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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64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1.11 06:00
조회
270
추천
5
글자
9쪽

맞불

DUMMY

1.


알렉시아 제국에서는 퓨레스트 연방에 대한 증오발언과 증오범죄가 판치고 있었지만. 프란시스 제국에서는 웨슬턴 공화국에 대한 증오발언은 일어날지언정 증오범죄는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슨. 퓨레스트 연방은 무식하게 돈을 때려부어 이자를 긁어모으는 방식을 택했지만. 공화국은 식량과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제국 신민들이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당장 나라 예산이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것과. 얹혀있는 밀가루 포대에서 몇 개 좀 빼가는 것. 대장간에서 철기 몇 개 빼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덕분에 프란시스 제국은 생산력의 압박은 있을지언정 재원의 압박에서는 한 숨 돌릴 수 있었고. 1억 6000만의 신민들을 한 층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프란시스 제국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회복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자국민에 의해 도시가 불타고 있는 알렉시아 제국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인 것은 명백했다.


반 연방을 기치로 내걸며 약탈과 각종 중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무리들은 어림잡아 수십이 넘었고. 그것을 통제할 군대도 같이 폭도가 되거나 아니면 자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댈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하기 일쑤였다.


사실. 군인에게 월급이 끊긴지 벌써 6달이 넘어가는 지금 명령을 '거부'만 한다는 것이 알렉시아 제국에 있어서는 오히려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애꿎은 도시 하나를 작살내놓고 '연방 타도!'라고 외치니 죽을 맛이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제국에서 연방의 세력을 내쫓을 수도 없고. 설령 내쫓는다면 당장 대륙 최빈국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 명백한 지금. 반 연방의 기치를 내건 폭동은 점점 그 기세를 더해가고 있었다.


2.


"이번 해는 풍년일 것 같습니다 폐하. 병충해도 그리 들지 않았고. 최근 몇 년 동안 강제적으로 휴경을 한 탓에 지력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래... 시체를 거름으로 주었으니 풍년이 아니면 곤란하지. 하지만 아직도 수확철까지는 멀었다. 메뚜기 떼라도 나타나면 또 다시 기근이 들게 돼."


"걱정마십시오. 없는 예산을 쪼개서 방충작업을 하고 있으니. 적어도 메뚜기 떼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없는 예산을 쪼갠다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뭐 어쩔 수 없겠군."


벌써 이번 년도 9월에 접어들었다. 완연한 가을 바람이 두 제국을 향해 불어오고 있는 계절. 이미 밀들의 이삭은 노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나이스 황제가 풍년이 아니라면 곤란하다고 말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정말로 식량 생산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이번 겨울을 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시국에 다시 연방에게 손을 빌렸다가는 정말 제국이 결딴날 수도 있다.


오랜 내전으로 망가진 것은 제국이라는 껍데기 뿐만이 아니다. 농지라는 알맹이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농경지들의 절반은 당장 경작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지만. 나머지 절반은 흉하게 크레이터가 생기고. 시체가 쌓이고. 화약 냄새가 아직도 자욱하게 나는 등 상태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농민들은 열심히 자기 밭에 있는 장애물들을 치우고 있지만. 이번 겨울이 오기 전에나 치울 수 있으면 다행인 지경.


결국 농지의 절반은 괭이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이번 겨울을 지내게 될 터이니. 풍년이 아니라면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게 될 터였다.


3.


한편. 제국 전역을 들쑤시고 다니는 폭도들이 도착한 것은 제국과 연방의 경계에 위치한 도시. 디아만트였다.


폭도들은 연방이 디아만트에게 대규모의 지원을 했다는 소문을 듣고. 더 많은 전리품을 약탈하기 위해 디아만트를 포위했다.


자발적으로 물자를 내놓고 도시의 시장이 연방에 머리를 조아린 것을 목숨으로 사죄한다면 아무런 약탈행위 없이 넘어가겠다는 경고와 함께. 동시에 폭도들의 무리는 불응할 시 제국의 기치를 더럽힌 디아만트 시에 제국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연히 디아만트의 시장을 비롯한 시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요구에 친절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고는 도시의 모든 성문을 봉쇄. 도시 경비대를 끌어모아 도시 안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하는 철통경비를 시작했다.


자신들의 협박이 통하지 않았음을 안 폭도무리들은. 이내 침을 내뱉으며 성벽 위에 올라가 있는 경비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썩 꺼져라! 제국의 수치인 녀석들!"


"뭐라고! 이 빌어먹을 매국노 새끼들이!"


디아만트. 연방의 구휼로 인해 살아난 도시는 연방의 구휼로 인해 뜻밖의 재난을 맞아야만 했다. 그러나 도시의 시민들 모두 성벽 밖에 폭도들이 몰려온 것을 연방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연방이 먹을 것을 준 덕에 굶어죽지 않을 수 있었고. 장작을 준 덕에 얼어죽지 않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일보일배하며 절을 해도 모자랄 마당에 연방의 호의를 내다버리라니. 다른 도시라면 몰라도. 디아만트에서는 절대 들어줄 수 없었다.


