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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37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28 06:00
조회
303
추천
3
글자
10쪽

대탈출

DUMMY

1.


내전으로 전 국토가 전쟁터로 변한 제국에서는 하루마다 수백명. 혹은 수천명이 넘는 이재민들과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몬스터나 도적단에게 몰살되었지만.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다른 마을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있었다.


성전군도. 해방군도 서로를 끝장낼 힘은 없다. 전선은 계속해서 넓어지고만 했고. 전투가 끝난 곳에는 짐승들과 역겨운 돌림병만이 가득하다는 참상을 말이다.


검과 화살의 시대에서는 그 전쟁터는 명예와 영광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화약과 강철의 시대인 지금에서는 그저 인간을 살육하는 도살장일뿐이었다.


전쟁이 계속됨이 따라 난민들의 행렬은 계속해서 늘어갔다. 영주들은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거나 죽어서 탈주하는 농노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도망칠 수 있었고. 그것을 제지할 병사도 전부 해방군이나 성전군의 편에 서서 싸우느라 그 수가 대폭 줄어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친 난민들이 마침내 안식을 찾을 수 있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국토를 횡단하다 해방군의 기마대와 마주쳐 남성들은 강제 징집되고 여성들은 좋게 말하면 보호. 나쁘게 말하면 감금당했고. 성전군은 감히 영지를 버리고 도망친 배반자들이라며 보이는 족족 난민들의 씨를 말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두 세력에게는 미래의 노동력을 보존하는 것보다 현재의 혼란상을 통제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해방군은 자신들이 아직도 열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성전군은 자신들이 압도적인 교환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는 후퇴만 거듭한다는 사실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제국의 영토는 두 세력이 아무리 이 잡듯 뒤져도 찾지 못하게끔 난민들을 숨겨주었고. 살아남은 난민들은 제국을 탈출하기 위해 서부와 동부로 대탈출을 감행했다.


2.


"그래서. 지금 제국민들이 국경에 모여들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뭘 어째. 전부 받아들여. 서부는 인구 희박지대다. 굳이 사람을 보내지 않고도 찾아오다니. 할 일이 줄었군."


퓨레스트 연방은 국경을 향해 몰려드는 난민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애초에 서부. 제국 입장에서 동부는 인구 밀도가 낮고 인구수도 많지 않았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흘러오면 올수록 좋았다.


게다가 지금 들어오는 난민들이 어디 농노들뿐인가.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고급 인력으로 쳐주는 자들도 한가득 섞여있다.


그 인력들을 서부에 집중시킬수만 있다면. 서부를 중부나 동부. 남부처럼 발전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서부의 남은 영토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지금 영주들은 국경지대의 국토만 지키고 있을뿐. 그 중간지대는 아직도 무주공산인데 말입니다."


"기다려보게. 그 땅들은 이미 주인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대총통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부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부관 또한 어렴풋이 그 말뜻을 알아채고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집무실을 나왔다.


3.


"처음 뵙겠습니다 에이젤 각하. 전 공화국에서 파견된 메스토 카이젤이라 합니다. 이번에 제국 해방군의 훈련교관을 맡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소 카이젤 경. 본관은 해방군의 지도자인 에이젤 프란시스라 하네."


"거두절미하고. 일단 총병들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럴 줄 알고 이미 훈련장에 집합시켜 놓았네. 어서 가도록 하세나."


에이젤은 웨슬턴 공화국이 보낸 훈련교관을 반갑게 맞이했다. 화약 무기를 운용해 본 적이 없는 해방군에게 있어. 카이젤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카이젤과 에이젤이 훈련장으로 이동하자. 이미 총병들은 각자 총을 들고 질서정연하게 도열해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군.. 하지만..'


"거기 너!"


"예?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네가 한 번 시험 삼아 총을 쏴보게."


"아... 그게..."


총을 든 병사는 아까와 같은 기세를 잃고 우물쭈물했다. 에이젤의 표정이 마치 종이처럼 구겨지려는 찰나. 카이젤은 병사를 진정시키고는 물었다.


"총을 쏘는 법을 모르는건가?"


"...그렇습니다."


"이리 줘 보게.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카이젤은 병사의 총을 거의 빼앗다시피 들고서는 훈련장의 단상 위에 서서 능숙하게 총을 장전하는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화약을 잰다. 그 다음 총알을 넣고. 총구 아래에 있는 장전봉을 꺼내 총구에 넣고 화약과 총알이 잘 맞물리도록 꾹꾹 눌러준다. 그리고 장전봉은 다시 총구 아래에 넣는다.


그 다음. 화약 접시의 뚜껑을 열고. 남은 화약을 화약 접시위에 부은 다음 총신에 들어가도록 약간 기울여준다.


