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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150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12 06:00
조회
263
추천
4
글자
9쪽

개입

DUMMY

1.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수십 명의 기병들은 말의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디아만트를 향해 달렸다. 명령은 내려졌고. 이제 남은 것은 명령을 수행하는 것 외에는 없다.


"전원! 유탄발사기를 준비하라!"


"""예!"""


유탄발사기. 말 위에서 사용하게 되면 명중률도 낮고. 재장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소형 대포급의 위력이 사람의 손에 들려있다는 것은 적 보병들에게 충분히 악몽을 선사해 줄 수 있다.


"적들이 보입니다!"


"산개하라!"


멀리서 어렴풋이 폭도들의 인영이 보이자. 특무대장은 손을 가로로 벌리고 산개 명령을 내렸다, 경무장한 보병들에게는 최대한 유탄의 범위를 넓혀야 유리했다.


기병들이 일제히 산개하자. 갑자기 나타난 기병대에 당황한 폭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떠한 경고도. 징조도 없이 다가오는 흑색의 기병대는. 방진도 없고. 맞설 무기조차 없는 폭도들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뭐야 저놈들은!"


"난들 아나?! 아무튼 도망가! 일단 휩쓸리면 끝장이야!"


폭도들은 서둘러 기병대에게서 떨어지려 하였지만. 인간의 발로서는 결코 말의 발굽을 당해낼 수 없었다.


전근대의 전장에서 기병이라는 병과는 전쟁의 꽃이라 불리었다. 다재다능하고 강력한 기병대들은 어떠한 전장에서든 제 몫을 훌륭하게 수행해내었다.


그리고 비무장에 가까운 폭도들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기병대들은 몸소 위의 교훈을 때려박아주겠다는 듯한 기세로 유탄의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2.


"대장님! 저자들은 누굽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성벽. 그 위에는 아랫쪽 평원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학살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경비대원이 있었다.


"...낸들 아나?"


경비대장또한 넋 놓고 특무대의 종횡무진을 바라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절체절명의 상황. 도시가 넘어갈뻔한 위기 상황에서 도와준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저 기병들이 입은 제복은 제국의 그것이 아니었다.


만약 저 기병들이 도시 장악에 방해되는 폭도들을 쓸어버리기 위한 선발대라면? 화약 무기를 저렇게 펑펑 써대는 세력의 본대가 도착한다면 작은 소도시인 디아만트는 순식간에 쓸려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경비대장은 경비대에게 다시금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고. 아랫쪽에서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는 시간을 이용을 이용해 부상자들을 이송시키고 화살을 보충하도록 명령했다.


그렇게 막 경비대의 전력이 어느정도 추스려질 때 즈음. 아랫쪽의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다. 기병대의 손실은 없음. 폭도들의 무리는 궤멸되어 간신히 몇 명만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도망칠 수 있었다.


폭도들을 단 몇 십분만에 궤멸시킨 기병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피에 절은 후드를 벗고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래봤자 모르는 사람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피에 절은 후드를 쓴 기병대라는 악명은 벗어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퓨레스트 연방의 특무대이다! 성문을 열어라! 우리는 그대들의 편이다!"


"퓨레스트 연방? 특무대? 그렇다면 당신들은 연방의 군인이란 말이오?"


"그렇다! 연방의 대총통께서 이 디아만트를 어여삐 여기사 특별히 우리 특무대를 보내어 비밀리에 수호하라 명령하셨고. 그 명령에 따라 우리가 이곳에 왔노라!"


"허어.."


너무나 당당하게 '너희들을 감시해왔다'라고 말하는 특무대의 대장을 보며 경비대장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연방이 디아만트에 촉수를 뻗은 것은 아무리 늦어도 이번 여름의 대규모 구휼 작전 이후다.


그런데 가을이 된 지금까지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니. 그것은 디아만트의 경비대장으로써 명백한 실책이나 다름없었다.


"연방의 군인이라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패를 가지고 다닌다고 들었소! 도와준 것은 고맙지만.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무장 조직을 도시 안에 들일 수는 없소이다!"


경비대장이 성벽 위에서 외치자. 특무대장은 품 안에서 자그마한 카드를 꺼내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망원경을."


"여기 있습니다."


부하로부터 망원경을 건네받은 경비대장은 망원경을 차르륵하고 펼치며 특무대장이 꺼낸 군인증을 들여다보았다.


-퓨레스트 연방 특무대. 특무소령 세바스티안 폴터-


경비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완전히 의심이 풀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군인증은 확실하게 그들의 신분을 증명해주었다.


