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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27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10.15 06:00
조회
357
추천
3
글자
9쪽

학살

DUMMY

1.


제국은 보수적이다. 비단 제국민 스스로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에서는 제국과 제국민들의 보수성은 존중을 넘어 종종 비웃음거리가 되고는 했다.


그럼에도 제국의 보수성이 아직까지 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제국의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보다는 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국은 다른 나라들이 상하수도를 파고 산업혁명을 시작할때도 대장간에서 철을 두드리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야 했지만. 제국의 신민들은 그것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나라들도 산골짜기 시골 마을에 상하수도를 설치하지는 않고. 모두가 산업혁명의 빛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제국에는 3억이라는 숫자가 있다. 아무리 강철로 뒤덮은 전사라도 작은 아이의 투석에 쓰러지기 마련이니. 제국은 안보에서조차 그 보수성을 철저하게 지켜나갔다.


2.


"흠. 반역자 놈들. 꽤나 긁어모았군."


"4할은 용병에. 남은 6할 중의 3할은 얼마 전에 징집한 농병들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전력은 7할이겠군. 이거야 원. 영 싱거운 싸움이 되겠어."


신진 관리파의 이상에 공감하고 있는 것은 관리들뿐만이 아니다. 그 이상에 동참함으로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중소영주들과 하급 귀족들. 그리고 그들로 이루어진 군대도 포함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념이 맞부딫치는 전장에서. 신진 관리파. 일명 제국 해방군은 성전군의 대열을 보고서는 실소를 머금고 있었다.


성전군이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망원경으로 본 성전군의 대열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고. 그 중 후방에 있는 대열의 병사들은 등에 왠 나무 작대기를 매고 있을 뿐 변변한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았다.


"수는 얼마나 돼나?"


"어림잡아 한 3만 정도라 생각됩니다."


"3만..."


해방군의 기사단 장교는 대답을 듣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총 병력은 2만. 자신들보다 약 1만이 많은 숫자를 패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저런 무장 상태를 가지고 있고. 저런 훈련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겠는가.


장교는 이내 고민하던 얼굴 표정을 싹 바꾸고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들은 그 무엇보다 두꺼운 마갑과 갑옷을 가지고 있고. 그 무엇도 꿰뚫을 수 있는 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저들에게는 창을 막을 방패도. 말의 돌진을 막을 대열도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심지어 맞부딫칠 기사들도 없지 않은가.


이제 펼쳐질 것은 학살. 오로지 학살뿐이었다.


3.


"히히히이잉!"


"워워~ 진정해."


"푸르륵! 푸륵!"


전투를 앞둔 말들은 쉬이 진정하지 못 했다. 기사단의 구성원들은 대다수가 젊은 하급 귀족이나 부잣집의 자제들이었고. 그들이 산 군마들은 대게 폭력성과 체구가 증대된 개량마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싼 말을 살 수 없는 자들도. 동료들에게 꿇리지 않기 위해 발정기가 온 암말을 끌고 나왔으니. 말을 통제하기는 더욱 버거운 일이었다.


당장 말 위에 올라와 있는 기사들에게는 죽을 맛이었지만. 휘황찬란한 갑옷을 둘러싸고. 말들조차 알록달록한 마갑으로 둘러싼 기사들을 보고 있는 사병들에게는 그저 전투 준비를 마치고 포효하는 마수의 울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모두들 걱정하지 마라! 저 기사들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오오! 저게 기사단이구나!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인데!"


그리고 그런 기사단의 존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제국 해방군의 사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제국이 신봉하는 전근대적이고 중세적인 전장 속에서. 일단 대열을 돌파한 기사들 앞에서 병사들이 해야 할 일은 성부께 기도를 올리는 것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4.


"이것. 정말 확실한 거겠지요?"


"물론이네. 나를 못 믿겠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 총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는지. 얼마나 강한지는 알겠지만. 막상 발사가 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 아닙니까?"


"그걸 위해서 돈을 들인 것 아닌가. 최고급 부싯돌에 장인들이 만든 화약. 그리고 수제작한 탄약들이네. 총도 당연히 최상품이고 말이야."


"제 말은.. 그걸 쓰는 병사들은 최상품이 아니란 말입니다."


성전군의 야전 지휘관은 귀족에게 한숨을 토해냈다. 급하게 징병한 농병들에게는 총을 쥐여줬다. 훈련도 짧게나마 받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제국민. 난생 처음 보는 이 '총'이라는 무기가 얼마나 강력하다는 자각이 없는 것이다. 훈련에서는 나무 판자를 박살내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숙련된 궁병도 할 수 있는 퍼포먼스 아닌가.


그런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의 귀족은 '총은 성전군에게 있어 성부의 축복이나 다름없다'느니. '기사단들은 이걸로 일망타진'이라느니 허망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귀족의 말을 믿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수가 없었기에. 야전 지휘관은 지휘관에게 하사되는 지휘봉으로 손을 탁탁 두드리며 전장으로 돌아왔다.


-뿌우!-


"나팔소리..."


"지휘관님! 해방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5.


"후우.....후우...."


기사단의 신병. 그는 떨고 있었다. 전투의 열기에. 전장의 한기에. 아니면 그저 공포에 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삐를 잡은 그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이. 전투는 처음인가?"


