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52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07 06:00
조회
265
추천
5
글자
9쪽

힘의 차이

DUMMY

1.


"계집은 겁탈하고 남자는 죽여라!"


어찌보면 이제는 상투적이라 볼 수 있는 대사가 말에 탄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단순한 말이었다. 남자가 이끄는 일당이 도적들이란 점과. 그들이 한 마을을 약탈하고 있는 중이란 것만 빼면 말이다.


"마굿간을 노려라!"


스트레스성 탈모가 온 듯한 부하 하나가 이가 빠진 검으로 마굿간을 가리켰다.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하고. 귀한 말들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아...안 돼! 살려줘!"


운이 나쁜 농민은 자리에 엎어져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도적들은 그런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성부의 곁으로 보내버리면서 마을에 불을 지르고. 재물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번 저질러 본 경험이 있는 듯. 도적들은 마치 해일과도 같이 들이쳐 집의 항아리를 깨고. 딸들을 강간하며. 남자들은 모조리 죽이기 시작했다.


"이 천벌을 받을 놈들! 죽어라! 죽어!"


그나마 사냥꾼같이 몇몇 전투력을 갖춘 이들이 어줍잖게 무기를 들며 저항하기는 했으나. 도적단에도 활을 다룰 줄 아는 이들은 널려 있었다. 아니. 탈영병 출신이니 오히려 작은 마을의 사냥꾼보다는 훨씬 실력이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술이다 술!"


마침내 작은 성당까지 약탈한 도적들은 성당의 지하에서 찾아낸 술을 통째로 들고와서 수도꼭지를 박아넣고 게걸스럽게 포도주를 탐하기 시작했다.


"어이! 전부 처먹으면 죽여버린다! 적당히 마시고 병에다가 담아놔!"


"낄낄낄! 알겠슴다 두목!"


한 때 자랑스러웠던 제국의 군인이었던 도적단들은 이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명높은 도적단이 되었다. 처음에는 약탈을 하는 것이 두렵고.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제는 약자를 괴롭히고 처녀를 강간하는 배덕적인 쾌락에 중독된 그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마을들을 약탈했다.


"두목! 다음은 어딥니까?"


"기다려 봐 임마!"


두목. 한 때 한 부대의 지휘관이었던 자는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더러운 사슬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부하가 던져준 포도주를 기다렸다는 듯 꿀꺽꿀꺽 삼키더니. 지도를 펼치고서 말했다.


"국경을 끼고 남쪽으로 빙 돈다. 가다가 작은 개천들이 있을테니 물도 좀 보충하고 말이야. 참. 소금은 빠짐없이 챙겼지?"


"물론입니다. 귀하게 모셔놓고 있읍죠."


"좋아. 여기서 즐길만큼 즐기다 가자고."


"클클. 그 말이 언제 나오나 했습니다. 가시죠. 두목을 위해 예쁘장한 계집들을 모아놨습니다."


"이런 충성스러운 새끼들. 좋아 씨발. 오랜만에 허리 운동 좀 해보겠구만."


두목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에서 내렸다. 마을은 불타고 있었지만. 몇몇 집들은 아직도 삐걱거리며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발....그만...그만..."


그 집 안에서는 울음섞인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두목은 오히려 그것이 흥분된다는 듯이 허리띠를 풀어 던져버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2.


탈영병들이 만든 도적단은 프란시스 제국과 알렉시아 제국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는 사회악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어중어떠중이들이 모인 옛 도적단이나 마적들과는 다르게. 마적단은 기병 출신. 도적단은 보병 출신으로 결성된 약탈단들은 어설프게나마 군사훈련을 받아 전투력도 출중하고. 지휘체계가 확실하게 잡혀 있어 통제력도 강했다.


게다가 주변의 도적단들이나 탈영병들을 흡수해서 점점 세를 불려나갔고. 급기야는 한 도시를 상대로 공성전까지 벌일 정도로 그 세가 강해질 정도였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지만. 고작 도적단이 도시를 넘볼 수 있다는 것은 구 발렌시아 제국에서 나고 자랐던 양국 정부들에게 경악을 넘어 공포심을 각인하는 것에 성공했다.


"크윽...!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런 도적단은 감히 폐하의 영토에서 저런 악독한 짓을 저지를 수 없었거늘! 대체 이 제국은 어디까지 추락하는 것인가?!"


"퓨리온 대제께서 세우신 제국이 산산히 무너졌구나! 도적단에게 공격받는 도시들.. 약탈당하고 불타는 마을들..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제국의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던 귀족들은 이러한 도적들의 준동에 치를 떨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돈들을 쏟아부어 마을에 목책을 두르고 망루를 올렸다. 도시의 성벽에는 해자가 파였고. 낡은 성벽들은 다시 한 번 장인의 손길을 받아 튼튼하게 보강되었다.


