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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75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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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추천
3
글자
9쪽

충성의 댓가

DUMMY

1.


"우리는 제국에서 온 난민들이오! 퓨레스트 연방에 보호를 신청하고자 왔소! 문을 열어주시오!"


가까스로 퓨레스트 연방의 국경에 도착한 난민무리의 수장격이라 할 수 있는 파르스 폰 베젤은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살아남은 난민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입고 있는 옷들도 전부 찢어지거나 해진 상태였다.


살아남기 위해 낙오된 자들을 버리고. 걷기 위해 짐들을 버려가며 도착한 결과였다.


"들어오시오. 따뜻한 식사와 푹신한 침대를 대접하리다."


보초는 동정어린 눈빛을 하며 성문을 열었다. 이미 본국에서 난민들을 극진히 대접한 다음 각 주로 내려보내라고 지령이 내려온 참이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수프를 식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고맙소! 내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우리 모두 같은 나라 출신 아니오. 동향 출신끼리 돕고 살아야지."


끼이이익-!


성문이 열리자 난민들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돼지고기와 고소한 빵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군기가 엄해보였지만.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 들어오십시오. 저희가 식당까지 안내하겠습니다."


병사들은 엄한 표정을 지으며 난민들을 안내했다. 그들의 등에는 퓨레스트 연방에서 지급한 머스킷이 매여져 있었다.


그렇게 난민들이 식당으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마침 배식 준비를 끝마친 취사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충성. 배식 준비는 끝났나?"


"충성. 모두 완료됐습니다.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좋아. 배식을 시작하도록."


배식을 시작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난민들을 식당의 의자에 앉게 했다. 이내 그릇이 놓여지고. 그 위에 수프와 빵이 얹어지자.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던 난민들은 허겁지겁 빵과 수프를 해치웠다.


빵과 수프를 3분도 안 되어 해치운 난민들의 접시 위에는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이 놓여졌다. 방금까지 배를 두드리던 난민들은 몇달만에 보는 고기에 넋이 나가 걸신들린 듯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을 흡입했다.


놀랍게도. 그들이 음식을 모두 먹는 데에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이제 개인 위생을 위해 샤워실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 한 줄로 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젊은 병사가 긴장한 어투로 난민들에게 말하자. 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줄로 질서정연하게 섰다. 비바람이 부는 절벽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이었다.


2.


"현재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제국 난민들의 수가 30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30만명이라.."


대총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한참 모자란 수다. 적어도 수백만은 되지 않는다면 장차 제국을 견제할 수 없으리라.


"각 주에서 난민들을 위한 식량과 옷가지. 그리고 장작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보내주도록 하게. 그들이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우리 연방이 이득을 볼 테니까 말이네."


"알겠습니다."


대총통은 각 주에서 요청한 물품들을 보내도록 명령했다. 난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며 사는 것은 전혀 그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난민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우리 연방에 이주하는 제국민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지원 물자를 넉넉하게 보내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대총통 폐하."


부관이 집무실을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으려던 순간. 문고리는 스륵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문을 연 것은 군복을 입은 30대의 남성이었고. 손에는 보고서를 들고 있었다.


"대총통 폐하. 말씀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뭐지?"


"제국 해방군이 성전군에게 대패를 당했다고 합니다."


"허어?"


2.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단 말이다아!"


에이젤은 보고서를 들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져나갔지만 그는 별 상관 않는 듯 계속해서 발광했다.


"대체 왜냐! 어째서 진 것이냐! 겨우 4만명에게 20만명이 당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냐! 이제 우리에게도 화약 무기가 있지 않았더냐! 그런데 어째서!"


"그것이... 병사들이 흥분해서 사거리 밖에서 총을 쏘다 가까이 접근한 성전군에게 역공당했다고 합니다."


"겨우 그것이더냐?"


에이젤은 허탈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런 사태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동네 농부들에게 총을 쥐여준 것과. 충분히 훈련을 받고 실전도 치른 병사들간의 차이는 양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끄으으으..! 카이젤! 카이젤 교관을 불러와라!"


