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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19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08 06:00
조회
281
추천
3
글자
9쪽

증오심

DUMMY

1.


"여기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흠..정확하군요. 이걸로 이번 년도의 이자는 지불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살펴가시길."


새롭게 임명된 재정대신이 연방에서 온 수금관에게 돈다발을 내밀었다. 1만톤의 금괴에 대한 이번 년도의 이자. 이 돈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연방의 수금관들은 '앞으로도 고생해라'라는 말투로 돈다발을 챙겨 인사조차 하지 않고 재정성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따지고 보면 일국의 대신이 아무리 높아봐야 현장직인 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우스운 상황이었지만. 지금 제국의 상황은 어떻게든 연방에게 잘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말하자면 사냥이 끝난 후의 사냥개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송곳니는 전부 빠져버렸고. 배에는 든 것도 없고 기껏해야 산나물이나 몇 움큼 들어가 있는 사냥개가 주인에게 덤벼봤자 돌아오는 것은 솥에 들어가는 것 뿐이다.


게다가 이제 수십. 어쩌면 수백년간 갚아야 하는 돈의 이번 년도 이자만을 간신히 갚았을 뿐이다. 허튼 짓을 하다간 말 그대로 평생 목줄을 타고 돌아다녀야 할 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재정대신은 급기야 참지 못하고 침음성과 함께 욕설을 내뱉었다. 현재 알렉시아 제국 1년 예산의 7할이 빚을 갚는데에 쓰이고 있다. 7푼도 아니고 7%도 아니고 70%가!


그 막대한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연방에 대한 분노가. 더 나아가서는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루돌프 황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알렉시아 제국의 1억 4000만 인구 중 제대로 빵도 먹지 못하는 인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부모도 없이. 친척도 없이. 그저 저 하나 살아남아 죽어가는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상상만 해도 뻔하다. 만약 1년 예산을 온전히 쓸 수 있었더라면 그중에 못해도 반절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을!


2.


퓨레스트 연방의 경기는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호황을 누리던 건설업계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서부의 영토를 보고 행복에 겨워 졸도할 지경이었고. 채광업계들은 서부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자원들을 캐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연방에 필요한 것은 오직 세 가지뿐이다! 사람! 많은 사람! 더 많은 사람!"


기근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제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이자로서 받고 있으며. 내수 경기는 활발하다 못해 찬 물을 끼얹어야 할 정도로 팽창하고 있었다.


"크하핫! 이게 다 누구 거냐! 내 꺼! 다 내 꺼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그동안 농사만 짓던 농노가 돈방석에 구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속속 탄생하고 있는 이른바 일확천금의 신화들은 아직까지도 농사를 짓는 것은 천직으로 여기던 제국 출신 농노들에게 불을 붙여. 농노들이 스스로 땅을 포기하고 광산이나 도시를 떠나게끔 만들었다.


"여기다 찍으면 됩니까?"


"그렇습니다. 땅값은 제대로 드릴테니 걱정 마세요."


서부에서는 연신 땅을 사려는 부동산업자들이 농노들을 꼬드겨 막대한 토지를 얻어냈고. 그렇게 사들인 땅은 국가가 계획도시를 만들기 위해 비싼값으로 사들이거나 아니면 한창 성장하기 시작한 거대 농업회사들이 상업적인 농업을 위해 몇 십년. 혹은 몇 백년 단위로 임대해 사용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이득을 본 자들은. 당연히 그 땅의 영주들이었다.


"크흑! 정말로 내 영지에 도시가 들어서는구나! 이제 낮에는 도시내음을 맡고. 밤에는 야경을 즐길 수 있어!"


"대총통 폐하 당신은 도대체...! 이 미천한 몸을 받아들여 주신 것도 모자라 이런 선물까지 주시다니..! 평생을 따르겠습니다!"


다른 지방에 비해 미개하고 저개발된 지방이라는 콤플렉스에 빠져있던 서부의 영주들과 대영주들은 서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려는 개발 붐의 일등공신이자 일등 수혜자였다.


그들은 자신의 사유지를 비싼 값에 판매하거나. 아니면 싼값에 임대해 근대식 건물이 들어서도록 유도했으며. 제국에서 들어온 막대한 금전을 지원받아 흙과 자갈로 이루어진 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하룻밤이 지나면 건물이 완공되고. 1달이 지나면 도로가 포장되는 것을 본 서부의 주민들은 드디어 말로만 들었던 '근대화'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했고. 더 늦어 떨어지는 과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삽과 곡괭이를 들기 시작했다.