"성문을 열테니 들어오시오. 세바스티안 폴터 경. 우리 디아만트 시의 시민들은 그대들을 환영하오."


3.


한편. 폭도들에게 포위당해 공성전을 치르고 있던 디아만트 시를 연방의 특무대가 구원했단 소식은 어느새 알렉시아 제국의 수도. 시그마스에도 퍼졌다.


"뭐야?! 디아만트에 연방의 군인들이 눌러앉았다고? 짐의 허가도 없이?"


"그...그것이. 보고상으로는 디아만트의 폭도 무리를 연방의 특무대가 몰살. 그 후로 경비대가 성문을 열고 들여주었다는 것 말고는 적혀 있지 않은지라..."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당장 연방의 대사를 불러라! 이건 침략행위다! 침략이라고!"


그렇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디아만트는 연방령이 아니라 제국의 영토였다. 아무리 연방 대총통의 특명이 있었더라도 특무대는 그 자리를 이탈해서는 안 되었다.


아니. 애초에 대총통이 특명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 말이다.


"디아만트는 우리의 도시요! 우리 알렉시아 제국의 국경선 안에 있는 도시라고! 그런데 연방에서는 대체 무슨 이유로 디아만트에 군대를 파견하고. 디아만트 안으로 군대를 들인 것이오? 당장 군대를 물리시오! 이번에는 연방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불문에 붙여주겠소!"


어느샌가 불려온 연방의 대사는 아나이스 황제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황제의 옥음이 끝나자. 연방의 대사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튀긴 침을 닦았다.


사실. 연방의 대사도 연방의 특무대가 디아만트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시던 커피를 뿜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고정하십시오 폐하. 이번 일은 저희 연방의 잘못입니다. 다만 폐하께서 아셔야 할 것은. 이번 일이 연방군의 잘못이 아니라 일부 특무대원들의 일탈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일탈이라니?"


"폐하께서도 아시듯. 이번 여름 저희 연방이 구휼 작업을 이유로 디아만트 시에 얼마간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보고받았을 때는 꽤나 놀랐지만 말이네."


"아무튼. 그 때 몇몇 특무대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그 도시의 여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특무대라는 부대 자체가 스트레스가 심하다보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부대가 통제를 어기고 디아만트 사건에 무력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연방의 특무대 중 일부가 사적인 이유로 일으킨 항명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이라고 생각하며. 속히 본국으로 연락을 취해 해당 사건의 주모자들에 대한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흠...."


아나이스 황제는 의심쩍인 눈초리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연방의 대사를 바라보았다. 과연 저 대사가 내뱉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지금의 정보로는 명확히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의 대사에게 꼬치꼬치 따져봐야 대사가 실질적으로 손을 쓸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었고. 내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인 지금 연방과의 관계마저 악화된다면 자칫 황권에 타격이 갈 수도 있었다.


"후우.... 알겠소. 연방의 대사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것이겠지. 다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하오."


"이를 말씀이십니까 폐하. 조속히 본국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4.


"그래. 제국이 그렇게 나왔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폐하. 제발 부탁인데 앞으로 군을 움직일거면 미리 언질을 주십시오. 황제한테 제가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십니까?"


"하하. 미안하군 그래. 아무튼. 특무대는 복귀시키겠네. 적당히 처벌도 할 테고 말이야. 자네는 명단만 전해주면 되네."


"혹시 황제가 주모자들을 제국에 인도하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습니까?"


"그러라지. 애초에 명단도 엉터리니까. 적당히 돈을 주고 죽을 놈 몇 명 구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대사는 촉촉해져버린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수정구에 비치는 대총통을 알현하고 있었다. 수정구에 비치는 총통의 용안은 흐릿했지만. 총통 특유의 눈빛은 전혀 흐릿해지지 않았다.


"아무튼. 지금 우리는 명목 상으로 알렉시아 제국의 동맹이네. 동맹 상태를 깨는 것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좋지 않아. 그러니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해주길 바라네."


"...이를 말씀이십니까."


대사는 이내 수분이 빠져나간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수정구에 손을 댔다. 그러자 흐릿하게 떠올랐던 라이투스 대총통의 얼굴은 사라지고. 이윽고 푸른 수정구에 반사된 그의 얼굴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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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6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3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1 4 9쪽
62 대리전 19.10.30 290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6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5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10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5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6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9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9 5 9쪽
54 상징 19.10.18 314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7 5 10쪽
52 낙마 19.10.16 334 7 9쪽
51 학살 19.10.15 359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0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9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6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5 6 9쪽
46 동맹 19.09.25 385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4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2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3 5 9쪽
42 연맹 19.09.19 473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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