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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54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21 06:00
조회
307
추천
5
글자
9쪽

거세지는 전화

DUMMY

1.


"겁 먹지 마라! 성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자유로운 제국이여 영원하라!"


뿌우-!


지휘관의 짤막한 연설과 함께 제국 해방군은 일사불란하게 성전군의 본대를 향해 전진했다. 연이은 패배와 내부적 모순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아직 해방군에게는 수백만의 정병들이 남아 있었다.


"방패병들 앞으로! 쇠뇌병들은 100보를 더 걷고 발사하라!"


아무리 제국 해방군이 무기와 기술 면에서 뒤쳐져 있다고는 하나. 그들도 머리가 달려 있는 이상 대책을 고안하였고. 그 대책이 집대성된 것이 지금의 진형이었다.


가장 앞에는 두꺼운 금속 방패를 든 검병이. 후위에는 곡사로 총병들을 타격할 수 있는 쇠뇌병이 있었다.


그렇게 짜여진 진형이 성전군을 향해 다가가자. 성전군의 지휘관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대포 발사!"


펑! 퍼엉-!


굉음을 울리며 발사된 원형의 포탄은 그대로 해방군의 전열에 날아가 꽃혔고. 길게 늘어진 선형진에는 드문드문 구멍이 생겼으나 이내 매워졌다.


그것을 본 지휘관은 표정을 굳히면서 총병들에게 발사 명령을 내렸다.


"1번 대 발사 준비!"


"지휘관님! 기다려주십시오! 아직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이 거리에서 쏘는 것은 별로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입니다."


"알고 있다! 그저 적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발사하라!"


"...알겠습니다. 1번 총병대! 발사!"


타타타타탕!


팅! 퉁! 피잉-!


"튀...튕겨냈다!"


"마...막았다고?!"


위의 말은 방패병들이. 아래의 말은 총병들이 한 말이었다. 머스킷의 위력은 금속질 방패를 뚫는 것도 어찌저찌 가능할 정도로 충분하였지만. 이 정도 거리에서는 아무런 위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


몇몇 총탄이 공기저항을 이겨내고 방패에 맞기는 했지만. 그저 흠집만을 남기고 떨어져나갈 뿐이었다.


"보아라! 저들의 무기는 악마가 깃든 게 아닌 그저 평범한 도구일 뿐이다! 겁먹지 마라 병사들이여! 돌격하라!"


"""우와아아아아!"""


"쇠뇌병대! 발사하라!"


투투투투!


마치 김빠진 총성같은 소리를 내며 수천개의 볼트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곧 떨어졌다. 물론. 성전군의 총병대에 말이다.


"끄아악!"


"내 팔! 내 팔이..!"


"침착해라! 대열을 유지해라! 2번 총병대! 서둘러 발사하라!"


탕! 타탕! 타앙!


티잉! 카앙!


"아...안 돼! 전혀 통하지가 않아!"


온 몸이 고슴도치가 된 채로 2번 총병대가 발포하였으나. 이미 엉망이 된 대열과 제대로 된 조준도 되지 않아 역시나 큰 피해는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돌격하던 방패병의 제 1파를 우수수 떨어트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내 제 2파가 몰려들었다.


"이이잇! 포병들은 뭘 하고 있나! 산탄을 장전해라! 육편으로 만들어버려!"


"알겠습니다! 산탄 장전! 직사!"


다급해진 성전군의 지휘관이 포병들에게 일갈하자. 포병들은 포신에 마치 포도같은 포탄을 밀어넣고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총병대 후퇴! 발포하라!"


"발포!"


"엎드려엇!"


총병대중 절반은 후퇴하고. 절반은 엎드리자. 갑자기 자신들만 서 있는 꼴이 된 방패병들을 향해 7개의 대포가 산탄을 쏟아부었다.


콰아앙-!


지축을 울리는 대포의 반동. 그와 함께 적진에 오른 방패병의 7할은 육편으로 산화했다.


하지만. 제국 해방군에게는 예비대가 있었고. 방패병들의 본대는 아직도 적진으로 돌격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걸렸구나! 방패병대 돌격! 쇠뇌병들은 적진에 접근하되 거리를 두면서 사격하라!"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해방군의 작전이었다. 총기는 강력하기는 하지만 재장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 약점을 파고들어 맹공을 가한다면. 아무리 성전군이라도 추풍낙엽처럼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 번의 전투가 해방군의 승리로 끝났다.


2.


"이번 달만 해도. 21번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1달이 30일이니. 9일만 빼고 빠짐없이 싸운 셈이지요."


"21번의 전투 중 저희 성전군이 승리한 것은 17번. 패배한 것은 4번입니다."


