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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79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25 06:00
조회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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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천년의 역사.

DUMMY

1.


테른 영지를 포함한 78개의 영주들은 전부 조약서에 서명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이 연방에 충성한다는 뜻을 넘어. 그들의 조국이자 자랑이었던 제국과 황제에게 창날을 들이대겠다는 의지의 표명과 마찬가지였다.


그와 동시에.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인 동방.. 이제는 연방의 서부가 된 영토는 빠르게 각 주마다의 경계와 국경선이 확립되었다.


국경에는 벌써 퓨레스트 연방군이 들어찼고. 부족한 인력을 최대 효율로 운영하기 위해 각 거점마다 요새를 건축하고 각 요새를 순찰하는 레인저 부대를 신설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고작 1달이었다.


요새는 콘트리트와 철근으로 빠르고도 튼튼하게 지어졌고. 포구와 포대를 갖추고 있어 유사시에도 최소한의 저항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각 대영주들로 돌아오자면. 그들은 현재 연방에서 파견한 근대화 관리관에게 갖가지 지식을 전수받고 있었다.


대부분 대영주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것들을 토대로 한 기술적인 성과와 실제로 일상에 적용되는 모습을 본 대영주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군! 제국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이렇게 정교한 관료제... 이렇게 고도화된 기술들..이렇게 강력한 무기라니.. 계집아이도 기사를 꺾을 수 있는 나라가 대륙에는 이미 널려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동안 진리를 터득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지금 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을 뿐이었군. 우리의 곁에는 하늘을 향해 건물을 쌓아올리고 있건만. 제국은 그저 여관과 성당만을 짓고 있었으니.."


대영주들은 한탄에 가까운 칭찬을 쏟아내었다. 제국에서는 고급 기술이래봤자 원시적인 콘트리트나 마술. 아니면 석궁이나 등자 없이 승마하는 법이 고작이었는데. 선을 한 번 넘으니 신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제길! 우리가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토박이들에게 질 수는 없지! 어째서 우리가 푸른 피라 불리는 지 보여주지!"


"내 영지에 마천루를 짓는 그날을 위하여!"


누가 제국 출신 아니랄까봐 끼리끼리 뭉치는 대영주들을 보며 근대화 관리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낙후된 제국 출신이라 교육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다행히도 관리들간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사실. 아무리 낙후되었다고 해도 적어도 수만명. 많으면 수십만명을 다스리는 영주들이 멍청할리는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었다.


앞으로 서부는 제국의 침공을 막을 방패가 되어야 했기에. 대영주들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고 할 수 있었다.


2.


"저게 저 군인들?"


"그런 것 같은데. 군복도 입고 있고. 칼도 차고 있잖아."


"거. 매일매일 보던 문장이 아니니까 어색하네."


"에잉! 우릴 지켜주지도 못하는 문장이 무슨 소용이야? 이제부턴 저 깃발이 우릴 지켜줄 거라고."


서부의 인구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1000만명의 농노들은 온통 검은색의 군복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연방군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제국에서 군인이라 함은 사슬갑옷이나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서 시끌벅적하게 술이나 마시고 다니는 사람이었던지라. 그동안 알던 군인들의 모습과는 달라 이질감이 느껴졌던 탓이다.


"지금 그게 문제야! 저 군인들이 우리 집에 안 온다는 게 문제라고! 뭔 군인이 술도 안 마시고 여자도 안 따먹어? 여기 상점들 절반은 망하게 생겼다고!"


"내 말이! 이대로 가다가는 창부들 목욕값도 못 줄 판이야!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데도 꿈쩍도 안 하니 원!"


물론 그렇고 그런 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이는 딱히 제국이 낙후된 것이 아니라. 퓨레스트 연방에는 엄숙함과 내적 순수함을 중요시하는 동방 정교회의 힘이 큰 탓도 있었고. 지금 파견된 군인들은 집에 아내와 가족들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점도 있었다.


젊은 병사들은 호기심과 욕망에 이기지 못하고 근무시간이 끝나고 나서 술집이나 창관으로 달려가고는 했지만. 그것도 일부였을 뿐. 이전에 용병들과 모험자들로 번영했던 거리는 어느덧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용병은 그렇다치고. 모험가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왜긴 왜야? 여기는 이제 위험지대야. 한가롭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없는 곳이라고. 그리고 이제는 연방의 치안부대가 사방에 깔려 있으니 사냥할 몬스터도 없고 말이야."