"성문에서 나와라 빌어먹을 새끼들아!"


"연방에 빌붙어 호사를 누리니 좋더냐?!"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폭도들은 성벽 위로 돌이나 흙덩이 따위를 던지며 끝없이 경비대를 도발했다. 경비대 또한. 아랫쪽에서 알짱대는 폭도들에게 점잖게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는 너희들은! 네놈들이 애꿎은 시민들 괴롭히는 걸 어머님이 아시더냐?!"


"못 배워 처먹인 시골 촌놈들이! 네놈들이 모인다고 성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거나 먹어라!"


쐐액!


"커억!"


성벽에 올라가 있는 도시 경비대가 쏜 화살이 정확히 폭도 무리중 한 명의 목에 꽃혔다. 맞은 사람이 비명을 지르자. 폭도들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잊고 쓰러져가는 희생자를 바라보았다.


털썩!


"이 씨발 새끼들! 사람을 죽여?!"


"저것들 다 한 패야! 제국의 도시를 통째로 연방에 팔아넘길 속셈이라고!"


마침내 운 없던 폭도 한 명이 성부의 곁으로 가자. 폭도들은 분기탱천하며 성문을 마구잡이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쿵쿵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성문은. 경비대에게 경각심과 함께 분노를 안겨다주기에는 더 없이 충분한 울림이었다.


"열어! 열란 말이야!"


"이 미친 것들이...! 야! 누가 기름 좀 가져와!"


경비대장이 소리치자 경비대원들이 펄펄 끓는 기름을 가져와 성벽 바닥에 나 있는 살인구멍으로 기름을 쏟아부었다. 딱 봐도 닿으면 정상적인 외모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름이 구멍을 통해 쏟아지자. 성문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폭도들은 그대로 기름을 뒤집어썼다.


"끄아아악! 뜨거워! 뜨겁다고!"


"물! 누가 물 좀 가져와!"


"갸아아아악!"


얼굴이 녹아내리고 옷과 피부가 들러붙은 자들이 도망쳐오자. 폭도들의 본대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전열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전열이랄 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궁병! 전원 발사하라!"


쐐애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화살의 비가 쏟아지자. 고통을 호소하며 성문에서 떨어져나간 폭도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순식간에 성문에는 시체의 벽이. 그리고 성벽 앞의 평지에는 시체의 밭이 펼쳐졌다. 경비대장은 잔뜩 흥분해 당장이라도 성문을 열고 달려나갈 기세였고. 폭도들 또한 기습 공격을 받아 분노하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 것들은 모조리 던져버려! 쏴라! 쏴! 닥치는 대로 쏴라!"


"성벽을 올라! 죽더라도 싸우다가 죽는 거야!"


군중심리에 휘말린 폭도들은 횃불을 들고 성벽을 향해 던지고. 경비대 또한 돌을 던지고. 기름을 붓고.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공성전이 시작된 것이다.


4.


"좋은 냄새가 나는군요."


"악취미다 프리츠."


디아만트를 보고 있던 특무대의 지휘관은 혀를 차며 프리츠를 꾸짖었다.


"죄송합니다 대장. 그래서. 개입합니까?"


"아직 성문은 뚫리지 않았다... 뚫릴 기미가 보인다면 개입한다."


"흥.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만."


"나도 마찬가지다 프리츠."


연방의 특무대는 지난 여름의 대규모 민사 작전 이후로 쭉 디아만트를 감시하고 있었다. 귀족들이 어떻게 나올지. 시민들이 어떻게 나올지. 황제는 어떻게 나올지 대총통이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들키지 않기 위해 감시초소는 설치할 수 없었지만. 특무대라는 이름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도 디아만트 정도의 소도시는 충분히 감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에게는 현재 폭도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디아만트를 충분히 구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말이 있고. 군인이 있다.


하지만 설마 그들조차도 폭도와 도시의 대치가 공성전으로 치달을 줄은 몰랐다. 도시 경비대에는 성벽이 있었지만. 폭도들에게는 숫자가 있었다. 자기합리화와 분노로 무장한 폭도들의 전투력은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그렇게 노침초사하며 지켜보던 특무대는. 폭도들이 횃불을 성벽 위로 던지는 것을 보고는 말 없이 말에 올라탔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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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불 19.11.11 271 5 9쪽
69 증오심 19.11.08 282 3 9쪽
68 힘의 차이 19.11.07 266 5 9쪽
67 압박 19.11.06 275 5 9쪽
66 밀약 19.11.05 286 3 9쪽
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5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6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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