그것을 눈치챈 옆의 고참병이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신병에게 말을 건냈다. 지금. 신병에겐 이 목소리가 목숨줄을 부지할 수 있는 동앗줄과도 같았다.


"네.... 진정하려고 했는데.. 좀처럼 되질 않아서..."


"괜찮아. 어차피 나도 진정되질 않는걸."


"...저처럼 무서우십니까?"


"무섭지. 아무리 두터운 갑옷을 입었다고는 한들. 여기는 전쟁터야. 살아남는 게 더 어려운 곳이지."


고참병의 말에. 신병은 마치 목구멍에 가래가 낀 듯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살아남는 게 더 어려운 곳이 전장이라는 말이. 그의 심장을 꽉 죄여오는 듯 했다.


"그럼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병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고참병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기수들을 따라라. 대열을 지켜. 절대 멈추지 마라. 기동력을 잃은 기병은 끝장이야. 화살이 눈 앞에 날아와 꽃혀도 고삐를 잡아라. 말에서 떨어지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신병은 고참병에게 다시금 물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고참병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원! 돌격 준비!"


신병은 재차 물으려 했지만. 떨어지는 기수의 명령 소리에 고삐를 잡아야만 했다.


4.


다그닥! 다그닥!


기사단은 구보를 하는 속도로 말들을 움직였다. 기사 돌격이라고 해도. 실직적으로 최대 속도로 달리는 구간은 겨우 50m 정도로 길지 않았다. 이동 하나 하나에 전속력을 낸다면 그것만큼의 낭비는 없으리라.


"기사들 앞으로! 발검!"


"""발검!"""


스르릉!


기수가 '발검!'이라고 외치차. 안장에 꽃혀 있던 롱소들과 에스터크(찌르기 특화 검)을 빼어들었다.


창은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창을 겨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평보(walk)!"


타박! 타박!


이번에는 전보다 더 느린 속도로 적진을 향해 진군했다. 아득히 먼 적진에서는 벌써부터 아군의 비명과 적군의 비병이 들려오고 있었다.


"속보(trot)!"


기수가 속보라 외치자 타박 타박하던 소리가 탓탓탓하는 경쾌한 소리로 바뀌었다. 그 속도로 한참을 걷나 싶더니. 이내 그들의 앞에는 적진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구보(cantor)!"


이윽고 소리는 다그닥 다그닥으로 바뀌어. 적진의 후방을 향해 전격적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적들도 그들을 인지했는지. 서둘러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기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이윽고 기사단이 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진군했을 때. 기수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습보(gallop)! 전원 돌격!"


"적에게 죽음을!"


"죽음을!"


우렁찬 함성소리와 지축을 울리는 듯한 말발굽 소리가 평원에 요동쳤다. 그 순간만큼은 신병조차도 공포에서 벗아날 수 있었다.


"돌파한다!"


적의 제 1진을 선두들이 연이어 돌파했다. 이극고 신병도 손을 놀려 운이 없었던 적병 하나를 성부의 곁으로 보냈다.


이제 신병의 얼굴에는 공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적의 피로 빨갛게 물든 롱소드를 앞을 향해 치켜들고는 동료들과 같이 함성소리를 질렀다.


"죽음을!"


"히이이이힝!"


때 마침 그의 말도 우렁차게 포효했다. 그 무엇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무엇도!


이제 적에게는 마지막 대열만이 남았다. 솔직히. 대열보다는 그저 피리를 부는 것 같았다. 나무 작대기를 기사에게 겨누는 꼴이라니! 끝이 강철인 것 같았지만. 화살 따위로는 기사의 돌격을 막을 수 없었다.


"전원 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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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국의 결단. +1 19.11.04 294 6 9쪽
64 신성모독 19.11.01 292 4 10쪽
63 구휼 +1 19.10.31 289 4 9쪽
62 대리전 19.10.30 288 3 9쪽
61 충성의 댓가 19.10.29 335 3 9쪽
60 대탈출 19.10.28 303 3 10쪽
59 천년의 역사. 19.10.25 309 3 9쪽
58 그들의 땅. 19.10.24 294 4 10쪽
57 흥망성쇠 19.10.23 294 3 9쪽
56 여름의 태양 19.10.22 307 4 10쪽
55 거세지는 전화 19.10.21 307 5 9쪽
54 상징 19.10.18 312 6 9쪽
53 후폭풍 19.10.17 325 5 10쪽
52 낙마 19.10.16 332 7 9쪽
» 학살 19.10.15 358 3 9쪽
50 승리 아니면 죽음을. 19.10.14 359 5 9쪽
49 또 한번의 결혼 19.09.30 378 5 9쪽
48 신부 교육 19.09.27 384 7 9쪽
47 음지에서 양지로 19.09.26 384 6 9쪽
46 동맹 19.09.25 384 7 9쪽
45 서부와 동부 19.09.24 402 4 9쪽
44 톨레랑스 19.09.23 430 4 9쪽
43 공식적 화답 19.09.20 451 5 9쪽
42 연맹 19.09.19 471 6 10쪽
41 신경전. 19.09.18 4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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