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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73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14 06:00
조회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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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승리 아니면 죽음을.

DUMMY

1.


제국의 막강한 힘과 영토는 제국이 제국으로서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국이 제국으로밖에 남아있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스스로 제국의 가치를 내려놓은-물론 아나이스를 필두로 한 극보수주의자들의 시선이다- 황제. 그런 황제를 부채질하는 간악한 신진 관리파들을 숙청하는 것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국 귀족으로서의 신성한 의무이다.


적어도. 아나이스와 그를 따르는 귀족. 그리고 성전군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황제 스스로가 공인한. 제국군. 귀족 사병. 도로망 감시대. 신성 기사단에 이은 제 5의 군대. 성전군. 그런 위치는 광신적인 황제 신앙에 불을 붙여. 성전군이 10월 9일 쿠데타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황제는 감금당했고. 신진 관리파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처형당하거나 가택연금되었으며. 제국의 수도인 시그마스는 '진정한' 제국의 군대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황제 폐하에게는 옥좌를! 귀족에게는 영지를! 신민들에게는 빵과 서커스를! 병사들에게는 방패와 창을! 제국이여 영원하라! 성전군 만세! 제국 만세!"


"제국을 무너트리려는 공화주의 역도들을 모조리 죽여라!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승리 아니면 죽음을! 제국이 아니면 멸망을!"


시그마스에서 근근히 삶을 연명하던 서민들에게 있어 위의 구호를 외치며 들이닥친 성전군은 악마와도 같았다. 역대 황제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면 목에 창날이 꽃혔고. 조금이라도 공화주의의 색이 섞인 발언을 하면 비록 취한 노인이라 할지라도 밧줄에 목을 걸어 처형했다.


성전군의 수는 어림잡아 약 80만. 그리고 지금도 속속 불어나고 있었다. 이번 해를 넘기기 전에 100만을 넘기고. 아마 다음 해에는 200만을 넘길 것이다.


가장 먼저 퓨레스트 연방의 신문에서 제국의 내전을 보도한 것을 계기로. 제국은 드디어 아나이스를 필두로 한 성전군. 전제군주파와 살아남은 신진 관리파와 그를 지원하는 개혁파 영주들과 대상들. 입헌군주파의 내전에 돌입하였다.


2.


"골치아프군."


라이투스 대총통은 자신에 손에 들려있는 문서를 보며 말했다. 그 문서는 제국의 수도. 시그마스를 점령하고 있는 성전군의 수장 아나이스 알렉스가 성전군을 필두로 한 전제군주파의 제국을 공식적인 제국의 정부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책상에 놓여져 있는 문서는. 반대로 살아남은 신진 관리파들이 절대로 반역자의 술수의 현혹되지 말라며. 진정한 제국의 정부는 바로 자신들이라는 문서였다.


사실. 내전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어느 정부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내전이 끝났을 때의 외교 관계가 달라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지도를 새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퓨레스트 연방은 전제군주제도 입헌군주제도 아닌 '전제적 입헌군주제 아래의 공화주의'를 표방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의 편을 들기가 참으로 애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면 모르겠으나. 현재 제국의 내전은 팽팽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치열한 접전 상태였다.


성전군은 시그마스를 필두로 한 대도시들을 장악하고 있어 인력은 몰라도 경제력과 생산력에서 앞서고 있고. 신진 관리파들은 수는 적지만 제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수적 우위와 식량 생산에 있어서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적 우위는 용병으로. 식량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사실상 성전군이 더 우위에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신진 관리파들 또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고. 제국의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보급로를 끊을 수도. 도시를 포위할 수도 있는 형국.


두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 시국에서 한쪽을 편든다는 것은 큰 리스크를 동반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입하지 않는다면 얻을 것도 얻지 못하겠지'


대총통은 그렇게 생각하며 제국의 지도를 펼쳤다. 그 중에서도 동쪽. 퓨레스트 연방과 가까운 쪽의 지도를 보았다.


-에르스트-


자신의 영지. 자신의 영지였던 곳. 자신이 칼렌의 군주. 퓨레스트의 대총통이 되기 전. 제국의 귀족으로서 통치했던 영지.


그 영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꼭 얻고 싶었다.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대총통 혼자만의 자기만족이다.


