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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42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23 06:00
조회
430
추천
4
글자
9쪽

톨레랑스

DUMMY

1.


"특보입니다 특보입니다! 의회에서 제국과의 국혼을 결정했습니다!"


"뭐라고!? 말도 안 돼! 그 신문 얼마지?"


민주주의의 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 웨슬턴 공화국의 의회가 제국과의 국혼을 허가했다는 것은 빠르게 공화국 전역으로 퍼졌다.


가장 먼저 신문사를 위시한 언론들은 대도시에서 국혼의 허가가 난 것을 대서특필했으며. 각지를 떠도는 여행자들에 의해 신문이 닿지 않는 산간벽지까지 정보가 퍼져나갔다.


국민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대부분 전쟁의 화염을 그대로 뒤집어쓰는 청년층은 정부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고. 중장년층은 체념섞인 인정을. 그리고 노년층은 말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비록 우리가 제국에 머리를 숙인다는 것은 굴욕적이지만. 그래도 그 결정으로 인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머리를 숙일 수 있다!"


"애초에 제국과 우리의 국력 차는 명백하다. 오히려 이 나라가 3번의 전쟁을 겪고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기적 아닌가?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는 옛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관용을 배워야 한다."


"초셀 정부는 매국노의 정부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전제주의와 1인독재의 나라인 제국의 계집을 이 나라에 들이겠다는 정부가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칭할 자격이 있을 것 같으냐!"


그러나 노년층의 목소리는 청년들과 중장년층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었고. 완전무결한 다수결의 논리 아래 국혼은 조심스럽게 추진되기 시작됐다.


2.


"그래서. 공화국에 보낼 여성은 누구인가?"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사오나. 주포르 공작가와 페텔 후작가의 여식들이 가장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국가 원수와 결혼하는 것이니. 어느정도 작위가 높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포르 공작가는 현재 황실의 방계이니 혈통적인 면에서 우월하고. 반대로 페텔 후작가는 황실과의 연은 없지만. 제국에서 보기 드문 개혁적인 귀족가입니다."


"페텔 후작가가 더 적합하겠구나.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니.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자를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


"폐하의 뜻대로 하시오소서."


제국에서는 어떤 여성이 공화국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었다. 제국의 천년역사에서 국혼이야 밥먹듯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공화제 국가와의 국혼은 제국의 역사상 처음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이번 국혼에서는 개혁적인 분위기의 페텔 후작가의 편을 들어주었다. 민주공화제의 영부인이 될테니. 적어도 그런 것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을 가진 여성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제국의 의회도 황제와는 독립된 채 불안하기는 해도 어찌저찌 굴러가고는 있는 상황이었고. 황제의 칙명으로 인해 도서관에서도 민주제와 공화제에 대한 책들이 꽃히게 되는 등. 제국도 예전과는 다른 개방적인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꽉 막힌 황궁의 예절만을 배운 여성을 보낸다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금 혈통적으로 딸리더라도 민주공화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황제는 생각한 것이다.


신하들도 속으로 그것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황제의 뜻이 동의하며 페텔 후작가에게 제국을 대표할 기회가 생겼다는 편지를 써 마지막으로 봉납했다.


3.


한편. 퓨레스트 연방에서는 남부 7주에 대한 대대적인 유화책이 실행되고 있었다. 7개 주의 대영주를 현지인으로 바꾸고 군대 대신 경찰이 치안을 맡기 시작했으며. 남부 방언으로 된 신문을 발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남부 방언. 그 중에서도 베이릭어로 '톨레랑스'라 이름 붙여진 이 정책은.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총통부를 위시한 연방의 정부가 물러난 것이었지만. 속내는 장기적인 친연방파를 양성하고 연방에 대한 적대감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제로 톨레랑스 정책이 실행되고 난 후 3개월이 흐른 대륙력 593년 3월에 들어서자. 북중부에서 온 교사들에 의한 폭행들은 약 40%가 줄어들었고 연방에 대한 적대감도 설문조사 결과 약 20%가 낮아졌다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연방 정부가 재정적인 출혈을 감수하고 남부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 개선에 나서자. 그동안 연방을 적대하고 있었던 자들도 크게 환영하며 개선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정식으로 정부에게 공문을 보낼 정도로 북중부와 남부 사이의 관계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방 정부는 앞으로 남부 7주에 대한 전통 문화와 구 동맹 시절에 대해 긍적적으로 평가하는 문학 작품들을 '연방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무검열 원칙을 행사하겠다 말했고. 이는 남부 7주 중 로렌그라드였던 도시인 로렌시아 시의 시립 공원에 동맹군 추모비가 세워지는 것으로 그 효용성을 증명했다.


