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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77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18 06:00
조회
482
추천
3
글자
9쪽

신경전.

DUMMY

1.


-이런 전문을 보내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지만. 귀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생각해보았을 때 귀국이 보낸 전문의 내용은 매우 의심스러움. 만일 진심으로 제국과의 화친을 생각하고 있다면 의회의 허가를 얻어 정식으로 외교 문서로 제출하기 바람-


"의회의 허가라! 역시 제국도 변하고 있는 건가? 그 제국에서 의회를 입에 담다니 말이야!"


"그 변하는 게 보수론자들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초셀 대통령은 놀란 기색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제국이 보낸 전문에서 '의회'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아마도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그것보다 꽤나 곤란하게 되었군. 의회에게는 알리지 않고 냉큼 찔러본 건데 이렇게 나와버리니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됐잖나."


"애초에 국혼을 치르려면 언젠가는 공개해야 했습니다. 제국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의회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면 좋겠다만. 지금 절반 가까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제국이라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꼰대들이니 원.."


"원내 정당 중 하나를 꼰대라 칭하시는 건 조금 그렇다고 봅니다만."


"그래 그래. 정식 명칭은 민주애국당이었지. 그래봤자 꼰대들이지만."


대통령은 투덜거리면서 관련 문서들을 서둘러 처리했다. 제국 쪽이 먼저 치고 나오면서 상황의 주도권이 넘어갔고. 그로 인해 초셀은 '꼰대'들에게 물어뜯기지 않기 위해 각종 문서들을 준비해야 했다.


만약 제국과의 국혼이 흐지부지 된다면 제국 쪽에서는 역시 기만에 불과했다고 생각하고는 외교 관계가 더욱 틀어질 터이고. 국혼이 맺어진다면 웨슬턴 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전제권력과 타협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제국에서 내란이 벌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상. 이웃나라인 웨슬턴 공화국은 제국의 침공 순위에서 내려가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다.


적어도 서로 국혼을 맺는다면. 침공당할 확률은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비단 제국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국혼을 맺을 여식을 내려보낸 귀족이 반발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의 뜻이라고 해도 시댁을 멸망시켜버리겠다는데 반발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2.


"폐하...폐하..."


"오늘따라 더 아름답구나 세리카."


초셀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온 몸을 배배 꼬고 있을 무렵. 행성 반대편에 있는 나라인 퓨레스트의 연방의 한 침실에서는 부부간의 합방이 한창이었다.


달빛을 받아 찰랑이는 세리카의 새하얀 머리카락과. 촛불에 의해 노르스름하게 달구어진 라이투스의 몸은 부부관계에서 있어서 좋은 향신료가 되어주었다.


마침내 거사가 끝나고. 라이투스와 세리카는 잠자리에서 서로 마주 누워 정담을 나누었다.


"폐하. 아들이 좋으세요 딸이 좋으세요?"


"글쎄. 아무래도 아들이 끌리기는 하는데. 딸도 나쁘지 않겠지. 아들이라면 그로스퓌러가 될 것이고. 딸이라면 그로스퓌러렌이 될 거다."


"딸이어도 총통위를 넘기실 건가요?"


"본래 퓨레스트의 전신이었던 칼렌에서는 절대장자상속제의 전통이 있었다. 칼렌의 전통과 문화를 승계했다고 자부하는 퓨레스트가 아들만 편애해서는 안 되지."


"그렇군요. 제국에서는 아들이 태어나지 않으면 양자를 들여서라도 대를 잇게 하는데.."


"그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지. 나부터가 제국의 귀족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내가 남자로 태어나서 그 영지라도 받을 수 있었던거지. 만일 여자였다면 꼼짝없이 정략결혼의 제물이 되었을 거다."


라이투스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말하는 듯이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 때 제국을 손절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여자였더라면 그대를 품을 수 없었을테니 남자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냐?"


"후훗. 폐하도 참."


대총통과 대총통비는 금슬이 좋았다. 처음에는 냉랭한 관계였지만. 둘 다 제국에서 험하게 살아왔다는 동질감이 그들을 강한 유대감으로 엮어주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깔때 같이 까고 실드칠때 같이 실드치는 것으로도 기뻐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총통부의 부관들은 퓨레스트의 연방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대총통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의 사생활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총통과 대총통비의 금슬이 좋다는 것은 곧 국가 원수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국정을 잘 돌볼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했기에. 총통부에 기거하는 군인들은 휴가를 나가면서 이런 정보들을 일부러 퍼트렸다.