덕분에 돈을 쏟아부은 영지들은 도적단에게 습격받지 않거나. 습격받더라도 적은 피해를 입고 방어해 낼 수 있었지만. 영주와 장정들은 내전에서 죽고. 돈도 없는 다른 영지들은 아무런 방파제 없이 도적단에게 약탈당하고 지도에서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결과적으로 두 제국이 그렇게나 추구하려 목을 매달았던 황권의 붕괴와 귀족권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3.


콰앙! 쾅!


퓨레스트 연방의 국경. 몇 달 전만 해도 풀이 자라던 한적한 들판은. 이제 갈색 흙들을 내보이는 구덩이만이 빼곡하게 모여있는 황무지가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제국에서 넘어오는 마적단들을 격퇴하기 위해 포를 쏜 것이었다. 마적단들은 대게 대포맛을 보면 혼비백산하고 달아나기 일쑤였지만. 몇 주 전부터는 이 망할 것들이 대체 어떻게 구했는지 총과 대포를 구해와 대포병 사격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명중률도 형편 없었고. 탄환도 부족해 몇 방 쏘고서는 역시 물러가는 것은 같았으나. 문제는 그런 일들이 1달에만 네 다섯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성벽이 아무리 튼튼하게 지어졌어도. 적의 대포가 아무리 형편없어도. 수kg에 달하는 포탄을 막아내다 보면 저절로 금이 가기 마련이고. 아무리 형편없는 명중률이라도 쏘다보면 누군가가 맞기 마련이다.


그 금이 가는 성벽이 아군의 것이고. 맞는 사람도 아군이라는 것을 뺀다면. 국경의 상황은 나쁘기는 해도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고 할 수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포를 쏴대는 탓에 농노들도 두려워서 탈주하고 있지 않았고. 마적단들도 요새포의 사거리 밖에서 알짱대다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것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총과 포를 쏴대는 탓에 총신은 망가지고. 대포는 금이 가기 시작하였으나. 어디 있는 어느 나라와는 다르게 보급로의 안전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기에. 금세 다른 총과 대포를 공급받을 수 있어. 요새의 방어군들은 지루한 발사작업을 쉬지 않고 되풀이 할 수 있었다.


4.


"연방 만세! 대총통비 폐하 만세! 성모시여! 연방의 아이를 축복하소서!"


"퓨레스트 연방에 영광 있으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지도자에게 영광 있으라!"


퓨레스트 연방민에게 대총통비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크게 들썩일 일이 없었던 연방은 느닷없는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가장 임신 사실을 기뻐했던 것은 나이가 든 중노년층이었는데. 그들은 구시대적 사고관들을 가지고 있어. 정복군주로써 크게 성공한 라이투스 대총통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도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첩이 낳은 서자도 아니고. 엄연히 정실이 낳은 적자가 태어나게 되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성부께서 연방을 편애하는 것만 같은 기분일 것이다.


물론 청장년층에서도 대총통과 대총통비 사이에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었다. 그들 역시 대총통의 정복 신화에 깊이 경도되어 있는 신자이자. 실제로 신화의 일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제국은 분열되었지만 우리는 하나다! 동방 역사상 유래없는 통일 국가! 6000만의 인민들이 살아가는 터전! 퓨레스트 연방이여 영원하라!"


그리고 이런 환호의 뒤에는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발렌시아 제국의 멸망이 있었다. 아이를 낳는다면 혹 어머니가 제국 출신이란 점을 들어 이런저런 간섭을 해오지 않을까 걱정하던 일부 시민들도 제국의 멸망을 보고서는 더 이상 내정간섭을 두려워 하지 않고 마음껏 기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행보는. 한 때 초강대국으로써 대륙에 군림했던 발렌시아 제국이 더 이상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땅덩이만 큰 약소국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농업기술의 혁신. 기술의 진보 등에 의해. 대륙의 인구는 서서히 증가하고 있었다. 화약과 강철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국가들은 서로 다투어 강대국으로 가는 계단을 착실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 반면 제국은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분열하고. 그 분열한 땅조차 제대로 다스리지도 못하며. 신민들은 굶고 치안은 소멸했으며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1000년 전의 퓨리온 대제가 보았다면 탄식할만한 암흑기에 빠져 있었다.


위의 말을 단순하게 줄여보자면. 그동안 대륙에 드리워져 있었던 제국이란 거대한 그림자가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단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왕 폐하 만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맞불 19.11.11 270 5 9쪽
69 증오심 19.11.08 282 3 9쪽
» 힘의 차이 19.11.07 266 5 9쪽
67 압박 19.11.06 275 5 9쪽
66 밀약 19.11.05 285 3 9쪽
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