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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26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26 06:00
조회
383
추천
6
글자
9쪽

음지에서 양지로

DUMMY

1.


"고향에 돌아가니 어떻던가?"


"피곤했어요. 역시 어린이들의 체력은 굉장하네요. 설마 5시간이나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세리카의 나이도 이제 16세. 결코 나이가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어엿하게 모시고 있는 남편도 있고. 강대국의 국모 노릇을 하고 있다보니. 자기도 슬슬 다른 여성들과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아직 20살도 안 된 그대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벌써 골골대고 있어야겠군."


"그런 말씀 마세요. 당신이 그렇게 되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농담이다. 그래서. 내가 부탁했던 것은?"


대총통의 눈이 가늘어지고. 목소리는 낮아졌다. 더 이상 둘의 대화는 사적인 것이 아니었다.


"폐하께서 말한대로였어요. 혼인을 치를 나이. 늦어도 약혼식을 올려야 할 여식들이 별다른 연락도 받지 못하고 늙어가고 있다군요."


"역시!"


라이투스 폰 예거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자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귀족 여자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것이 대관절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면. 그것은 제국의 정치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들일 것이다.


제국의 귀족들은 태어날 때부터 혼약자가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은 가문들끼리의 친목 도모와. 근친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그리고 귀족의 혈통을 잇기 위해서다.


후작이나 공작같은 굴지의 대귀족들은 그런 혼약자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지는 않고. 황제로부터 직접 지정받거나 아니면 스스로 구애해서 찾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는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귀한 혼약자니 가문의 영광으로 기록되고. 후자는 대귀족이라는 휘광을 이용하기 위해 수많은 벌레들이 꼬이는데, 그 벌레들 사이에서 진짜배기 에벌레를 찾아내는 것이 난관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리카의 전 작위는 후작. 지금은 몰락했다고는 하나 상당한 입지를 자랑했던 귀족이다. 그런데 그녀와 못해도 하하호호 지내던 여식들의 혼사가 끊겼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여자들에게 꼬리를 쳐야 할 남자들이. 다른 대상을 발견한 거지."


"다른 대상...말인가요?"


"그래. 결혼보다 더 중요한 것. 귀족 남성들에게 있어 가문의 대를 잇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과연 뭘까?"


2.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들어라 성전군의 병사들이여! 보아라 제국의 신민들이여! 듣거라 제국의 적들이여! 우리는 이 곳에 섰다! 제국의 초석이 세워진 이 땅에! 퓨리온 대제께서 지상에 내려오신 이 성지에 우리는 서 있노라!"


성전군의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아나이스 알렉스는 희열에 찬 채 그의 앞에 정렬해 있는 수많은 군사들에게 일장연설을 토해내었다.


그와 그들이 서있는 땅은 바로 퓨리온 대제가 태어난 제국의 성지. '퓨리오스'였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허가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목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성전군은 이례적으로 이런 많은 수의 사람들. 특히나 평민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할 수 있는 일종의 프리패스를 발급받았다.


누구에게? 바로 황제에게!


아나이스 알렉스는 충분히 성전군의 질과 양이 받춰주기 시작하자. 스스로 황제에게 찾아가 자신이 스스로 황제를 보위할 군대를 군대를 만들고 있다고 이실직고 하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자살행위였지만. 황제는 흔쾌히 성전군을 제국의 군사 조직으로 허가하는 칙서를 내려주었고. 그와 동시에 제국의 성지인 퓨리오스에 순례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내려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처사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바로 황제의 최근 행보는 완전한 가식이라는 것이다.


만일 황제가 진실로 초법적인 권한을 포기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 통치하는 입헌군주제의 시대를 열 작정이라면. 아나이스는 진작에 처형당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처형 대신 칙서를 발급받았다는 것은 황제 자신도 자신을 보위하는 근왕주의자들을 은연중에 원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퓨리오스에 선 아나이스 알렉스는 반쯤은 충성심으로. 반쯤은 종교적 광기에 차 눈을 까뒤집어가며 병사들을 향해 일갈했다.


"병사들이여 보라! 이것이 폐하께서 내린 칙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를 반역도당이라고. 시대에 역행하는 반동분자라고 우리를 음해했던 진정한 반동들이 우리의 정당함을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오!"""


"그러니 이제 나아가자 성전사들이여!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천한 백성들의 무리가 아닌. 단 한 사람의 위대한 영도를 위하여!"