대륙력 597년 5월에만 서부에서만 무려 400개나 달하는 회사들이 설립되었고. 그 중 대다수는 서부인들이 자생적으로 설립한 토종 회사였다.


"우리 고향 우리가 발전시키자!"


"동부 샌님들에게 질 수야 없지! 뭣 허냐! 당장 아는 형님하고 동생들까지 싹 다 긁어모아서 데려와!"


그런 회사들은 태생적으로 기술적 기반이 빈약하고. 토착 기업으로 시작하였기에 노동 집약적 사업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이런 노동 집약적 산업은 그동안 빈민층에 머물러 있었던 탈주 농노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금동앗줄과도 같았다.


3.


"여러분! 말해보시오! 우리가 이렇게 빈 그릇을 핥아 먹고. 도적들에게 시달리며. 그나마 벌어 상납한 돈의 절반 이상을 빼앗기는 이유가 무엇이오?"


"빌어처먹을 연방 놈들 때문이지!"


"그렇소! 연방! 그 가증스럽고도 증오스러운 이름! 우리 알렉시아 제국을 재기불능으로 만들고 제놈들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탑을 쌓고. 천한 종놈들도 흰 밀빵을 소금에 찍어먹는 상것들!"


"말 잘한다!"


"옳소!"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이 땅의 한 아이가 굶어죽고. 연방에서는 한 건물이 완공되고 있을 거요!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거요?!"


"그럴리가 있겠나!"


"그렇소! 동무들이여!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요! 다시 밭으로 돌아가 밀을 기릅시다! 다시 검과 활을 잡고 군대를 일으킵시다! 우리는 더 강대해져야 하니!"


"우와아아아!"


"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연방을 타도하자!"


대륙에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잘 나가는 놈 때리기' 자고로 남은 못 사는데 혼자만 잘 나가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다른 자들의 몽둥이를 맞게 되는 법이다.


지금 혼자서 동방의 자원들을 거의 코끼리가 콩을 쓸어먹듯이 독식하고 있는 연방은. 그 댓가를 머나먼 제국에서 치르고 있었다. 그들이 희희낙락하며 제국에서 뜯어간 각종 재화의 주인들이 연방에 대한 증오심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제국민들이 보기에. 연방은 제국을 협박해 막대한 이익을 뜯어먹고. 제국을 다시 위대한 길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자신들은 천막도 없어 얼어죽을 지경인데. 저 멀리 있는 연방에는 천한 종놈들도 등 따뜻하게 지낸다니. 이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더구나 제국민들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를 낮잡아 보는 경향과 자국에 대한 우월감은. 이런 광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다른 나라는 야만인. 제국이야말로 세상의 유일한 문명국이라는 끔찍한 인지부조화를 말이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다른 나라가 연방을 보고 '아! 저 쪽은 이런 저런 것들을 해서 저렇게 지도자가 이끌면 나라가 부강해지는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두 제국민들은 '저 야만인들이 요상한 계책을 써서 나라를 둘로 갈라먹고. 이 위대한 나라에 빨대를 꽂아서 부를 빨아먹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짧게 줄이자면. 못 배운 것들이 설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못 배운 것들의 수는 수천만명을 넘었고. 그들의 광기를 제어할 지식인들과 귀족들은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일부러 묵인하거나. 오히려 반 연방 정서를 직접 나서서 부채질했다.


그리고 정말로 친 연방 파로 돌아선 귀족들이든. 아니면 연방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기술적.학문적.제도적 성과를 제국에 도입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젊은 지식인이든. 연방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은 순식간에 들이닥친 폭도들에 의해 험한 꼴을 당해야만 했다.


"놔...놔라 이 놈들아!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입 닥쳐! 연방의 졸개! 네놈이 그러고도 제국의 귀족이냐!"


"이래서 천 것들은...! 연방을 보고 배우지는 못할 망정. 그들을 시기하고 증오하는 게 네놈들이 할 수 있는 전부냐! 이래서 네놈들은 우리 귀족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뭐야?! 이 썩어빠진 귀족이!"


그리고 케케묵은 제국의 계급갈등은 들불처럼 번지는 반 연방 정서의 장작이 되어주었다. 폭동은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고. 빈민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저지른 약탈 행위를 '연방이 빼앗아 간 것들을 다시 되돌려 받은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며 계속해서 반지성적인 행위를 지속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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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심 19.11.08 282 3 9쪽
68 힘의 차이 19.11.07 265 5 9쪽
67 압박 19.11.06 274 5 9쪽
66 밀약 19.11.05 285 3 9쪽
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1 4 10쪽
63 구휼 +1 19.10.31 289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7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3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2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7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4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3 6 9쪽
46 동맹 19.09.25 383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1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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