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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35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27 06:00
조회
384
추천
7
글자
9쪽

신부 교육

DUMMY

1.


"신부 교육을 해달라고?"


"네. 편지에 그렇게 젹혀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해달라면 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 우리 연방에 대해서 알릴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대는 유경험자니 말이야."


"유경험자라니. 뭔 표현이 그래요?"


대총통의 기발한 표정에 대총통비의 눈썹이 가늘게 올라갔다. 그것을 본 대총통은 잠시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 표현을 정정하면서 말했다.


"그대는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결혼생활을 하게 될 어린 꿈나무를 가르치는 게 선배로서의 의무 아니겠나?"


"그렇게 따지면 폐하께서 가르치셔도 되는 것 아닌가요?"


"진심인가? 지금 맡고 있는 일이 산더미이기는 하지만. 뭐 그대가 원한다면야..."


"됐어요! 제가 맡을테니 폐하께선 업무나 잘 보세요."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세리카였다. 세리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펜촉에 잉크를 묻혀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2.


"왠지 죄책감이 드는구만."


"50대 중년이 15세의 아내와 결혼하다라.. 각하께서 조금 더 늙으셨고 상대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아깝군요."


"큰일 날 소리를... 애초에 퓨레스트 연방의 대총통도 부인과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잘만 살고 있지 않나."


"15살 차이가 나는 것과 35살 차이가 나는 것은 꽤나 다르다고 봅니다만."


"에에잇! 이제 와서 나보고 어쩌라는 것인가. 이미 정해진 상대인데! 제국이 상대가 너무 어리다고 하면 바꿔 줄 것 같나!"


"설마 그러겠습니까."


부관은 대통령을 향한 오묘한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퓨레스트 연방이나 제국이었다면 일개 부관이 이런 언사를 하는 것은 신성모독 죄로 다루어졌겠지만. 이곳은 웨슬턴 공화국 아닌가.


절대 권력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멸시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양분. 대통령은 자신을 놀려대며 낄낄대는 부관을 상대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결혼식 날짜는 언제입니까?"


"9월 14일이네. 추수 이전에 끝내고 싶다는군."


"하긴 10월부터는 추수기니까요. 화려한 결혼식에는 일손들이 필요한 법이죠."


10월부터는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된다. 그때가 되면 제국 정부의 행정력도 농민들과 농작물에 쏠릴테니. 그 전인 9월에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행정상 편리했다.


"그럼 하객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쪽은 체면을 차리려고 온갖 대귀족들을 참여시킬 텐데. 저희도 밀리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일단 각 부의 장관들을 불러모으면 얼추 맞지 않겠나?"


"턱 없이 부족할 겁니다. 제국에 귀족들만 몇천만명인데.."


"흠.. 그럼. 각 부의 장관들 대신. 군대의 고위 관료들을 불러모으면 되겠군."


"...군대의 장성들을 말입니까?"


부관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민주주의 기본은 문민통제. 혹여나 초셀 대통령이 그 대원칙을 깨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군대는 원래 상명하복에 익숙한 집단 아닌가. 그러니 제국의 귀족들과의 이질감도 더할테고. 군복을 입고 있으니 상무적인 문화가 강한 제국에서도 무시받지 않을 게야."


"그런 이유에서라면....알겠습니다. 군부에 연락을 넣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초셀 대통령이 결혼식의 하객으로 군부를 선택한 것은 비단 위의 이유만이 아니었다. 재정상의 이유.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군부는 제국의 침공 때를 제외하면 항상 주류 정치계에서 소외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부. 적어도 초셀 정부는 군부를 우방으로 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이다.


사실 군대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 공화국 역사상 몇 번 있었던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민간 정치인들은 아예 군인 출신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군과 관련 있는 자들은 전부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것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만이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군부 출신 정치인이 없다는 것은 군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군부가 아무리 정치인들에게 예산을 좀 올려달라. 인원을 좀 확충해달라 얘기해도. 정치인들이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지금은 장성들이 자신들보다 40살은 어린 신참 정치인에게 아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파워 밸런스가 무너져도 단단히 무너져 있었던 것이다.


"이제 슬슬 군부의 기를 세워줄 때가 왔군."


초셀 대통령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자글자글한 주름 사이로 총명하게 빛나는 녹안이 스쳐 지나갔다.


