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20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25 06:00
조회
383
추천
7
글자
9쪽

동맹

DUMMY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대총통은 믿기지 않는다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 모습을 본 초셀 대통령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이제 곧 제국이 분열하기 시작할 겁니다. 내부 세력에 의해 말이죠."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으셨습니까?"


"그거야 영업 비밀입니다. 폐하께서도 정보 조직을 타국의 원수에게 소개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그거야 그렇지만... 이런 정보를 저에게 알려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저희는 그저. 신뢰를 바랄 뿐입니다."


"신뢰라?"


애초에 국제관계에서 신뢰관계가 지켜지는 일이 얼마나 있던가. 기껏해야 상대방을 비난할 때 '상대국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라는 말로 쓰이는 것이 고작 아니던가.


그런데도 굳이 이런 엄청난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은. 웨슬턴 공화국이 정말로 간절하게 퓨레스트 연방과의 동맹을 원한다는 것과. 동시에 그 동맹이 없다면 곧 어떤 일이 닥칠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것 참... 오늘은 긴 밤이 되겠군요 대통령 각하."


"긴 밤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요."


2.


제국에는 3억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말인즉슨. 3억개의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제국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3억의 제국민들 중 전부가 공화주의를 추종하는 것도 아니고. 3억의 제국민들 중 전부가 전제주의를 추종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천년이라는 막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황제의 영도 아래 생존과 발전을 거듭해온 제국의 신민들은. 공화주의자든 근왕주의자든 전부 제국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이스와 같은 복고주의자들이 그런 신민들의 마음을 선동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개혁 정책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었고. 시골이나 지방에서 휘황찬란한 옷을 입은 모병관들을 보내 '황제 폐하를 모시는 영광스러운 과업'이나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성전'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면 끝이었다.


수많은 순박한 청년들이 황제 폐하와 제국을 위한 성전에 혹해 모병관을 따랐으나. 그들은 신병교육과정에서 이런저런 세뇌를 받거나. 아니면 죽임을 당하며 점점 냉혹한 병사들로 변하여갔다.


특히나 아나이스를 비롯한 보수론자의 거두들은 평민들이 절대다수인 병대에 귀하신 몸을 이끌고 나와 지금 제국이 어떠한 위기에 놓여 있는지. 자신들의 목적이 얼마나 정의롭고 고귀한지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였고. 기초교육조차 받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인 병사들은 그 연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쿠데타군. 일명 '신성군단'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국 정부의 그림자 아래에서 조금씩 과거를 향한 진군을 개시하고 있었다.


3.


"이렇게 오실줄은 몰랐어요 세리카 양."


"저도 제가 올 수 있을 줄은 몰랐답니다. 에밀리 양."


세리카 폰 에리스.. 아니. 세리카 폰 예거는 현재 제국의 문화적 수도라 불리는 도시인 '이리탈리'에서 한 때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귀족의 여식들과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좋아지셨네요. 설마하니 연방의 국모가 되셨을 줄은..."


"염려해주셔서 고마워요 에밀리 양. 이제 저는 괜찮답니다."


제국이든 다른 국가든. 여성의 지위란 대체로 남편의 지위를 따라가는 법이다. 현재 이곳에는 황실에 소속된 여자는 없으니. 타국의 군주비인 세리카의 지위가 가장 높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를 반증하듯. 화사한 색의 드레스를 입고 와야 하는 것이 국룰이었던 다과회에서 혼자서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음에도. 그 누구도 그녀에게 옷 차림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드레스가 그저 검은색이었다면 몰랐겠지만. 그 드레스의 가슴 부분에 라이투스 대총통이 직접 제국어로 'amica mea'라고 금실로 자수를 놓은 것을 본 대부분의 영애들은 뒷담화조차도 하지 못했다.


항상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제국의 영애들로서는 세리카는 흠을 잡을 수 있겠지만. 차마 그녀의 남편을 모욕하는 것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남다른 포스를 뽐내는 그녀에게도 접근하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있었으니. 그녀들은 대부분 부모가 외교관을 맡고 있거나. 여러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제국의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한 발짝 떨어진 영애들이었다.


"대총통 폐하는 어떤 사람인가요?"


"멋진 분이세요. 상냥하시고. 국민들도 전부 폐하를 진심으로 따른답니다. 물론 저에게도 잘 대해주시고 말이에요."


세리카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영애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그녀 본인보다는 그녀의 드레스에 amica mea라고 손수 자수를 놓은 대총통과 그녀가 속한 퓨레스트 연방에 대한 것들이었다.


"연방은 어떤 나라에요? 제국과는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다르지요. 말부터 시작해서 문화까지..."