에이젤은 머리를 감싸쥐며 카이젤을 찾았다. 그의 멱살을 잡고 따지기라고 해야 이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 같았다.


"각하. 부르셨습니까?"


"카이젤 교관! 고작 4만명에게 20만명이 당했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네"


카이젤의 간단 명료한 대답에 에이젤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소수의 적이 다수의 아군을 패퇴시키는 상황은 차고 넘치도록 있었다.


이번 패배도 그런 상황일 뿐이다. 열병기는 그저 효율 좋은 병기일 뿐이지 일당백을 가능케 해주는 만능기가 아니다.


그저 아군의 훈련과 지휘관의 무능이 겹친 패배였을 뿐.


"그저 저희가 적보다 못 싸웠을 뿐입니다. 그것을 보완하면 적어도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무기입니다."


"그런가......."


시간.돈.무기. 무엇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전군은 대승을 선전하고 파죽지세로 진군하고 있고. 자금줄은 메말라가고 있으며 무기는 턱 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저들은 소수고. 아군은 다수였다. 그 점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3.


"사령관님. 이쯤에서 진군을 멈춰야 합니다."


"어째서인가? 이 틈에 저들에게 최대한 타격을 줘야 한단 말이네!"


"그 점은 저도 동감하지만. 이제 아군의 보급로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화약도 슬슬 고갈되어가고 있고. 무엇보다 식량이 턱 없이 모자랍니다."


"보급이야 적들에게서 취하면 되지 않나!"


세바스티안은 끓어오르는 살인욕구를 참아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저 멍청한 사령관은 병법을 배우지도 않은 것이 틀림없다. 만약 아니라면 머저리가 분명하다.


어떻게 보급을 적들에게서 취한다는 발상이 한 군의 사령관에게서 나올 수가 있을까.


"사령관님.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보급을 적에서 취할 수는 있지만. 그건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지속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해서는 탄탄한 보급이 필수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적을 쳐서 보급을 얻으면 되지 않나! 보급이 모자라면 또 다른 적을 부수면 되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승리할 수 있겠지. 핫핫핫!"


꾸우우욱!


세바스티안은 속으로 저 사령관의 턱을 날려버리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저 사령관이 아나이스 알렉스의 조카만 아니었어도 몰래 묻어버리는 거였는데 말이다.


마침내 사령관이 나가고 그의 부관인 자베르가 들어오자. 세바스티안은 그에게 매달리다시피하며 말했다.


"자베르. 자베르! 나 좀 칭찬해주게! 저 돌대가리 사령관을 상대하느라 내 평생의 인내심을 다 써버릴 것만 같아!"


"부사령관 각하. 고정하십시오. 어찌되었던 사령관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적에게서 보급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까."


"확실하니까 문제야! 저 사령관 놈은 한 번 성공하면 다음 번에도 이런 미친 작전을 구상하고 '와! 나는 정말 천재야!'라고 딸딸이를 칠 게 틀림없어!"


"각하 표현을 좀.."


주베르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매달리는 세바스티안을 떼어냈다. 아무리 감정이 격양되었지만 부사령관이 사령관을 욕하는 장면이 병사들에게 보이는 것은 곤란했다.


"그냥 죽여버리고 전사했다고 칠까? 그러고 싶은데?"


"아무리 무능해도 아나이스 각하의 조카이십니다. 저희가 손을 대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저 사령관의 명령을 따라야 하지 않나! 병대를 사지로 몰아넣는 작전을 따르라는 건가?"


"그건...하아.."


주베르는 머리를 감싸쥐고 한숨을 쉬었다. 성전군이 어째서 지금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했는가. 모두 군재라고는 없는 사령관들 때문이다. 성전군은 정치 지도자들의 사병 집단이었던 시절의 잔재가 아직도 짙게 남아있었다.


"부사령관! 빨리 이쪽으로 오게! 작전 회의를 시작해야지!"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금방 가겠습니다."


결국 세바스티안은 병대를 사지로 들이미는 작전을 직접 고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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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5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 충성의 댓가 19.10.29 336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5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6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0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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