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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41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20 06:00
조회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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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공식적 화답

DUMMY

1.


웅성웅성.


웨슬턴 공화국의 국회의사당은 아직 안건이 올라오지도 않았음에도 시끌벅적했다. 이미 그들의 대다수는 안건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몇몇은 험악하게 구겨지기까지 했다. 극소수의 얼굴 좋은 의원들도 허탈에 가까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의원들의 상태가 이런 것은. 바로 오늘 올라온 안건이 바로 대통령의 배필을 제국에서 구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20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제국과 대치하는 것을 국시로 삼은 공화국에서. 제국의 여자와 짝을 맺자는 안건이 올라오니. 의원들은 벌써부터 혀 깊은 곳에서 욕설과 비난을 저장해두고 있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현재 의석의 반절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웨슬턴 공화국의 우익이라면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민주애국당원들의 표정은 살벌함을 넘어 독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마침내 국회의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국회의사당에 들어와 의장석에 앉자. 웅성거리던 국회의원들의 소리도 차츰 가라앉았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의원 여러분. 여러분 모두 오늘 의회에 올라온 안건을 잘 알고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웨슬턴 공화국 제 74대 대통령. 초셀 메티온 각하께서 제국과의 국혼을 의회의 동의를 얻기로 하셨습니다."


"말도 안 돼!"


"미친 거 아냐?!"


"결사 반대!"


"정숙! 정숙!"


땅! 땅!


국회의장이 정숙을 두 번이나 외친 후에야 다시 좌중이 진압되었다. 국회의장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두 사람의 이름을 호명했다.


"평화유지당원. 카르펜 오웬. 민주애국당원 커리지 라엔은 발표석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스윽. 스윽.


현재 대통령을 배출한 정단인 평화유지당과. 평화유지당과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정당인 민주애국당에서 각각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의장석 옆에 있는 발표석이 섰다. 그들의 손에는 두꺼운 종이가 들려 있었는데. 곧 있을 연설에 쓸 대본이었다.


평화유지당은 제국과의 화친을 찬성하는 정당이었고. 민주애국당은 제국이라는 입에 게거품을 무는 정당이었다.


서로 극과 극을 달리는 정당의 인원들이 나온 것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하시지요 커리지 의원님."


"원하신다면야."


카르펜 오웬이 선수를 양보하자. 커리지 라엔은 짧게 헛기침을 한 다음 대본을 한 번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웨슬턴 공화국 헌법 제1조 1항. 웨슬턴 공화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웨슬턴 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러분들에게 있어 익숙한 문장일 것입니다. 국회의원으로 뽑혔을 때 선서로 했던 문장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이 웨슬턴 공화국의 대통령이라는 작자는 그저 제국과 더 이상 싸우기 싫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 어처구니 없는 국혼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칭 평화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말은 항상 똑같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시대가 변했는데 말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물론! 시대는 변합니다. 저희도 변화해왔고. 제국도 변화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대륙에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 두 개의 사실이 있습니다! 저희는 공화국일 것이고. 제국은 제국일 것이라는 것! 그 두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저희의 사명은 자명합니다! 성전! 그 고통스럽고도 끝없는 고행의 길! 허나. 장차 이 대륙에 전제 권력의 뿌리가 뽑히고 민주주의의 씨앗이 이 대륙에 심어질 때! 저희의 노력은 보답받을 것입니다!


제국에서 어떤 조건을 내놓든. 저희는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저들이 누구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들이 무엇인가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이 공화국에 전제 권력의 씨앗이 들어오도록 그저 내버려 두실 겁니까? 의원님들 모두 그것에는 반대할 것입니다.


이제 외칩시다! 저 간악한 제국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짓밟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주의 만세! 공화국 만세! 제국을 쓰러트리자!"


"""민주주의 만세! 공화국 만세! 제국을 쓰러트리자!"""


커리지 라엔의 연설이 끝나자 몇몇 의원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자리에서 일어나 민주주의 만세를 삼창했다.