"예를 들면요?"


"음.. 퓨레스트 연방에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코트를 입는답니다. 그것도 바닥에 닿을락말락한 롱코트를요."


"왜요? 그렇게 입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그렇게 안 입으면 춥거든요. 동부의 바람은 매섭답니다."


동부에서는 칼같은 바닷바람으로 인해 코트가 전통 의상이었다면. 제국에서는 가벼운 의상이 전통적인 의상이었다. 중부지방이 따뜻하다는 뜻이 아니라. 가벼운만큼 많이 껴입는 편이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했다.


특히나 상류층들의 경우는 그 얇디얇은 옷들도 보석과 금은실로 만들어 자신이 이렇게나 돈이 많다는 것을 말 한마디 없이 드러내고는 했다.


"그리고 연방에서는 보석을 싫어한답니다. 보석은 연금술사들에게 몰아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색과 백색으로 된 옷을 입지요. 그리고 뭔가 포인트를 줄 때는 어두운 빨간색을 곁들이고요."


"에에엥... 그렇게 입으면 전혀 예쁘지 않잖아요?"


"연방에서는 제국같이 반짝거리는 옷들을 입는 것을 싫어한답니다. 그쪽에서는 사치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아요. 보세요. 제가 입은 옷도 보석은 전혀 달려있지 않죠?"


말을 마치고 세리카는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드레스를 영애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검은색 드레스는 보석이라고는 하나 없이 단색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드레스 자체도 화려하기 보다는 단정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워낙 바느질과 원단이 훌륭해 그 누구도 '촌스럽다'라는 반응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세리카님!"


"네?"


"아이는 언제 낳으실 건가요?"


4.


"웨슬턴 공화국과의 군사 동맹은 이걸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항목 이외에 추가하고 싶은 것은 있으십니까?"


"아니요. 벌써 9시간이나 얘기를 나눴는데 뭐가 더 남았겠습니까. 이제 마무리합시다."


낡이 밝도록 군사 동맹에 대한 얘기를 나눈 두 국가 원수의 눈에는 진한 다크 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들이 무려 9시간이나 토론하며 체결한 군사 동맹의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1.웨슬턴 공화국과 퓨레스트 연방은 서로의 영토에 대해 불가침권을 가지며 이를 침해하는 타국에 대해선 그 즉시 응징을 가한다. 이 조항은 추후 다른 참여국들에게도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2.응징은 최초 침해로부터 최대 48시간 이내로 이루어져야 하며. 병력은 최소 10만명으로 정한다.


3.이 군사 동맹은 웨슬턴 공화국의 대통령이 새로 선출될 때. 그리고 퓨레스트 연방의 대총통이 새로 즉위할 때 자동으로 갱신된다.


4.웨슬턴 공화국과 퓨레스트 연방은 1년마다 문화교류단. 군사고문단. 국가유학생단을 보내 우호를 다지도록 한다.


5.웨슬턴 공화국과 퓨레스트 연방은 서로 국교를 맺고 외교관을 보내도록 한다.


6.만일 군사 동맹에 참여하려 하는 국가가 있다면 전체 참여국의 2분의 1이 찬성해야 한다.


7.우호와 동맹의 증거로서. 참여국들은 서로의 국경을 참여국의 국민에 한해 완전히 개방하고. 환율을 고정하여 국제 이동과 거래를 활발히 하도록 한다.


8.군사 동맹의 영속을 위해. 참여국 중 하나의 경제가 흔들릴 때에는 상호 지원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9.참여국들은 서로 타국에 대한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완전한 문화개방과 참여국에 한한 타국어 학원의 국가적 개설을 지원한다.


10.만일 위 조항을 성실히 지키지 않았을 시 모든 지원을 반환하며. 참여국들과의 모든 국교는 단절. 그동안 누려왔던 동맹에서의 특권은 모두 회수된다.


10조항으로 이루어진 '동맹 헌장'은 사실상 제국이 아닌 범대륙적 연합체를 위한 포석과도 같았다. 엄격한 리스크를 통해 들어오는 것은 쉽지만 나가는 것은 그 반대인 군사 동맹에 들어올 국가들.. 약소국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왕 폐하 만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맞불 19.11.11 270 5 9쪽
69 증오심 19.11.08 282 3 9쪽
68 힘의 차이 19.11.07 265 5 9쪽
67 압박 19.11.06 274 5 9쪽
66 밀약 19.11.05 285 3 9쪽
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1 4 10쪽
63 구휼 +1 19.10.31 289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7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3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2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7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4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3 6 9쪽
»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1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