"암소를 죽여 고기를 얻는 것 보단. 두고두고 살려서 우유를 짜는 게 훨씬 나은 법이지."


대총통이 웃으면서 말한 한 마디는. 톨레랑스 정책에 대한 연방 정부의 시선을 단 한마디로 나타난 어구였다.


4.


"수고했다. 듣던대로 연기가 뛰어난 모양이군."


"헤헤. 저 같은 촌놈들이야 이런 거라도 잘하지 못하면 굶어죽습니다요."


"그래. 여기 네 몫이다. 그 재무관에게 감사 인사나 올려야겠군. 대충 오우거 뿔로 만든 각궁 정도면 되겠지."


후드를 눌러쓴 남자는 재무관이 작성해준 토벌금 지원 문서를 들고서 히죽대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재무관에게 영지의 회계사라 자칭했던 사내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바닥에 뿌려진 은화를 줍고 있었다.


"아나이스 각하께 알려라. 금화로 3000장이 군자금에 추가되었다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금화로 3000장. 6인 가족의 1달 생활비가 은화 3장 정도임을 생각해볼 때 금화 3000장은 엄청난 거금이었다.


하지만 한 나라를 뒤엎는 데 쓰여질 돈으로는 너무나도 적었다. 더 많은 돈과. 자원과. 인원과. 시간이 필요했다.


겨우 3000장의 금화 하나만으로는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거기 너. 이 일을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있겠지?"


"무..물론입니다! 입이 인두로 지져져도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흥. 좋다. 이제 가보도록 해라."


후드를 쓴 남자는 은화 100장을 가지고 시시덕거리며 달아는 사내의 등에 잠시 쇠뇌를 겨누다가 이내 거두었다. 그 대신. 그는 부하에게 저자를 감시하라는 말 하나만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5.


"배를 타는 것은 오랜만이군."


"배멀미는 하십니까?"


"어렸을 땐 심했는데. 지금은 괜찮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왕복으로 최소 2개월에서 3개월은 이 배 안에서 숙식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 제국의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 훨씬 빠를 텐데..."


"제국의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려 국혼을 추진하시는 게 아닙니까? 이번에 퓨레스트 연방을 방문하시는 것은 대체 무슨 목적입니까? 같은 공화제...뭐어. 아무튼 저희 공화국과는 동떨어진 나라 아닙니까?"


"동떨어져 있으니까 가는 것 아닌가. 이곳 서부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있네. 하지만 동부에는 오직 연방밖에 없지. 그렇게 거대한 국가를 운용할 수 있는 노하우는 우리 웨슬턴 공화국에서도 배워야 할 것이야."


"진짜 속내는 뭡니까?"


"동맹이네."


"동맹...말입니까?"


"그래. 제국과 국혼을 하면 혼인동맹이 맺어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우리 웨슬턴 공화국에는 유사시 제국을 견제할 동맹이 필요해."


"하지만...이미 제국이 군사행위를 실시하면 제국과 인접한 모든 국가가 제국과의 전쟁에 나선다는 조약이 있지 않습니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게나. 그 조약에 의해 군대가 소집되고 제국의 영토로 진군하기까지는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나?"


"그래서.. 한쪽이 공격받으면 한쪽은 무조건 참전하는 방위 조약을 맺으러 연방을 방문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그래서 직접 내가 가는 걸세. 그쪽의 실권은 대총통에게 있으니. 의전서열은 맞추어 줘야겠지."


초셀 대통령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배는 순풍을 받으며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쪽으로 향하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퓨레스트 연방의 영토에 닿을 것이다.


부관의 질문에 전부 대답한 초셀 대통령은 피곤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배 안쪽의 침실로 들어갔다.


부관은 그런 대통령의 행동이 긴장을 푸는 제스처임을 알고 있었기에. 대통령을 붙잡지는 않았다.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이 부관의 코에 스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1달 동안이나 맡아야 할 바람의 향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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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2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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