설령 저 영지를 포함한 제국의 동쪽을 집어삼키더라도. 동화작업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퓨레스트 연방은 다시 한 번 긴 정체기에 휩싸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에르스트 영지를 포한한 제국의 동방국토를 손에 넣는다면. 퓨레스트 연방은 순식간에 80만 제곱 킬로미터의 국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제국 입장에서는 콩 한쪽같은 면적이겠지만. 어지간한 국가 하나의 면적이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무려 200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동시에. 대총통의 머릿속에는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과연 그 영토를 얻는 것이 연방에 있어 도움이 되는 일. 과연 연방의 인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3.


제국의 내전. 그것은 어느 한 쪽이 이기든 불가역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제국의 인접국들은 잘 알고 있었다. 알지 못한 국가들은 이미 제국의 것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인접국들은 국가 위기 상황을 선포. 대대적인 징병과 준전시 체제로의 전환을 실시했으며. 아직은 그러지 않은 국가들도 장병들의 휴가를 통제하고 위수령을 발령하였다.


"내전은 어디까지나 내전. 하지만 제국의 내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쪽 세력이 위기에 빠지면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 몰라."


위의 말대로. 제국의 압도적인 국력은 강력한 억지력과 동시에 시한폭탄이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친다면 강력한 억지력이 되지만. 통제력이 사멸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사라지면 지방의 병단들은 보급과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방의 병대들은 조직적인 약탈자로 변해 주변국의 마을들을 약탈하게 된다.


그런 상황을 우려해 인접국들은 비상 경계령을 발동한 것이지만. 상대는 제국이다. 고작 약탈자들이라고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수십만이나 되는 약탈자 무리는 국가의 존망을 뒤흔들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전이 벌어진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양쪽은 국내에서만 치고받고 싸울 뿐. 아직까지 외부로 불만이 폭발할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4.


"저기 치우거라! 짐은 반역도당들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느니라!"


"폐하! 반역도당들은 폐하의 심기를 어지렵혀 제국을 뒤흔들려 한 천민들이옵니다! 어찌하여 애국지사들의 마음을 헤아리시지 못하는 것입니까!"


"시끄럽다! 네 놈 아나이스! 짐이 성전군을 공인한 것은 제국을 수호하라는 것이었다! 황실을 수호하는 근위대가 아니라! 제국을 수호하는 군대가 되라고 말이다! 그런데 네 놈은 제국을 수호하기는 커녕 반으로 쪼개놓지 않았더냐! 썩 물러가지 못 할까!"


제국의 황궁에서는 연일 이런 대화를 빙자한 일방적은 요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나이스를 필두로 한 성전군의 고위 인사들은. 지금까지 한 개혁들을 보수론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고. 즉시 내전을 중단하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황제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주의 승인. 다른 나라에서도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이었지만. 황제가 신과 동일인물로 취급되는 제국에서의 의미는 그야말로 신성불가침. 미친 자가 아니고서야 황제의 인장이 찍힌 문서에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 본인이 극구 반대하며 눈 앞에서 문서를 갈기갈기 찢어대니. 아나이스 일파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듯 하였다.


하루라도 빨리 신진 관리파들을 숙청하고 제국을 안정화시켜야 하는데. 황제가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옥새를 찍는 것을 거부하니.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내전을 빠르게 끝내는 방법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오늘도 아나이스 일파들은 갈기 갈기 찢긴 문서조각들을 가지고 어전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각하. 이젠 어찌해야 합니까? 황제께서 저리 반대하시니. 억지로 했다간 풍파는 우리가 맞을 겁니다."


"...이익.. 어쩔 수 없다. '그것'을 사용하도록 해라!"


"그..그것이라 하시면. 설마 '그것' 말씁입니까?"


"그래! 병사들에게 사용법은 잘 알려 두었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잘못하다간 저희가 되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런 마당에 불리해지는 뭐가 말이냐! 어서 사용하라는 명령을 보내라!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승리가 아니면 죽음뿐이란 말이다!"


그렇게 부하에게 말하는 아나이스의 모습은 어딘가 처량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아나이스의 일갈을 그대로 받은 부하는 헐레벌떡 성전군에 '그것'을 사용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 황궁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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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90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4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5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8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8 5 9쪽
54 상징 19.10.18 313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6 5 10쪽
52 낙마 19.10.16 333 7 9쪽
51 학살 19.10.15 358 3 9쪽
»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60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5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3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1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2 5 9쪽
42 연맹 19.09.19 472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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