"대총통 폐하와 총통비 폐하. 금슬이 아주 좋으시던데? 같이 호수를 산책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멀리서 봐도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라."


"아. 나도 들었어. 같은 제국 출신이라 맞는 부분이 많으신가봐."


"어디 그것뿐이야? 두 분이서 함께 걸을 때면 항상 손을 잡고 걸으시잖아. 결혼한지 1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신혼부부 같으시니.. 부러워 죽겠어."


이런 얘기를 하면서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자자자 잠시만요! 거기 군인 여러분! 혹시 총통부에서 근무하시나요?"


"음? 그렇습니다만?"


"저는 퓨레스트 데일리 페이퍼에서 근무하는 기자입니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대총통 폐하하고 대총통비 폐하의 관계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어허. 이 사람 보게? 어찌 일개 군인이 대총통 폐하와 대총통비 폐하의 정보를 민간인에게 유출할 수 있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방민들도 대총통 폐하와 대총통비 폐하와의 사이를 궁금해하고 있단 말입니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예?"


"아.. 거참. 이렇게 부탁하니 군인된 자로서 거절할 수도 없고..."


이런식으로. 정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남부 7주에서 일어나는 반 정부 기사에 질린 독자들을 위해. 기자들은 마치 대대적인 특종이라도 되는 것마냥 연일 대총통과 대총통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독점 공개! 대총통 폐하와 대총통비 폐하의 호수 산책 사진!-


-총통부 호위군과의 독점 인터뷰! "대총통 폐하와 대총통비 폐하. 금슬 좋으셔.."-


-동향 출신이 금슬에 영향 끼치나.. 심리학자들과의 상담-


-1년이 지났음에도 후세 소식 없음! '라이투스 2세'는 언제쯤?-


기자들이 대대적으로 부부관계에 대해 보도를 시작하자. 마침 자극적인 정보에 목말라했던 대중들은 때마침 나타난 기삿거리를 경쟁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허허! 나랏님들 사이의 관계가 이리 좋으시니.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지는 평화롭겠구나! 매일 매일 쏟아지는 추문보다야 이런 훈훈한 기사가 백번 낫지!"


"역시 같은 제국 출신이라 서로 맞는게 많나 보군. 아무튼 서로 사이가 좋으니 다행이야. 부부가 서로 죽어라 싸우는 것만큼 집안 망신이 없으니.."


요즈음 들어 흉흉한 제목과 살벌한 내용을 가진 기사들이 많았지만. 그 속에서 마치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장미와도 같은 훈훈한 내용을 가진 대총통과 대총통비를 다룬 기사들은 마치 날개를 단 듯 팔려나갔다.


오랜 전쟁에 지치고. 전쟁의 공포에 지친 대중들에게 있어 한 부부가 사이좋게 호수를 거니는 모습은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어이! 거기 누구야! 당장 내려와!"


"안 되오! 여기서 찍어야 하는 게 있단 말이오!"


"이 미친 자야! 10층 짜리 건물 끝에 달라붙어서 찍을 게 뭐가......이 미친 새끼가! 야! 끌어내려!"


가끔씩 과격한 저널리즘을 신봉하는 몇몇 기자들은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아예 총통부 근처 건물에 올라가 부부가 신성한 관계(?)를 맺는 현장까지도 필름에 담으려 했지만. 경찰들이 혼신의 사투를 펼쳐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3.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예. 아직 병사들을 모으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 같아. 먼저 병장기들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조정에는 몬스터 퇴치와 용병들의 보급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잘 했네. 하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돼. 특히나 이것! 이것이 들키는 순간 우리는 저잣거리에 목이 내걸리게 될 거야! 알았나?"


"알겠습니다. 제 혀를 잘라서라도 들키지 않겠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군자금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아직은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조정쪽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는 부분이라.. 지금은 '애국자'들에게서 모금을 받거나 몇몇 사업자들에게서 뇌물을 받는 걸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으음.. 하기야 돈이 쉽게 모일리 없지. 아무튼. 목표액을 다 채우면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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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6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5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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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0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 신경전. 19.09.18 48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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