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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62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17 06:00
조회
325
추천
5
글자
10쪽

후폭풍

DUMMY

1.


"그래. 성전군이 열병기를 사용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니. 됐네. 이만 나가보게."


대총통은 이어서 보고하려던 부관을 방 밖으로 내보내고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은 채 제국 해방군이 보내온 외교문서를 들여다 보았다.


-경애하는 퓨레스트 연방의 대총통 폐하께. 이런 말을 전해드리게 되어 매우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악한 성전군은 마침내 악마를 소환하였으며. 지금 전장에서는 신실한 신도들과 진정한 황제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들. 그리고 순수한 제국의 신민들의 악마에 영혼을 판 성전군에게 놀아나고 있습니다!


폐하. 부디 덕망 높은 신관들과 성부의 빛을 따르는 성기사단을 저희 해방군에게 보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이 제국은 물론 성부께서 가호하시는 이 샤르트 대륙조차도 사악한 악마의 손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외교문서라. 그것보단 차라리 구구절절한 신세 한탄에 가까운 글귀를 읽고서는. 대총통은 일말의 가치도 없다는 듯 종이를 구겨 휴지통에 던져넣었다.


자신이 한 때 제국의 귀족이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워질 만큼. 제국 해방군의 수뇌부들은 열병기의 존재. 정확히는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악마의 재림'이라고 단정지어버린 것이다.


분노 이전에 웃음이 나오는 문서는 그렇게 대총통의 손에 의해 다른 문서들과 같이 휴지통에 집어넣어졌다.


2.


"으하하하! 자칭 해방군이라는 놈들의 꼴을 보라지! 악마를 보고 도망가는 꼴이라니!"


아나이스는 껄껄 웃고 있었다. 다름 아닌 그의 손에 들려있는 전장에서의 보고서들의 그의 무거운 턱을 벌리게 한 것이다.


"악마라고? 하! 그래. 악마지. 이 세상에 총만한 악마가 또 있겠나? 허약한 계집아이도 장성한 기사를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중세적인 생활상으로 1000년을 살아왔던 제국민들에게 있어 아나이스의 혼잣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허약한 계집아이가 장성한 기사를 죽인다니? 마법이라도 쓰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마법이라도. 허약하다는 시점에서 마법을 쓸 수 없는 노릇 아니던가.


그러나 총은 달랐다. 장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명중률은 형편없고. 비싸기까지 하다. 하지만 일격에 갑옷을 꿰뚫고. 화산이 터진 것 같은 폭음을 내뿜는 무기는 마법으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흉내낼 수는 있지만. 총만큼 만들어낼 수도 없고. 전열에 세울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마법이었다.


"큭큭큭! 역도 놈들이 혼비백산하며 신관을 부르는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배가 아프구만. 하하하!"


아나이스는 보고서를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계속해서 보고서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써 있는 내용은 전부 아군은 대승하고. 적군은 대패했다는 승전보였다.


그 와중에도 몇몇 보고서는 아군이 패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지금의 아나이스에게는 10퍼센트의 패배보다 90퍼센트의 승리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수적으로는 압도적인 열세에 있는 성전군에게는 총을 통한 심리적 충격보다는. 회전을 통한 적 주력의 섬멸. 더 나아가서는 제국 해방군의 기사단 전력을 완전히 소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월등한 위치에 있는 성전군이라지만. 어느정도 비벼볼 수 있는 보병과는 달리 드넓은 토지에서 나오는 엄청난 군마의 숫자로 이루어진 기사단은 도저히 보병들이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과 대포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몰려오는 군세들은 산탄으로 쓸어버리고. 돌격하는 기사들은 일제 사격으로 패퇴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제국 해방군도 총과 대포가 악마가 아니라 그저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해방군에게는 열병기를 복제하거나 생산할 기술력이 없었다.


물론 그것은 성전군도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성전군은 제국 세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도시들을 모조리 점거하고 있었고. 도시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귀족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값으로 값비싼 보석들을 모아 기술력을 말 그대로 웃돈을 주고 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해방군은? 그들은 그저 넓은 농토를 가진 거지일 뿐이다. 돈을 걷을라치면 싸움이 일어날 테고. 신식무기가 보급되면 어느 부대에 먼저 보급되느냐를 가지고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 와중에 성전군이 들이닥치면 기껏 비싼 돈을 들여 사놓은 열병기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릴테니. 아나이스는 그 후 적당히 본보기로 몇 명만 목을 매달고 다시 제국을 원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황제의 재가가 있어야 하겠지만.... 아나이스는 성전군이 승리한다면 황제도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3.