비록 본래의 문제에서 조금 떨어진 내용이기는 했지만. 내용은 한결같이 제국의 이념을 공화국 안에 단 한 방울이라도 들이면 안 된다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의원들로부터 선풍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제. 카르펜 오웬 의원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국회의장이 말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던 의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국회의장이 눈짓을 하자. 카르펜 오웬은 큰 목소리로 대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전 이곳에 감성이 아닌 이성에 호소하려 섰습니다. 저희 웨슬턴 공화국이 세워진 지 벌써 200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세대가 10세대나 바뀐 것입니다.


그 10세대 동안 우린 많은 것들을 이룩해왔습니다. 민주주의의 씨앗을 목마른 자에게는 열매를 주고. 추운 자에게는 나뭇가지를 주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시켰고. 제국주의자들의 침공을 세 차례나 막아냈으며. 자국 내에 판치는 혼란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몰아냈습니다.


하지만. 아까 커리지 의원께서 말하셨듯.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제국의 황제가 스스로 초법적인 권한을 포기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동쪽에서는 신흥 강국 퓨레스트 연방이 제국의 여인을 받아들여 활발한 물적. 인적 교류를 나누고 있습니다. 인구는 5000만명이 넘고. 영토는 저희의 3배가 넘는. 건국한지 10년도 되지 않은 나라가 벌써 저희 나라를 추월했습니다.


여기서 말하겠습니다. 제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더 이상 저희 웨슬턴 공화국에게도. 저희 스스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와 100만명의 정병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제국은 100만명에다 한명을 더 보내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지난 세 차례의 침공때. 저희가 수도를 지켜낸 적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여러분. 이번에 대통령 각하께서 국혼을 추진하시는 것은 결코 개인의 욕심이 아닙니다.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입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원 여러분. 저는 민주주의가 좋습니다. 지배가 아닌 지도를 하는 정부가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상으로 이 나라가 좋습니다. 거리에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정답게 노다니고.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 공화국이 좋습니다.


그렇기에 이 나라가 제국에게 짓밟히는 것은 싫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그 어떤 체제든. 그 어떤 정부든. 국민이 외세에 시달리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번 한 번만. 저희가 고개를 숙입시다. 구두를 핥으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숙이고. 악수를 청하는 것입니다.


퓨레스트 연방이 제국을 적으로 돌렸다면. 아직도 소국으로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국을 우방으로 삼았기에. 연방은 동부를 평정하고 남부에까지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살아남으려면 그리해야 합니다. 이번만큼은. 의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부탁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갈채소리가 쏟아졌다. 그의 연설은 훌륭했다. 어째서 국혼을 해야 하는지. 제국이 얼마나 강대한지. 제국을 우방으로 삼은 동방의 신흥 강국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한 것이 잘 먹혀들어간 것이다.


특히나 의원들에게 잘 먹혀들어갔던 포인트는. '민주주의보다 이 나라가 더 소중하다'라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무슨 논리냐고 반문하겠지만. 연설에서는 어째서 민주주의가 나라보다 아래에 있는지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수가 멎자. 국회의장은 굵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국과 국혼을 맺는다라는 안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겠습니다."


2.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동표가 나온다면 원안인 국혼이 추진될 것이고.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 제국과의 관계는 다시금 냉각될 것이다.


꿀꺽!


누군가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 뒤. 마침내 헌병들이 개표를 시작하였다.


찬성 1표. 반대 1표. 기권 1표...


어떨때는 찬성이 올라가고 그 다음에는 반대표가 올라가고.. 그런 순환이 계속되며 개표는 착착 진행되었다.


"찬성표 451표! 기권 32표! 반대표 443표!"


그리고 그 날. 의회는 마침내 공식적 화답을 제국에게 보낼 수 있었다.


작가의말

토막상식: 저 나라에서도 여성참정권은 인정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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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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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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