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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195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14 06:00
조회
281
추천
5
글자
7쪽

황제국

DUMMY

1.


"칭제건원...!"


부관의 턱이 부르르 떨렸다. 주먹에는 힘이 들어갔고. 몸은 마치 몸살이라도 난 듯 진동하고 있었다.


"그래. 알렉시아 제국도. 프란시스 제국도. 모두 우리 연방에 비한다면 약소국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난 황제가 되고 싶네. 동부의 제국을 이끄는 지도자 말이야."


"하지만.. 칭제건원을 한다면 두 제국은 당장이라도 우리 나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처들어 올 것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약하다지만. 두 제국이 손을 잡는다면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수백만의 군세가 될 텐데..."


칭제건원. 황제를 칭하고 연호를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나 황제요'하고 선언하고 좋은 단어 골라다가 연호로 정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대륙에 황제국이 발렌시아 제국이 유일했겠는가. 황제국이라는 지위는 무거운 짐이다. 대륙의 모든 왕국들을 거느리는 대국의 지배자라는 칭호는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당장에 나라가 반으로 쪼개진 중부의 두 제국들도 아직까지 수많은 왕국들을 제후국으로 두고 있고. 그 나라들로부터 막대한 조공을 받고 있다.


그 와중에 퓨레스트 연방이 칭제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퓨레스트 제국을 지지하는 소국들과 두 제국을 지지하는 소국들이 순식간에 갈릴테고. 남은 것은 대륙을 불태울 거대한 전쟁뿐이다.


아니. 애초에 지금 연방을 지지하는 소국들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계속된 전쟁으로 중부는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침략자로 여겨지고. 북부는 사람들이 굶어죽는데도 손익을 따지는 냉혈한으로. 남부는 천벌을 받을 전쟁광으로 여겨지는 연방이?


"자네의 우려는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나한테도 나름의 계획이 있단 말씀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우선. 우리에게는 동맹이 있지 않나?"


"웨슬턴 공화국 말씀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더 많은 나라들을 끌어들여야 해."


"그거야 당연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칭제건원을 하려면. 의회를 설득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제야 의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는데. 황제라는 전제권력의 탄생을 의회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연방의 의회는 분명 존재는 하였지만. 연이은 전쟁으로 인한 계엄령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져가고 있는 존재였다. 그나마 요즘은 전쟁이 없어 의회가 활기를 띄고 서로 왁자지껄 떠들면서 국정을 이끌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황제라는 전제군주의 등장을 용납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부관의 우려조차도. 대총통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하하... 언제부터 황제가 전제권력의 상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원하는 황제는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런 것이 아니라 하시면...?"


"나의 권한은 이전보다도 더 축소될 걸세. 행정권만 가져와도 군주 노릇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일세. 입법권은 의회에게 주고. 사법권은 법원에게 나누어 줄 걸세."


"그렇다면 제국이 아니라 공화국에 가까운 것 아닙니까?"


"아니지. 공화국이 제후국을 거느리는 것을 보았나?"


"...."


"이 동부의 제국은 역사상 없었던 제국이네. 발렌시아 제국처럼 힘에 의거한 주종 관계가 아니라. 빵과 서커스에 의한 주종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제국이란 말일세. 그리고 나는 그 제국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네."


"....."


부관은 입을 다물었다. 대총통에게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빵과 서커스. 다른 말로 하자면 경제와 문화를 이용해 다른 나라들의 위에 서겠다는 것 아닌가.


다른 나라 사람이 퓨레스트의 말을 쓰고. 퓨레스트의 의복을 입고. 퓨레스트 문화를 즐기게 된다면야. 발렌시아 제국의 위용쯤이야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정간섭은 삼가야겠지. 발렌시아 제국은 자부심이 너무 지나쳤어. 자신들이 최고라 생각해 타국에게도 자신들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했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야. 자네도 이제 슬슬 이해가 갈 텐데?"


"..각 국의 독립은 유지하되. 퓨레스트 연방.. 즉 퓨레스트 제국의 확고한 우위를 유지한 전 대륙적인 느슨한 연합체... 아닙니까?"


"정확하네."


대총통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관을 가리켰다.


"자네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직도 대륙에는 제국이란 단어만 들으면 당장이라도 들고 일어날 나라가 한 둘이 아니거든."


"그렇다면 결국 무력을 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들은 그냥 놔두면 되네. 애초에 힘으로 굴복시킨다면 반발만 생길 뿐이야."


"?"


부관은 대관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국을 칭한다면서. 힘을 쓰지 않고 어떻게 다른 나라들을 제국의 영향력 아래 놓는단 말인가.


"제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는 국가들은 당연하지만 혜택을 받게 될 걸세. 관세 철폐. 식량 지원. 기술 이전 등등... 그런 메리트가 없다면 제국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지 않나."


"하지만 소국들 중에서도 식량이 넘쳐나는 곳이 있고. 기술이 뛰어난 곳이 있습니다. 소국들이 힘을 합쳐 제국에 대항하면 외려 상황만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아니. 내가 원하는 게 그걸세. 소국들이 뭉쳐 대국이 되는 것. 그래야 전쟁의 판이 더 커지지 않겠나."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힘을 쓰면 안 된다고 하시더니. 왜 전쟁의 판이 커진다는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부관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대총통은 옅게나마 짓던 미소를 완전히 거둔 채. 부관에게 답했다.


"우리가 전쟁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뭔가?"


"잃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도시와 마을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얻는 것이라고는 폐허로 가득찬 땅뿐이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대국과 소국의 전쟁은 다르지. 그렇지 않나?"


부관은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대총통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강대국이 영토를 넓히고자 소국을 침공한다면. 약소국이 살아남을 길은 외교나 동맹 말고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 대륙에서 소국들이 사라진다면. 대국들만이 남는다면. 과연 서로에게 전쟁을 하려 들겠나?"


"!"


부관은 그제서야 대총통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었다.


공포에 의한 평화.


서로가 서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로운 시대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가 꾸고 있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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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구휼 +1 19.10.31 291 4 9쪽
62 대리전 19.10.30 290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7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5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11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5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6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9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9 5 9쪽
54 상징 19.10.18 314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7 5 10쪽
52 낙마 19.10.16 334 7 9쪽
51 학살 19.10.15 359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1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80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6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5 6 9쪽
46 동맹 19.09.25 385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4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2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4 5 9쪽
42 연맹 19.09.19 475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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