"승리와 패배보다는 교환비가 중요합니다. 저번 달에는 1:53이었지만. 이번 달에는 1:47로 떨어졌습니다. 적들도 학습능력이란 게 있는 이상. 열병기에 의한 공포는 이제 사용하기 어렵겠지요."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근접보병의 양성입니다. 급하게 군을 일으키느라 총병들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아나이스 각하의 보병대또한 연이은 전투로 소모되어버렸습니다."


"쓸만한 보병을 양성하려면 적어도 몇 개월은 걸릴 겁니다. 차라리 총병들에게 숏 소드를 쥐여주면 모를까..."


"지금 있는 총병들도 훈련도가 낮아서 적이 돌격하면 혼비백산하는 마당인데. 숏 소드를 들려줘봤자 돈만 더 들어갈 겁니다."


"애초에 숏 소드 한 자루 가지고 갑옷에 방패에 롱 소드를 가지고 싸우는 적의 근접 보병을 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성전군 높으신 분들의 회의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수십만이 수백만에 맞서 승리하려면 어떻게든 머리를 모아 지혜를 쥐어짜야 했다.


"그럼 용병을 고용해서 그들을 훈련교관으로 쓰는 게 어떻소? 기사들과는 다르게 실전 검술이나 창술에 대해 해박할테니 훈련 시간도 줄일 수 있겠지."


"좋은 생각이지만. 자신이 배우는 것과 남에게 가르치는 것은 다릅니다. 가르침의 소양을 가지고 있는 용병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게다가 용병을 고용하려 해도 고용할 용병이 없습니다. 어지간한 용병들은 이미 고용했고. 남은 용병들은 대상들의 캐러반들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수적 열세를 만회할 방법은 없습니다. 도시의 세율을 더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병력의 질을 높이고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이야 그럴 듯 하지만. 애초에 패배한 병력은 전투 포위되어 섬멸당하니 병력도 고갈되고 질도 낮아지고 있소."


"우리에게는 말이 없지만.. 저쪽에게는 넘쳐나니... 기동력의 열세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제국에서든 다른 나라에서든 기병은 중요한 전력이다. 군마와 그 군마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계속되어야만 하는 군마의 개량. 그리고 그 군마를 타는 데 필요한 기술과 무장들을 합한 비용은 설령 군주라도 두려운 것이지만. 그만큼 전쟁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후퇴할 때는 적을 교란할 수 있고. 승전할 때는 후퇴하는 적들을 압살할 수 있으며. 보급로의 유지에도 필수불가결한 기병들의 수에서. 성전군은 현저한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럴 돈은 있지만. 도시 밖은 해방군의 구역이오. 저들이 군마를 사가지고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그대로 볼 것만 같소?"


결국 회의를 거듭했음에도 상황을 타개할 계책은 나오지 않았다. 지휘관들은 각자 언성을 높이며 말을 거듭했지만. 정작 나오는 말에 의미는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런 혼돈을 수습한 것은 아나이스 알렉스의 조용한 한 마디 말이었다.


"그만."


짧은 단어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왔음에도 좌중은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그만큼 성전군에서 아나이스의 존재감은 막강했다.


"아직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소이다. 저들이 승리의 비율을 늘려나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처참한 수준이지. 우리는 여전히 압도적인 교환비를 가지고 있고.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지고 있소.


식량? 영주가 십자가에 매달려도 금화 한 푼을 얻기 위해서라면 농노들은 사지가 찢기는 한이 있어도 식량을 우리에게 공급해줄거요.


자원? 이 도시에 연금술사 길드가 얼마나 있는지 아시오? 대장장이 길드는? 아마 수십개는 넘을거요! 해방군 녀석들은 고작해야 영지의 대장간에서 편자나 두들기고 있겠지.


병력? 이제 시기는 여름으로 접어들었소. 농민들이 가장 바쁠 시기지. 영주들은 자신의 영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농노들을 다시 영지로 돌려보낼 것이고. 그들은 최소한 가을까지는 전력으로 사용할 수 없소.


기병? 그래 물론 전쟁에서 기병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경들도 알잖소? 대포와 총포 앞에서 기사들이 무슨 꼴이 났는지 말이오. 이제 제국의 전쟁은 기사들의 전쟁이 아니오. 화약과 강철의 전쟁이지.


우리는 이길 수 있소! 저 간악한 역도들을 몰아내고. 제국의 드넓은 대지를 다시 한 번 장악하고! 황제 폐하를 충실히 따르면서. 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야만인들에게 성부의 가르침을 내릴 수 있단 말이오!"


아나이스는 흥분한 채 장대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가득찬 연설을 말이다.


이내 연설이 끝나자. 방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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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증오심 19.11.08 2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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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압박 19.11.06 275 5 9쪽
66 밀약 19.11.05 285 3 9쪽
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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