총신에 화약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면. 화약 접시를 닫고. 부싯돌을 물린 해머를 당긴다. 이게 총을 장전하는 절차다. 다들 알겠나!"


"""예!"""


"지금부터 1분 안에 장전을 하도록 한다! 실시!"


"""실시!"""


카이젤의 명령이 떨어지자 총병들은 화약통과 총알 찾느라 부산을 떨었다. 사실 화약과 총알을 종이로 싼 카트리지로 만드는 것이 장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화약 무기를 다뤄본 적도 없는 해방군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였다.


'그나마 화약통과 총알집을 만든 것이 다행인가.'


카이젤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손에 들린 회중시계를 바라봤다. 어느새 1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동작 그만! 전원 차렷!"


카이젤이 다시 호통을 치자 방금까지 부산스러웠던 병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하게 정렬했다. 카이젤은 그런 병사들의 군기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한 명씩 나와서 과녁에다 사격하도록 한다."


훈련교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과녁을 향해 좌향좌하며 첫째 줄 왼쪽의 병사부터 나와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총 들엇!"


척!


"조준!"


탁!


"발사!"


타앙-!


묵직한 총성이 귀를 때렸다. 병사들도 총성을 들은 것은 처음인지 하나같이 귀를 막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음!"


카이젤이 병사들에게 다시 호통을 치자. 병사들은 귀를 막던 손을 다시 총으로 향했다. 그렇게 몇몇 병사들이 발사에 실패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총병들은 전부 '총의 격발'이라는 목표를 훌륭히 달성할 수 있었다.


"각하. 병사들의 질은 훌륭합니다만. 아직 실전에 투입할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들은 아마도 고르고 고른 정예병일텐데... 갓 징집한 농부에게도 어느정도 전력을 기대하려면 최소한 1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그건 본관도 알고 있네. 하지만 1년이라니? 1년은 너무 기네. 어떻게든 줄일 수 없겠나?"


"그렇다면 제가 직접 가르칠 수 있는 머리 좋은 군관들을 빌려 주십시오. 그들에게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 드릴테니. 그들을 각 부대에 배치해 훈련을 받도록 하면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훈련 교관의 수를 늘리자는 거군?"


"그렇습니다. 애초에 본국에서도 이렇게 지침이 내려왔고 말입니다."


카이젤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에이젤 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백만명의 해방군이 일제 사격을 가할 미래를 꿈꾸면서.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4.


"모두 힘을 내라! 오늘 안에 이 산을 넘어야 한다!"


제국 서부의 영주였던 파르스 폰 베젤은 자신의 영민과 같이 움직이는 난민들을 독려했다. 원래 그는 내전과는 거리가 먼 중립 영세 영주였지만. 그의 영지가 성전군에게 접수되고 쫓겨난 탓에 그는 비바람과 맞서며 영민들과 대탈출을 감행하고 있었다.


비와 바람이 거칠게 불고 있었지만. 지금 멈출수는 없었다.


"영주님. 길이 너무 험합니다. 이 길로 가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미리 정찰을 명했던 기사가 지친 얼굴로 말했다. 체력이 월등한 기사조차 길이 험하다고 말할 정도니. 평범한 농노들이나 여자들. 어린아이나 노인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이미 사흘이나 길을 찾았지 않나! 길은 여기밖에 없어! 오늘 내로 넘지 못하면 지금까지 간을 보고 있던 몬스터들이 덥쳐올거란 말이다!"


"하지만......알겠습니다. 제가 길을 어떻게든 다져놓을 테니. 영주님께서는 영민들을 이끌고 따라오십시오."


"알겠네. 앞장서도록 하게."


벌써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목숨을 잃었다. 원래 있었던 병사들은 모두 그 때 잃었고. 남아있는 병력은 영주 본인과 기사 한 명밖에는 없었다.


"모두 힘을 내라! 기사가 앞장서고 있다! 이 산맥만 넘으면 동쪽이다! 동쪽으로 가면 연방이 있다! 연방이라면 분명 우리를 받아주겠지! 그러니 모두 힘을 내라!"


영주는 거센 비를 맞으며 대답했다. 바람에 묻히지 않게 큰 소리로. 그 말을 들은 무리들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지는 것 같았다.


"모두 이동해라! 가축들은 단단히 묶어서 끌어라!"


영주는 행렬의 중앙에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길을 걸었다. 발 한 번 잘못 내딛었다가는 꼼짝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비는 계속해서 거세져갔고. 발에 묻은 진흙은 마치 납이라도 된 듯 무거웠다.


하지만 멈출수는 없다. 멈추는 순간 죽는다. 살기 위해서는 탈출해야 한다. 지옥이 되어버린 조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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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89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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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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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1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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