"그러면 자재는? 몬스터에서 나오는 자원이 얼마나 많은데!"


"병영에 가봐. 보급 담당관이 돈 받고 팔던데?"


"비쌀 거 아냐! 그리고... 나는 퓨레스트어 모르고.."


이렇듯 순식간에 바뀐 생활상에 서부는 혼란스러워했지만. 다행히도 경제가 어려워진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상인들은 어찌저찌 퓨레스트어를 배우거나 해서 근근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그렇고 그런 업종에 종사하던 이들은 대부분 연방이 펼친 직업 교육장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안도 군대가 서서히 자생하기 시작한 서부의 경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철수하고 있었고. 모험가들도 예전보다는 아니지만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잠시 주춤하나 싶었던 서부의 경제는 어느덧 다시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3.


"......그래서. 영토를 내어준다면 화약 무기의 설계도를 넘겨주시겠단 이야기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희 공화국은 제국에 비하면야 콩알만한 크기지요. 이번 기회에 콩알에서 돌맹이 정도로 나아가보려 합니다."


동방에서 들려온 소식은 가장 먼저 서방의 웨슬턴 공화국에게 전달되었다. 연방이 거금을 주고 영토를 구매했다는 소식은. 그동안 좁은 국토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국민들에게 있어 하나의 기폭제와도 같았다.


국민의 여론에 힘입어 대사는 화약 무기의 설계도를 넘겨주겠단 조건으로 약 30만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서방국토를 매입하겠다는 공화국 측의 조건을 들은 제국 해방군의 수장. 에이젤 프란시스는 분을 삭히며 조건을 담은 문서를 힘을 주어가며 갈갈이 찢어발겼다.


"빌어먹을 야만인들 주제에... 제국의 땅을 넘기라고? 웃기지 마라! 제국의 그릇을 받아들여 황제 폐하의 은덕을 하사받은 주제에..."


에이젤을 비롯한 신진 관리파들도. 본질적으로 제국인. 외국인은 야만인. 세상의 정의는 모두 제국의 사고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사상에 물들어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어느쪽이 승리하던 제국은 점점 몰락해 나갈 것이란 얘기다. 1억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제국에게 있어 고작 30만 제곱 킬로미터는 새발의 피같은 땅이었지만. 일단 내어주었다는 전례가 생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젤 각하.. 노여워하시지 말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해방군에게는 화약 무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각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궁병들이 우수한들 화약의 파괴력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고작 30만 제곱 킬로미터입니다. 땅을 내주고 미래를 기약한 것은 제국 역사상 많이 있었던 일 아닙니까? 애초에 제국은 너무나 넓습니다. 그것보다 더 떼어줘도 돈만 제대로 받는다면 우리가 성전군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젤은 결국 부하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천년제국이란 자존심. 대륙의 유일한 황제국이란 자부심. 가장 위대한 국가라는 자긍심이 고작해봐야 1년도 안 되는 사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50만 제곱 킬로미터다."


"예?"


"30만에 20만을 더 붙여서 떼어주도록 하라. 영주들은 잘 달래보고. 그 대신 화약 무기 뿐만이 아닌 화약의 제조법과 무기의 사용법을 알 수 있는 서적과 훈련교관을 보내달라고 말해라."


"...알겠습니다 각하."


에이젤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제국의 일원으로써. 제국이 만년제국을 향해 가늘고도 굵은 행보를 걷게 하고자 했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고. 또 자신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신진 관리파의 수장에 올랐고. 내전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에서도. 에이젤은 결코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도 무능하지 않았으나. 그는 결국 제국인라는 틀을 깨부수지 못한 미완성된 초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미완성된 초인은. 결국 패배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이제 제국력은 거의 600년 전에 끝난 기년법이었고. 이제 대륙의 패권은 중앙세서 동서남북으로 옮겨져 가고 있었다.


'대륙력'이라는 에이젤 입장에서는 역겹기 그지없는 기년법이 그것을 방증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것. 화려하게 불타주마. 그리하면 제국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 나라는 재는 전쟁이라는 빗물에 섞여들어가 제국이라는 밭을 비옥하게 만들 것이다!"


에이젤은 그렇게 독백하며 시뻘건 눈을 감았다. 그러자 빨간 피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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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밀약 19.11.05 286 3 9쪽
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5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6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 천년의 역사. 19.10.25 310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5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6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0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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