3.


"잘 부탁드립니다 대총통비 폐하!"


"고개를 들거라. 앞으로 3개월간 엄히 가르칠 터이니. 많은 것을 배워가야 한다."


"물론입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로제는 눈을 빛내면서 세리카를 바라보았다. 세리카와 로제는 그다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세리카는 대총통비라는 신분을 가진 국모였고. 로제는 아직 후작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네 의사와는 별도의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상대는 어엿한 한 나라의 원수다. 게다가 공화제라 해도. 연임을 할 수 있으니 종신 통령직도 꿈은 아닐 터. 허나 그런 것을 원한다면 네가 대통령을 잘 보좌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예! 저도 제국의 여식으로서 그런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구나. 그럼 일단 요리실력부터 기르도록 하자꾸나."


"예? 요리...말씀이십니까?"


"그래. 요리 말이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폐하. 제국에서 제 요리 실력은 유명했습니다! 유명한 셰프한테서 배워.."


"그것은 제국의 음식이지 않느냐."


"아...."


"지금부터는 공화국의 음식을 요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내 이미 사람을 불러들였으니. 넌 그자에게 배우면 된다."


제국에서 요리의 실력이란 곧 좋은 신붓감이라는 소리였다. 대부분 귀족 여자들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일은 전부 하인들이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나. 요리라는 노동만큼은 귀족 여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아내의 사랑어린 요리를 매일 먹는 남자야말로 천국에 다다른 자이다'라는 성부의 격언과. 전문 요리사라고 쓰고 암살자라고 읽는 자들이 제국에는 넘쳐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성들이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피곤하다는 생각마저 잊게할 정도의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제국의 여성들에게 있어 하나의 로망이자 판타지였다.


공화국은 그런 로망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아내가 손수 만든 요리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메리트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 팔 걷어붙히고! 지금부터 시작!"


4.


로제가 퓨레스트 연방에서 웨슬턴 식 요리를 배우고 있을 무렵. 제국의 시골 마을들에서는 연신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좀 보소! 쪽지 한 장 남기고 집 나갈 땐 언제고. 지금은 아주 신수가 훤해졌네!"


"세상에.. 저 제복을 봐! 그리고 칼도 차고 있잖아?!"


바로 시골에서 징집한 성전군의 병사들이 대대적으로 휴가를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뿐이었다면 작은 소란이 일어나는 것에 그쳤겠지만...


쨍그랑!


"세....세상에! 금화야! 이거 금화라고!"


"뭐라고? 금화?"


"오메 귀한 것!"


"여기 있는 음식들 싹 풀어! 오늘은 잔치다!"


아나이스 알렉스가 손수 사비를 털어 휴가를 나간 장병들에게 거금-적어도 평민들에게 있어서는-을 쥐여주었고. 병들은 그 돈으로 오리나 닭. 아니면 돼지나 소를 잡아 밤새도록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야~! 이게 왠 경사냐! 여기 술 한잔 더!"


"모두들 실컷 먹고 마시세요! 이 돈은 황제 폐하께서 손수 내리신 돈입니다! 나랏님의 돈으로 잔치를 벌이는 사치를 어떻게 마다하겠습니까?"


"아니! 이게 폐하의 돈이라고? 폐하께서 우리같은 천것들에게 손수 돈을 쥐여주셨단 말인가! 허허! 태평성대로구나 태평성대! 제국 만만세다!"


사실 그 돈은 아나이스 알렉스가 마련한 돈이었지만. 황제의 칙서와 허가가 내려온 것이 뇌리에 단단히 박혀 있던 병사들에게 장교들이 '그 분께서 주시는 돈'이라고 말한 것이 자연스럽게 황제로 치환된 것이었다.


아나이스 알렉스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알았다고 해서 사실을 알릴 생각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황제가 준 돈이던. 아나이스가 준 돈이던. 중요한 것은 병사들이 그 돈을 '제국을 위해' 쓰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완성되어 가고 있다..! 제국의 군대가! 타락하고 무지몽매한 어린 것들을 쓸어버린 성스러운 군대가!'


아나이스의 혼잣말을 뒤로 한채. 오늘도 제국의 마을은 시끌벅적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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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증오심 19.11.08 2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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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89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3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1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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