"""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반동들을 죽이자!"""


"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반동들을 죽이자!"


병사들은 일제히 황제 폐하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비천한 출신이 대부분인 성전군에 있어서. 황실의 총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퓨리오스에서. 황제의 칙서를 보았다는 것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성부의 가르침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음지에서 암약해왔던 성전군은. 황제의 인정과 칙서를 방패 삼아 진실어린 태양빛을 가리고 드디어 양지에 나오는 것에 성공했다.


수십만의 군세와 함께. 자신들만의 성전을 퍼트려가며 말이다.


3.


"축하해요 로제 양. 웨슬턴 공화국으로 가게 됐다면서요?"


"세리카 양도 그렇고... 로제 양도 그렇고.. 요즘 외국으로 가는 사람이 많네요."


"다들 고마워요. 가서도 안부 편지는 꼭 쓸게요."


로제 페텔. 페텔 후작가의 영애인 그녀는 마침내 황제로부터 웨슬턴 공화국의 대통령. 초셀 마티온의 아내가 되라는 칙명을 하달받았다.


많은 그녀의 친구들은 국가 원수에게 시집을 가는 그녀를 진심으로 부러워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녀의 마음은 달랐다.


'말도 안 통하고.. 나이 차이도 심하고.. 아무리 칙명이라지만 그래도 같은 제국의 남자에게 청혼받고 싶었는데...'


아무리 제국 귀족 여성의 숙명이 좋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 가문의 대를 잇는 것이라 했지만. 상대는 제국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잖은가. 그나마 잘생겼다면 모르겠건만. 상대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머리도 벗겨지기 시작한 아저씨라니.


그나마 배까지 안 나온 것을 다행이라 여기기에는 생리적으로 조금 그런 결혼 아닌가.


'으으음... 어쩌지. 그렇다고 결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당연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할 결혼은 국혼이다. 그것도 황제가 직접 내린 칙명이기까지 하다. 그녀가 싫다고 혀를 깨물어도 시체라도 구해와 결혼식을 올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끙끙대던 그녀가 갑자기 양피지와 펜대를 든 것은. 아마도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4.


"우리 퓨레스트 연방의 문화. 군사. 그리고 학문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인재들을 보낼 수 있게 되어. 나는 매우 자랑스럽다. 귀관들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 믿고. 나는 그대들을 퓨레스트의 이름으로서 웨슬턴 공화국에 보내니. 부디 머나먼 서부에서도 퓨레스트의 긍지를 잊지 않도록 하라."


"전원! 대총통 폐하에 대하여! 경례!"


"""대총통 폐하 만세!"""


라이투스 대총통은 자신에게 경례하는 수많은 행렬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각각 문화교류단. 군사고문단. 국가유학생단의 행렬이었다.


이제 그들은 퓨레스트의 영토를 서서히 떠나. 제국의 도로를 거쳐 웨슬턴 공화국에 당도해 3개월 동안 퓨레스트의 이름 아래 웨슬턴 공화국과 다양한 교류들을 거칠 것이다.


그 결과 양국에 자연스레 타 문화가 섞이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옅어지게 된다. 아직은 상류층과 군인들이 이런 결과를 보이겠지만. 낙수효과란 말이 있지 않은가.


장차 퓨레스트의 인민들이 웨슬턴의 언어로 된 노래를 듣고. 웨슬턴의 인민들이 퓨레스트의 병장기로 무장할 날을 상상하자. 라이투스의 입가에는 어김없이 웃음이 떠올랐다.


"부관. 웨슬턴의 교류단은 언제쯤 도착한다 했지?"


"예. 저희보다 더 일찍 출발했으니... 아마 세 달쯤 후라고 생각합니다."


"세 달이라..."


이제는 말하기도 귀찮은 말이지만. 제국의 영토는 거대하다 못해 방대하다. 그 영토를 가장 빠르게 지나가도록 제국이 모든 배려를 해주고 있는데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제국의 영토가 그만큼 넓다는 반증이었다.


그렇다고 해로를 이용하기에는 해양 몬스터들의 위협과 해적들. 그리고 폭풍의 위험이 너무나도 컸다. 보내는 인재들은 한 나라에서 수재. 더 나아가면 천재라 불리는 인재들이니 한 번 무너지면 복구하는 것이 극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번째 교류단이 출발한 것은. 대륙력 593년 5월 28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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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89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3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2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7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4 7 9쪽
»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1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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