들어 침실로 옮겼다.


시간은 어느덧 밤이 되었다. 성의 아래에 있는 농경지에서는 지금도 농노들이 열심히 밭일을 하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푸른 이삭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밀밭. 아마도 이번 년도는 풍년일 것 같았다. 비도 알맞게 왔고. 병충해도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신들은 웃을 수 없었다. 과연 이번 해가 가기 전에 저 밀들을 수확할 수 있을지. 수확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의 곳간으로 들어갈지....


4.


"자. 금화 5000만닢입니다. 이제 동방 영토에 대한 소유권은 저희 퓨레스트 연방의 것입니다. 이의는 없으시겠지요?"


"물론입니다 각하. 용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총통 폐하께 감사하십시오. 그분께서 비자금을 사용하신다고 결정하신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입니다."


"허허! 대총통 폐하께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여기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기록되어 있는 문서입니다."


"확인했습니다. 여기. 계약의 완수의 의미로 서명을 해주십시오."


사각사각.


종이가 펜이 눌리는 소리가 짤막하게 지나간 후. 종이는 다시 퓨레스트 연방 외교부차관의 손에 돌아갔다.


이제 80만 제곱 킬로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동방국토는 합법적으로 퓨레스트 연방의 소유가 되었다.


국고가 아닌 연방 대총통의 비자금에서 나온 5000만닢의 금화는 마차에 실려 머나먼 제국의 도시들로 실려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마차들이 사용하는 도로들은. 이제 퓨레스트 연방의 소유가 되었다. 이제 도로들을 닦고. 공장들을 세우고. 영민들을 이주시켜야 한다.


"하지만 굳이 백성들에게 먼 길을 오게 할 필요는 없지."


차관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약은 완수되었지만 그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부관. 여기서 가장 가까운 영지가 어딘가?"


"이곳에서라면 테른 영지가 가장 가깝습니다."


"그곳으로 가세. 대총통 폐하께서 내리신 특명을 완수해야 할 것 아닌가."


대총통의 특명. 그것은 구 제국 영주들의 마음을 장악하는 것. 그들을 방패로 삼기 위해. 나아가 그들을 창칼로 삼기 위한 특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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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5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 흥망성쇠 19.10.23 295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6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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