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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80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30 06:00
조회
378
추천
5
글자
9쪽

또 한번의 결혼

DUMMY

1.


시간은 어느덧 빠르게 흘러 어느새 결혼식의 날짜인 9월 14일이 되었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이 슬슬 지쳐 차가운 겨울의 태양으로 저물어가는 시점이었다.


그런 날 치뤄지는 두 나라의 국혼을 축복하면서.사회자는 단상 위에 올라서서 미리 준비한 대본을 보고 연설을 시작했다.


"오늘 우린 이 뜻 깊은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는 비단 새 부부이자 가장 작은 교회의 탄생을 축복하는 것만이 아닌. 지난 200년 동안 '사소한' 문제로 서로에게 상처만을 주었던 양국. 웨슬턴 공화국과 발렌시아 제국이 응어리를 털어내고 하나 된 자리입니다."


단상 위에 서서 연설하는 자는 뜻밖에도 퓨레스트 연방의 대총통인 라이투스 폰 예거였다. 이는 웨슬턴 공화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데. 제국쪽은 신성한 자리에 제 3자가 개입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공화국쪽의 강권과 달라진 제국의 모습을 타국에 보여줄 기회라며 설득하자 이내 받아들였다.


"저. 라이투스 폰 예거 또한 그렇습니다. 저희는 모두 이 위대한 제국과 연을 맺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제국또한 저희와의 연을 맺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리라고 믿습니다.


성부 셰퍼드. 성모 아리아. 성자 세트의 이름 아래. 대륙력 593년 9월 14일. 이 대륙에는 또 하나의 부부가 맺어졌음을 엄숙히 선서하는 바입니다."


짝짝짝짝짝짝!


속내야 어떻든. 이 자리는 뜻 깊은 자리였다. 비록 황제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황제의 대리 자격으로 주포르 공작가의 가주인 오르셀 폰 주포르 공작이 참가했으니. 구색은 맞춘 셈이었고. 상대방도 국가 원수가 신랑으로 참여하니 말 한 번 잘못하면 말 그대로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자리였다.


마침내 신랑과 신부가 제자리에 서자. 제국 성회의 상징인 붉은 수도복을 입은 대신관이 엄숙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웨슬턴 공화국 제 74대 대통령. 초셀 마티온. 그대는 로제 폰 페텔의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성부의 이름 앞에 충절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웨슬턴 공화국 제 74대 영부인. 로제 폰 페텔. 그대는 초셀 마티온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고. 성모의 이름 앞에 충절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좋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사람은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그러자 주포르 공작이 앞으로 나왔다. 본래 황제는 이런 역할을 하지 않지만. 주포르 공작은 어디까지나 황제의 대리인이었다.


"성자의 이름 앞에. 두 사람의 길의 무한한 사랑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좋습니다. 신랑. 신부. 반지를 교환하십시오."


두 사람은 각자 주머니에서 준비한 반지를 꺼냈다. 초셀이 준비한 반지는 은제에 공화국의 국장이. 로제가 준비한 반지는 금제에 제국의 국장이 그려져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자. 대통령이 제국의 국장을. 후작가의 영애가 공화국의 국장을 지닌. 어딘가 우스운 꼴이 되었다.


"맹세의 키스를 하십시오."


2.


결혼식은 끝났지만. 파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결혼식이 끝난 후. 결혼식장에 모인 새 부부들과 하객들은 호화로운 파티장으로 이동해 하하호호 떠들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군복을 입은 중노년의 남성들과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하게 옷을 입은 노년의 여성들이 아기자기한 티 포트와 케이크를 들고 먹는 것은 보기에 조금 그랬지만 말이다.


이번 파티에서 가장 열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단연 웨슬턴 공화국의 장성들이었다. 원수부터 영관급 장교까지 다양하게 참가한 공화국의 군부 인사들은 지금껏 소외되었던 설움을 토해내듯 끊임없이 제국의 귀족들에게 접근했다.