"대체 뭐냔 말입니까 그 악마들은!"


상처투성이가 된 기사단장이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지휘관에게 물었다. 그는 성기사단장이었고. 악마가 전장에 나왔다는 말에 기꺼이 전장으로 기사단을 이끌며 말을 몰았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성부께 기도를 드리고. 성유를 검에 바르고. 신성력으로 결계를 펼쳤거늘. 악마들의 흉탄이 가슴팍에 날아와 꽃히지 않는가?


"신성력으로 만든 결계를 통과하는 마탄이라니! 이런 것은 이단심문서에도 나와있지 않단 말입니다! 당신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저게 악마가 아니면 뭐란 말이오! 새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기사건 병사건 군마던 모조리 죽여버리는 저 병기는!"


"그....그건!"


성기사단장은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실제로. 지휘관이 말한 것이 전장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마탄이 한 번 몸에 박히면 몸에 마기가 깃들어 붕대를 감고 약을 먹여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단 말이오! 그게 악마의 도구가 아니면 뭐란 말이오?"


지휘관은 더욱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그가 말하는 마기란. 다름 아닌 납으로 만들어진 총알이 몸 안에 잔류하면서 생기는 합병증을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제국이 낙후되었다고는 하지만 외과적 지식도 1000년 동안 축적해놓았기에. 병사들은 부상당하면 외과적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부상자들은 넘쳐나고. 화살과 검. 그리고 창으로 찔린 상처에만 익숙한 의사들이 총상을 치료하는 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일단 출혈이라도 멈추게 할 셈으로 겉으로 보이는 파편들만 빼내고 응고제와 붕대를 감아 대충 처리해버렸으니. 상처가 속으로부터 곪아들어가 점점 죽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만무한 일선의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금속으로만 만들어진 방패를 사서 손에 들거나. 성직자에게 축복을 받고 열심히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지휘관님! 제 1진이 전멸했습니다!"


"빌어먹을! 궁병들은 뭣하고 있나? 적의 진군을 늦춰야 한다! 사격 명령을 내려라!"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궁병대는 이미 악마들의 불덩이에 전멸했단 말입니다!"


"제기랄! 제 2진을 보내라! 제 3진은 대기! 기병대로 적을 우회해서 공격해라! 아무리 악마의 병기라 해도 장전은 해야 하겠지!"


"알겠습니다!"


4.


제국의 수도 시그마스. 시그마스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황궁은 현재 성전군의 수중에 떨어져. 성전군의 깃발이 내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황궁의 침실에서 안절부절하며 고민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현 황제인 루돌프 폰 발렌시아였다.


"제기랄! 이게 벌써 며칠 째란 말인가! 황제인 내가 이 침실을 나가지도 못하고. 옥좌에 앉을 수도 없다니! 이게 다 아나이스 그 놈 때문이다! 아나이스 그 녀석을 그냥..!"


황제는 감금 생활에 지쳐 막말을 내뱉었지만. 침실 밖으로 목소리는 새어나가지 않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침실은 철저하게 방음 설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혀를 깨물고 죽을 수도 없고. 침실의 문이 열리는 것은 아나이스나 그의 추종자들이 들어올 때나 식사를 가져다 줄 때 말고는 없으니. 루돌프 황제 혼자서는 이 난국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으며 루돌프가 고통스러워 할 동안. 황궁 안의 회의실에서는 성전군 지도자들과 아나이스를 필두로 한 보수주의자들의 거두들이 모여 있었다.


"해방군들의 대처가 예상 외로 빠릅니다. 기마 전력을 줄이려 별 짓을 다해봤지만. 알다시피 총기류는 소음이 커서 기습 작전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적의 주력 대신 성기사단이나 용병들이 전장에 참여하면서 기마 전력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벌써 사상자가 30만명이 넘었습니다. 아직은 적은 수치지만. 인구수는 해방군쪽이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현재 교환비는 1:53이지만. 해방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정도 대안책을 만들어 낼 것이고. 중소영주들이 합의안을 찾는다면 전황은 빠르게 악화될 겁니다."


지도자들은 전황에 대해 떠들어댔다. 애초에 성전군의 정의는 황제를 보위한다는 것이었기에. 중소영주들은 몇몇 영주들을 제외하면 중립이거나 해방군의 편에 섰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면적 아닌 거점만을 점유한 성전군은 각 도시간의 무역로를 확보하고 면적을 늘리는 데에 막대한 신경을 써야 하지만. 해방군은 그럴 걱정이 없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도시를 포위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이 내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 때. 아나이스의 무거운 턱이 드디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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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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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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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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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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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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