마치 지난 역사에 제국의 침공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영관급 장교부터 장성급 장교까지 한 마음으로 공화국과 제국의 관계같은 가식적인 주제를 꺼내들어 귀족들과 얘기를 나누고. 앞으로의 대륙 정세같은 누구도 관심없는 이야기를 즐겁다는 듯 나누는 군인들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들이 이 장소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번 결혼식에 순전히 우리 군부의 인사만을 참석시킨 것은 대통령 각하께서 우리 군부에게 힘을 실어주시겠다는 뜻! 군부가 정치적 발언권을 잃은지 벌써 30여년! 이번 기회에 대통령에게 점수를 따지 못하면 군의 미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3.


"필사적이군."


라이투스 폰 예거는 귀족들에게 건배를 제안하는 수염이 난 군의 장교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군부에 의한 쿠데타와 군부독재를 막겠답시고 아예 군의 정치적 생명을 아작내버렸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군인들은 예전보다 더 필사적으로 정치계에 연을 대야 했다.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총과 칼을 든 인간들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짓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저들이 아니지.'


군복을 입은 자들이 딱하기는 했지만. 저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초셀 마티온과 로제 폰 페텔이지. 저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대총통이 생각하고 있을 즈음. 새로 생겨난 가장 작은 교회의 일원들이 먼저 대총통에게 다가왔다.


"대총통 폐하. 오늘은 사회를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야말로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초셀은 라이투스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악수. 가장 보편적인 우의의 표시였다.


"그나저나 대총통 폐하께서는 이런 자리가 불편하신가 봅니다?"


"예?"


"그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혼자서 멀찍이 떨어져서 포도주만 마시시고.. 딱히 얘기하시는 상대도 없으시고 말입니다."


"아..."


초셀 일행이 대총통에게 다가온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라이투스는 국가 원수. 그런 사람이 파티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고 있으니 진상이야 어찌되었건 한 나라의 지도자를 홀대했다는 논란이 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족들도 자신보다 엄청나게 높은 신분인 라이투스에게 엄두만 낼뿐 다가가지 못했기에. 대총통은 혼자서 술만 깔짝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지만. 대총통은 굳이 그런 것을 내색하지 않고 능숙하게 다른 말로 맞받아쳤다.


"염려는 고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그저 제 아내도 이런 곳에 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이런 타지에 와서도 아내 생각을 하시다니.. 이거 저도 본받아야겠습니다."


"하하.. 대통령 각하께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실 겁니다. 이런 좋은 신부를 얻으셨으니 말입니다."


라이투스는 슬쩍 초셀의 옆에 있는 로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아내인 세리카와는 다르게 혈색도 좋고. 당장이라도 닭 한 마리를 비울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세리카와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었다.


라이투스가 로제를 바라보자 수줍은 듯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로제라는 여성은. 분명 훌륭한 아내라고. 그렇게 라이투스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제 곧 시작될 모양입니다."


그때 초셀이 혼잣말인지. 아니면 귓속말인지 모를 짧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떠나갔지만. 라이투스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국의 분열. 그리고 그 시작이 될 성전군의 쿠데타가 벌써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4.


"앞으로 1달. 딱 30일만 있으면 저희의 준비는 모두 완료됩니다."


아나이스의 저택. 그곳에서는 제국의 풍속에 걸맞지 않게 온통 검은색의 옷으로 통일한 대귀족들이 모여있었다.


이제 거사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1달 남짓. 거사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곳에 모인 이들이 황궁에서 만날지. 아니면 처형장에서 만날지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 제국의 귀족들이 모인 것은 사익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이며. 우리가 제국을 해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만년제국을 위해서이며. 우리가 신민들을 해치는 것은 앞으로 태어날 억겁의 인명을 위해서이니.


그대들의 힘과 돈. 인맥과 충성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끝났소. 이제 남은 것은 하늘에 계신 성부께서 우리를 축복해주시기만을 바랄 뿐이오."


아나이스 알렉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하게 잔을 들었다. 피같이 붉은 레드 와인이 넘실거리자. 다른 귀족들도 다 같이 잔을 들었다.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쨍그랑!


귀족들은 레드 와인을 한 입에 삼키고는 잔을 바닥에 깨트렸다. 제국에 내려오는 유서깊은 서약식의 의례. 고급진 비단에 레드 와인이 스며드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제국의 유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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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6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10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5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6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0 5 9쪽
»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9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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